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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 back Review [ 언덕 위 저택의 배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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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2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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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0 리클러스
가끔 예전에 재밌었던 뭔가가 없을까 뒤적거립니다. 이 글은 다이브다이스 후기 게시판에 2004년 11월 30일에 올렸던 글이고요, 무슨 이유인지 2009년에 모임 게시판으로 옮겨져 있더라고요. 아무튼 예전 글을 뒤적거리다 발견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글을 써 본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좀 민망한 창작물인데요 ㅋㅋㅋㅋㅋ 좀 웃기는데, 하여간 완전한 창작물은 아닙니다. 플레이했던 인물들, 게임 중 등장했던 카드들, 그리고 시나리오가 공개되고 나서의 전개들을 모아서 각색한 것입니다. 이 날 정말정말 게임을 재밌게 했기 때문에 그 감정과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 끄집어내면서 어떻게든 전달해 보고싶어서 밤 새 썼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보면서 와 진짜 재밌게 했었나보다 싶고, 그 기억이 떠오르니까 기분이 묘하고 좋네요. 그 기분을 공유해보고자 다시 옮겨 왔습니다. 그냥 예전글 링크만 걸어도 되는데 오타 같은 걸 수정하려고 보니까 글 수정이 안 되네요. 그래서 몇 군데 오타 정도만 수정해서 복붙 했습니다. 글의 수준을 논하지 말아주시고요 ㅋㅋㅋㅋㅋ 뒤로 눕듯이, 편안하게, 느슨하게, 무엇보다 뒷북치듯 쓰려는 레이백 리뷰랑도 좀 맞는 것 같고요 ㅋ
[언덕 위 저택의 배신자 : 아키모토의 경우]
"스페어 타이어도 없단 말이야?"
비비안이 다그치듯 물었다. 윌리엄은 그저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뒷좌석에서 막 잠이든 아키모토에게 무릎을 내어준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롱펠로우 교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금 지나온 언덕 위에 저택이 있지 않았습니까? 아직 많이 지나오진 않았으니 한 번 돌아가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역시 그 방법밖에 없겠네요. 전화 한 통 정도는 걸 수 있겠죠."
비비안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교수는 아키모토를 깨워 차에서 내렸고 윌리엄과 비비안은 트렁크에서 손전등 세 개를 찾아서 꺼내 들었다.
주위는 동굴처럼 어두웠다. 어디에선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올빼미 울음소리겠거니 하며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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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앞에 도착한 일행은 주춤했다. 저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분위기를 모두가 느낀 모양이었다. 일행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잠시 후에 윌리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들어가지."
“윌리엄,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 들어가 보는 게 좋겠어.”
“아키모토 네 생각은 어때? 무섭지 않니?”
“집이 예뻐요. 성 같아요.”
결국 일행은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저택 안의 모든 불은 꺼져있었고 지하실에서나 맡아볼 수 있는 습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의외인 것은 아키모토의 담담한 표정이었다. 윌리엄은 일행에게 손전등을 나누어주었다.
"전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은걸?"
"흩어져서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보지요? 아키모토, 내 손을 꼭 잡아라."
"유령을 찾는 건가요?"
어린아이의 상상력이란 항상 의외의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유령이란 단어는 일행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윌리엄과 비비안은 서로 눈을 맞추고는 먼 곳을 응시하듯 바라보는 아키모토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도 분위기를 바꾸어 놓은 것은 롱펠로우 교수였다.
"유령은 없어. 아키모토, 우린 자동차 수리를 위해 온 거야. 너도 무언가를 찾으면 빨리 알려주는 거야."
“......”
저택 안은 완전한 침묵, 그 자체였다. 마치 미지의 무언가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했다. 일행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교수와 아키모토는 복도 끝에 있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고 비비안과 윌리엄은 각각 1층의 좌우를 맡기로 하고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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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보다 굉장히 큰 집이로군."
어두운 복도를 걷던 비비안은 자신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약간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른 일행의 존재감은 이미 멀어진 지 오래였고 손전등은 불과 1미터 앞도 비춰주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이 빛을 삼켜버리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더 무서워질 거라는 생각에 앞만 보기로 마음먹었다. 공포감 때문이었는지 복도가 훨씬 길게 느껴졌다.
첫 번째 방문을 발견한 것은 다른 차를 기다리는 것이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 직후였다. 주위가 너무나 조용했던 탓에 방문을 여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렸다. 좀비의 허리를 비틀면 이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비안은 새카맣게 타 버린 방을 보고 놀라움보다 궁금함이 더했다. 밖에서 본 방문은 멀쩡했지만 방 안은 완벽하게 타버린 상태였다. 카펫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바닥도 듬성듬성 파여 있었다. 비비안은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손전등을 비추는 곳마다 새카맣게 타 있었기 때문에 방안을 살펴볼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구석구석 손전등을 비춰보던 노력으로 방 한구석에 놓인 노트를 한 권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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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바람소리를 듣고 손전등을 좀 더 멀리 비춰보았다. 그 곳엔 커다란 상자가 있었고 뚜껑이 열려있었다.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리게 바람소리가 나는 듯도 했지만 여전히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조용한 저택이 이상할 뿐이었다. 윌리엄은 잠시 멈추어 섰다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상자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뚜껑이 열린 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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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너무 어두워서 무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여요."
"탐험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교수는 이토록 복도만 길게 이어진 집이 있다는 것을 의아해 하면서도 아키모토가 겁에 질릴까 봐 태연하게 앞만 보며 걷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의 유령이라는 단어 때문에 교수가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굳이 탐험이란 말을 쓰는 바람에 아키모토가 더 신경 쓰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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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메모장 정도라고 생각한 그 노트는 일기장이었다. 검게 그을린 일기장은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기가 힘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던 비비안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살짝 고개를 들어 한 손으로 목 뒤를 주무르고는 다시 일기장을 쳐다보다가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옷 속에서 무언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직감적으로 벌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손목에 있던 것들이 금세 온몸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머리카락 속에서도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비비안은 들고 있던 일기장을 내던지고 몸서리를 치며 온 몸을 흔들며 털어대기 시작했다. 한 손으론 머리카락을 흔들어대고 다른 한 손으론 외투를 마구 흔들어댔다.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온몸을 흔들어대던 비비안은 결국 지쳐서 쓰러졌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옷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착각일 뿐이었던 것이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비비안은 한쪽 옆에 나뒹굴고 있던 손전등을 주어 들고는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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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관을 바라보던 윌리엄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관이 그의 발 앞에 까지 와 있었다. 윌리엄은 애써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윌리엄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는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런데 관 안에 있는 것은 윌리엄 자신이었다. 이 때, 미쳐 놀라기도 전에 뒤에서 무언가가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아무런 기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어둠이 자신을 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윌리엄은 짧은 외마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가 바로 일어나 도망쳤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복도가 이상하리만치 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관을 발견하기 전에 지나온 복도로 다시 돌아왔음을 느끼고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살펴보니 관을 지나오면서 보았던 액자가 걸려있었다.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고 그 옆에 근엄해 보이는 아버지가 서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그림을 담고 있는 액자였다. 윌리엄은 순간 복도의 일부분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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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왜 계속 울고 있는 거죠?”
“무슨 말이니 아키모토?”
아키모토는 여전히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니?”
“아이 울음소리요.”
그 순간,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짧은 비명소리였다. 유리가 서서히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이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아이가 계속 울고있어요.”
“아니야 아키모토, 방금 유리가 깨지는 소릴 못 들었니?”
“아니요, 저 아이가 계속 울고 있는걸요? 삼촌의 차가 이 집 앞을 지날 때부터 울고 있었어요.”
“무슨 말이니 아키모토? 쭈욱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단 말이니?”
아키모토는 여전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진 교수는 아키모토가 응시하는 방향을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하지만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교수는 이곳에 더 머물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교수는 아키모토의 손을 잡고 지나온 복도를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깜짝 놀라 손전등으로 자신의 몸 주변을 비춰보았다. 연기였다. 짙은 회색의 연기가 마치 파도를 치듯 어둠 속에서 흘러나와 자신의 허리춤을 감싸고 있었다.
“윌리엄! 윌리엄 이리 와서 도와줘!”
교수는 필사적으로 윌리엄의 이름을 불렀다.
“아키모토! 어서 계단으로 내려가! 가서 삼촌을 불러라! 어서!”
교수의 말이 들리지가 않는지, 아키모토는 여전히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연기가 흘러나오는 어둠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면 안돼! 어서 계단으로 내려가!”
하지만 아키모토는 결국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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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린 비비안은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어둠에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지나치게 어둡고 조용했다. 손전등을 들어 정면을 비춰보았다. 그곳엔 방문 하나가 있었다.
'대체 어디서 생겨난 거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던 방문이었다. 비비안은 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도 온몸엔 소름이 돋아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천천히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시선을 떼면 방문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방문만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다가 문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전화가 있잖아? 저 전화를 받아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비비안은 멈춰 서고 말았다. 누군가가 그 전화를 먼저 받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못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해!”
그리고는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늙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반가워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의 비비안에게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일 뿐이었다. 아니,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웠다. 비비안의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해져 버렸다. 정말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 환청일까? 유령일까? 아이? 혹시 아키모토를 말하는 걸까? 윌리엄! 윌리엄은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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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복도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디선가 회색의 연기가 출렁이며 나타나 주위를 감싸버리고 말았다. 지지할 곳을 찾던 윌리엄은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복도가 점점 심하게 요동치더니 윌리엄의 몸이 한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난폭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얼마 만이었을까? 흔들림이 멈추었다.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든 윌리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어 보았다. 아까와 전혀 다른 복도의 모습이었다. 마치 복도가 따로 분리되어 다른 곳으로 움직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바로 앞에 있는 피 묻은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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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끼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방문이 열렸다.
‘정말 사람이 있다!’
비비안은 순간 도망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서 있었다. 재빠르게 반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문틈으로 커다란 발과 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비비안은 발은 여전히 꽁꽁 묶여있었다. 순간, 아주 환한 빛이 비비안을 비춰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비비안은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빛을 가리고는 문에서 나타난 커다란 몸집의 존재에게 손전등을 던져버렸다.
“비비안!”
비비안은 자신의 목소리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손을 내리고 바라보았다. 윌리엄이었다.
“비비안......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있지?”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나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복도가 움직이더니...... 아니 모르겠어. 아무튼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더니 이 문이 나타났어.”
“윌리엄 너무 무서워, 빨리 나가는 게 좋겠어.”
“어서 아키모토와 교수님을 부르자.”
비비안은 손전등을 주어 들고 들어 온 문 쪽을 살펴보았다.
“윌리엄, 난 저리로 들어왔어. 하지만 저리로 다시 나가도 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움직이는 복도보다는 나아 보이는걸?”
“그쪽 방은? 아니, 복도였다고? 그럼 그쪽에서 전화를 받던 사람은 누구지?”
“무슨 소리야? 당신이 여기서 통화한 게 아니었어?”
“...... 보고 들리는 무엇도 믿을 수가 없어. 분명히 그 쪽에서 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어. 못된 아이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혹시, 여자 목소리였어?”
“맞아, 늙은 여자의 목소리. 소름 끼치는 소리였어.”
“나도 같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차와 케이크? 네가 가장 좋아하던 것이라고 했는데......”
그 순간 덜컹하는 소리를 내며 비비안이 들어왔던 문이 열렸다. 교수였다. 창백해진 얼굴엔 땀이 흐르고 있었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아키모토가...... 아키모토가 사라졌어요!”
“교수님!”
“비비안, 윌리엄, 미안합니다...... 아키모토를 지키지 못했어요......”
윌리엄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교수를 부축했다. 일행은 갑자기 주위가 추워진 것을 느꼈다. 회색의 연기가 바닥에서 똬리를 틀며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소음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쉬어야 해...... 내 영혼을 쉬도록 내버려 둬......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목소리는 금세 희미해졌다. 일행의 맥박은 요동치고 있었다.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모두 아키모토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색의 연기가 끊임없이 바닥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일행의 앞에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벽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 ㅁ ㅗ ㄷ ㅜ ㅈ ㅜ ㄱ ㅇ ㅓ ㄹ ㅏ ]
일행은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그저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죽으라고 말하던 회색의 연기가 주위로 흩어졌다. 그러더니 서서히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연기 속에서 매운 냄새가 났고 비비안이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제서야 윌리엄이 정신을 차렸다.
“아키모토를 구해야 해!”
“저 문으로 나가선 안돼요. 연기가 우릴 쫓아오고 있어요.”
연신 기침을 해대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박사가 대답했다. 비비안이 눈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일기장! 일기장을 가져가야 해요!”
비비안을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일기장은 가까이에 놓여있었다. 일행은 전화벨 소리가 들리던 문으로 나갔다. 복도가 조금 환해진 것 같았다. 윌리엄이 손전등으로 저 먼 곳을 비추는 순간 복도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엎드려!”
일행은 재빠르게 엎드렸다. 윌리엄은 비비안을 감싸며 엎드리다가 우연히 벽에 걸린 액자를 보았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옆에 서있던 남자의 모습이 자신을 닮았다는 것이었다.
복도는 또다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한쪽으로 미끄러지다 벽에 부딪혔다. 비비안은 마구 비명을 질러댔고 교수는 흔들림을 이겨내기 힘든지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교수님 조심해요!”
“내 걱정은 말고 비비안을 꼭 잡고 있어요!”
한참을 그렇게 흔들리던 복도가 서서히 진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완전히 잠잠해졌다.
“아키모토......”
윌리엄은 아키모토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비비안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일기장과 손전등을 챙겨 들었다. 윌리엄은 교수를 부축했다.
“잠시, 잠시 침착합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우선 그 일기장이 궁금하군요.”
교수는 일기장을 건네받고 천천히 한 페이지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윌리엄과 비비안은 두려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 더 이상 회색의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더욱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잠시 후에 교수가 입을 열었다.
“모두...... 가족 모두 죽었어요.”
“네?”
“이것은, 이것은 비비안의 일기예요.”
“무, 무슨 말씀이세요?”
비비안은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닐 때보다 더욱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주위는 한층 더 추워졌다.
“저도 알 수가 없군요. 하지만 이 일기장 주인의 이름은 분명 비비안이에요. 남편의 이름은 윌리엄.”
“잠깐, 아, 아까 액자의 그림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림 속의 남자가 저를 닮았다고 느꼈거든요.”
“윌리엄은...... 그러니까 이 일기를 쓴 여자의 남편 말입니다. 남편이 전쟁으로 죽은 형의 부인을 범했던 모양입니다. 형수는 병으로 죽고 그 사이에 낳은 아이를 비비안의 손에 맡겨 기르게 되었군요.”
윌리엄과 비비안은 아찔해짐을 느꼈다. 자신들이 이 저택에 들어온 것이 우연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요...... 그걸 알지 못하면 아키모토를 구할 수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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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비비안은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벽이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천정에선 피가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비비안에겐 더 이상 소리를 지를만한 힘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서둘러요 윌리엄.”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잠깐, 비비안이...... 비비안이 아이와 남편을 살해했어요.”
두 사람은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이상은 자세히 알 수가 없군요. 하지만 마지막의 내용들은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 같은 사람의 느낌입니다.”
“교수님, 그 여자가 아키모토를 데려간 것이 아닐까요? 여자의 방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 생각도 그래 윌리엄. 교수님 서두르죠.”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여서 금방 계단을 찾을 수 있었다. 교수는 아까의 일이 생각나 조금 주춤하는 듯했으나 윌리엄이 교수를 부축하며 힘을 주었다. 잔뜩 긴장한 일행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위 쪽에서 아까 맡아보았던 매운 냄새가 서서히 느껴졌다. 사방의 벽들이 서서히 피에 젖어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추워지는 듯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아키모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업 중에 무언가를 발표하는 듯한 꽤나 톤이 높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용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려움 때문인지 어디에서 들려오는 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2층인 것은 분명했다. 뭐라고 하는 것일까? 자세히 들어보니 마치 영화에서 들었던 주문을 외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일행이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동안, 어느새 아키모토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는 바닥에서 공포의 회색 연기가 다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집 전체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윌리엄이 복도 끝을 비추었다. 무언가 투명한 물체가 벽을 뚫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성인 인간의 크기만 한 그것은 회색의 연기를 왜곡되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바닥 위를 미끄러지듯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윌리엄! 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잖아!”
“제길!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아키모토! 아키모토!”
“모르겠어. 틀린 것 같아. 계속해서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집이 점점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명한 물체가 지나오는 곳은 검게 변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 물체가 뚫고 나왔던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키모토! 아키모토! 내 말이 들리니? 아키모토!”
드디어 그 물체가 그들의 바로 앞에 다가왔다. 그 물체는 투명했다. 젤리 같았다. 그 물체의 뒤로 보이는 광경은 왜곡되어 있었다. 그 물체의 발아래로 회색의 연기가 똬리를 틀고 꿈틀대고 있었다.
[ 모 두 죽 어 라 ]
무너진 벽에서부터 서서히 복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일행은 멍하니 투명한 물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그 물체는 분명 숨을 쉬고 있었다. 쉬익- 쉬익- 사방의 벽들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있었다. 회색의 연기가 일행의 몸을 감싸버렸다. 매운 냄새. 일행은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주위는 이미 한 겨울처럼 추워졌고 매운 냄새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일행은 회색의 연기를 잔뜩 들이마시고 있었다. 온몸의 모든 힘이 빠져나갈 만큼, 배의 근육이 잔뜩 당겨 올 만큼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쉬익- 쉬익- 그 투명한 물체는 가만히 그들의 앞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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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recluse는 주사위를 내던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젠장, 이번 시나리오도 실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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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플레이를 소설처럼 쓰신거군요. 몰입해서하면 스토리가 써지죠. 그나저나 이거 테마가 크툴루같은 거였나요?? 광기의 저택 보는느낌이었습니다 ㅎㅎ 잘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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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저택같은 게임들의 엄빠라 보면 되려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하다가 중반에 정해진 트리거가 발동하면 배신자가 정해집니다. 그 때 배신자는 배신자의 시나리오를 가져다가 혼자 확인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달립니다. 게임은 진짜 재밌는데, 초회판에 에라타가 워낙 많았던 단점이 있었죠.
원래 이런 식으로 쓰려던 건 아니었구요, 게임 특성상 스포일러를 피해가며 어떻게든 막 쓰다가 에라 모르겠다면서 이런 식으로 쓰게 됐어요 ㅎㅎㅎ -
언집배... 할 줄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면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라죠 ㅎㅎ 언집배 레거시는 언제 돌려보나... 잘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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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레거시도 나왔었죠. 해보고 싶네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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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쓰신 거군요ㄷㄷ소설같은 후기 재미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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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다 게임 상에 나왔던 카드나 시나리오, 진행 상황에 살만 살짝 입힌더에요.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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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8년 전에 쓰신 소설이라니!! 저도 10년 전에 반지의제왕 LCG를 이것처럼 써본 적 있는 데 다시 읽어보니까 재밌더라구요ㅎㅎ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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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인데도 이 글을 보니까 그 때 기분이 기억 나더라고요.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보네요 ㅎ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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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글을 이제야 봤네요!!!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떤게임인지 궁금해지네요. 강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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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저택 비슷한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 중반에 트리거가 발동하면 한 명이 배신자가 되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다른 목표가 생기죠.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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