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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라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 2024-07-11 14:10:16

  • 4

  • 377

관리자 신나요

최근에 한 게임 가운데 가장 머릿속에서 오래 곱씹은 게임이 <라타>입니다. 그 까닭이 여느 유로게임처럼 “이렇게 했으면 더 좋은 점수가 났을 텐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잘 정제된 게임을 하고 나면 오래 이어지는 여운에 가깝습니다. 

게임 방식에 관한 설명 등은 다른 글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니 저는 약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라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이해하고 플레이해야 할까요? 메커니즘이 복잡 다단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전략 선택의 가짓수가 많은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게임은 아니죠. <스플렌더> 같은 걸작도 전략적 분기로 완성도를 보장하는 게임은 아니니까요.

<라타>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는 경매 게임입니다. 모름지기 경매란 메커니즘은 높은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위해 나의 몫을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의 저울재기이죠. 보통은 자산 확충을 위해 필요한 돈이 소비됩니다(그쪽이 경매다운 느낌도 강하죠). 그런데 <라타>에서는 행동력을 겁니다. 이 간단한 변주는 이 게임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뒤틀어 놓습니다.

자, 직접적인 설명을 이어가기 전에 게임의 단계를 먼저 짚어보죠. 이 게임은 6라운드 게임이고, 매 라운드는 4단계로 나누어집니다. 

A. 순서 결정 ▶ 경매로 선을 결정합니다.
B. 공장 개편 ▶ 마련된 설비 세트(1장 또는 2장 구성)를 선부터 골라 가져간 뒤, 자기 공장에 0~2원을 내고 놓습니다.
C. 생산 및 판매 ▶ 행동력 1당 설비(카드) 하나를 돌리고, 행동력 1~3을 써서 시장(카드)에 상품을 판매하며 돈을 법니다.
D. 점수 카드 구매 ▶ 돈을 써서 점수 카드를 1장 구매합니다.

 
[경매금으로 4 행동력을 걸었습니다. 이제 C 단계가 되면 행동력 5를 쓸 수 있습니다. 모자랄까요? 아니면 남을까요?]


이 게임의 주요 자원인 행동력은 C단계에서 사용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D 단계에 점수 카드를 삽니다. 경매는 순서대로 경매액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9 행동력 중 일부를 비공개로 건 다음 공개해서 가장 많은 행동력을 건 사람부터가 선이 되는 방식입니다. 대개는 5나 6행동력을 건(자기 차례에 3~4 행동만 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서 실상 이 게임에서 선이 된다는 뜻은 C 단계의 생산과 판매를 최소화한다는 뜻이 됩니다. 3행동만 남겼다는 건, 설비 두 개 돌리고 행동력 1짜리 시장 한 곳에만 상품을 판다는 뜻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점수 요소는 C단계의 상품이 다 찬 시장 카드, 그리고 D 단계의 점수 카드가 있습니다. 시장 카드에는 상품을 2개에서 5개까지 지정된 구성으로 판매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그 구성에 맞춰 다 팔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시장 카드의 마지막 판매칸을 채운 사람은 그 시장 카드를 얻습니다. 이 카드는 장당 1점, 카드에 그려진 같은 국기 1쌍당 추가 1점을 줍니다.

 
 
[갈색 카드당 1점, 깃발 2개당 2점, 게임이 끝날 때 남긴 행동력이 4 이상이면 8점, 내 설비에서 보이게 놓인 토마토 1개당 4점, 내 모든 설비의 정어리 하나당 1점 등등등. 35장의 점수 카드가 하나하나 다 다른 득점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D 단계에는 점수 카드를 돈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데, 그 장수는 라운드당 단 1장입니다. 6라운드 동안 매 라운드마다 점수 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점수 카드는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요, 선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카드가 있고, 후주자에게 유리한 카드가 있습니다. 선이 가장 압도적으로 유리한 시점은 B. 공장 개편 단계이거든요. 자신이 확보한 설비당 2/4점을 주는 카드는 공장 개편 단계에 설비를 잘 가져올 수 있는 선이 점수를 내기에 적합합니다. 한편, 마지막 라운드에 행동력을 4 남기면 8점을 주는 카드라든지, 판매 이력과 관련해 점수를 주는 카드는 행동을 많이 남긴 후주자에게 유리합니다.

종합해 보죠.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선을 노리는 플레이를 한다면 설비를 최대한 풍성하게 확보하고, 특정 설비 개당 점수를 주는 점수 카드를 살 수 있게끔만(+ 공장에 설비를 계속 놓게끔만) C 단계에서 벌어들이면 됩니다. 그에 따라 행동력을 몇 남길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겠죠. 이러나 저러나 경매에서 이기지 못할 거 같다면, 아예 행동을 여유롭게 남겨서 C 단계에 많이 팔고 깃발을 많이 모은 뒤 깃발 관련 점수 카드를 달리는 방향을 잡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게임이 단순해 보이겠지만, 여기에서 판을 뒤트는 것이 바로 운 요소입니다. 시장 카드도, 설비 카드도, 점수 카드도, 모두 매 라운드가 시작될 때 인원수+1개 선택지가 되도록 새로 펼칩니다. 배율 점수 카드가 안 나올 수도 있고, 내가 가진 점수 카드와는 전혀 달리 가는 설비만 깔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그 라운드의 게임 상황을 전망해 보고 선을 노릴지 말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시장에 상품을 판매해 돈을 법니다. 어느 시장에 물건을 팔려면 좌측 하단에 적힌 대로 행동력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품을 팔 때마다 우측 하단에 나오는 단가로 돈을 법니다. 그 시장에서 요구하는 마지막 자원을 채운 사람이 시장 카드를 획득합니다. 올리브 통조림이나 토마토 통조림을 만들 설비를 갖추지 못하면 C 단계에 점수를 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후주자가 매번 C단계를 주도할 수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게임 초반에는 모두에게 설비가 덜 갖춰져서 생산량이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원을 5개씩 요구하는 시장 카드의 경우 차례를 먼저 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채워 놓은 시장 카드에 후주자가 막타 치기를 해서 시장 카드(즉 점수)를 확보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라운드가 뒤로 가면 갈수록 다들 설비가 좋아지면서, 먼저 한 사람이 시장 카드들을 가져가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면 후주자는 한두 장 남아 있는 좁은 선택지에 놓일 수밖에 없죠.

 
[이 정도 설비가 갖춰지면 생산량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B단계에 설비 카드 2장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 중 하나의 설비는 반드시 덮여야 하고, 다른 설비를 지키려면 돈 2원을 들여서 맨 오른쪽 칸에 설비를 놓아야 합니다. 경매에서 이겨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게 기본적으로는 좋겠지만, 초반부터 후주자였던 플레이어라면 행동을 아껴 경매에서 지고도 설비 선택에서 이득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B단계도 비틀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설비 카드는 2장 세트와 1장 세트가 섞여 있습니다. 이 단계에는 선부터 돌아가며 설비 카드를 가져와야 하고, 가져온 설비는 (이미 놓인 설비를 덮어 가며) 현재 공장에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초반 라운드에 선을 잡으면 2장 세트를 통해 내 공장에 설비를 빠르게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게 됩니다. 3라운드쯤 가면 5개 공장 칸이 거의 다 차는데, 이때 생산 라인이 안정화되고 나면 새 설비 카드를 가져와 덮는 일에 거부감이 생깁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생산 효율은 기존보다 떨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선이 2장 세트를 가져오지 않는 기현상도 나올 수 있죠. 하지만 배율 점수 카드를 초반에 확보했다면 생산 라인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2장 세트를 갖고 싶을 겁니다. C 단계의 생산이 선에게는 기본적으로 아주 유의미하지 않으니까요.

이렇듯 <라타>는 단계와 단계가 흥미진진하게 맞물리며 돌아갑니다. 그러니 플레이어에게는 시작하자 마자 전략을 쌓는 것보다는 매 순간 순간의 상황 파악이 중요해집니다. 선으로 쭉 달리는 것이 이득일지, 그를 위한 자본은 충분히 갖춰졌는지, 모자라는 자본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행동력은 얼마인지를 라운드마다 저울질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큰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는 게, 초반에 얻은 배율 점수 카드가 자신의 플레이 방향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게 됩니다. 때로는 점수 카드 1장 정도 버린다고 생각하고 과감한 선회를 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건 적지 않은 손실이 됩니다.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요소들이 아직 많지만,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서는 매 순간 선택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냅니다. 그 수위가 “저 카드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정도가 아니라 “그때 경매에서 행동력 1을 더 걸었어야 했는데”와 같은 수준이 때문에, 플레이어의 밸런싱 감각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이렇게 플레이어의 행위에 따라 전체 상황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게임을 뛰어난 게임이라 꼽습니다. 간접적인 상호작용이 끝없이 발생하고, 매 순간 애드립에 가까운 판단력이 발동해야 하는 게임이죠. 

 
[1인 게임을 즐기게 되면 서로 조건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개인판 뒷면 하나를 골라 사용합니다. 무려 4개 모드가 제공되는 셈이죠.]

2명부터 4명까지 즐길 수 있고, 1인 게임 규칙도 있습니다. 독특한 점이, 1인 게임 규칙은 개인판 뒷면마다 서로 다른 규칙으로 세팅되어 있는 공장을 사용해서 도전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경매를 하는 A 단계가 없기 때문에 원래 게임과 또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죠. 좋은 게임을 작은 크기의 상자 안에 참으로 알차게도 눌러 담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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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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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1 16:13:56

    아 라타 하고 싶다.
    • 관리자 신나요
    • 2024-07-12 08:02:06

    크 은근히 곱씹게 되는 맛이 있어요잉? ㅎㅎ 너무 머리 아프지도 않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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