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가 짝꿍님을 소개해줘 셋이 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친구가 짝꿍님께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고, 예전에 그 친구와 보드게임을 하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드게임을 할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다만 짝꿍분은 보드게임이라고는 부루마불과 루미큐브 정도 밖에 해 본 것이 없다고 하여 어려운 게임은 배제하였습니다.

밥 먹고 술을 마시며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으로 알려줘, 너의 tmi!를 해 보았습니다.

룰만 보았을 때는 맞추기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질문 간의 밸런스가 좋아 은근 맞추기 쉽지 않더라구요ㅋㅋ 너 헬리콥터 타 봤어? 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술집에서 저희 집으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첫 게임은 간단히 러브레터로 시작했습니다만...

이렇게 치열한 러브레터는 처음이었습니다. 카드 카운팅을 통한 경비병 킬, 숫자 비교를 통한 남작 킬 등 무수한 킬의 향연 이후 3:4:5라는 치열한 접점 끝에 친구의 승리로 게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두번째 게임은 페이퍼 사파리! 짝꿍분이 무척 이해가 빠르시고, 한 라운드를 마치자마자 재미 포인트를 집어내어 "이거 재밌다" 하시는데 범상치 않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페이퍼 사파리는 카드가 잘 뜬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법!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너무 치고받고 싸우기만 한 것 같아 협력 게임의 대표주자 하나비를 했습니다. 역시나 친구 짝꿍분이 이해가 상당히 빠르고 흥미도 많이 느끼더라고요. 저야 경험자라 그냥저냥 플레이했으나 짝꿍분은 초플인데도 캐리하여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협력했으니 이제 물고 뜯을 시간! 크라스 카리어트를 준비했습니다. 크라스 카리어트는 얼핏 쉬운 게임이지만 사람에 따라 무척 어렵다고 여기기도 하는데요, 친구는 술에 취해서인지 조금 어려워했으나 짝꿍분은 역시나 빠르게 이해하고 잘 운용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무진장 잘하기 때문에 봐주지 않고 플레이했습니다. 우하하

 

마지막으로 난이도를 살짝 높여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을 도전해 보았습니다.

TMI 일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초심자들에게 게임 룰을 알려줄 때 제가 낙승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이미 아는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해 놓고선 이겨버리는게 왠지 양학 같다는 느낌도 들고, 초보자들에게 게임에 대해 좋은 인상을 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번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은 제 주사위가 너무 잘 떠버리는 바람에 쉽게 승리하였습니다ㅠㅠ 승리하고도 아쉬운 순간이에요.

다행히 짝꿍님은 이번에도 게임을 빠르게 파악하시고 재밌게 플레이하셨고, 제가 유리한 상황임에도 최대한 운용을 잘 하여 점수를 많이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간이 늦어 헤어지면서 "보드게임 너무 재밌었다, 매력을 알 것 같다." 말씀하시는데 보드게이머의 새싹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한명의 보드게임 인재를 발견한 기분? 영업 성공의 순간은 이렇게나 짜릿하다는 걸 느꼈고, 이 맛에 보드게이머들이 주변인들을 영업하려 애쓰는구나 싶었습니다ㅋㅋ 여러분들도 영업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