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스터리 게시판의 설치를 기원하는 Van(lv. 19, 근무중)입니다.

오늘은 유~명한 탐정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특히 그들의 이름)이 어디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이름 장난질은 코난 쪽이 훨씬 심해서, 한 컷짜리 엑스트라의 이름에도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긴 한데요, 한도끝도 없으니 오늘은 주요인물들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사전에 알아두면 좋은 이름이 셋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아유카와 데쓰야

이 세 사람은 일본에서 "본격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본격이라는 건 본격파 탐정소설을 의미하긴 합니다만, 이쪽 세계 사람들이 본격과 사회파를 꼭 나눠서 얘기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그렇지 딱히 사회파에겐 존경받지 않는 사람들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니 그냥 "20세기 일본 탐정소설의 창조주" 같은 의미로 이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건 유명한 사람들이고, 그들의 영향을 받은 작가가 많을 뿐더러 각각의 이름을 딴 시상식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아유카와 데쓰야의 경우는 시대도 좀더 뒤인데다가 조금 인지도가 떨어지고, 보통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를 투탑으로 보는 편입니다. 

본문의 표기는 일본어 표기법에 맞춘 것과 맞추지 않은 것이 섞여 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만화의 경우에는 유독 일본어 표기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모티프가 된 탐정 소설 캐릭터의 표기와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작성자가 글로 펴고자 하는 뜻이 있어도 능히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소제목은 (캐릭터 이름)/(출연 작품) 형식으로 표기했습니다. 책 소개도 조금씩 있습니다.



1. 에도가와 코난/명탐정 코난



에도가와 란포+코난 도일(셜록 홈즈의 작가)을 합친 이름입니다. 작중에서 어린이가 된 신이치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책장의 책표지들을 보고 즉흥적으로 조합한 이름이죠. 코난은 현대판 홈즈로 불리기를 원할 정도로 셜록 홈즈를 동경하고, 사는 동네도 베이카가(...)죠. 그리고 작중에 등장하는 어린이 탐정단의 경우 에도가와 란포 작품의 소년 탐정단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한국어로 발매된 것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유명한 작품으로는 D 언덕의 살인, 인간의자, 지붕 밑의 산책자, 외딴섬 악마 등이 있습니다.

인간의자의 경우는 이토 준지가 만화로 그린 것도 있고, 외딴섬 악마도 비교적 최근에  만화로 출간되었습니다. 양쪽 다 원작의 기묘한 분위기를 잘 살린 편입니다. 인간의자 만화판은 '이토 준지 단편집 Best of Best'에 실려있고, 외딴섬 악마는 리디북스에서 E북으로 볼 수 있으니 꼭 한번 경험하시길 권합니다. 참, 두 작품 다 탐정 소설보다는 괴기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탐정 소설 쪽은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 김전일 AKA 긴다이치 하지메/소년 탐정 김전일



김전일의 이름(긴다이치 하지메)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에서 따왔습니다. 애초에 긴다이치 고스케가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설정입니다. 국내에선 손자보다 덜 유명하긴 합니다만, 긴다이치 고스케는 아~주 유명한 탐정인데요, 김전일이 이 할아버지를 꽤 닮았습니다. 평소엔 멍하다가 사건을 추리할 땐 똘똘해진다거나, 사실상 진실을 모두 깨달아놓고도 연쇄살인이 완료될 때까지 추리를 밝히지 않은다거나(^^;)하는 점이 그렇죠. 작가가 딱히 긴다이치 고스케랑 연관이 있는 건 아니고, IP를 돈 주고 산 케이스입니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는 옥문도, 이누가미 일족, 혼징 살인사건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편이며, 이누가미 일족의 경우는 일본에서 아주 여러번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소년 탐정 김전일의 라이벌 작품인 명탐정 코난 단행본에 연재되는 '코난이 찾은 명탐정'에도 등장했죠.






3. 아케치 켄고/소년탐정 김전일, 모리 고고로/명탐정 코난



두 사람 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아케치 고고로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아케치 고고로는 긴다이치 고스케와 함께 일본 탐정소설 역사를 대표하는 탐정입니다. 긴다이치 고스케 vs 아케치 고고로 같은 드라마도 있을 정도죠. 긴다이치 고스케와는 상반된 이미지의 인물로, 신사적인 외형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아케치 고고로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이해하기 좋은 작품은 위에서도 언급한 지붕 밑의 산책자가 있습니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영상화가 자주 되는 탐정입니다. (비교적)최근의 추천작으로는 스페셜 드라마 '시리즈 에도가와 란포 단편집 1925년의 아케치 고고로'가 있습니다. 구해서 보실 수 있으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 드라마는 좀 특이한데, 여성 배우가 아케치 역을 맡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케치가 여성이라는 설정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굉장히 천연덕스럽게 남자역을 연기하는데요, 이게... 이상하게 너무 잘 어울리기도 하고, 묘하게 뒤틀린 점이 에도가와 란포의 풍미를 잘 표현해주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호하는 영상물입니다.


4. 모리 란/명탐정 코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이름이긴 합니다만 실은 이 이름도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뤼팽 시리즈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어째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이, 더 나아가 홈즈와 뤼팽이 사귀는 모양새가(...)

모리 란의 국내 애니메이션에서의 이름은 유미란인데요, 저는 이 이름이 아마 국내 최초의 탐정소설가로 불리는 김내성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유불란'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유불란의 이름은 르블랑에서 따왔죠.

뤼팽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암성이겠습니다만 저는 어린 시절 처음으로 읽었던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가장 좋아합니다. 장면장면이 기억에도 많이 남고요. 뤼팽 시리즈는 시리즈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서로 성격이 많이 다른 작품들도 있습니다. 어떤 작품은 모험 소설이고 어떤 작품은 탐정 소설이고... 사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뤼팽 시리즈 중에서는 탐정소설로서 훌륭한 것을 하나 추천하라면 '시계종이 8번 울릴 때'를 택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뤼팽이 아니라 레닌 백작이긴 합니다만 당황하지 마세요. 잘못 산 것 아닙니다. 이게 다 이유가 있는데 나중에 얘기하겠습니다.


5. 겐모치 경부/소년탐정 김전일



아유카와 데쓰야의 '리라장 살인사건'에 나오는 겐모치 경부에게서 따온 이름일 겁니다 아마. 

리라장 살인사건은 한국어판도 출간되어 있습니다만, 초심자에게는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이 미스터리에 무게를 두면 내러티브가 죽고, 내러티브에 무게를 두면 미스터리가 죽기 마련입니다. 일본 소설의 사회파와 본격파를 정의하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지만 결국 이 장르도 내러티브냐 미스터리냐에서 갈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본격 중에서도 상본격입니다. 안읽히는 건 아닌데, 내러티브에 신경 쓰면 지는 거예요. 


6. 메구레 경감/명탐정 코난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메그레 경감은 콜롬보의 선조 정도 되는데요, 애초에 콜롬보 형사 드라마 자체가 영미판 메그레 경감으로 기획된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애니메이션판에서는 메구레가 콜롬보라는 이름으로 나온 모양이더군요

당시 소설치고는 미스터리보다 내러티브가 좀 더 강한 측면이 있어요. 20세기 초반 프랑스 탐정소설의 특징인데, 영미 탐정 소설이 일찌감치 문학과 선을 긋고 독자노선을 걸었던 것과는 달리 프랑스 작가들은 어느 정도 문학과의 접목이랄까 문학적인 탐정소설을 여러 방향으로 시도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사연이 있는데, 애초에 탐정소설가가 되려던 게 아닌 작가들이 출판사의 강요나 생계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탐정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당시에 탐정소설가와 부자는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달까, 어쨌든 정말 돈이 되는 사업이었거든요. 오죽하면 출판사의 강요로 탐정 소설을 쓴 작가가 작가 후기에 탐정 소설에 대한 저주를 퍼부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메그레 시리즈는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소설입니다. 특히 메그레 경감은 그 시대는 물론 지금의 탐정들과 비교해도 인간적인 면이 꽤 잘 드러나는 탐정입니다. 치열하면서도 정도에 따라 사건을 수사하는 스타일에다가 후대의 하드보일드 탐정들과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많이 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생폴리엥에 지다'를 추천드리고, 영국에서 드라마화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추천할 수 없습니다.




7. 아가사 박사/명탐정 코난



당연히 아가사 크리스티겠죠? 한국 애니메이션판에서는 브라운 박사라는 이름이 되었는데 이 이름은 브라운 신부에서 따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소개할 필요는 없겠죠?



8. 핫토리 헤이지/명탐정 코난

핫토리 헤이지의 이름 자체는 탐정 소설의 오마주는 아닙니다만, 엘러리 퀸을 염두에 둔 캐릭터로 보입니다. 우선 첫번째로 엘러리 퀸을 


퇴근시간이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