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 > 콘텐츠
찰리의 보드게임 역사기행 – 만리장성 – 제 1편 개관
-
2022-03-22 22:14:55
-
1
-
962
-
-
스태프 [GM]찰리
안녕하십니까? <만리장성>을 작업한 찰리입니다. 이제 <만리장성>을 선주문한 고객님들은 지금 즈음이면 만족스러워하실 만한 게임을 받아 즐기고 있으시겠지요. 실물을 검수하며 저도 감탄할 수준이었으니까요. 게임성도 우려했던 것에 비해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리장성>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킥스타터 동시 작업이기에 개발과 번역이 같이 진행되었고 기본판과 확장을 동시에 했기에 분량도 많았지요. 하지만 고생한 만큼의 보람이 있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증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자치통감을 통달한 수준은 아니지만, 십팔사략은 읽어서 송나라의 역사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기에 고증에 자신이 있었고 이를 작업에 만족스럽게 반영했습니다. 이를 위해 제작사에 우리 텍스트에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각서 비슷한 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말에 여전히 자신 있습니다. 이 게임을 구매하신 소비자분들은 백이면 백 제가 바꾼 방향에 만족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작업자가 생색내기 위해 이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게임 <만리장성>에 얽힌 여러 고증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게임의 테마는 몽골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중국이 배경입니다. 이 시대는 남송 말기이지요. 네, 여기서부터 모든 고증은 꼬입니다. 화북 지방을 잃은 남송은 물론이고 북송 시대에도 송나라는 역사상 단 한 번도 만리장성이 있는 지역을 점유한 적이 없습니다!!!
(그림에 오타가 있습니다. 1936년이 아니라 936년입니다.)
송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이전 시대는 당나라가 멸망한 이후의 혼란기인 5대 10국 시대로 삼국지 시대를 통일한 서진이 멸망한 이후인 5호 16국 시대만큼은 아닐지라도 굉장한 혼란기였습니다. 이 시대 나라 중 하나인 후진의 고조 석경당(고조라는 묘호에서 보듯 이 사람이 초대 황제입니다)이 요나라(거란)의 군대를 빌리기 위해 연운 16주를 넘깁니다. 그림에서 보듯 저 연운 16주는 만리장성 이남의 땅으로 현대 중국의 수도인 북경도 저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송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후에도 연운 16주는 결국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마지막 한족 왕조인 명나라 대에 와서야 중국인들은 연운 16주를 되찾습니다. 석경당이 연운 16주를 할양한 것이 936년이고 명나라가 원나라를 쫓아내고 건국된 것이 1368년이니 무려 452년 동안 한족은 만리장성을 대 이민족 최전선으로 사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리장성을 한 번도 강역에 넣지 못한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제목이 <만리장성>인 이유는 역시 만리장성의 상징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목민에 맞서는 중국인을 상징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이겠죠. 서양에서 동양 콘텐츠를 다룰 때 느낄 수밖에 없는 오리엔탈리즘을 여기서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몽골과 송나라의 전쟁에서 치열했던 전장을 꼽자면 삼국지를 많이 해보신 분들에게는 유명한 양양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려 네 차례나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3차 공방전에는 당시 몽골의 칸이던 몽케 칸이 전사했기 때문입니다. 게임 <만리장성>에도 이것이 반영되기는 했습니다. 스트레치 골 협력게임 시나리오인 '조어성 전투'가 3차 공방전 당시 몽케 칸이 전사한 전장입니다.
몽케 칸은 칭기즈 칸의 4남 툴루이의 큰아들로 칭키즈 칸의 손자입니다. 당시 세계를 휩쓸던 몽골의 기세를 감안하면 당대 최고의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사람이 남송과의 전쟁 중 조어성 전투에서 전사한 것입니다(사천에서 얻은 병으로 인한 병사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세계를 휩쓴 몽골 군이지만, 쓰러져가는 나라였다고 해도 남송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는 얘기기도 하겠습니다. 남송 말기를 비롯해 송나라의 역사를 보면 망하려고 안달이 난 나라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보이지만, 그 와중에 의로운 선비들이 일어나 망할 것 같은 나라를 기어이 살려내는 모습이 여러 번 보입니다. 중국 역사상 문치의 극에 달했다는 평을 받는 나라인 만큼 그 역량이 결코 무시받을 수준은 아니었나 봅니다.
몽케 칸이 사망한 후 칸에 오른 인물은 몽케 칸의 넷째 동생이자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입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쓸 당시의 원나라 황제도 쿠빌라이 칸이지요. 따라서 보드게임 <마르코 폴로 2>의 부제인 "위대한 칸의 이름으로"에서 칸은 쿠빌라이 칸인 것입니다. 동생이 원나라를 세웠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남송은 1259년 조어성 전투 이후 17년만인 1276년에 남송의 수도인 임안(현대의 항저우)가 함락되었고 마지막 어린 황제를 모신 잔당도 2년 뒤인 1278년에 모두 진압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남송과 몽골의 전쟁은 1234년부터였으니 멸망까지 44년이 걸린 것인데, 당시 몽골에 이토록 오래 저항한 나라는 남송 외에는 없다는 점이 남송이 얼마나 대단한 국가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화는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각 장수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보드게임
- 관련 보드게임이 없습니다.
베스트게시물
-
[자유]
엄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일어나는 일
-
Lv.10
뽀뽀뚜뚜
-
7
-
558
-
2024-11-18
-
Lv.10
-
[자유]
기업 이미지가 중립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Lv.7
플리페
-
8
-
447
-
2024-11-14
-
Lv.7
-
[자유]
왜 충성 보드게이머를 폐륜아으로 몰고 가신 거죠?
-
Lv.11
vallentine
-
8
-
383
-
2024-11-14
-
Lv.11
-
[자유]
뒤늦게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코보게에게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
Lv.3
두이니
-
9
-
351
-
2024-11-16
-
Lv.3
-
[자유]
묻고 싶습니다. 특정 단어가 게임 디자이너의 의견인가요?
-
Lv.18
닥터M
-
19
-
606
-
2024-11-13
-
Lv.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