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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기획 라벤스부르거 - 퍼블리셔 이야기
  • 2022-11-08 08: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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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언테임드


 



시작점

상자 정면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파란색 삼각형과 함께 표시된 '라벤스부르거'라는 로고는, 보드게임계에서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이 로고의 주인공 라벤스부르거는 전 세계 50여 국가에 보드게임을 수출하고 있는 세계 굴지의 보드게임 기업으로, '라벤스부르크의', '라벤스부르크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에서 나타나듯 라벤스부르거는 독일 남부의 인구 5만 명 남짓한 도시 라벤스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라벤스부르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른체 서적상이란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이 서점은 서적상이자 언론인이며 출판인이었던 카를 마이어가 1845년부터 운영했고, 1867년에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 율리 마이어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876년에 그들의 장남인 오토 로버트 마이어가 베를린, 간츠, 취리히에서 서적상으로서의 견습 과정을 마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도른체 서적상을 이어받았다. 오토 로버트 마이어는 서적상으로서 라벤스부르크의 다른 서점들과의 거래를 유지하던 중 출판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곧 장인들을 위한 실용 서적과 어린 학생을 위한 교과서, 찬송가 악보 등 다양한 서적을 출판했으며, 보드게임의 출판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라벤스부르거는 독일 남부에 있는 크지 않은 도시 라벤스부르크에서 시작됐다.

1884년, 도른체 서적상은 그들의 첫 번째 가족용 보드게임인 <세계 일주(Reise um die Erde)>를 출판하였다. 이 게임은 1873년에 출판된 쥘 베른의 인기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으로, 플레이어들이 소설 속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의 행적을 따라 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세계 일주>는 30년 동안 회사의 카탈로그에 남았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성공을 거뒀다. 충실한 테마 재현 외에도 화려한 색상과 그림, 자세하게 묘사된 주석 게임말, 내구성이 높은 게임판 등 제조 품질이 높았던 것 또한 게임의 평판을 높여주었다.
도른체 서적상의 첫 번째 가족용 보드게임 세계 일주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영감을 받아 만든 보드게임이다. 
 

오토 마이어 출판서적상

1891년, 오토 로버트 마이어는 출판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서점을 매각하고 이듬해인 1892년에 회사 이름을 오토 마이어 출판서적상으로 바꿨다. 이후로는 청년을 위한 단편 소설과 보드게임 출판에 힘을 기울였으며, 오토 로버트, C. 호프만이란 가명으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1880년부터 1915년 사이에 독일에서는 보드게임 퍼블리셔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오토 로버트 마이어는 1900년에 라벤스부르거 슈필레란 이름의 상표를 등록했고, 이 상표는 훗날 회사의 이름이 되었다. 그는 뒤이어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독일 전역에 자신의 제품이 판매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노련한 서적 판매원인 야코프 디틀러를 고용하여 판매망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야코프 디틀러는 그때까지만 해도 서점이라는 제한된 판매처만 가지고 있던 오토 마이어 출판서적상의 거래처를 완구점과 문구점으로 확장했다. 이 당시 오토 마이어 출판서적상의 카탈로그에는 다양한 서적과 보드게임이 함께 실렸는데, 1902년에 이르러서는 보드게임의 종수가 100종에 달했다. 독일에 어느 정도 판매망이 갖춰지자, 다음 단계로 오토 로버트 마이어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을 시도했다. 회사의 게임 중 일부에 9개의 다른 유럽 언어로 된 다국어 규칙서를 삽입하고 해당 국가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런 노력은 1914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좌절됐다.
 
현재는 라벤스부르거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오토 마이어 출판서적상의 본사 건물

전쟁이 끝난 1920년대, 독일 경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돈의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곧바로 현물을 사길 희망했고, 그 덕에 오히려 책과 보드게임을 판매하기는 훨씬 쉬웠다고 한다. 판매 자체는 쉬워졌지만 반대로 공급 업자들은 시간을 끌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출하를 지연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토 로버트 마이어는 회사 내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숙련된 인쇄공과 제본공을 고용하여 직접 생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1924년에는 설립자인 오토 로버트 마이어가 은퇴하고 아들 3형제가 새롭게 회사를 이어받았다. 장남 오토 마이어는 전반적인 회사 경영과 도서 출판 사업을 담당했고, 둘째 카를은 미술 공예를 담은 예술서와 전문 기술서를 맡았고, 막네 오이겐은 새로운 게임과 아동 서적 개발을 맡는 방법으로 2세 경영이 시작되었다.
 

회사를 이어받은 오토 마이어의 세 아들들. 장남 오토 마이어(왼쪽), 둘째 카를 마이어(가운데), 막내 오이겐 마이어(오른쪽)
 

2세의 시대

1939년에 발발한 제2차 세계 대전은 독일의 많은 곳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독일 남부 끝자락에 있는 소도시 라벤스부르크는 폭격의 피해가 크지 않았다. 대신 전쟁 후 다시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점령군인 프랑스 군사 정부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허가를 받는 데에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출판물은 프랑스 군사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약까지 있었다.
건설과 주택 잡지의 성공은 오토 마이어 출판사의 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

오토 마이어는 폐허가 된 국가에서 재건이야말로 향후 몇 년간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건축과 관련된 각종 전문 서적을 출판했고, 요제프 트레스와 함께 <건설과 주거>라는 잡지를 발행했다. 이 잡지의 성공은 오토 마이어 출판사가 전쟁전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948년에 이르러서는 직원 수가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프랑크푸르트의 도서전,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 등을 통해 새로운 책과 보드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오토 마이어가 죽은 후엔 동생 카를 마이어가 회사 대표를 맡았으며, 카를 마이어는 조카들과 함께 마이어 가족 3세 경영을 시작했다. 1950년대에 오토 마이어 출판사는 큰 변화를 겪는다. 건설업이 기계화됨에 따라 기존 건설 전문 서적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 미술과 공예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고, 교육용 도서 역시 형태가 급변하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오토 마이어 출판사의 매출을 크게 떨어트렸다. 그 대신 보드게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독일과 스위스 등의 대형 완구 소매점들 사이에서 라벤스부르거 슈필레 브랜드의 보드게임은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명성이 자리 잡은 것이었다. 도서 부분의 부진으로 인한 매출 하락 탓에 현금 흐름이 막히려던 순간에 보드게임 부문의 약진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본격적인 보드게임 업체로

라벤스부르거 슈필레의 보드게임은 연 이은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의 인기 스포츠 기자 출신 게르트 크래머 작가가 만든 축구 보드게임 <당신이 센터포워드다(Der Mittelstürmer bist du)>는 1957년에 발매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958년에는 아마추어 마술사를 위한 마술 키트, 1959년에는 하인리히 허터 작가의 <메모리>, 1960년에는 베르너 쇠프너 작가의 <말레피즈>에 이르기까지 매년 성공작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보드게임 부문의 매출이 도서 부문의 매출을 뛰어넘었고, <메모리>, <말레피즈> 등이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나라 보드게임 업체들의 설립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1957년에 발매된 당신이 센터포워드다, 1959년에 발매된 메모리, 1960년에 발매된 말레피즈에 이르기까지
연속해서 성공작을 만들며 보드게임 부문 매출이 도서 부문 매출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1964년부터는 한동안 퍼즐 부문이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다. 얇은 나무판으로 만든 직소 퍼즐과 합지된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직소 퍼즐 등은 별다른 설명서가 필요 없었고, 어디에나 수출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60년대에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해 활동 영역을 확대했고, 1970년대에 급격하게 회사가 성장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1977년 오토 마이어 출판사는 게임 출판 부문을 맡을 라벤스부르거 슈필페얼락(게임출판사)과 도서 출판 부문을 맡을 라벤스부르거 부흐페얼락 오토 마이어사로 분사하며, 라벤스부르거란 이름을 상표가 아닌 회사 이름으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1993년에 지주회사인 라벤스부르거 AG를 설립하고 여러 자회사 그룹을 하나로 묶기에 이른다.

 

1964년부터 언어 요소가 전혀 없는 직소 퍼즐이 라벤스부르거의 수출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라벤스부르거는 1960년대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독일 보드게임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유지했다. 이들의 압도적인 지위는 독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인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역대 수상작 목록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상이 처음 설립된 1979년부터 <토끼와 두더지>로 상을 받았고, 1982년 <자가란트>, 1983년 <스코틀랜드 야드>, 1986년 <하임리히 & Co.>, 1990년 <아델 페이플리히테트>, 1993년 <블러프>, 1999년 <티칼>, 2000년 <토레스>에 이르기까지 22년간 무려 8번이나 상을 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두 번째로 많은 상을 받은 한스 임 글뤽이 <드룬터 & 드뤼버>, <맨해튼>, <엘 그란데>로 3번 수상했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라벤스부르거의 압도적인 지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상작 중 확고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코틀랜드 야드>는 머지않아 40주년을 맞이하며, 그 긴 역사 동안 다른 많은 보드게임 작가에게 영감을 주어 <드라큘라의 분노>,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시티 체이스> 등 다양한 파생작을 만들어 냈다.
라벤스부르거는 1979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이 만들어진 이후 2000년까지 22년간 무려 8번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코스모스의 <카탄>이 이끌어낸 보드게임의 새로운 부흥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보드게임 업체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고 독일에도 많은 신생 업체들이 생겼다. 하지만, 라벤스부르거는 여전히 선도적인 업체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라벤스부르거의 본사의 모습. 물론 본사는 여전히 라벤스부르크에 있다.
 

알레아


독일 보드게임 시장에서 라벤스부르거는 압도적인 강자이긴 했지만, 독일의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라벤스부르거는 어린이 게임이나 잘 만들지 우리가 할 만한 게임은 잘 만들지 못한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 탓인지 라벤스부르거가 숙련자를 겨냥해 만든 게임들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라벤스부르거에서는 이에 절치부심하여 '알레아'라 불리는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기에 이른다. 알레아 브랜드는 1996년에 라벤스부르거가 인수한 FX 슈미트 출신의 슈테판 브뤽이 편집장을 맡아 어린이 게임과는 차별된 그림과 규격화된 상자, 게임마다 독자적인 수집 번호 부여, 숙련자를 대상으로 한 적당한 난이도의 게임 규칙 등, 기존 라벤스부르거와는 확연히 달라 보이는 제품군으로 만들어졌다.
 
알레아 브랜드를 만든 슈테판 브뤽 편집장

이 시리즈는 1999년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에서 공개한 라이너 크니치아 작가의 <태양신 라>와 카스텐 하트빅 작가의 <차이나타운>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아델 페이플리히테트>(1990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의 10주년을 기념해 알레아 제품군으로 다시 만든 기념판)와 <타지마할>, <피렌체의 제후>를 연달아 발표했다. 게임마다 독특한 개성을 빛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했기에 알레아는 순식간에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02년에 발매된 <푸에르토 리코>는 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드게임긱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1위 자리를 지킨 보드게임이라는 기록(5년 8개월)을 가지고 있으며, 알레아란 브랜드를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게임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숙련 보드게임 플레이어의 취향을 저격한 알레아 브랜드의 게임들.
특히 푸에르토 리코는 보드게임긱에서 최장 기간 1위를 지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마다 판권 만료로 인한 단종 등의 문제가 있어 제품마다 고유 수집 번호를 붙이는 것은 그만두었고, 크기가 다른 상자에 담긴 게임을 내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태양신 라>, <피렌체의 제후>, <와이어트 어프> 등 알레아 브랜드로 나왔던 게임들이 판권 만료 후에 다른 보드게임 회사들에서 나왔던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스베가스>, <푸에르토 리코> 등은 알레아 브랜드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으며 라벤스부르거의 숙련자용 제품군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게임들은 달라졌지만, 알레아 브랜드는 여전히 그 명성을 지키고 있다.
 

직소 퍼즐

직소 퍼즐은 라벤스부르거의 대표적인 제품군 중 하나다. 도서출판 경험으로 이미 숙련된 인쇄 기술을 가지고 있던 라벤스부르거는 1891년부터 합판과 직소를 이용한 직소 퍼즐을 만들기 시작했다. 130년에 걸친 시간 동안 라벤스부르거는 누적 10억 개 이상의 퍼즐을 판매했으며, 2019년에 이미 연간 판매량 2,000만 개를 넘어서며 세계 제1의 퍼즐 회사로서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130년이란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라벤스부르거는 직소 퍼즐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상 등급의 직소 퍼즐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직소 퍼즐 애호가들은 판의 품질이 좋을 것, 퍼즐 조각이 번들거리지 않을 것, 퍼즐 조각이 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을 것, 퍼즐 조각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상자가 튼튼할 것, 퍼즐 조각을 맞췄을 때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헐겁지 않을 것, 퍼즐을 완성했을 때 평평하고 부드러울 것, 완성된 그림이 매력적일 것 등과 같은 평가 항목을 두며 직소 퍼즐의 등급을 구분하는데, 라벤스부르거의 직소 퍼즐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로 4만 피스의 벽을 깬 메모러블 디즈니 모먼츠

라벤스부르거가 직소 퍼즐에 대한 기술력을 뽐낸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직소 퍼즐을 만든 업체라는 점이다. 세계의 수많은 직소 퍼즐 업체는 가장 큰 직소 퍼즐을 만든 업체란 명성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력을 남긴 업체가 바로 라벤스부르거다. 세계 최초로 3만 피스와 4만 피스란 벽을 넘어 섰기 때문이다. 2010년에 나온 32,000 피스의 제품 <더블 레트로스펙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퍼즐은 가로 5.44m, 세로 1.92m, 넓이 10.45m²란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해당 년도 가장 큰 직소 퍼즐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6년 뒤인 2016년에는 <메모러블 디즈니 모먼츠>란 퍼즐로 4만 피스의 벽을 깼다. 이 퍼즐은 가로 6.80m, 세로 1.92m, 넓이 13.06m²란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해당 년도 가장 큰 직소 퍼즐이란 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후 아쉽게도 최초의 5만 피스 퍼즐 기록은 코닥에 빼앗겼다.
 
라벤스부르거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크립트 시리즈

아무 그림 없이 단색으로 이뤄진 <크립트> 시리즈도 라벤스부르거의 기술력을 실감할 수 있는 퍼즐이다. 그림을 통해 상대적인 위치를 짐작하며 맞춰나갈 수 있는 일반 직소 퍼즐과 달리 <크립트>는 온전히 퍼즐 조각이 서로 맞물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퍼즐 조각이 서로 완벽하게 맞물려야만 퍼즐을 풀 수 있다. 그림이 없는 단색의 표면만 있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퍼즐이지만, 충분한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퍼즐 조각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완성 불가능한 결함품이 될 뿐이기에, 단순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로 이뤄진 그림에 비해 단색은 인쇄 상태가 균일하지 않을 경우 바로 티가 나기에 이 단순해 보이는 개념의 퍼즐을 만드는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2차원 평면에서 벗어난 3차원 직소 퍼즐들

그 외에도 라벤스부르거는 직소 퍼즐 조각을 연결하며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3D 퍼즐> 시리즈와 같이 평면에 구속되지 않은 독창적인 직소 퍼즐을 만들고 있다. 라벤스부르거의 3D 퍼즐 시리즈는 직소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논리 퍼즐

직소 퍼즐 분야의 확고부동한 1위 업체인 라벤스부르거이지만, 논리 퍼즐 분야에서는 1위 자리와 약간 거리가 있었다. 논리 퍼즐 분야의 1위 업체는 멀티 레벨 퍼즐의 대명사인 <러시아워>를 가지고 있는 씽크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라벤스부르거가 논리 퍼즐과 거리가 먼 업체는 아니었다. 바로 그 씽크펀의 제품을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배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벤스부르거는 논리 퍼즐 분야에 발을 걸치고는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본거지인 독일에서는 라벤스부르거가 아닌 다른 업체가 씽크펀의 제품을 배급하고 있었다. 논리 퍼즐 분야의 1위 업체인 씽크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자.
 
씽크펀의 창업자 빌 리치(오른쪽)와 안드레아 바텔로(가운데). 그리고 헥사데미컬 퍼즐을 만든 윌리엄 카스터(왼쪽)

씽크펀은 1985년에 바이너리 아츠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안타깝게도 토이저러스가 막 확장하며 소규모 독립 완구점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루빅스 큐브>의 유행이 꺼지고 난 직후였던 탓에 그나마 살아남은 매장마다 <루빅스 큐브>의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매우 좋지 못한 때였다. 하지만 바이너리 아츠의 창립자인 빌 리치와 안드레아 바텔로는 수학적 논리 퍼즐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시장 상황이 절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초창기 제품 중 <헥사데미컬 퍼즐>은 4개의 스위치를 통해 16가지 난이도의 퍼즐을 즐길 수 있었는데, 다양한 난이도를 가진 퍼즐을 풀어 볼 수 있는 멀티 레벨 퍼즐의 기초를 닦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씽크펀 초창기 제품인 헥사데미컬 퍼즐

1995년에는 씽크펀에 커다란 전환점이 찾아왔는데, 바로 퍼즐의 명인 놉 요시가하라를 만나게 된 것이다. 씽크펀에서 먼저 주목했던 퍼즐 하나는 안타깝게도 다른 회사와 이미 계약돼 있었지만,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쿄 주차장>이 빌 리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차량이 전진과 후진만 가능할 정도로 이중 삼중으로 가득 주차된 주차장에서 차량 하나를 주차장 밖으로 빼내야 하는 퍼즐인 <도쿄 주차장>은 여러 문제가 보강되며 '초급자부터 전문가'까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여러 문제를 푸는 퍼즐게임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1996년에 1인용 퍼즐 게임 분야의 기념비적인 베스트셀러 <러시아워>가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러시아워>는 발매 직후부터 화제작이 되었으며 논리 퍼즐 부문의 확고부동한 1위 제품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씽크펀을 논리 퍼즐 분야의 1위 업체로 만들었다.
 
퍼즐 거장 놉 요시가하라의 역작 도쿄 주차장(왼쪽), 그리고 이를 개량하여 논리 퍼즐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러시아워(오른쪽)

다시 라벤스부르거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21세기 특히 2010년대로 접어들자 많은 사람들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라벤스부르거는 논리 퍼즐이 그 한 축이 될 것이라 판단했고, 씽크펀에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이미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 관계도 맺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라벤스부르거와 씽크펀은 어렵지 않게 서로의 조건을 조율할 수 있었다. 설득 끝에 라벤스부르거는 씽크펀을 인수했고, 씽크펀은 라벤스부르거 북미 지사의 산하로 편입되었다. 라벤스부르거가 논리 퍼즐 업계 1위로 올라섰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비트랙스

2017년에 라벤스부르거는 새로운 제품군인 <그래비트랙스>를 선보였다. 중력을 뜻하는 그래비티(Gravity)와 선로를 뜻하는 트랙(Track)을 조합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중력의 힘으로 트랙 위에서 구슬을 움직이게 하는 마블 런의 일종이다. 마블 런은 위치 에너지를 가진 구슬이 다양한 형태의 트랙 위에서 움직이는 형태의 완구를 가리킨다. 마블 런이란 말이 이미 존재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래비트랙스>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비트랙스>는 기존 마블 런 장르의 완구들이 가졌던 단점을 일신한 제품이다.
 

<그래비트랙스>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길이의 트랙과 두 가지 높이의 기둥 타일, 각종 타일들, '액션 스톤'이라 불리는 구슬로 구성된다. 이들을 하드보드로 이뤄진 기본 플레이트 위에 배치하며 액션 스톤이 굴러갈 트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놀이 방식이다. 기본 플레이트는 육각형으로 이뤄진 격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칸마다 타일을 끼울 수 있다. 트랙으로 직선 경로를 만들고 타일로 방향을 조절하는 곡선 경로를 만드는 식으로 트랙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육각형을 기본 도형으로 삼기에 6방향을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트랙을 구상할 수 있으며, 꼼꼼하게 조립이 잘 되는 타일들과 타일 사이를 이어 주는 트랙으로 인해 탄탄하고 꼼꼼하게 트랙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각기 다른 액션 스톤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다양한 확장은 트랙 시스템을 더욱 더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 준다.

<그래비트랙스>의 목표는 액션 스톤이 출발점 타일에서부터 굴러가기 시작하여 도착점 타일까지 갈 수 있는 트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며, 물리적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암묵적인 규칙 이외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트랙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원하는 대로 만든 후 작동하지 않을 때엔 어떤 물리적 법칙으로 인해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파악하고, 적합하게 고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래비트랙스> 역시 STEM 교육의 강화와 관련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매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마블 런이라는 점이 가장 돋보이는 특징이다.
 

​그 외에도...

앞서 소개한 것들은 라벤스부르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라벤스부르거는 오랜 시간 동안 자라난 거대한 나무가 수많은 가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사업 분야를 거느리고 있다. 회사의 시작점이었던 도서 사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목제 완구는 물론, 과학 실험 교구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용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벤스부르거의 유명 보드게임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인 슈필레란트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슈필레란트 라벤스부르크로부터 10km 떨어진 메켄보이렌에 있으며, 보드게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라벤스부르거는 이런 다양한 시도뿐 아니라, 기본적인 품질로 시장을 선도하여 자신들의 사업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지금까지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또 어떤 멋지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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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0 모르
    • 2022-11-08 10:34:23

    역사가 어마어마한 기업이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Lv.45 폭풍먼지
    • 2022-11-08 19:38:26

    앗 씽크펀이 라벤스 산하였군요 공룡 라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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