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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이들 테마겜 입문기 - 광기의 저택, 좀사 흑사병, 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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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13: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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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8 한아
요즘엔 주로 친구 1인과 마챔 2인을 즐기고 있지만,
원래 저희 맴버는 4인입니다.
20년 초(코로나 직전) 아무도 보드게임 안하는 사람들 대여섯명끼리 보겜 카페 가서 아발론으로 쾌락을 맛본후
이따금씩 보겜 카페에 가다가,
20년 말, 사상 최초로 보겜을 사서 게임을 해볼 생각을 합니다.
현재의 4명이 일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 며칠간 지내게 되었는데, 마땅히 할만한게 없고 시간은 좀 남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게임은 토이져러스에서 업어온 스플렌더였고, 다들 아시는 것처럼 초갓겜이었고,
다들 부루마불, 할리갈리만 알다가 스플렌데를 만나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때 아발론도 같이 샀는데, 인원수 문제(코로나)로 여태까지 한판도 돌려보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셀프로 팬데믹 레거시, 도미니언 등등을 찾아보며 천천히 게임 풀을 넓혀갔고,
최근에 오랫만에 그 4인이 모여 미니 피규어들을 깔아놓고 하는 거의 최초의 테마겜을 즐겨보았습니다.
작년에도 모임 맴버 1인이랑 같이 2인으로 광기의 저택을 한번 플레이 해봤었는데,
저희는 스플렌더처럼 보석공이랑 게임 내용이랑 상관 없는 것도 즐기지만,
내러티브가 있는 게임이면 그 내러티브도 충분히 즐기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광기의 저택은 좀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게임 내용은 에러플해서 개같이 고생만하다가 패배하고 밖으로 나오니 다음날 해가 이미 떠있었습니다.
(플탐: 룰설명까지 7시간 이상걸림)
저희들은 슈퍼 보린이들이라서 헤드퍼스트로 대가리부터 박고 들어가 룰이건 뭐건 일단 달려들고 보는 스타일로 게임을 배우고 있어서
광기의 저택같이 쉬운 게임도 엄청 오래걸립니다.
그러다가 가장 최근에 즐긴게 좀비사이드 흑사병.
아는 지인한테 빌려온 게임이고, 빌려온 이유는 마블 좀비 때문입니다.
마블 좀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마챔 때문이고,
그전까지 저희는 MCU 영화 유명한것 몇개 정도 본 수준의 평범한 인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챔에 빠져 마블 세계관을 탐독하게 되었고, 그 다음엔 마블 좀비 피규어가 매우 끌리더라구요.
그래서 마좀 스타일의 게임을 해보려고 좀사 흑사병을 빌려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2인의 도전.
퀘스트 0까지만 해봤습니다만.
마챔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좀사는 항상 뒷전이었고,
첫번째 시도는 박스를 까며 수많은 피규어와, 수종류의 게임판과 40쪽이 넘어가는 룰북 등에 압도되어 언박싱과 기초 룰 정도 읽고
두번째 시도는 보통 룰마를 제가 맡는 경우가 많은데, 마챔에서 너무 장렬하게 털려서 기력을 소진해 룰 설명 의지가 없어져 포기. (탈진해서 잠시 잠들었었습니다...)
세번째 시도에 드디어 퀘스트 0 을 시도 할 수 있었는데, 이때도 저희의 의지가 결연하지 못했다면 못했을 겁니다.
제가 열심히 룰설명을 하고 있는데, 클로에게 너무 심하게 기력을 소진한 친구가 룰설명 듣다가 졸더라구요.
그래서 접고 다음에 하려고 했는데, 룰설명만 3일 회차에 나눠서 듣고 있는데,
이번에 접고 가면 다시 처음부터 룰 봐야 할 것 같다고 30분간 긴급 수면을 신청하더라구요.
그래서 1시간동안 재우고 그동안 룰북을 좀 더 익혔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고 일어나 룰북을 마스터하고 퀘스트 0을 즐겼는데,
여태까지 소소한 보드게임들을 하면서 한번도 즐겨보지 못한 신선한 맛이었습니다.
스플렌더나, 스페이스 크루, 러브레터 같이 세팅과 룰이 간결하고, 게임성이 아름다운 게임들을 저희가 좋아하는데,
그런데서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몰입감.
게임의 깊이?는 생각보다 단순해 보였는데, 그 써는 맛이라는게 보드게임에서 과연 느껴질까 헀는데,
퀘스트 0이면 제 추측엔 제대로 해본 것도 아닐텐데도 벌써부터 느껴지더라구요.
크죽죽으로 가면 좀사보다 훨씬 더 써는 맛이 즐겁다고 하는데,
저희랑 의외로 잘 맞아서 너무 즐겁게 퀘스트 0을 클리어 했습니다.
물론 테마 게임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왜 안좋아하시는지 알것 같았는데, 저희는 너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마좀은 결제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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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드디어 오랜만에 4명이 모였습니다.
이제 네메시스의 차례입니다.
이쯤 읽으셨으면 광기의 저택과 좀사 흑사병도 저렇게 힘들어한 사람들이 네메시스를 과연 어떻게 플레이한 것일까.
이것도 도전의 히스토리가 좀 깁니다.
일단 저희는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네메시스는 출시하자마자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고 바로 풀세트로 질러서 사버렸습니다.
그 시기가 그러니깐 작년 4~5월 쯤 될 것 같네요.
도착 후 언박싱을 하며 네메시스가 가져다 줄 큰 기쁨을 상상하며, 마치 부적처럼 저의 모임 공간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작년 중순 쯤 저는 룰을 익히기 위해 며칠 간 룰북을 봤고,
4인 중 가장 흥미를 보였던 1명과 함과 2인플레이를 시도했습니다.
룰 익히는데 많은 공을 들여서 생각보다 괜찮게 플레이를 진행했고 어떤 게임인지 감을 잡기 위한 첫 판이었는데,
저희는 '반협력'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심취해, 협력형 플레이를 1도 하지 않았고,
둘이서 우주선의 정반대를 떠돌아 다니면서 소음 토큰을 마구마구 뿌려대어 순식간에 개같이 멸망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네메시스를 이번 4인이 모일때까지 한 번도 하지 못했고,
그 친구는 자기 동생과 한 판, 친구와 한 판 이렇게 2인플로 두 판 정도를 즐겼는데,
에러플과 방대한 세팅, 두꺼운 룰북 때문에 실패를 맛봤습니다.
같이 플레이한 친구와 동생 모두 잠이 올 정도로 지루한 게임이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을 보면요.
이후 무려 10개월 가량을 그냥 부적처럼 모셔둔 네메시스.
하지만 저희는 '그 게임은 강력한 포텐이 있는 즐거운 게임이다' 라는 생각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할것이다' 라는 개학 전날까지 해놓지 않은 방학 숙제 같은 마음으로,
네메시스를 모셔두다가 드디어 4인플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판데믹 레거시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게임을 안하다가 하니깐 룰을 까먹어버려 에러플이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번 네메시스도 분명히 노플 상황이 아닌데,
다시 꺼내서 세팅을 하고 보니 모든 세부 룰을 다 까먹어버려,
오후 세시쯤 시작한 게임이 끝나고 나서 보니 오후 열한시 반이 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의 만족도는 꽤 높았습니다.
이번에도 게임 파악이 완벽히 되진 않아서, 반협력보단 완전협력 느낌에 가깝게 게임을 하긴 했는데,
저희가 작은 몰입의 여지만 있어도 영화와 소설을 빗대며 주어진 테마를 충분히 잘 즐기는 사람들이다 보니,
인트루더 한마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사방에서 탄식과 원망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위기에 빠진 기계공을 구하러 다들 맵끝에서 달려와 주기도 하고,
상황이 나빠지자 어쩔수없이 친구를 버리는 모습,
휠체어를 타고 미친듯이 도망을 치며 근접공격으로 버티는 초인 과학자(물리)가 게임의 마지막,
불타는 동면실에서 최후를 맞으며 약 7시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와중에 저는 혼자 따로 떨어져 있던 조종사였는데,
공포영화에서 혼자 노는 엑스트라가 제일 먼저 죽는 클리셰처럼,
아무도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그것 또한 공포영화의 클리셰처럼 즐겁게 소화해내며, 굉장히 일찍 탈락하고 즐겁게 구경했습니다.
이 4인 중 - 일전에 게임이 너무 지루하고 졸렸다고 평을 했던 1명도 같이 있었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의 평가를 뒤집을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지니깐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연출되어서 지난번에 고통스러웠던 첫플과는 완전 다른 게임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드디어 네메시스 4인플을 하고 나니 저희 보린이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가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보기 빡센 보드게임들이 항상 그렇지만,
막상 한판 굴리고 나면 많이 편해지는게 있어 다행입니다.
작년에 제가 혼자서 룰마를 담당할때는 굉장히 버겁고 벅찬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판이라도 해봤던 친구들이 도와주면서 에러플을 잡아나가니깐,
그래도 나름 제대로 된 게임답게 진행이 되긴 했습니다.
저희 수준에선 굉장히 큰 에너지를 소비하며 게임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완전한 한 판을 끝내고 나니,
다음에 다시 하기엔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케일과 무게감이 너무 커서, 특정한 날을 잡고 하지 않으면 그냥 바로바로 쉽게 꺼내서 할 만한 게임은 아닌것 같구요.
또 오랫동안 안하게 되면 기껏 익힌 게임 룰을 다 까먹을 것 같아 조만간 또 한 번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평소에 많이 못해보던 테마성이 짙고 피규어가 많은 게임들을 최근에 해보게 되었는데,
저희는 아직 완성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저희의 흥미에 안맞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즐겁게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
게임 할 의지가 있다면 아무리 보린이라도 웨이트의 장벽은 넘을 수 있다.
입니다.
이제 네메시스를 정복한 저희는 3.4 웨이트 밑의 게임들은 어떤게 와도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현실은... 하는 테마겜마다 플탐이 7시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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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는 언제나 개같이 멸망하는 게임입니다.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직원 중 제 등에 칼을 꼽은 사람도 더러 존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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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짝.. 등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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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에 광기라니.. 제목부터 뒤통수의 향기를 맡고 찾아들어왔습니다. 다들 유전자가 있으셨나요 게임목록이 범상치 않군요. 후기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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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저기 기웃대면서 같이 할사람 영업하는 고충 글들을 많이 봐왔는데, 제가 운이 좋은 케이스 인 것 같습니다. 다들 의지가 충만해서 아무게임이나 던져줘도 일단 도전은 해보려고들 하네요.
그 와중에 위의 세 게임은 각각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뿜뿜하고 있어서 저희랑 정말 잘맞아 즐거웠습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네메시스가 의외로 보드게임 잘 모르는 친구에게도 먹히는 이유가 테마 때문인것 같아요. 저도 보드게임 입문자 수준의 친구들이랑 네메시스 돌릴때마다 테마에 몰입하도록 상황을 연출하니까 에이리언 영화같다면서 어려워도 좋아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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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테마 게임의 장점인 것 같아서. 저희도 저희 4인 아닌 친구들한테 유로 스타일 게임 들이 밀면 (그래봤자 보린이 난이도 인데도) 왜 굳이 쉬는날까지 피곤하게 머리쓰지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테마게임은 그 반감이 좀 덜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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