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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보드게임 이야기] 14. 배워야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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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3 06: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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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한때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모 생활문화센터에서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글쓰기 프로그램 두 개와 더불어 하나 더 운영했던 게 보드게임 프로그램이었어요. "소통의 보드게임"이라는 거창한 제목이었습니다... (ㅋ) 프로그램이 평일 낮 시간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보니 참여자 중에 성인 남성의 빈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홍보가 잘 되지도 않았던지라 글쓰기 프로그램 참석자 중에 두 분 정도가 이쪽에 지인을 동원해서 참석했죠. 주 1회 4개월 프로그램을 네 명으로 진행했으니 후원 기관에서 보기엔 성적이 좋았을 리 만무합니다만 그 시간은 적어도 저에게는 제법 뜻깊었습니다.
원래는 오후 7시로 프로그램 시간을 잡았는데, 신청자가 너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 분의 말을 듣고 시간을 바꿨습니다. 저녁이라서 가족들 밥 차려줘야 하는 것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였죠. 맞벌이 부부가 아니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로 시간이 좀 있더군요. 남편도 출근하고 아이도 학교나 어린이집 가고 이때 짬이 좀 납니다. 뭔가 활동 하나 하기 딱 좋은 시간인 거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드게임이 뭔지는 들어서 대충 아는 정도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포인트는 관계와 소통의 수단으로 홍보했는데요. 인원수가 적으니까 오히려 마음대로 하기가 좋더군요. 저를 포함해 다섯 명. 보드게임 하기도 최적 인원인 겁니다.
시작은 역시 <피트>고요 ㅎㅎ 상대의 마음 읽기 <딕싯>, 언어 없이 소통하기 <콘셉트>, 한글날 맞이 우리말 게임 <라온> 등. 이런 명작들(보는 순간 좋은 게임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은 주제대로 쭉 하나하나 했지만, 다른 게임들은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와 상황을 맞춰서 하나하나 바꿔갔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그렇지만, 보드게임을 하는 첫째 이유는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거든요. 즐거운데 관계적으로 좋기까지 해서 권하는 거죠. 어머니들은 교육적이라고만 해도 좋게 생각하고(물론 별로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논외로 하죠), 그걸 해 보면서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는 그보다 조금 더 욕심을 냈습니다. 보드게임이 아이들에게 좋아서 좋은 게 아니라 본인들이 즐거워서 좋다고 느끼게 만들자고요. 노는 것도 배워야 잘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이란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와도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바람 불면 흔들리는 거 같아도 사실 굳세게 잡혀 있는 근간은 쉬 움직이지 않죠. 참석하셨던 분들 역시 본인들이 즐겁게 즐기면서도 아이에게 좋은지, 건전한 문화인지 보는 일종의 방어막을 어쩌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번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네 사람이 그 근처를 지나다가 벽에 붙은 제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고 그냥 아무나 와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이 갑자기 강의실로 들어왔는데, 때마침 그날 챙긴 게임 중에 인원수에 있어서 유연한 <코요테>와 <라온>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두 게임을 꺼내서 가르쳐주고 같이 했는데요. 그 가족들이 끝나고 나서 아주 재미있었다며 고마워하고 돌아갔습니다. 게임하는 내내 제대로 몰입해서 즐기는 걸 봤으니 아마 빈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요. ㅎㅎ
마지막 모임을 하던 날엔 그때까지 같이 즐겼던 게임 중에 몇 가지를 챙겨가서 그분들에게 원하는 게임을 하나씩 나눠드리기도 했으니, 그분들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유익(ㅎㅎ)한 모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 이후로 다시 보드게임을 알거나 더 즐기시고 있을지는 알 길이 없지만, 보드게임에 이런 것도 있는 줄 몰랐다는 피드백은 진심이었다고 믿습니다. 그때 알려드린 최고 난이도가 <딕싯>이나 <보츠와나> 정도인지라 넓고 복잡다단한 보드게임의 세계를 다 보여드릴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목표는 보드게임을 당장 하는 사람이 즐거운 것이었으니까요.
원래는 오후 7시로 프로그램 시간을 잡았는데, 신청자가 너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 분의 말을 듣고 시간을 바꿨습니다. 저녁이라서 가족들 밥 차려줘야 하는 것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였죠. 맞벌이 부부가 아니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로 시간이 좀 있더군요. 남편도 출근하고 아이도 학교나 어린이집 가고 이때 짬이 좀 납니다. 뭔가 활동 하나 하기 딱 좋은 시간인 거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드게임이 뭔지는 들어서 대충 아는 정도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포인트는 관계와 소통의 수단으로 홍보했는데요. 인원수가 적으니까 오히려 마음대로 하기가 좋더군요. 저를 포함해 다섯 명. 보드게임 하기도 최적 인원인 겁니다.
시작은 역시 <피트>고요 ㅎㅎ 상대의 마음 읽기 <딕싯>, 언어 없이 소통하기 <콘셉트>, 한글날 맞이 우리말 게임 <라온> 등. 이런 명작들(보는 순간 좋은 게임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은 주제대로 쭉 하나하나 했지만, 다른 게임들은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와 상황을 맞춰서 하나하나 바꿔갔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그렇지만, 보드게임을 하는 첫째 이유는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거든요. 즐거운데 관계적으로 좋기까지 해서 권하는 거죠. 어머니들은 교육적이라고만 해도 좋게 생각하고(물론 별로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논외로 하죠), 그걸 해 보면서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할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는 그보다 조금 더 욕심을 냈습니다. 보드게임이 아이들에게 좋아서 좋은 게 아니라 본인들이 즐거워서 좋다고 느끼게 만들자고요. 노는 것도 배워야 잘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이란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와도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바람 불면 흔들리는 거 같아도 사실 굳세게 잡혀 있는 근간은 쉬 움직이지 않죠. 참석하셨던 분들 역시 본인들이 즐겁게 즐기면서도 아이에게 좋은지, 건전한 문화인지 보는 일종의 방어막을 어쩌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번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네 사람이 그 근처를 지나다가 벽에 붙은 제 프로그램 포스터를 보고 그냥 아무나 와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이 갑자기 강의실로 들어왔는데, 때마침 그날 챙긴 게임 중에 인원수에 있어서 유연한 <코요테>와 <라온>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두 게임을 꺼내서 가르쳐주고 같이 했는데요. 그 가족들이 끝나고 나서 아주 재미있었다며 고마워하고 돌아갔습니다. 게임하는 내내 제대로 몰입해서 즐기는 걸 봤으니 아마 빈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해요. ㅎㅎ
마지막 모임을 하던 날엔 그때까지 같이 즐겼던 게임 중에 몇 가지를 챙겨가서 그분들에게 원하는 게임을 하나씩 나눠드리기도 했으니, 그분들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유익(ㅎㅎ)한 모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 이후로 다시 보드게임을 알거나 더 즐기시고 있을지는 알 길이 없지만, 보드게임에 이런 것도 있는 줄 몰랐다는 피드백은 진심이었다고 믿습니다. 그때 알려드린 최고 난이도가 <딕싯>이나 <보츠와나> 정도인지라 넓고 복잡다단한 보드게임의 세계를 다 보여드릴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목표는 보드게임을 당장 하는 사람이 즐거운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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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놀려면 노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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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진심이 필요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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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가하고 싶은 프로그램인데요..!!ㅋㅋㅋ
노는 법도 배워야한다는 거 요즘 같은 때에 더욱 동감합니다ㅜㅜ 그래서 저도 아이들과 하는 보드게임이 더 의미있게 느껴져요! -
아딱까지 하시는 분에게 가르쳐드릴 보드게임이 있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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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시작은 가벼웠던 적이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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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주머니가 가벼워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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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해졌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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