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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비탈 라세르다의 게임들과 웨더 머신.
  • 2022-11-23 2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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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2 리클러스

저는 비탈 라세르다(이하 비탈)의 게임을 리스보아로 처음 접했고, 만족감이 정말 높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추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게임의 난이도가 높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제가 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맞는 게임인지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만족감과 궁금증은 비탈의 다른 게임들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키워갔고 꽤 오랜 기다림 끝에 온 마스와 비뉴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뉴스는 리스보아나 온 마스와는 결이 조금 달랐고, 온 마스는 리스보아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지만 설명하기가 더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칸반EV를 플레이해보고 제가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정리가 되었습니다. 

 

보드 게임과 비디오 게임의 차별점 중 하나는 시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게임은 함께 하는 게이머들이 (다른 장소에 있으며) 다른 시점을 갖습니다. 그와 반대로 보드 게임은 함께 하는 게이머들이 (같은 장소에 있으며) 같은 시점을 갖습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만 유의미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디오 게임은 게이머가 캐릭터를 조종하며 시점을 통제합니다. 게이머의 전능함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상대적으로 보드 게임은 시점을 공유하는 게이머들의 평범함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보드 게임의 특징에 기인하는 재미 요소는 크게 눈치 보기와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협력은 시스템이나 장르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게임판 위에 기물들을 올려가며 함께 스펙터클(기억할만한 사건)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드 게임들이 가지는 동일한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탈 작가의 게임에서는 그 과정에서 독특한 맛이 납니다. 단순히 상대의 길을 막는다거나 상대가 원하는 자원을 선점하는 등의 상호작용과는 다르게 비탈 작가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행동은 게임의 환경에 변화를 야기합니다. 환경의 변화라는 점도 완전히 색다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환경의 변화들에 섬세하게 입혀 놓은 테마와 내러티브는 확실히 차별점이 느껴지고 다른 작가들의 게임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리스보아의 건설과 자원 가치의 변화, 칸반 EV의 자동차 출고 과정. 스펙터클의 순간과 그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내러티브의 합일점이 제가 비탈의 게임에서 계속 기대하게 되는 특성인 것 같습니다.

 

 

[ 웨더 머신 ]

 

(웨더 머신 게임판 뒷면)

 

비탈의 게임은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여러 단계로 나뉘고,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혜택이 많이 있습니다. 결국 게임의 규모가 커지고 규칙이 방대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게임판에 규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디자이너 이안 오툴의 공은 정말 큽니다. 이번 웨더 머신에서는 이안 오툴의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탈의 이전 게임들에 비해 웨더 머신의 테마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엿보이는데, 이러한 부분을 이안 오툴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판 앞면을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뒷면을 보면 분리되어 있는 각각의 장소들이 잘 느껴지기도 하고 동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게임판 각 장소에 대해 설명하자면, 하단은 로봇과 화학 물질을 구하고 작업장을 확장하도록 해주는 물자 창고입니다. 좌상단의 뒤로 보이는 곳은 정부입니다. 중간에 보이는 곳은 라티브의 실험실입니다. 게임 안에서 최초의 웨더 머신이 만들어진 곳입니다. 우측은 R&D입니다. 실험실의 실험 결과를 취합하고, 개선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위해 로봇을 보내는 곳입니다. R&D의 하단 부분은 라티브의 집무실입니다. 

 

 

(게임 전경)

 

라티브 박사의 새 발명품 웨더 머신의 프로토타입은 한동안 아주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웨더 머신의 사용이 "나비 효과"를 촉발해, 지구 전역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난 것입니다. 웨더 머신을 가동할 때마다 그 부작용은 점점 더 커져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일으킨 라티브 교수팀만이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라티브 박사팀의 과학자가 되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개인판의 일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진행하는 배경이다보니 돈이 아닌 바우처를 사용합니다. 위 사진 중앙 부분에서 5개의 바우처 토큰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물자 창고, 정부, 실험실, R&D 바우처입니다. 이들은 해당하는 장소에서 소비하게 됩니다. 가장 오른쪽의 과학 바우처는 실험 단계와 프로토타입 제작에 사용되며, 와일드카드처럼 다른 바우처를 대체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각 장소에서는 이웃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먼저 방문한 과학자가 있다면 바우처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은 바우처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바우처 관리가 게임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15개의 정부 보조 타일이 있습니다. 정부에 부품을 제공하면 정부는 특혜를 제공합니다. 타일들 아래로 3개의 기계 부품이 그려진 칸이 있습니다. 이 칸이 과학자들이 제공한 로봇으로 채워지면 정부도 프로토타입 제작을 도울 수 있습니다.

 

 

(기금 트랙)

 

주요 장소로 표현되는 정부, 실험실, R&D의 상단에는 각각 기금 트랙이 있습니다. 해당 장소에서 행동을 하면 기금 트랙의 마커가 전진합니다. 과학자들이 해당 장소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 외부의 후원과 기금이 확충됩니다. 플레이어들이 실적을 올리면 투자 타일을 받을 수 있고, 그 투자 타일을 이용하여 기금 트랙에 표시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 중 수입이 정기적이지 않고 라티브 박사가 집무실을 방문해야만 수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금 트랙을 꾸준히 올려두었다가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라티브의 실험실)

 

라티브의 조수가 5개 분야(세로줄)를 이동해 다닙니다. 현재 가장 우측에 보이는 큰 회색 로봇이 라티브의 조수입니다.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조수가 있는 분야의 모든 칸에 로봇이 채워져 있으면 웨더 머신 가동 실험을 실시합니다. 아직 로봇들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실험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작은 회색 로봇들은 라티브의 로봇입니다. 라티브도 지속적으로 로봇을 보내 실험을 돕습니다. 모든 칸이 채워지면 각 칸들을 채운 로봇의 주인은 구분하지 않고 실험을 실시합니다. 실험이 실시될 때 로봇을 보낸 플레이어는 보상과 연구 토큰을 받을 수 있습니다.

 

 

(R&D)

 

상단의 세로로 긴 타일들은 이상 기후 타일입니다. 하단의 칸들은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해 로봇과 화학 물질을 보낼 장소들입니다.

 

 

(단계별 이상 기후 타일)

 

라티브의 실험실에서 실험이 실시되면 R&D 구역에 이상 기후 타일이 추가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상 상태가 점점 악화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개선된 프로토타입)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과학자 한 명의 힘으로도 가능하지만, 기후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개선된 프로토타입 제작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논문 발표)

 

게임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정부에 부품을 판매하고, 실험실에서 실험이 실시되고, R&D에서 연구를 하면 연구 토큰을 받게 되고, 하나의 분야에서 3개의 연구 토큰을 모으면 논문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 논문을 발표하면 돌파구 토큰을 얻게 되고, 이 돌파구 토큰이 있으면 프로토타입 제작이 가능합니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 업적 토큰을 받습니다.

 

비탈은 타겟층이 명확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웨더 머신도 이전 작품들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작가의 색이 짙습니다. 팬들은 그의 게임이 색다른 테마로 얼마나 완성도 있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몇가지 자원을 사용하여 실험을 하고, 실험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개발합니다. 실험과 연구 개발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혜택을 제공하고 외부의 지원과 기금이 운용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고 부드럽게 연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전 게임들에 비해 행동의 대가를 상대적으로 단순화하였습니다. 이는 각기 다른 행동임에도 공통되는 결과값으로 인해 반복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내러티브의 균형감이 깨지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행동들 사이에 할 수 있는 자유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비탈 작가가 풀어나가야 할 앞으로의 숙제라는 생각도 들고, 그는 이전 작품들에서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인 게임)

 

1인 플레이도 경쟁적이고 재밌습니다. 상대(봇)의 점수가 35점에서 시작하고 이를 목표 점수라고 합니다. 이 목표 점수를 넘어야 승리합니다. 이 점수를 비슷하게 따라가면 더 멀리 달아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상대의 은신처(위 사진)인 요약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1인 규칙서가 또 다른 규칙서 하나를 읽는 수준입니다. 물론 게임을 한 번 마친 다음에는 익숙해지지만 첫 플레이는 다른 1인 게임들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있습니다.

 

비탈 작가의 게임들이 2인 게임을 위해 추천하기는 좀 힘든면이 있었습니다. 칸반과 갤러리스트는 2인 게임의 경험이 좋지 못했고, 비뉴스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개성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스보아는 2인 게임도 재밌었지만 판매를 하지 않고 있고, 온 마스는 어렵다고 느껴져서 추천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웨더 머신은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여 단점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접근성이 좋아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1-2인 게임의 재미가 나쁘지 않아서 비탈 작가의 게임이 궁금했던 몇몇 분들에게는 때마침 도착한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첨부1 Whema21.JPG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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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11-24 15:39:40

    '게임판 위에 기물들을 올려가며 함께 스펙터클(기억할만한 사건)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서, 게임 속 이야기를 내가 사람들과 어떻게 나누고 있나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서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Lv.32 리클러스
    • 2022-11-24 16:10:23

    좋게 봐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11-24 16:17:32

    다이브다이스에 항상 좋은 글 남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ㅋㅋㅋ
    • Lv.4 해피러버
    • 2022-11-25 13:50:16

    좋은 후기고 사진도 깔끔하네요!
    • Lv.32 리클러스
    • 2022-11-25 14:41:55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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