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클러스입니다.

사실 알마마터를 처음 구매하게 된 동기는 작년, 코리아 보드게임즈의 우(리) 창(고를) 살(려주세요)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코임브라 구매를 엿보던 시기였습니다만 저렴한 가격으로 우창살 행사를 하기에 같은 퍼블리셔의 같은 작가들 게임이라서 호기심 반으로 덜컥 구매를 해버렸죠. 당시에 2인 플레이를 해보고 기대보다 게임이 괜찮아서 오거나이저까지 구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3인 플레이를 해봐야겠다고 계획만 세워두고는 아직까지 플레이를 못해봤네요. 코로나 시대잖아요.

이 게임은 양면 보드판을 사용합니다. 한 면은 2-3인 용이고, 다른 한 면은 4인용 보드입니다. 기본적으로 일꾼 놓기 게임인만큼 선점 요소가 있는데요, 2-3인용 면에는 일꾼을 놓는 공간이 적습니다. 교수 채용 공간의 상단 두 칸과 하단 두 칸이 하나로 묶여있고, 유물실과 연구실도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이 공간들을 선점하면 일타쌍피가 되는 거죠. 2인 플레이 시에 가상의 플레이어인 이그노투스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일꾼이라 볼 수 있는 교원(일꾼)을 3개(일반 플레이어는 4개로 시작)만 사용하는 점과 연구 트랙을 무지성으로 올린다는 점(오해였습니다)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2인 플레이도 괜찮지만 3인이 플레이하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다다 이벤트도 있고, 이젠 2인플이라도 다시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나이스! 아내가 재택이군요.

(이하 내용은 2인플"만" 5회 플레이한 감상입니다.) 

우선 이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서 연구트랙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마마터의 핵심인 연구 트랙.)

게임 내의 자원은 서적과 돈 두가지 뿐입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돈은 주로 서적을 구입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요한 자원은 서적 하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사전이라는 독립적인 서적 한가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각 플레이어들의 전공 서적들은 연구트랙의 진척도에 따라 저서의 권위가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저서의 권위가 각기 다른 서적 종류가 플레이어 수만큼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캠퍼스의 학생을 가져올 때 서적을 지불해야 하는데, 저서의 권위가 높은 서적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서적의 권위는 연구트랙의 진척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플레이어 개인판. 책장과 서적, 그리고 학생 타일을 데려와 진열할 수 있다.)

듀얼레이어로 만들어진 개인판. 상단에는 밀어내기가 가능한 책장이 있고, 책장 안에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 전공서적을 살 때는 책장 위에 쓰여있는 금액을 지불하고 사야합니다. 하단은 학생들을 가져와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 학생 한 명을 가지고 시작하고, 이 학생은 하단부의 좌측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학생의 능력은 내 전공서적을 한개당 1원에 사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전공 서적은 싸게 살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비싸게 팔아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트랙을 전진시켜야 하는 거죠. 

(교수 카드를 처음 가져오는 플레이어가 비용으로 지불할 서적의 종류를 설정할 수 있다.)

권위가 높은 책은 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권위가 높은 서적의 주인이 서적을 만들지 않는다면? 학생들을 데려오기 힘들어지겠죠. 이 때 교수진을 데려오면서 재밌는 상황이 생깁니다. 교수를 데려올 때에 더 많은 서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수에게 지불할 서적의 종류는 현재 서적의 권위와 상관 없이 해당 교수를 처음 데려오는 플레이어가 정합니다. 적당히 서적이 모였다고 생각되면 많은 플레이어들이 필요로 할 교수를 선점해서 자신의 서적을 비용으로 설정해 두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캠퍼스의 각 학부별 학생들.)

연구트랙과 서적의 관계를 이해했다면 사실 나머지 룰을 매우 간단한 게임입니다. 실제로 매뉴얼의 분량은 4장이 안 됩니다. 나머지는 학생 타일과 교수 카드, 그리고 총장 카드의 아이콘 설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꾼인 교원을 보내서 하는 일들도 심플합니다. 학생 타일 가져오기, 교수 카드 가져오기, 연구 트랙 전진시키기, 종류별 서적 구입하기. 여기에 더해 교수 카드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개인 보드에 올린 학생 타일의 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2인 플레이 시 사용되는 오토마, 이그노투스)

앞선 내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원으로 사용되는 서적때문에 상호작용이 매우 활발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3-4인 플레이의 감각을 2인플레이가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죠. 이 게임은 2인 플레이에 이그노투스라는 오토마가 사용됩니다. 3인 플레이와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녀석이죠. 일단 이그노투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종종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는 오토마들이 있죠. 작동 방식을 다 익혔는데도 간혹 어떤 선택이 맞는지 애매한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이그노투스는 아주 심플합니다. 연구트랙을 1-3칸 전진 시키고, 본인의 전공 서적을 2-4권 얻고, 2-3명의 교원을 사용합니다. 이그노투스의 순서는 10초면 끝나기 때문에 게임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3번 플레이어의 역할을 과연 잘 해내느냐? 저는 잘 해낸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이 게임을 하면서 어떤 게임과 비교하면 좋을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저는 "듄:임페리움"이 생각 나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일꾼 놓기인 점이 같고, 2인 플레이에 오토마를 사용하는 점도 같습니다. 그리고 듄의 전투 부분이 막상 게임을 해보면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아실겁니다. 전반부엔 승점 1점, 후반부엔 승점 2점.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병력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체크하면서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병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도 방지해야 하고, 적은 병력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보기 위해 눈치를 잘 봐야하죠. 알마마터에서 연구트랙의 존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전 듄 2인플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습니다. 전투부분에서 오토마가 지나치게 많은 병력을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 균형감각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3-4인플은 정말 재밌었지만 2인플은 크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마마터의 이그노투스는 연구 트랙의 진행이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교원을 연구실로 보내서 연구 트랙을 전진시킬 때 두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한칸을 전진시키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3칸을 전진시키거나. 이그노투스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평균 2칸을 전진합니다. 플레이어들이 뒤를 바짝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고 원한다면 앞서나갈 수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좋습니다. 제가 서두에 연구트랙을 무지성으로 올린다고 얘기했습니다만 제가 게임에 미숙해서 오해했던 것 같습니다. 전공서적도 마찬가지로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고 적당했습니다. 플레이의 순서를 말씀드리자면, 이그노투스가 먼저 자신의 차례를 완전히 마친 후에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며 순서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그노투스의 교원들 2-3인이 자리를 먼저 선점합니다. 2-3인용 보드에서 장소가 부족해지는 것을 감안하여 일꾼을 보내는 곳도 영리하게 설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왠만한 유로게임 2인플 중에서 상당히 재밌는 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인플은 듄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정말 3인플이 해보고 싶어지긴 했는데요, 이 정도면 유로게임 중 2인플은 순위권이 아닌가 싶네요. 제가 2인플로 많이 하는 유로게임들이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브라스, 리스보아,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들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기에 지나치게 특출나다는 느낌이구요, 그런 몇몇 게임들을 제외하면 알마마터의 2인플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유로게임들이 2인일 때 많이 약해진다는 사실은 아마 많이 공감하실겁니다. 전 알마마터 2인플 종종 돌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