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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 푸에르토리코 1897 한국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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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5: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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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푸에르토리코 1897> 한국어판 작업을 맡았던 한국어판 번역자와 편집자들로부터 한국어화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번역 원본은 독일어판!
<푸에르토리코 1897>은 여러 가지 언어 판본이 존재하지만, 원 퍼블리셔인 라벤스부르거가 독일 회사인 관계로 그 모체가 되는 구성물, 특히 규칙서는 독일어 판본이 작업의 기준점이 되었다. 한국어판 역시 마찬가지로 독일어 판본을 기준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영문판 등 다른 언어 판본의 내용도 참조했으나, 다른 언어 판본과 독일어 판본 사이에 다른 표현이 기재된 곳이 있을 때마다 라벤스부르거에 문의를 해 보면, 일관되게 "독일어 판본의 내용을 원본으로 삼아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언어 판본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1897 번역의 기준이 된 독일어판 규칙서
청출어람을 위하여
그런데, 독일어 판본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중에 차이가 있지만 판본마다 오류는 있기 마련인데, 독일어판조차도 그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독일어판 초기 판본에 있었던 대표적인 오류로 커피 농장 타일 수량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게임에는 커피 농장 타일 8개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 초기 판본에는 커피 농장 타일이 4개밖에 없는 반면 과일 농장 타일이 그만큼 더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제작사로부터 작업을 위해 제공받은 원본 파일도 이러한 점이 수정되기 전의 파일이었기에, 한국어화 과정에서 제작사와 긴밀하게 소통해가며 이렇게 발견된 오류를 수정해 나갔다. 원본을 넘어서는 청출어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 속에서 말이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 초판은 커피 농장 타일 자리에 과일 농장 타일이 들어가는 오류가 있었다.
제일목표는 편의성 개선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무엇보다도 편의성의 개선에 있었다. <푸에르토리코 1897>이 기본적으로 기존 <푸에르토리코> 구판에 비해 디자인적인 개선이 크게 이뤄졌지만, 이런 디자인적 개선 속에 기능적인 면의 희생도 있었기에 이 사이의 균형을 맞춰보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푸에르토리코 구판의 개인판(왼쪽)과 푸에르토리코 1897의 개인판(오른쪽)
건물 타일마다 그 기능을 문구로 삽입한 것은 <푸에르토리코 1897> 한국어판의 가장 큰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언어 판본의 경우, 건물 타일 앞뒤에 모두가 건물 그림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었고, 뒷면에는 건물의 기능에 관한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만 앞면에는 문구 없이 오직 건물 그림뿐인 판본도 있기도 했다. 한국어판은 이를 개선해 앞면에는 건물 그림과 함께 간략한 건물의 기능을 간략하게 요약한 문구를 표기하고, 뒷면에는 건물 그림을 없애고 그 공간에 더 자세한 건물의 기능 문구를 표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건물 그림이 있는 앞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된 문장이 잘 보이는 뒷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게 했다. 어느 쪽 면으로 게임을 하건 건물 기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의 소형 상가 건물의 모습. 앞면에는 건물 그림만 들어가 있고, 뒷면에만 해당 건물의 기능이 무엇인지 표시돼있다.
푸에르토리코 1897 한국어판의 소형 상가 건물의 모습. 앞면에도 건물의 기능 설명이 추가됐다.
또한 확장2의 건물 타일 중 일부는, 시민을 활용하면 그 기능이 달라지는 요소가 있는데, 이러한 점도 부각하기 위해 디자인을 일신하였다. 일반적인 일꾼을 올려놓은 경우의 기능은 검은색 글자로, 확장2의 시민을 올려놓은 경우는 빨간색 글자로 표기해서 한눈에 기능적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의 등기소(윗줄)와 한국어판의 등기소(아랫줄)의 모습. 한국어판에서는 시민을 활용할 때 달라지는 기능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한국어판의 채석장 타일은 다른 언어 판본의 채석장 타일과 다르다. 기존 다른 언어 판본의 채석장 타일의 뒷면에는 다른 농장 타일처럼 숲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한국어판의 채석장 타일은 앞면과 뒷면 모두에 채석장 그림이 그려져 있다. 뒷면에 숲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게임을 준비할 때 수많은 농장 타일 중에서 채석장 타일을 골라내기 쉽지 않게 만들 뿐만 아니라, 숲 타일을 사용하는 확장1의 규칙에도 혼동을 줄 여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판의 채석장 타일은 뒷면에도 숲이 아닌 채석장 그림으로 변경했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의 채석장(윗줄)과 한국어판의 채석장(아랫줄)의 모습. 한국어판에서는 채석장의 앞면과 뒷면을 같게 유지하여, 농장 타일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했다. 더군다나 독일어판의 채석장은 확장 1과 결합했을 때 혼동을 줄 여지가 있다.
농장 타일에도 농장 명칭을 표기한 것도 편의성 개선의 한 방편이었다. 그림만으로 농장을 구분할 필요 없이, 명칭으로 구분이 가능하기에 농장 타일을 혼동할 여지를 크게 줄인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의 농장 타일(윗줄)과 한국어판의 농장 타일(아랫줄)의 모습.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점이 여러 가지 있다.
그와 더불어 설탕 농장 타일과 설탕 공장 건물 타일은 오른쪽 끝에 있는 하얀색 띠를 부각하려고 했다. 농장 타일과 생산 건물은 각각 그와 관련된 상품의 색깔 띠가 오른쪽에 표시돼 있는데, 기존 다른 언어 판본에서 하얀색 띠는 외곽선이 따로 없어서 바탕색인 베이지색과 혼동되기 일쑤였던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흰색 띠에 외곽선을 그려 넣어 가시성을 높였다.
푸에르토리코 1897 독일어판의 대형 설탕 공장(왼쪽)과 한국어판의 대형 설탕 공장(오른쪽)의 모습.
그리고 농장 타일과 건물 타일에 그려진 반투명 원형 칸 역시 한국어판만의 다른 점이다. 다른 판본에는 반원형의 선으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자칫 그 타일에 일꾼 말을 몇 개까지 올려놓을 수 있는지 헷갈릴 여지가 있었다. 한국어판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반원이 아닌 완전한 원형으로 바꾸었고, 투명도를 조절하여 더욱 눈에 잘 띄는 칸으로 변경하였다.
첨부1
섬네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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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공유해주시는거 너무 좋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이 어찌 풀잎뿐이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컴포도 이뻐보이고, 폰트도 이뻐보이고 그럽니다. -
푸코 재판한거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제작과정을 보니 더욱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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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앞에 기능 써놓은 건 진짜 신의 한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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