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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재의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솔플 도전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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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2 23: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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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5 먹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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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40대 초반. 정확히는 일주일 전에 딱 마흔 세살이 된 80년생이다.
어려서부터 패미컴을 시작해, 각종 게임기를 섭렵했고 마침내 고등학교 때 D&D를 비롯한 각종 Trpg까지 진출했다.
고3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도 친구들과 D&D를 했고. 선생님께 발각이 되었지만 주사위를 이용한 확률을 테스트한 거라고 넘어갔다. (다행히 그 선생님이 담당이 수학이었음.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놀고 있는 건 아셨겠지만 너무 뻔뻔한 대답에 그냥 웃고 마신것 같다.) 이렇게 놀고 있는데 공부가 제대로 될리는 만무했지만, 어찌어찌 대학 입시는 통과. 원하던 과에 들어가 7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대학생활 끝에 졸업의 기쁨을 맛보았다.
졸업을 한건 좋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내 발목을 잡았다. 문과생이었던 내게 세상의 벽은 높았다. 몇년을 고생한 끝에 아주 우연히 내 적성에 맞는 일에 기회를 얻어 정착할 수 있었고 그렇게 10년간 부자는 못되었지만, 그래도 내 한몸 건사할 정도는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40대가 되었다. 결혼도 하지 않아 누가 내 취미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지만, 언젠가부터 극심한 고독감이 내 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뭐가 부족한 것일까? 단지 육체가 늙어감에 따라 내 감정도 세월의 풍파에 마모되어 무디어져 버린걸까? 아니면 이 빌어먹을 전염병에 세상이 잠식당한 것 때문에 사는 게 싫증이 난걸까?
우울증 비슷한 공허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뭘 해도 재밌지 않았고, 그렇다고 굳이 하기 싫은 걸 남과 맞춰가며 나날이 줄어드는 인내심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보드게임을 만났다. 아주 우연히 마트의 세일 코너에 놓인 카르카손을 집어든 게 내 보드게임 인생의 시작이었다. 물론 학교 다닐때 유행하던 루미큐브나 카탄 같은 건 몇번 해봤지만, 그때 모두의 관심은 다른곳에 쏠려 있었으므로 (나같은 경우엔 와우였다.ㅡㅡ:)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걸 원하는 내게 보드게임은 이젠 잊어버린 것 같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게임을 모으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았다. 룰이 단순한 게임에서 점차 복잡한 게임으로 그러다가 경쟁이 협력으로 바뀌기 까진 그다지 오래걸리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을 시작으로 아딱을 거쳐 난 사자의 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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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주저리 프롤로그가 장황했군요. ^^:
이 후기는 시나리오 1~5를 클리어한 다인플 캐릭을 솔플로 옮겨와 진행했습니다. 내용은 시나리오 6이고 (스포가 되니까 내용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겠습니다.) 캐릭터는 적위병과 도끼 투척수입니다. 레벨은 둘다2고 시나리오 5까지 얻은 돈과 보물로 업그레이드 한 장비를 몇개 씩 들고 있습니다.
일단 시작에 앞선 시나리오 세팅. 뒤에 보조 시나리오 한장이 더 붙는데 어차피 문을 열면 나오게 되어 있어서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보시다시피 1인용으로 세팅한 테이블이라 공간이 많이 좁습니다,. 깨알 같은 아딱 매트는 덤...^^:
아딱용으로 쓰던 매트 슬리브를 끼워봤는데 원래 63x88사이즈라 찰떡 같이 맞습니다. 어차피 핸드 제한은 10장뿐이고 특별히 셔플할 일이 없지만 그래도 매트 슬리브를 쓰면 카드가 붙는 것 같은 끈적끈적한 느낌이 사라지고 묵직한 손맛이 살아납니다. 캐릭 색깔에 맞춰 슬리브 색깔도 깔맞춤!
출정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대샷! 똥손이라 도색같은 건 꿈도 못꿉니다.
이 두 친구의 이름은 일용이와 응삼이. 전원일기 매니아라 이름하여 양촌리 파티. 전원일기 세계관에서 무력1위인 일용이가 탱커입니다.
전방에 더러운 쥐새끼와 이상한 액괴가 서있군요. 놈들을 죽이고 바닥에 깔린 뭐시기를 부수랍니다. 말이 좋아 의뢰지 이건 뭐 하수도 청소부.
대망의 첫턴.
도끼 투척수는 믿는 도끼 1턴이 국룰 아니겠습니까? 솔플의 경우엔 주도권 수치 조정이 가능해서 일용이가 쥐를 때려잡으면 이동 & 노획으로 낼름 코인을 주울 계획입니다.
모든 건 계획대로야!
하려는 찰나에 떠버린 미스..... 하필 도끼 투척수가 멋지게 원거리로 엘리트 쥐를 막타치려는데 떠버리네요... 쥐는 패시브로 죽으면 터져서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만, 하필 지금은 공격 카드가 뜬 상황. 쥐에게 맞고 뒤에서 사거리 상관없이 시야 안에만 있으면 레이저를 쏴대는 액괴 때문에 죽을뻔 했습니다. 둘다 피 2남기고 가까스로 생존. 부랴부랴 긴휴식에 자힐 카드를 써서 피를 채웁니다.
좋아. 차근차근 가자고.....
재정비 후 하나씩 바닥에 깔린 목표를 부수기 시작. 슬슬 솔플의 감을 잡아갑니다. 바닥에 깔린 강화 토큰은 도끼 투척수가 날린 도끼입니다.
약간의 고생이 있었지만 드디어 2페이즈 돌입! 또 쥐야?
인민의 낫질 맛을 보여 주갔서!
레이저(정식 명칭은 암흑사슬)에 한번 당했던터라 부리나케 붙어서 패주기.
2페이즈는 오히려 1페이즈보다 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장애물이 없어서 포지션 잡기가 쉽더군요. 도약 장화 가지고 오길 잘한듯.
그렇게 몬스터를 정리하고 남은 건 시나리오 목표 달성. 도끼 투척수의 핸드에 남은 건 이제 딱 2장. 남은 목표는 하나. 여기서 아껴두었던 필살기를 꺼냅니다. 무려 6딜을 꽂아넣을 수 있는 소실기죠. 받아라!
는 실패..... 와~ 이건 연출해도 이렇게 하면 욕먹겠다 하는 상황이 나오더군요.... 마지막 핸드에서 날린 필살기 빗방으로 투척수는 장렬히 탈진. 하지만 적도 없고 적위병은 핸드가 4장이나 남았습니다. 이건 무난히 클리어 각.
이변은 없었다! 그렇다~ 난 솔플에서도 재능이 있었던 거였다. 라고 자화자찬을 하며 마무리.... 놀랍게도 적위병 막타는 x2가 나왔습니다... 이거 분명히 사기라고 할 사람 있다... 라고 생각하며 살포시 셔터를 눌러봅니다.
이렇게 저의 첫 솔플 도전은 성공리에 막을 내립니다. 런닝타임 1시간 38분. 영화 한편 볼 정도만에 마무리가 되었군요. 확실히 다인플보다는 빨리 끝나긴 합니다. 하지만 홀로 책상에 앉아 수를 계산하고 있으니 재미와 함께 현타가 살짝 오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으면 다 용서되는 법. 얼른 정리를 하며 얻은 경험치와 돈을 정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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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첫 솔플 후기를 마칩니다, 두서가 너무 길었던 탓에 내용은 부실해진 것 같네요....^^:
게임의 리뷰를 짤막하게 적자면, 아컴호러 카드게임이나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으로 협력 게임을 접해왔던 제게 아주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주도권이라는 수치가 존재함으로서 게임이 더욱 긴박해졌으며 카드를 소실하는 행위로 제한시간을 정하는 것도 신선했고요. 전투 부분은 앞서 언급한 다른 협력 게임과 차별화되면서도 보정덱의 랜덤성이 더해져 무척이나 참신했습니다. 아딱의 혼돈토큰에 길들어졌지만, 중요한 타이밍에 미스가 뜨면 절망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튜토리얼이 잘되어 있다는 것도 무척 장점이고요, 잔룰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게임의 시스템 대부분을 순차적으로 익히게 해주면서 몰입감을 늘려주는 것도 꽤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글룸본판이나 다른 협력 게임은 이 부분이 좀 불친절했거든요.(아딱의 코어는 정말...ㅡㅡ:)
파티 게임 위주로 보드게임을 즐기시는 분들께는 약간 진입장벽이 있겠지만, 일단 도전하면서 캐릭터와 함께 자신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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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탄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용기를 한번 내보겠습니다. 이상으로 40대 초반(<<<강조) 아재의 사자의 턱 솔플 맛보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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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입문한건 코로나 때문이라 몇년 되지 않았는데 보드게임이 뭔가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하는 것이 어렸을 때 장난감을 만지던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디지털게임과 다른 맛이 있어서 좋더라구요ㅎㅎ
중간에 아딱에서 촉수가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군요ㅜㅜㅋㅋ -
아무래도 크툴루가 손에 들러붙어 있는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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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형님의 글 잘 읽고 가봅니다. 마지막에 있는 1인플의 현타는 보드게임을 1인플레이 하다보면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죠.
그래도 지속적으로 스토리, 전투를 이어가며 몬스터의 이동, 공격 을 신경쓰다보면 생각보다 시간도 잘 가고
재미도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후기들, 즐거운 보드게임 생활 이어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
특정 상황에서 현타가 슬쩍 오긴 하는데, 일단 몰입하니까 카드 번갈아보면서 최선의 수를 찾기에 바쁩니다. ^^: 일단 첫발을 내딛었으니 간간히 앞으로 나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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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맨 막타 나이스군여. 글룸 솔플은 3캐릭 추천합니다. 퍼즐 푸는 맛이 살짝 더 살더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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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머리가 듀얼코어가 못되어서 다중 연산은 2캐릭도 아슬아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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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와 원딜, 좋은 조합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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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철거+도끼로 해보려고 했는데, 탱커의 부재가 난이도를 높이기에 눈물을 머금고....ㅡㅜ" 일단 시작은 했지만, 로테이션으로 다른 캐릭도 등판시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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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방법이군요~ 저도 아마 나중에 1인플로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 방법 으로 한번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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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뎀 소실기가 무효라니.. 그래서 전 꼭 안경을 씁니다... 재밌게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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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좋긴 한데... 이전에 크리 맞고 카드를 계속 태워야 했던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뚝배기를 씌우는 걸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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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1인플할때마다 생각하던 것들을 짧고 강하게 다 느끼셨군요 ㅎㅎ 그런 단점도 보드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거 같습니다. 후기 아주 잘읽었습니다. 행복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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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플의 맛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인플의 왁자지껄한 즐거움이 없어서 아쉬웠네요... 다인플에서 팀의 방향과 상관없이 은근슬쩍 돈과 보물로 향하는 인간의 탐욕이 배제되니, 더 담백해진 느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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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도 40대 초반에 엊그제부터 사자의턱 솔플 시작했어요! 이제 겨우 1시나 해봤는데 재미지고 좋았습니다.
글 재밌게 읽었고요. 오늘 2시나 도전해야겟다는 뿜뿜이 올라오네요 ! -
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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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플을 많이들 하시는군요, 언젠가 사람 모이겠지 하며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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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ㅋㅋ근데어려워보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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