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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리뷰] 디셉션 : 홍콩에서의 살인 사건
  • 2016-03-07 23:48:10

  • 0

  • 3,091

Lv.1 리히터




처음 이 게임을 해보면, 게임 마스터가 "모두들 눈을 감고, 살인자는 눈을 뜹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에 다들 마피아 게임 형식이구나 생각하지만,
다 돌려보면 이 게임은 기존의 마피아 게임에서 보던 그런 서로 간의 논리 설파/반박에 의한 추리가 아닌,
팀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미스테리움이나 딕싯같은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 게임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게임 마스터이자 법의학자 역할을 맡는 플레이어는, 살인자가 살해에 사용한 도구 그리고 그 중요 단서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만요.
이를 몇번의 정해진 라운드 동안 마치 국과수에서 현장 조사 결과나 부검 결과를 발표하듯이 일반 수사관에게 알려줍니다.

이 과정은 실제 자세한 브리핑을 하듯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무작위로 뽑히는 일련의 발표 형식에 의해서만 제공 가능하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범행 장소와 사인은 언제나 제공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조사 결과 제공은 무작위.



<희생자가 노인이라는 수사 결과를 들은 당신은 어떤 카드들이 용의선 상에 들어오십니까?>

예를 들어 살해자가 망치를 써서 살해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법의학자라면, 사인을 보통 과다출혈 정도로 정해주겠네요.
그리고 범행 장소부터 어디로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데. 여기서 법의학자 자신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래. 과다출혈로 사망. 학교에서 시설을 수리하던 한 기술자가 과거부터 자신을 깔보듯 대하던 교감 선생이 오늘 또 와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자 옆에 있던 망치로..."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만의 데스 노트를 만들어내게 되죠. 범행 장소를 학교로 정하구요.

"3/5 토요일, 오후 2시 학교 지하 보일러실에 교감 선생이 머리에 망치를 맞고 과다출혈로 사망"

게임을 하다 보면, 무작위로 뽑히는 힌트 타일의 내용은 뜬금없기 짝이 없습니다.

"범인의 성격은 어떠했나? 사교적, 내성적, 화을 못참음"
"피해자의 키는?..."

이런 힌트로 살해 도구가 망치라는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실제로 나중에 게임을 해보시면 게임에서 정답 선택을 위해 제공되는 힌트 포맷이 얼마나 정답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안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법의학자는 최대한 스토리로 엮어내서 그조차 힌트로 알아들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미스테리움의 유령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영매들에게 느끼는 그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미스테리움은 그나마 카드가 많기라도 하죠. 이건 제공 가능한 힌트 포맷이 무작위라 운빨ㅈㅁ 소리 나오기 딱 좋아요.




또 이 게임에서는 보통 다른 마피아 류의 악의 세력을 해당하는, 살인자의 역할은 크지 않은데요.
다들 눈 감고 있을 때, 법의학자에게 카드 2장 선택해서 알려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법의학자 힌트를 수사관들이 막 알아들을 때, 그걸 몰래몰래 흐뜨리는 것이 역할이긴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애초에 클리어 자체가 쉬운 게임이 아니거든요.
(첫 플레이할 때 서로 에이 답답이들아 이러면서 법의학자를 해보겠다며 5판인가 연속으로 도전하고 다 실패...)

그런 이유로 이 게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진짜 재미는 오히려 게임이 끝난 이후부터 생겨납니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주어진 힌트를 가지고 법의학자가 생각한 스토리와 수사관들이 만들어낸 스토리를 서로 얘기하면서 왁자지껄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의 재미가 훨씬 큽니다. 이른바 가칭 "망상의 충돌" 페이즈인데, 서로간의 망상이 맞을 확률이 엄청나게 낮기 때문에 난이도는 높지만 그만큼 성공시 망상들이 핵융합을 해서 성공의 쾌감 수치가 엄청나게 높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니 왜 망치가 도구인데 질식사야?(...)"
"망치 손잡이를 입에 넣었어"
"...고심 끝에 국과수를 해체하겠습니다..."

그에 더해 이런 류의 게임이 보통 가지고 있는 단점인 "그림을 다 알면 뻔해진다."는
많은 종류의 게임 카드와 결국 무작위로 나오는 힌트 포맷으로 적절히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리플레이성도 꽤나 좋은 편이구요.

* 글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이 게임의 장/단점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팀원의 공감을 요구하는 기타 다른 게임이 주는 재미 그대로에, 테마에서 오는 엄숙 근엄 진지한 분위기, 실제 국과수의 조사 결과 브리핑을 기다리는 수사관 같은 느낌적인 느낌.
+ 플레이어 간의 이야기와 이야기가 합쳐지고 충돌하면서 나오는 깨알 재미.
그림 한 두개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미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밤새면서 할 수 있을 듯.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 모임이라던가ㅋㅋㅋ)
+ 게임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음.

- 살인자가 하는 일이 별로 없음. (정정합니다.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점점 많아지네요.ㅎㅎ)
- "이의 있소"라고 외치며 상대의 모순을 파헤치고 단서를 찾아내는 그런 칼같은 수사관/살인자의 승리 체크 요소 없음.
본격 추리를 기대하면 실망하게 됨.
- 게임이 길지 않아, 어려움 -_-

너무 두서없이 막 적은 감이 없진 않지만, 충격과 공포의 신선한 게임이다 수준은 아니어도 시작의 느낌과 플레이 후의 감상이 꽤나 다른 게임이어서 괜히 글 한번 적어봤어요. 많이 즐겨보시고 재미난 이야기들 많이 만드시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 긱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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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16-04-12 17:11:54

    구매하고싶네요 ㅜㅜㅜ 어디안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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