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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게임 회고록] 제5화. 딕싯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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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06: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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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누군가는 소장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단종되어 달리 구할 길이 없어진 게임들을 하나하나 추억하며 곱씹어 봅니다.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여 쓰는 글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댓글로 알려주시면 가능한 한 수정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게시글의 사진은 직접 촬영하였거나 보드게임긱에 올라온 이미지를 활용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게임이다’가 아니라 ‘좋은 게임이다’라고 평가하는 게임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딕싯>을 꼽으 수 있겠네요. 이 게임을 좋은 게임이라 평가하는 까닭은 게임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서적인 소통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을 한창 많이 즐기던 때(보드게임 모임 운영 시절), 처음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핏’과 더불어 꼭 꺼내는 게임 중 하나였는데요. 개인에게 말을 할 시간을 주고,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상상할지를 생각하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이에 덧붙여서 저는 이 게임을 ‘사차원 판독기’라고 불렀는데요. 정말 특이하게 사고하고 힌트를 내는 사람도 있었거든요(보통 그런 걸 즐기더군요…).
지금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딕싯>을 단종 게임 회고록에 가져온 이유는, 다름 아니라 시리즈 중 기묘한 경우가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딕싯 오디세이’입니다.
이 게임은 2011년에 처음 출시되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딕싯 소확장과 다르게 단독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나왔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무려 12인까지 지원하는 버전이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총 12마리의 토끼 말과 12장의 투표 판, 투표용 핀 24개가 들어 있었고 박스와 분리되어 펼쳐 놓는 점수 트랙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딕싯과 동일하지만 다인용을 위한 특별 규칙들이 포함되어 있었죠. 예를 들어, 펼쳐지는 카드 장수가 너무 많아서 정답을 맞히기가 어렵기 때문에 1인당 투표핀을 2개 사용해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정답률을 높인 거죠. 단, 투표핀 1개만 사용해서, 즉 그 많은 카드들 가운데 단 하나만 골라서 이야기꾼 카드를 정확히 맞힌다면 추가 점수 1점을 받습니다.
두 가지 다인 규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6~12인용 규칙인 딕싯 파티부터 볼까요. 이 게임은 가장 인기 있을 카드 고르기입니다. 이야기꾼은 기본 규칙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힌트를 던집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는 그 힌트에 가장 적합하다 싶은 카드를 손에서 골라 이야기꾼에게 줍니다. 그 카드들을 점수 트랙 옆의 1부터 12까지의 슬롯에 내려놓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초록색 투표 핀을 사용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힌트에 가깝다고 꼽을 만한 이미지 하나를 고릅니다. 이 게임 모드에서는 이야기꾼의 카드를 맞히는 게 중요치 않으며, 자기가 낸 카드를 골라도 됩니다! 이야기꾼은 그에 더하여 빨간색 핀까지 사용해 총 두 개의 이미지를 고릅니다.
점수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투표한 카드가 받은 투표수(최대 5점)만큼 점수를 받습니다. 단, 자신이 투표한 카드에 투표한 다른 플레이어가 없다면 점수를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꾼이 빨간색 핀으로 고른 이미지에 투표한 플레이어들 역시 점수를 얻지 못합니다(즉, 이야기꾼은 남들이 점수를 얻는 걸 막기 위한 투표 하나를 하는 셈입니다).
두 번째는 팀 딕싯입니다. 이 모드에서는 두 사람이 한 팀이 되며, 서로 테이블 맞은편으로 앉습니다. 이 모드에서는 게임을 하는 동안 같은 팀원끼리 서로의 손에 있는 그림을 함께 볼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한 번씩 이야기꾼을 하고 나면 게임이 끝나고, 그때 고득점한 팀이 승리합니다.
한 팀의 두 팀원 중 한 명이 이야기꾼이 됩니다. 이야기꾼이 어떤 힌트를 내면, 이야기꾼의 팀원이 그 힌트에 가장 적합한 카드를 고릅니다. 나머지 팀들은 두 사람의 상의 하에 둘 중 한 명이 카드를 고릅니다. 나머지는 일반 <딕싯> 규칙과 동일합니다.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기본 규칙으로 가장 많이 즐겼던 듯합니다. 저 다인 특수 규칙의 경우는 한 사람의 상상에 동조한다는 느낌이 기본 규칙만큼 강하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보드게임 모임이라는 것이 인원수가 들쭉날쭉하기 마련인데, 7명 이상이 모일 때 할 만한 게임이 특히나 많지 않았던 그 즈음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했으면 딕싯 본판은 박스가 너덜너덜해져서 신판을 새로 구매하고, 지금 구할 수도 없다는 딕싯 오딧세이 확장도 박스 상태가 형편 없네요.
사실 규칙만 안다면 본 게임이 없어도 얼마든지 대체물을 이용해 플레이가 가능한 것 때문일까요. 이 확장은 2년 뒤 다른 소확장과 마찬가지 확장으로 카드만 든 확장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상하게 지금은 파는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네요. 단종 여부는 국가별로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영어판은 확실히 없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게임의 소장자로서 저는 충분히 기뻐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픈 과거가 있어서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당시에 교육용 게임을 개발한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고해 보시라고 빌려줬더니 토끼말 다섯 개와 규칙서를 분실해 먹고 돌려주고는,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는 식으로 굴어서 그 이후로는(게임을 개발하든 어쨌든) 함부로 게임을 빌려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ㅎㅎㅎ(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펀칭 투표판에 핀을 끼우는 구멍도 다 해졌는지라 어디서 새 걸 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마음 같지 않으니, 박스도 다 너덜너덜해지고 구성물도 일부 없어졌지만 귀하게 품어줘야겠죠? 84장의 카드도 유니크하니 말입니다.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게임 이야기 하나 했으니, 다음 주에는 극히 호전적인 게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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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2인 딕싯이라니!ㅎㅎㅎ 신기해요. 맞추기 정말 어렵겠어요ㅋㅋ 그나저나 다른 사람 게임(뿐 아니라 물건)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 너무 싫어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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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아주 어렵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ㅎㅎ
맞아요. 그래서 사람을 가려서 곁에 둬야 하는 듯해요... ㅎㅎ -
게임 개발한다는 양반들이… ㅠㅠ 위로 추!
저도 만족감을 주는 놈들과 재밌는 놈들, 이런 식으로 게임을 분류하는 버릇이 있어요. 양쪽 모두 좋으면 갓겜이구여. -
저는 보통 좋은 게임은 재미까지 갖고 있는 게임을 가리키는 거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게임이 갓겜은 확실하죠! -
딕싯도 단종된 확장이 있나보군요ㅠㅠ아니 본판은 개정해서 계속 내면서! 딕싯 은근히 엉뚱한거 내놓고 나중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우기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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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엉뚱한 카드를 내고도 점수를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고수가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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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시리즈 너무 좋은데요!! 단종된 게임이라 못해봐서 더 끌리기도 하구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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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이제 몇 편 안 남긴 했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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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요ㅠㅠ 꾸준히 해주세요ㅠㅠㅠ 글의 컨셉과 질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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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본 게임이 많지 않아 한계가 좀 있네요 ㅠㅠ ㅎ 감사합니다. 이거 끝내면 다른 컨셉으로 또 글 쓰기는 할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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