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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스타 트렉 미개척지와 함대선장들
  • 2016-08-31 2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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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8 하이텔슈리

스타트렉은 한국에서는 대단히 마이너한 작품이지만, 서양에서는 양덕후 필수요소로 꼽히는 물건입니다. SF 3대 프렌차이즈로 꼽히고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음악 플레이어가 대표적인 스타트렉의 영향으로 개발된 물건)

 

그런데 그런 작품 치고, 스타트렉의 게임화는 스타워즈에 비해 많이 미진했습니다. 이건 프렌차이즈의 특성 문제로, 순수한 전쟁과 영웅의 이야기인 스타워즈에 비해, 스타트렉은 스토리의 깊이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적을 때려부시는 걸로 스타워즈는 넣을 것도 많고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스타트렉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보드게임쪽으로 가면 더 심각한 문제로 스토리텔링이 힘든 보드게임에는 더 큰 약점이었던 거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갑자기 스타트렉 보드게임이 여럿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보드게임 자체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시스템이 나오고, 쌓인 노하우로 스타트렉의 장점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게임들 중에 전 함대선장들과 미개척지 이 두 게임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중성으로 따지면 어택윙쪽이 더 쉬운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스타트렉이라는 작품을 살리는 데는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분명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스타트렉답지는 않다는 거죠.

 

미개척지의 번역을 끝낸 김에, 이 두 작품의 간단한 비교성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20160831-01.jpg
  

 

컴포넌트

함대선장들의 승리입니다.

 

사실 함대선장들도 컴포넌트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지역 타일이 카드 수준으로 얇아요. 타일의 숫자 자체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아쉽긴 합니다. 능력 업그레이드 토큰의 난잡함도 답답하고요. 하지만 단 하나만으로도 모든 논쟁이 끝납니다.

 

20160831-02.jpg
 

함선 컴포넌트. 함대선장들은 채색이 안됐다는 문제는 있지만 괜찮은 크기에 갯수도 24개나 됩니다. 확장들도 확장마다 12개씩이죠. 반면에 미개척지는 보그 큐브 4개는 그래도 봐줄만 하지만, 플레이어 함선 4개는 역시 채색 안된 건 둘째치고 (개인적으로는 채색 안된 단색이 은색이라는 것도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요) 크기가 너무 작아요.

 

20160831-03.jpg

<왼쪽부터 미개척지, 함대선장들, 어택윙 피규어>

 

특히 신형 10원짜리만도 못한 크기의 디파이언트는 참... 그래서 미개척지는 어택윙 피규어로 대신 사용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기본 진행 방향

 
20160831-06.jpg
 

<위는 함대선장들(출처:긱스), 아래는 미개척지>

 

이 두 작품을 진행 도중에 찍은 한 장만 대충 본다면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주선들이 우주 공간을 탐험하는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실제 전체적인 목표는 많이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는데, 두 게임의 제목을 반대로 명명하는 쪽이 더 어울린다는 겁니다.

 

20160831-09.jpg

<왼쪽은 함선 한척을 운용하는 미개척지, 오른쪽은 함대를 운용하는 함대선장들>

 

프론티어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함선의 선장이 되서 자신의 함선으로 탐험하며 문제들을 해결하는 작품입니다. 그 목표라는 것은 탐험하면서 나오는 지역들에서의 선장과 함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반면에 함대 선장들은 함대 사령관으로서의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플레이어가 여러 함선을 제어합니다. 물론 개개 함선의 행동도 제어하지만, 결국 함선 하나는 플레이어가 제어하는 함선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수행해야 하는 일에 지역에서 부딛치는 상황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플레이어마다 걸려있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점수를 얻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여러 함선의 협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20160831-04.jpg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게 함대선장의 기본 게임 방향입니다.>

 

둘의 비교는 승무원 배정에서 극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미개척지는 함선이 가진 외교능력을 투자해서 고용합니다. 고용 자체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함선의 선장으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에 함대선장은 핸드에 들어오면 그냥 함선에 깔아 배정하면 됩니다. 플레이어가 인사권을 가지고 어디에 배정할 지 결정만 하면 된다고 보면 되지요.

 

그래서 플레이어간의 경쟁도 이런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함대선장들은 기지를 기반으로 한 세력으로 함선들이 얻는 승점을 얻으려고 하기에 지역 탐험을 먼저 하려고 한다던가, 상대 함선을 공격해 파괴해서 점수를 얻는다던가 하는 세력간의 경쟁 양상이 나옵니다. 반면에 미개척지는 자신의 함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1:1이 여러 개 중첩된 양상을 보여요. 상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상대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 목표인 것입니다.

 

 

테마 친화도

스타트렉이라는 작품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살렸는가를 본다면, 원작의 분위기는 미개척지쪽에 더 가까움에도 게임으로는 함대 선장들이 확연히 더 좋습니다.

 

미개척지는 메이지나이트의 시스템에 스타트렉의 테마를 입힌 버전입니다. 물론 여기에 승무원 시스템과 원정임무라는 스타트렉의 테마성을 살리는 부분을 넣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롤플레잉 테마, 즉 문제를 만나 그걸 해결하면서 경험을 쌓아 강해지는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함대선장들은 뿌리부터 스타트렉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시스템으로, 스타트렉다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만든 게임입니다.

 

두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첫째는 탐험입니다. 미개척지의 탐험은 지역이 열리고 정해진 몇가지 종류 중에서 선택되어 조우 카운터가 등장합니다. 게임으로서는 대단히 심플하고 깔끔하며 일관적인 시스템이지만, 여기에는 어떤 스토리성도 없습니다. 공격해서 해결해야 한다면 공격능력을 만들어서 공격하고,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면 외교능력을 만들어서 소모해 처리합니다. 함대선장들은 이것과 완전히 달라서 조우 상황과 그 처리 방법이 나온 카드 셋트가 있습니다. 수십장의 카드가 있어서 그 어떤 상황에 부딛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정말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스토리성이 있습니다. 이건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20160831-05.jpg
 

<왼쪽은 미개척지의 미지 카드. 오른쪽은 함대선장들의 조우 카드. 스타트렉의 중요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두번째는 다른 종족에 대한 대우입니다. 미개척지에 다른 종족은 그냥 적입니다. 로뮬란은 그냥 격파 대상, 행성도 그냥 때려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함대선장들은 중요 종족은 확장을 통한 종족 추가가 되고, 거주지역에는 기지를 세워 아군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조우시스템도 다른 종족을 만나면 이벤트 처리로 진행합니다. 스타트렉의 정신에는 이쪽이 더 부합합니다.

 

 

게임성

 

게임성쪽에서는 미개척지쪽에 한표입니다.

 

미개척지는 메이지나이트의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는데, 이건 분명히 검증된 정말 좋은 시스템입니다. 개인적으로 메이지나이트의 규칙에서의 장점을 꼽는건 명확하고 일관됨입니다. 분명히 어렵고 규칙의 양이 많긴 한데, 규칙 자체는 매우 명확합니다. 예외사항도 당연한 예외라고 할만한 정도에요. 전체적인 규칙의 방향도 매우 일관되어 있고요. 그리고 그런 시스템하에서 플레이어는 열심히 전략을 짜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관된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재미는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미개척지는 이 시스템의 리테마에 성공했어요. 원정임무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그냥 리테마만 했다면 고용하는 걸로 호위함을 구입해 같이 싸운다고 해도 됐을텐데, 승무원이라는 시스템으로 이원화해서 전투와 원정을 따로 한 건 시스템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메이지나이트와 차별화를 가져왔습니다.

 

반면에 함대선장들은 그 스타트렉의 테마성에 맞춰진 게임 시스템이 동시에 약점입니다. 테마 친화도에서 열심히 칭찬한 조우 시스템만 봐도, 전혀 예측이 안된다는 부분은 테마성을 높이긴 해도 운의 요소를 대단히 많이 강화시키니까요. 즐겁게 즐기는 거라면 좋겠지만 이건 스타트렉의 팬의 경우에 가능하고, 그냥 게임을 하려 한다면 운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함선이 할 수 있는 일도 미개척지 정도의 일관성은 없어요. 우주기지 만드는 것 따로, 전투 따로, 과학탐사 따로... 그렇다고 난잡한 건 아니지만, 비교 대상인 미개척지는 메이지나이트라는 희대의 작품을 뒤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없어보이는 거죠.

 

 

게임 난이도

 

사실 둘 다 쉬운 게임은 못됩니다. 규칙의 양이 적지는 않지요. 하지만 함대선장이 상대적으로 확연히 쉽습니다.

 

미개척지의 난이도는 메이지나이트 시스템을 사용한 원죄이기도 하지요. 종종 미개척지가 메이지나이트를 쉽게 만든 게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시스템의 일부분을 제외했을 뿐이지 규칙 난이도를 쉽게 만든 건 없습니다. 빠진 만큼 추가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절대로 더 쉽지 않습니다. 긱스 평가는 오히려 이쪽의 난이도가 높다고 되있으니 말이죠.

 

함대선장의 난이도는 규칙의 양이 많긴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아니에요. 절대적인 수준에서 가볍게는 아니지만 미개척지보다는 가벼운 마음에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규칙의 양이 좀 많을 뿐이지, 개개의 규칙은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20160831-07.jpg
 

<왼쪽이 미개척지의 전투 진행 간단 예시, 오른쪽이 함대선장의 전투 진행 간단 예시>

 

 

확장

 

일단 현재로서는 함대선장의 장점이지요. 확장이 두개 나왔고 각각 스타트렉의 팬이라면 좋아할 확장이니까요. (로뮬란 확장, 도미니언 확장) 하지만 미개척지는 나중에 나올 수 있으니까요. 특히 엄청나게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스타트렉은 확장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입니다. 그냥 작품에 있던 거 추가하면 되니까요. 보이저의 경우 한 시리즈의 주역이었음에도 안나왔으니 확장이 나오면 이건 100% 나올테고, 그 외에 추가할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요.

 

 

결론

 

전 이 둘 중에 어떤 게임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랬으면 그냥 그 게임 리뷰만 썼을 겁니다. 각각의 강점이 확연히 다르니까요. 분명한 건 둘 다 정말 좋은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우주선으로 우주를 탐험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매력만큼은 둘 다 훌륭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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