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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4편 고사와 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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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23: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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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GM]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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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1편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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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3편 충신과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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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특정 고사나 성어가 인물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여 그 부분을 살린 경우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한마디 말이나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한마디 말이나 단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상당히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가령 숫자 2는 홍진호 씨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설명해주는 것을 넘어 홍진호가 숫자 2의 화신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죠. 또한 삼연벙은 홍진호 씨 본인의 비극적인 사건인 것을 넘어, 똑같은 전략에 세 번이나 당하는 어리석은 상황을 일컫는 말이 되었지요. 게임해설가 엄재경 씨는 삼연벙을 두고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끝나더라도 삼연벙은 남아 후세에 대대로 전해질 것이다."라는 말을 한 바가 있는데,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시대가 저물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대가 왔어도 삼연X라는 말은 여전히 쓰입니다. 이런 단어나 일화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세월을 겪고도 살아남아 우리가 현대에서 사용하는 고사와 성어가 되는 것이겠지요.
한자나 중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가 현대에도 사용하는 한자어들의 어원이 되는 일화를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송나라 시대의 것들도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양홍옥 - 점심
직장인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아침/점심/저녁 중 점심(點心)만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리고 그 어원이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양홍옥의 일화입니다. 참고로 양홍옥은 중국의 민담이나 경극에서 붙여진 이름이며(손상향처럼) 여느 동양사의 여성 인물처럼 이름은 정사에 기록되지 않고 양부인이라고만 전해집니다.
양홍옥은 중국사에서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뮬란의 이야기를 실현한 인물이기도 하죠. 양홍옥은 본디 무장 집안 출신이나, 방랍의 난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전투를 이길 시기를 놓쳤다는 이유로 참수되어 노예 신분으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기녀로 살아가다 당시 하급 무관이던 남편 한세충을 만납니다. 이후 노예에서 해방될 만큼의 돈을 모아 자유의 신분이 된 뒤 장군의 지위에 오른 한세충의 후처가 됩니다. 이후 본처가 일찍 사망하며 양홍옥은 본처가 됩니다.
양홍옥이 여걸로 본격적인 이름을 날린 것은 송 고종에 대한 반역인 명수의 난을 제압하는데 공을 세우면서입니다. 당시 한세충은 금나라와의 전선에서 군대를 이끌고 양홍옥은 아들과 함께 수도 임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반란군은 유력 지휘관의 가족인 양홍옥과 아들을 구금하고 있었는데, 당시 궁에 남아있던 충성파와 양홍옥은 이를 타계할 계략을 짭니다. 반군 수장에게 "한세충의 아내인 양홍옥에게 작위를 주고 풀어주어 보내 한세충을 설득하게 한다"라는 계책을 건의한 것인데, 반군의 수장인 묘부는 이에 넘어가 양홍옥을 풀어줍니다. 당연히 감시역도 붙여 보냈겠지만, 양홍옥은 성문 밖을 나서자마자 말을 달려 탈출해 한세충에게 가 반군의 상황을 전합니다. 한세충은 이를 바탕으로 임안의 역도를 토벌해냈고 결국 황제를 복위시킵니다. 이 공으로 양홍옥은 한세충과는 별도로 황제로부터 작위를 받습니다. 이는 중국은 물론 근대 이전의 여성사에서 보기 드문 업적이지요.
양홍옥의 점심 일화는 이후의 일인 황천탕 전투 때의 일입니다. 1129년 10월 금나라 군대가 수도 임안을 10만 대군으로 침략하고 일대를 약탈합니다. 황제는 배를 타고 도망치고 이 금나라 군대는 그렇게 몇 달을 약탈합니다. 하지만 남송을 병합할 수준의 여력은 금나라도 없었기에 이들은 금나라로 퇴각을 하는데, 그 길을 한세충과 양홍옥이 군사를 이끌고 막습니다.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퇴각을 위해 장강을 건너야 하는 금군의 약점을 잘 파고들어 이들은 48일 동안이나 금군을 묶어둘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금나라의 선박을 다수 침몰시켰고 화약 무기도 사용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이들은 수적으로 열세인 것만큼이나 보급도 열악했습니다. 양홍옥은 병사들과 전장을 함께 누비며 지휘를 함과 동시에 병사들의 식사도 담당했는데, 이 부족하나마 만두를 빚어 병사들에게 나눠주며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 마음에 점 하나 찍는다 생각하라"라고 말한 것이 오늘날 점심의 어원이라는 설로 유명합니다. 중국어로 점심은 "딤섬"이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우리가 아는 그 중국식 만두 딤섬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어릴 때 만화 많이 보시던 분들은 이 사람이 생각날 것입니다.
(출처: https://mango0825.tistory.com/29)
바로 요리왕 비룡의 면점사 천봉입니다. 점심이라는 말이 곧 음식의 이름이 되어버릴 정도로 중국에서 점심은 면이나 만두류(주식인 만터우가 아니라 딤섬이나 슈마이 같은)로 가볍게 먹고 넘어가는 끼니지만, 또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로 발달하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화요리는 점심으로 많이 먹으니(특히 짜장면과 같은 면류에 군만두를 같이 먹죠) 어쩌면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작품이기는 하나 중국 요리를 다룬 작품에서 점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중식에서 점심이 다른 식사와는 구별되는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겨울에 강남에서 딘타이펑을 오랜만에 간 일이 있는데, 옛날 어린 시절에 명동에서 먹었던 그 딘타이펑 맛이 아니더군요.)
양홍옥과 한세충은 황천탕 전투 때 분전했지만, 수적 열세와 빈틈을 노린 금군의 돌파로 결국 처음 목표했던 대로 금군을 섬멸하지는 못했습니다(배신자가 있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양홍옥은 한세충을 탄핵(!)하는 표를 황제에게 올리나, 황제는 이 부부의 공적을 치하하고 위무했습니다. 또한 한세충의 관직을 올려주고 양홍옥은 양국부인으로 봉합니다.
이 부부는 이후 허허벌판이던 초주에 자리 잡아 관청을 세우고 도시를 정비해 금나라에 맞서 싸웠습니다. 악비가 진회에게 모함받아 처형된 후 이에 반발하다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낙향합니다. 그리고 한세충이 죽은 후 2년 뒤 양홍옥도 명을 달리합니다.
(출처: 나무위키)
양홍옥은 코에이사의 삼국지 시리즈에도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기녀였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네요. 무인 집안 출신에 전장에서 지휘까지도 한 여걸을 기녀였다는 점만 강조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악비와는 달리 양홍옥의 일러스트는 어웨이큰 렐름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하지만 양홍옥은 기녀 출신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기에 기녀들에게는 많이 숭배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양홍옥의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면 다른 인물들은 몰라도 기녀들은 꼭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2)한세충 – 만인지적
만인지적은 혼자서 만 명을 당해낼 수 있는 용력을 의미합니다. 그야말로 인간병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국지의 관우와 장비가 만인지적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며, 후대의 장수들에게 만인지적이라는 평이 붙었다는 것은 그 관우와 장비와 비견될만한 인물들이라는 의미입니다.
한세충의 일러스트를 보면 그야말로 만인지적에 어울리는 광전사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적으로 돌리기는 싫은 인물이지요. 한세충의 열전은 아내인 양홍옥을 설명하며 겹치는 부분이 많았으니, 그에게 만인지적이라는 칭호를 준 전공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은주성 전투(한세충이 18세에 임관하여 참여한 첫 전투): 서하의 장수가 송나라 군대를 요격하지 않고 성을 굳게 지키는 작전을 세웠지만, 한세충이 관문을 부수고 적장을 찾아 목을 벤 뒤 성 밖으로 내던지는 진삼국무쌍을 펼칩니다. 그러자 기세가 오른 다른 송나라 병사들 역시 뒤질세라 성을 타고 올라가 성을 함락합니다. 첫 전투부터 인간의 규격을 넘어서는 무력과 용력을 보여주는 패기를 보여주네요.
호평령 전투: 정예군을 이끌고 서하군과 맹렬히 싸우다가 서하의 부마를 발견하고 관우가 안량의 목을 베듯 베어버립니다. 조정에 이 보고가 올라가자 공이 너무 부풀려졌다 하여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동료 병사들이 불공정하다고 불평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북벌 퇴각 작전: 1121년에 송나라는 요나라로부터 땅을 되찾기 위해 북벌을 감행했지만 패배합니다. 한세충은 안전한 퇴각을 위해 50 여기의 기병을 거느리고 후방을 막는 어려운 임무를 맡습니다. 이에 한세충은 병력을 높은 고지대에 배치시키고, 곧장 적진에 뛰어들어 군기를 든 병사 2명을 사로잡아왔고, 사기가 오른 50명과 함께 공격을 감행해 추격하던 요나라 병사 2천 명을 패퇴시켰다고 합니다.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 전공인데, 아직 군공의 반도 오지 않았습니다.
방랍의 난: 한세충이 본격적으로 출세길을 달리기 시작한 군공입니다. 지나친 조정의 수탈에 반란을 일으킨 반군 무리가 점점 불어나 그 수가 100만에 달하고 52개 현을 함락해 독자적인 연호를 쓸 정도로 세력이 커지니 국가적 위기였던 것입니다. 이 전쟁에서 한세충은 분투를 펼쳤으며 반란군의 본거지를 함락해 주모자 방랍을 사로잡습니다. 한세충이 양홍옥을 만난 것이 이 난을 진압한 후 열린 연회에서였다는 추측이 있습니다.
금나라 침공: 방랍의 난으로 국력이 피폐해진 북송은 금나라의 침공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관군은 금나라군에 무너지고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기까지 했습니다. 이 와중에 한세충은 천 명의 군사로 수만의 반군을 격파하고 단기필마로 적진을 돌파하고 반군을 항복시키는 등 믿기지 않는 전공을 펼칩니다. 하지만 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송나라는 하북지역을 잃고 강남으로 천도할 수밖에 없었고 남송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명수의 난: 양홍옥을 설명할 때 나온 바로 그 전공입니다. 반란에서 황제를 두 번이나 구했으니 말 다했죠.
문가사 전투: 만인지적이라는 한세충도 큰 패전을 겪었으니 바로 문가사 전투입니다. 당시 남송은 일시적으로 북송의 수도 개봉(카이펑)을 수복했습니다. 하지만 적진 중심에 있는 개봉을 오래 지키기는 어려웠고 당시 개봉을 지키던 종택은 당시 반란군 중 세력이 가장 큰 정진에게 벼슬을 내려 포섭하여 개봉 방어에 도움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한편 한세충은 병사 1만을 이끌고 북진해 개봉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종택은 하남에 금군이 있다느 소식을 듣고 한세충과 정진에게 요격을 명합니다. 하지만, 정진이 금군을 공격하지 않고 도망가면서 한세충은 고립되었고, 수천의 병력을 잃고 본인도 큰 부상을 입은 채로 간신히 개봉으로 도망칩니다. 퇴각한 한세충은 정진과 대립하다가 개봉성을 나왔고, 곧 황제의 명을 받아 남하합니다. 배신자 정진은 결국 다시 반란을 일으켰다가 처형됩니다.
이후 회양에 주둔하던 한세충은 산동의 병력과 연합하여 복주를 구원하란 명을 받게 되고 복주로 향하였는데 이 소식을 들은 금나라 총사령관 종한이 정예병 1만을 이끌고 고종이 있는 양주를 급습합니다. 금의 최정예 병과 맞붙은 한세충은 중과부적이라 여겨 야밤에 회군을 단행하다가 목양에서 군이 전멸당하였고 한세충 본인만 염성으로 도주합니다. 이에 종한은 이 기세를 틈타 회양에 기병 3천을 이끌고 들어가 팽성을 함락하였으며 이렇게 해서 한세충 일생일대의 패전은 끝납니다. 아무리 한세충이라도 전성기 금나라의 본대와 정면으로 상대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황천탕 전투: 점심 일화가 나온 바로 그 전투입니다. 황천탕 전투에서 한세충이 이전처럼 역발산기개세를 보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이제 나이가 드신 모양입니다. 그보다는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손수 북을 치며 병사들을 지휘했다는 양홍옥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남송대에 들어오면서는 돌격대장이 아니라 최고 지휘관 자리에 올랐으니 이전처럼 괴수 같은 전공은 없지만, 지휘관으로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전공을 세운 것이죠.
북송과 남송의 약 320년 간의 역사를 다룬 송사는 총 496권으로 되어있습니다. 이중 인물의 열전의 경우 한 권에 6~8명이 실리지만, 한세충은 공적이 커 혼자서 한 권을 차지합니다. 한세충의 인생 62년이 송나라 역사의 500분의 1, 0.2% 정도의 비중이 있던 셈이지요.
이번 화는 이 인물을 소개할 때, 꼭 소개하고 싶었던 고사나 성어가 있는 인물들을 다뤄봤습니다. 우연히도 두 인물이 부부기까지 하여 설명하는 입장에서도 편했습니다.
아직 다루고 싶은 인물이 많은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네요. 틈틈이 잘 작업해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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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전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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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흥미롭네요...! 이렇게 알고 게임하면 재미가 10배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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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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