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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 루도팍트와 카르타문디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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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1 15: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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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이 물건은 대체 어디서 누구의 손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별생각 없이 줄곧 소비하던 물건의 태생이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물건을 사기 전에 자기가 사용할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심리 때문에 식료품의 경우에는 생산자의 사진을 포장지에 첨부하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기도 했고, 최근에는 직접 만드는 공정을 보여주거나 심지어는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 등을 제공하는 ‘크래프트’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공정무역 상품이 선호를 받는 것도 비슷한 연유다.
대량 생산이 산업의 기본이 된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에 사연이 있다. 하다못해 편의점에 흔한 음료수 하나만 봐도, 뒷면의 성분 표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재료는 독일의 농장에서, 어떤 열매는 프랑스에서, 세계의 재료들이 이리저리 비행기를 타고 한 곳에 모여 비로소 음료수로 탄생한다.
보드게임이라고 다른 물건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옛날에는 집에서 나무를 깎고 돌을 갈아 만들어 가지고 놀던 것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보드게임도 공장에서 만들어져 가정에 보급된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을 만드는 공장은 어디일까? 많은 면에서 보드게임과 유사한 점이 있는 책만 하더라도, 각 언어판마다 그 나라 현지에서 인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보드게임도 한국어판은 한국에서 생산되고, 독일어판은 독일에서, 중국어판은 중국에서 생산되지는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한국어판 보드게임의 상자 뒷면을 살펴봤을 때, 그 제조국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표시된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드게임 여러 개의 제조국을 무작위로 살펴보면, 높은 확률로 독일이나 중국이 제조국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한국어판 보드게임 뿐만이 아니라 영어판 보드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드게임은 책처럼 온갓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한정된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보드게임이 만들어지는 곳은 어디일까? 보드게임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곳인 보드게임 생산 회사 루도팍트(Ludofact)와 카르타문디(Cartamundi)를 방문했다. 아미고, 코스모스, 페가수스 등의 보드게임 퍼블리셔 이름에 익숙한 사람들도 루도팍트와 같은 보드게임 생산 회사란 존재에 대해서는 처음 듣거나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보드게임 퍼블리셔와 보드게임 생산 회사와의 관계는 도서 출판사와 인쇄소와의 관계와 같다.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낼 것인지를 기획하고, 어떤 모습으로 책을 낼 것인지 편집해서 인쇄소에 해당 내용을 가져가면, 인쇄소에서 종이에 편집 내용에 따라 인쇄해서 책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보드게임 퍼블리셔가 어떤 보드게임을 낼 것인지 기획하고, 개발해서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의 보드게임을 낼 것인지 편집해서 보드게임 생산 회사에 해당 내용을 가져가면, 보드게임 생산 회사에서는 게임판, 카드, 타일, 게임말, 규칙 설명서 등을 인쇄하고 제조한 후 조립해서 완성된 형태의 보드게임으로 만들어낸다.
루도팍트
루도팍트는 독일 바이에른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독일 최대의 보드게임 생산 공장이다. 루도팍트는 1992년에 SPF 파인카토나겐이란 이름의 회사로 설립됐다. 인쇄된 종이상자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게임판, 타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는 1996년에 라틴어로 ‘놀다’란 뜻의 루도 ludo와 영어의 공장 factory의 앞부분을 따와 루도팍트란 이름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루도 팍트는 이름 그대로 게임 공장인 것이다. 설립 후 27년간 루도팍트는 아미고의 <할리갈리>, 코스모스의 <카탄>, 한스 임 글뤽의 <카르카손> 등 독일 보드게임을 대표하는 게임들을 생산해왔다. 독일에 본사를 둔 보드게임 퍼블리셔는 물론이고, 전세계 200여 개의 보드게임 퍼블리셔들로부터도 보드게임 생산 주문을 받아 이를 만들고 공급하고 있다. 루도팍트의 보드게임 및 퍼즐의 생산량은 하루 최대 7만 개에 이르며, 연간 1,7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카탄>이 1995년에 처음 출판된 이래 지금까지 20여 년간 총 2,700만 개가 판매됐는데, 루도팍트는 2년도 안 걸리는 시간 안에 이 수량을 혼자 생산할 여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할리갈리>, <카르카손>, <카탄> 등의 독일 보드게임의 독일어판은 물론이고, 한국어판을 비롯한 다양한 언어판 역시 루도팍트에서 생산됨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루도팍트는 루도팩트(Ludopackt)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루도팍트가 만든 제품에 대한 수송 및 보관 서비스를 담당하는 물류회사다. 루도팍트에서 생산한 제품은 루도팩트의 물류 창고에 보관되고 있다가, 보드게임 퍼블리셔가 요청하는 곳(보통은 각 퍼블리셔의 물류 창고)으로 보내진다. 당연히 이런 물류 서비스는 독일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국의 해당 언어판을 담당하는 해외 보드게임 퍼블리셔를 대상으로도 행해진다. 즉, 한국어판 게임이 생산된 후에 한국으로 오는 도중의 물류 역시 루도팩트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루도팍트는 그야말로 보드게임을 위한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보드게임의 중심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이 공장이 위치한 마을은 독일 바이에른 주의 작은 마을인 예팅엔쉐파흐(Jettingen-Scheppach)다. 인구가 6천 명에 불과한 이 마을은 울름과 뉘른베르크 사이에 위치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한국 시골 마을에 방문했을 때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역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예약한 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회사 중 하나가 위치한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루도팍트는 마을 외곽의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현대식 건물에 있다. 여러 동으로 이뤄진 루도팍트의 건물은 68m × 105m짜리 축구장이 3개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200 × 130m란 압도적으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의 한쪽에는 생산을 담당하는 큰 공장이 있었고, 생산된 보드게임과 퍼즐을 보관하고 운송을 담당하는 창고가 그 옆으로 서 있었다.
공장 내부는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여러 가지 설비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구조다. 여러 명의 사람과 많은 기계가 쉴 새 없이 게임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었다. 특별한 점은, 많은 기계가 돌아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직접 감독하거나 작업하는 일이 많았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게임들이 하나 하나 만들어지는 모습은 상당히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공장 한쪽에는 선반 위에 여러 가지 크기의 나무판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 나무판들은 게임판을 찍어내기 위한 원판으로, 작업을 할 때 사용할 뿐 아니라 일종의 기록 보관용으로도 유지하고 있다는 직원의 설명이었다.
보드게임 산업의 성장에 맞춰 루도팍트는 본사가 있는 독일 이외의 지역말고도 여러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플라스틱 게임 구성물을 비롯해 각종 부품을 수급하기 위한 수급처로서 루도팍트 아시아를 설립했다. 루도팍트 아시아는 부품을 수급하는 역할에서 시작해 이제는 게임에 따라 최종 생산까지 책임지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016년에는 미국의 생산 업체를 인수해 루도팍트 USA를 설립하기도 했다.
카르타문디
카르타문디는 벨기에 튀른하우트에 본사가 있는 카드게임 및 보드게임 생산 회사다. 카르타문디는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오래된 보드게임 회사로, 그 역사는 무려 17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카르타문디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여러 지역에 뻗어나갔다. 본사가 위치한 유럽에만 하더라도 스페인, 프랑스, 독일,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유럽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마치, 카드를 사용하는 문화가 있는 곳 어디에라도 진출한 것 같은 모습이다. 플레잉 카드 제작으로 명성을 널리 떨쳤으며, 현재는 플레잉 카드를 넘어서 <매직: 더 개더링>, <유희왕>, <포켓몬>을 비롯한 컬렉터블 카드 게임들과 <세트>, <뱅>, <도미니언>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명성 높은 카드게임들, 최근에는 <아그리콜라> 등 묵직한 보드게임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의 슬로건은 그들이 가진 자신감을 잘 표현해준다. “우리는 당신 자신도 잘 모르지만 당신이 사랑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카르타문디의 본사가 위치한 튀른하우트는 인구 4만 명 가량의 도시로 루도팍트가 있는 예팅엔쉐파흐보다는 크지만, 한적하고 아름다운 소도시이다. 카르타문디 본사는 시가지에서는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루도팍트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했다.
공장 내부는 놀랍게도 루도팍트와는 크게 다른 구조로 되어있었다. 넓은 공간에 각각의 작업 공정들이 한눈에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던 루도팍트와는 달리 인쇄, 검사, 조립 등을 독립된 공간에서 별도로 행하고 있었다. 특히, 첨단 검사 기계가 다수 배치되어 다양한 검사를 수행하는 제품 검사실은 아날로그적인 성격의 보드게임 회사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각 작업 공간에서는 거대한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넓은 공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들이 기계를 관리하며 공정을 체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조립 공정 파트였는데, 수많은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박스에 카드를 집어넣던 루도팍트와는 다르게, 모든 공정이 기계화되어 로봇이 카드를 분류, 분배할 뿐 아니라 상자에 넣고 포장하는 모든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역사로는 더욱 오래된 카르타문디가 최첨단을 달리는 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루도팍트와 카르타문디, 이 두 보드게임 생산 회사는 각각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양한 보드게임을 생산하고 있었다. 루도팍트는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려는 모습과 보드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보여주었고, 카르타문디는 첨단 과학 기술과 신뢰할 수 있는 공정으로 좋은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해 각각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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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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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기해요 ㅋㅋㅋ 이런 글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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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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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획기사 너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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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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