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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사적인 보드게임 이야기] 01. 보드게임에도 처음은 있다
  • 2022-03-30 19:52:37

  • 15

  • 522

관리자 신나요

날 때부터 보드게이머가 아닌 이상, 다들 시작은 있을 겁니다. 널리 알려져 있고 접하기도 쉬우며 편리한 디지털 게임이 아니라 모든 걸 직접 다 조절해 줘야 하는 이 불편한 보드게임이라는 걸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계기 말입니다. 저는 기억이 뒤죽박죽이라서 어느 시점부터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기가 어렵지만, 게임 쪽으로 얼리어댑터인 친구 덕에 지금에 이르긴 했네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영문판 '매직 더 게더링’과 ‘D&D’를 소개해 주었으니 별종은 별종이죠(나이 계산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물론 그 친구도 제 나름으로 보기에 게임매니아가 될 그릇(?)을 봐 가며 내민 결과이겠고, 친구의 예상대로 된 셈이죠. 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남들과는 다른 이상한 놀이를 모여서 하는, 남들 눈에 분명 너드였을 저와 제 친구들이 그렇게 모였습니다. 그 무리들에게 이 친구가 새로 소개해 준 놀이가 바로 보드게임이었고요. 그 맨 처음이 아마 ‘달무티’ 아니면 ‘카탄’이었죠. 그 경험은 이후 '옛날옛적에'와 '시타델', '뱅'으로 이어집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 일해서 돈을 벌기 전 용돈의 시절과, 일을 해도 넉넉하게 벌 수 없는 아르바이트생의 주기로서는 소장은 생각할 거리도 못 되었죠. 소장할 정도로 보드게임이 많지도 않았다고 기억합니다만... 아무튼 “아 이렇게 노는 게임도 있구나”를 깨달았던 정도로 회고합니다. 물론 ‘카탄: 도시와 기사’를 해 보니 ‘카탄’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심오한 맛이 느껴져서 아주 오래된 구판 ‘카탄’과 ‘카탄: 도시와 기사’를 사서 소장하기도 했는데, 그 시점이 대학 시절인지 고등학생 때인지는 역시 멍합니다(제가 지독한 숫자치라...).

 

 

대학생 시절은 사실상 ‘달무티’와 ‘카탄’보다 ‘369’와 각종 술자리 게임들이 가까웠죠. 그 시절을 넘어 어쩌다 지금처럼 수집형 보드게임 애호가가 되었는지의 중간 과정에 대한 기억은 좀 사라지긴 했는데요. 결정적 기점이 ‘아컴호러(2판)’라는 건 명확히 기억납니다.


어쩌다 그걸 사게 되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짐작건대 아마도 [협력]과 [호러]라는 두 가지 키워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접한 게임의 양이 빈약하기 짝이 없던 그때 당시에, 보드게임에서 그런 카테고리가 존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분명히 떠오르는 것은, (특히나 당시 기준으로) 압도적인 텍스트 양을 자랑하는 규칙서를 읽고 이해하겠다고 반나절을 붙잡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컴 호러 2판’의 이야기는 언젠가 [단종 게임 회고록]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 볼 부분입니다만, 어쨌든 그때 이후로 ‘아컴호러 2판’은 저에게 최애게임이 되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즐긴 게임을 지금 시점에서 꼽으라면 ‘아컴호러 카드게임’, ‘팬데믹 레거시’ 등 몇 가지 가운데에서 고민을 좀 하겠지만, 추억 보정 덕분에 최애게임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아요. 

 

 

아무튼, 그렇게 하나하나 보드게임을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작은 집 방 한쪽 벽을 채울 정도는 모았습니다. 이제는 먹고 죽으려고 해도 공간이 없는 지경... 그렇다고 보드게임에 내 다리 뻗을 자리까지 내줄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보드게임 때문에 ‘큰집병’이 생기기는 했습니다만(그리고 요즘에는 ‘엘든 링’ 때문에 보드게임 플레이를 좀 등한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보드게임에 대해서는 무한 긍정입니다. 저는 보드게임이, 놀이터가 사라진 시대에 남은 광장의 놀이 문화라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럼 다음 주에는 그런 보드게임 이야기를 하나 풀어 볼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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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탄의 개척자
    Catan (1995)
    • Volkan Baga, Tanja Donner, Pete Fenlon, Jason Hawkins, Michaela Kienle, Andreas Klober, Harald Lieske, Michael Menzel, Marion Pott, Andreas Resch, Matt Schwabel, Franz Vohwinkel, Stephen Graham Walsh
  • 달무티
    The Great Dalmuti (1995)
    • Volkan Baga, Tanja Donner, Pete Fenlon, Jason Hawkins, Michaela Kienle, Andreas Klober, Harald Lieske, Michael Menzel, Marion Pott, Andreas Resch, Matt Schwabel, Franz Vohwinkel, Stephen Graham Walsh, Harry Conway, Sandra Garavito, Anson Maddocks, Margaret Organ-Kean, Christophe Swal
  • 아컴 호러
    Arkham Horror (2005)
    • Volkan Baga, Tanja Donner, Pete Fenlon, Jason Hawkins, Michaela Kienle, Andreas Klober, Harald Lieske, Michael Menzel, Marion Pott, Andreas Resch, Matt Schwabel, Franz Vohwinkel, Stephen Graham Walsh, Harry Conway, Sandra Garavito, Anson Maddocks, Margaret Organ-Kean, Christophe Swal, Anders Finér, Rafał Hrynkiewicz, Richard Launius, Henning Ludvigsen, Patrick McEvoy, Kurt Miller, Scott Nicely, Vlad Ricean, Brian Schomburg, Kevin Wilson
1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0 리클러스
    • 2022-03-30 20:02:46

    아컴 추! 고정팟으로 꾸준히 돌린 게임은 몇 없는데, 요건 한 팟으로 전 보스 다 잡고도 열심히 했네요.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0 23:11:26

    아컴호러는 사랑이죠! 아컴호러 2판 이야기는 아마도 2주나 3주 후에 한 번 꺼내볼 듯하네요 :)
    • Lv.8 geek
    • 2022-03-30 20:11:06

    재밌는 이야기네요. 저도 우리나라 최초로 보드게임카페 붐이 일었던 2002년을 잊지 못합니다. 보드카페에서 살았으니ㅋㅋ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0 23:11:58

    2002년 보드게임카페 붐! 그때 이야기도 언젠가 원고로 다뤄보겠습니다. 재미있는 시절이었죠 ㅎㅎ
    • Lv.47 폭풍먼지
    • 2022-03-30 20:34:01

    동년배들은 다들 매더게와 dnd하고 놀았...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0 23:12:20

    사람들의 경험이라는 건 역시 생각 이상으로 비슷한 듯하네요!
    • 준버그
    • 2022-03-30 21:30:46

    보드게임 썰 기대할게요 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0 23:12:55

    느릿느릿 풀어가 보겠습니다. ㅎㅎ 그냥 사는 이야기나 좀 할까 해서요~~
    • Lv.53 상후니
    • 2022-03-30 23:37:22

    이런 썰 조아요!ㅎㅎ저도 처음은 카탄이네요ㅋㅋ
    잘 읽었습니다 다음화도 기대할게요!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1 06:43:45

    카탄 훌륭하지요 ㅎㅎ 파티 게임에서 게이머스 게임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대표적인 게임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다음 화는 다음 주 수요일에 올리겠습니다 :)
    • Lv.26 LikeDavid
    • 2022-03-31 07:43:04

    저도 90년대 고딩 때 친구들과 D&D를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본격 입문은 엘드리치 호러여서 한동안 최애 게임이었고 지금도 협력게임을 좋아합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1 08:25:13

    90년대 학창시절을 거쳐 보드게이머가 된 분들의 공통점은 D&D인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 Lv.31 Ivan
    • 2022-03-31 08:13:35

    아... 도입부만 읽어도 나이가 느껴지...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1 08:25:50

    이제는 나이에 대한 마음을 비웠습니다. 랄라라~~
    • Lv.42 아따기야
    • 2022-03-31 08:25:09

    추억보정 무시할 수 없죠..
    저도 한 16년전쯤에 처음 컬러레또를 사서 친구들하고 찜질방에가서 그거 하나로 밤을 샜는데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네요...
    고등학생때라 시점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패키지는 변함이 없어서 정겹습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2-03-31 08:26:37

    컬러레또! 파티게임이 무서운 게 그런 기억 마킹을 남겨준다는 거 아니겠나 싶어요 ㅎㅎ
    • Lv.12 잎사귀
    • 2022-03-31 15:00:52

    전 부루마블이랑 인생게임 ㅎㅎ
    • 관리자 신나요
    • 2022-04-01 18:31:34

    부루마블이랑 인생게임은 어쩐지 국민 첫보드게임의 인상이 좀 있죠 ㅎㅎㅎ 요즘은 할리갈리가 강자이지만 더 오래전에는 확실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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