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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를 탐험하는 게이머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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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1 09: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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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판 푸코가 한글화 되어 발매된다는 소식과 더불어 특별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제안 때문에 일부 커뮤니티가 들썩거렸습니다.
이런 느낌이었죠.
하지만 보드게임에 갓 발을 들이신 게이머들은 도대체 푸코가 무엇인가? 어떤 게임이길래 저 많은 이들이 푸코라는 이름 아래 대동단결 하는가? 싶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푸코가 어떤 게임이었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서술해보고자 합니다. 푸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한명의 초보게이머가 이런 식으로 푸코를 알아가게 되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시길!
::: 푸코를 알게 되었던 그 날
푸코를 알게 된 것은 상당히 늦은 시기였습니다. 2003년에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보드게임긱 랭킹 #1 을 차지하고 있을 때, 저는 가이스터 / 로스트 시티 / 카탄 같은 게임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나마도 근근히 하는 정도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고 뭐고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작디작은 보드게임샵 아저씨만이 유일한 정보채널이었죠. 그렇게 약 5년~6년이 흘러 푸코가 왕좌에서 한걸음 내려왔던 그 해, 2008년이 되어서야 푸코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푸코를 처음 해보기 전까지 제게 있어 보드게임이란 "나와 상대가 번갈아가며 행동을 하거나" / "내가 특정 행동을 선점하면 상대방은 할 수 없는" 그런 시스템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푸코는 다른 게임과 유별나게 달랐던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행동을 모두가 함께 한다는 독특한 시스템이었죠.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처음으로 역할을 골라야 했던 그 순간이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상대방은 이득을 본다는 생각 때문에 "음... 음..." 머뭇거리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모두가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실력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첫 인상은 "나쁘진 않은 게임이다. 그러나 왜 세계 1등인지는 모르겠다" 였습니다. 얼마 후 다이브다이스를 알게 되었고, 푸코 전략이 활발하게 토론되는걸 보며 "이 사람들은 이게 뭐가 그리 재밌다고 저러는걸까?" 싶었습니다. 마치 보난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죠.
이해할 수 없는 세계구나... 싶었습니다.
::: 푸코를 떠나다
구입은 했지만 썩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푸코는 아주 드물게 돌아갔습니다. 틈틈히 다이브다이스에서 푸코 전략을 읽어보고, 적용해보고, 패배하며 실망하길 반복하던 중 결국 "푸코는 재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실력은 조금 늘어서 친구가 상품을 팔려는 타이밍에 강제로 선적을 시켜버리거나, 돈이 없는걸 보고 건축가를 잡아서 혼자 이득을 보는 수준까진 올라섰지요. 그러나 시작시 깔리는 밭 종류만 다를 뿐, 매 게임마다 똑같은 건물 / 똑같은 환경 / 똑같은 전략만 시도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 게임은 리플레이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장을 구입하면 리플레이성이 조금은 올라가리라 생각했지만, 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푸코에 돈을 투자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푸코는 제 컬렉션 한 구석에 수년간 잠들게 됩니다.
푸코 이후에도 재미난 게임은 매년 쏟아져 나왔기에 푸코 따윈 전혀 아쉬울게 없었죠. 그래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게임을 팔진 않았습니다.
::: 푸코를 다시 만나다
재미있게도 푸코를 다시 떠올린건 한참 시간이 흘렀을 때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어머니를 모시고 멕시코-칸쿤으로 효도여행을 계획했던 적이 있습니다. "분명 푸에르토리코가 근처에 있지 않았나?" 하고 확인해보니 멀지 않은 곳이더군요. 어차피 비행기 내에서 잠을 청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시간을 때울 목적으로 푸에르토리코 보드게임 앱을 다운받았습니다. 푸코를 다시 연구해보자, 이런 거창한 생각 따윈 전혀 없었죠. 할게 없으니 비행시간 동안 초보자 3인플부터 고급자 5인플까지 전부 한번씩 이겨볼까? 했던게 전부였습니다.
비행기 내에서 혼자 삐뽀삐뽀 게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처음과 비슷한 느낌이였고 실제보다 더 건조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독하게 재미가 없었죠. 똑같은 건물, 똑같은 전략, 똑같은 패배... 특히 직업간의 밸런스가 엉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의 주범은 생산자였습니다. "생산자 역할은 정말 쓰레기구나. 내가 생산만 하면 다음 애들이 전부 팔고 & 수송하니 잡을 이유가 없어..."하며 열심히 투덜거렸습니다. 한참을 해도 초급 3인플조차 제대로 깨지 못해서 입을 삐죽거리며 잠시 아이패드를 덮고 창 밖을 구경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생산자를 잡으면 남아있는 뒷 사람들이 이득을 본다.
그렇다면 내가 마지막 남아있는 플레이어일 때 생산을 하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선을 잡는 상황이라면 다를게 없다.
고로 내가 가장 큰 이득을 보려면 생산 직후에 내가 선에 가까우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았더니 나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득을 보는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생산 후 바로 선을 잡으며 판매or선적을 해버리니 초보수준의 컴퓨터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더군요. 고수들이 말하는 "생산자를 이해하는 순간 첫번째 벽을 넘는 것이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죠. 그리고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음 전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물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처음엔 콘러쉬를 떠올리고 열심히 선적 및 알박기를 해보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건물 수 & 효율에 밀려 지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두 세번 러쉬전략이 크게 망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푸코엔 세가지 단계가 있다는 것을. 초반엔 돈을 1원이라도 더 벌어 건물을 지어야 하며,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면 중반부턴 건축 & 선적을 효율적으로 하며 경쟁 및 점수를 부풀리고, 후반엔 남아나는 돈으로 큼직한 빌딩을 지어 승점을 폭발시켜야 한다는 것을. 여기까지 깨달은 저는 게임 방법을 바꿔보기로 합니다. 이때부터 푸코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난 지금까지 겉만 보고 푸코를 판단했구나- 싶었죠.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깨닫게 되고, 칸쿤 숙소에서 쉬는 새벽엔 틈틈히 푸코를 해보았습니다. 패스트 빌딩러쉬, 콘러쉬 등등... 다양한 전략들을 읽어보고 시도할수록 단 하나의 결론만 나왔습니다. 만화 타짜를 보면 "진짜 고수는 손패가 아닌 상황에 맞춰 먹는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푸코도 그런 게임이었던거죠.
콘러쉬, 패스트 빌딩러쉬, 어쩌구 저쩌구 러쉬....
이렇게 불리는 푸코 전략들은 그저 이름만 그럴싸한 전략들일 뿐.
게임 상황이 들어맞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구나.
그러니까 상대방을 내 전략에 맞추는게 아니라 내 전략을 상대에게 맞춰야겠구나...
지금까지 달달달 외원던 테크트리, 전략을 깔끔하게 다 잊어버리고 그때 그때 생각하며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콘이 비율이 낮다면 콘를 중심으로, 플레이어가 골고루 콘을 나눠가지고 있다면 저 또한 콘을 한 두개는 챙겨두어 생산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유지하고, 이상할 정도로 판매가 자주 잡히는 게임 같다면 오피스를 지어 판매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는 등... 승률이 점점 올라갈 뿐만 아니라 3인플에선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건물이 5인플에선 빛나기도 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건물이 궁합에 따라서 엉망진창의 효율을 보이는 등 각 건물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때 알게 되었죠. 푸코는 파고들면 파고들 수록 재밌는 게임이구나.
확장 따윈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구나.
::: 사람과 하는 푸코
아이패드로만 푸코를 즐기다 외국인 친구들과 다시 푸코를 하게 되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푸코를 접했을 때랑은 완전 상반된 감상이죠. 모두가 "콘 러쉬 간다!" / "빌딩 러쉬 갈꺼임 ㅇㅇ" 하며 호언장담 하면 능글맞게 살짝 발을 걸치기도 하고, 누가 특정 직업을 좋아한다는걸 눈치채면 그 친구의 행동을 예측하며 전략을 조금씩 조금씩 수정하기도 하는 등, 섬세한 운영을 하는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겉으로 봐선 절대 알 수 없는 재미였죠. 게임이 끝날 때면 "야, 너는 되게 이도저도 아닌 전략 같은데 왜 니가 이긴거냐?" 하는 말을 종종 들었죠. 드디어 푸코를 이해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푸코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 단 한번만 접해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도 초보자에게 푸코를 가르칠 때 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처음 해본 푸코가 정말 재미없어도 이상한게 아닙니다.
전 푸코를 명화에 비교하곤 합니다. 흘끗 보면 정말 지루하고 칙칙한 그림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 / 구도 / 섬세한 터치 / 그리고 화가의 이름을 듣고 전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푸에르토리코 한글판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열광하는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 푸코의 참된 재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저는 한글판을 구입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제 주변엔 외국인 뿐이라 한글판의 필요성을 못느끼거든요. 하지만 한글판이 나온 것은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더 많은 게이머들이 이런 명화를 접해볼 수 있을테니까요.
다만 푸코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부디 저처럼 겉으로 대충 판단하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게이머로서 재밌는 게임을 몰라보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잖아요?
P.S. :: 베이스가 압도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확장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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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잘봤네요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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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상황에 딱 어울리는 리뷰글이네요..라벤스부르거에서 세일한다길래 뒤도 안돌아 보고 구매했으나 펀칭만하고 못하는상태.심지어 주변에 할만한 상대는 여친밖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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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와이프랑 2인 플만 합니다!그래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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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확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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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라벤스에서 구입하고 1번 플레이해봤는데 재밌었네요~ 제가 고급자 5인플로 배웠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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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평양냉면같은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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