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10 화 전야
-
2022-08-07 07:21:38
-
2
-
770
-
-
Lv.35 로보
제 10 화 : 전야
그리고 그날 밤─
한밤중. 성 내에 배정된 히사메 사이네의 방에서.
오도카니 눈을 감고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사이네의 모습이 방안에 있었다.
시력이 없는 사이네에게 있어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접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반은 일과로 변한 저녁 식사 후 명상 중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타츠노미야의 성이라는 익숙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더욱 빼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간 미간은 집중력 결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아……」
사이네 스스로로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흐트러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명상인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머리 속을 채우는 아마네 유리나의 너무나 당당한 승리 선언.
그렇지 않아도 부당한 결판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상대였는데, 여기 와서 아마네 유리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사이네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유리나가 일정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이네도 아낌없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기나타를 통해 전해져 온 기술 그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유리나는 콩알탄 같은 임시변통 수단을 사용해 사이네에게 승리했다. 계속해서 자신의 기술을 부정한, 몸가짐이 부정한 녀석이라고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만약 꼼수로도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게 되었을 때, 그녀는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라는 의문이었다.
마음속의 유리나는 줄곧 부지런히 기술을 연마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녀의 대답은 비겁한 수단으로 인해 녹이 슨 도가 아닌 정성스럽게 갈고 닦은 것처럼 무기질 했다.
그 괴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물질이 되어 사이네의 마음 속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네……」
마음 깊은 곳에서 멈추지 않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잡념. 단념한 사이네는 자신의 단짝을 들고 밤 산책에 나섰다.
같은 성 내, 모든 문이 굳게 닫힌 한 방에서.
결코 분위기가 가볍진 않지만, 편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남자의 태도는 이미 가장 중요한 안건의 처우가 결정된 이후의 회의 참석자 같았다. 나머지는 확인을 하듯이 채워나갈 뿐인 그런 논의.
「대기도 순조롭게 완료된 것 같군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하면, 과연 포착할 수 있느냐 라는 부분입니다만」
「무얼,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을 테지. 애당초 우리들이 손 댈 수 없는 곳까지 멋대로 가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아. 만일에 대비해 첩보 요원들도 준비해 두었네. 소문 같은 건 어떻게든 할 수 있네」
대담하게 웃는 건 회합 중일 때보다 더욱 의연한 즈이센 쇼우다.
두 사람의 술잔은 이미 건조하다. 한 병 뿐인 *술병도 텅 빈 채 그저 풍경으로 변해있었다.
「그야말로 전설이 될 거물 사냥이야. 질릴 정도로 발버둥을 치겠지」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로군요. 말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 믿기지 않는 자신이 있습니다」
「분명 그 말도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해도, 차례로 따지면 바로 몇 수 전 이야기이니까」
「결판이 난 후에 돌아올 차례란……쇼우 공의 바둑판은 나에겐 너무 멉니다.」
대면하고 있던 남자는 쇼우에게 아첨할 의도를 감출 생각도 없이 웃었다.
이제 와서 그걸 보고 기분 나빠할 쇼우가 아니다. 어느 정도는 그 자신이 바라던 것이다. 멍청하게 실수라도 하지 않는 다면 뭘 해도 좋았다.
「바둑판, 인가……」
혼잣말을 흘리는 그의 눈에는 눈앞의 남자가 아닌 어딘가 훨씬 먼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자신이 낸 한 수에 따라 변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듯이.
성보다 조금 떨어진 산기슭, 그 안의 폐허가 된 신사 앞.
오늘 밤은 달도 별도 잘 보인다. 불을 권능으로 삼는 히미카에게 때로는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인 태양이 떠있는 낮이 좋은 건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초저녁에 드문드문 불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별이 뜬 밤하늘도 좋았다.
비오는 밤은 최악이다. 그래서 오늘, 할 얘기가 있어, 라며 그 신라가 불러낸 특이한 날에 적어도 날씨가 좋다는 건 다행이었다.
「……웬일로 불러내선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다니」
참을성 없는 그녀는 공기의 사소한 변화로 한 발 먼저 상대의 도착을 인식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내키는 대로 하는 히미카에게 있어서 신라는 길이 겹치지 않는 여신 중 한 사람이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겠지만, 신라가 하고 있는 어려워 보이는 일은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가끔 만나면 왠지 바보 취급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거북하다고 해도 좋을 상대이다.
그래서 불러냈을 때도 일부러 맞이하러 나가면서 까지 바보 취급 당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조금 열이 받았다.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으니, 만나자마자 장난 삼아 한 방 갈겨줄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신라가 그렇게 할 만한 용건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애초에 신라가 현현하고 있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다. 입으로만 움직이는 그녀가 그렇게 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아무리 히미카라도 그 정도 결론을 내리는 건 쉬웠다.
마음에 드는 귀인끼리의 결투 이야기도 크게 고조되는 요소이긴 했지만, 그에 못 미친다 해도 중요한 이야기일 테지. 그것이 재미있는 일일지 아닐지는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들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조차 히미카는 몰랐지만.
「여어, 오랜만이네」
「에에, 오랜만이네요, 히미카」
무엇이 되었든 이제 곧 모두 드러나게 될 것이다.
변론의 여신은 달을 등지고 마치 만들어 낸 듯한 미소로 히미카의 앞에 나타났다.
어느 곳, 굉장히 좁고 어두운 곳.
먼지 투성이의 야미쿠라 치카게는 몸의 떨림을 어떻게든 억누르려 깍지 낀 두 손이 하얘지도록 힘을 주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몸을 휘감는 공포가 의사와 관계없이 날뛰어서 큰 소리를 내면서 난리를 칠 것만 같았다.
「호로비, 호로비이……무서워요 죽을 것 같아요 죽고 싶지 않아요……」
치카게는 최대한 소리 죽여 모기 소리보다 더 작게 타이르듯이 그리고 대답을 강요하듯이 쉴 새 없이 중얼댄다.
어둠 속에는 그녀의 모습 밖에 없다. 하지만 「응, 응」하고 대답하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안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힘을 빌려주지 않을 리 없겠죠, 그렇죠, 호로비. 그렇지 않으면 저 반드시 죽을거예요오……절대로, 절대로 말예요, 그렇지 않아도 살해 당할지도 모르니까요오……」
그리고 다시 누군가에게 위로 받기라도 하는 듯 시간을 두고는, 「응, 그렇죠」하고 위안을 얻는 치카게.
치카게가 말을 거는 건 자기 자신도, 상상 속 인물도 아니다. 치카게는 가끔 이렇게 여신 호로비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라기 보다는 통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기에 원래라면 귀인이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치카게가 입을 여는 것은 이제는 고칠 수 없는 의존의 결과이다.
물론 이런 대화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최소한 여신이 바랄 필요가 있으며, 그것에 더해 귀인 쪽도 높은 소질이나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 여신도 한 명의 인간에게 의식을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현해서 현세에 나타난 경우 등엔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이는 수 밖에 없겠죠. 치카게가 제대로 죽이면 되는 거죠. 치카게가 죽기 전에 죽여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거죠. 할 수 있죠? 치카게와 호로비라면 할 수 있죠? 그렇죠?」
몸의 떨림을 없애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확인한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렇게 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솟아나는 공포에 치카게가 이기지 못하는 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녀는 지금도 이렇게 살아있다.
「호로비, 호로비, 호로비……」
잠꼬대 하듯이 믿고 있는 여신의 이름을 중얼대던 소녀는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일상이 오는 그때까지 기도하는 손 모양을 무너트리지 않았다.
성 내, 아마네 가에게 배정된 방에서.
하루 종일 정치적인 싸움터에 시달리던 부친이 쓰러지듯 이불에 들어간 뒤로도 계속 유리나는 다다미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그것은 명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음은 차분했지만, 머리 속에선 계속해서 격렬한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상대는 물론, 타츠노미야.
자신과의 대치를 상상하면서 자신의 수에 상대가 어떤 수를 낼지, 과거에 본 결투의 양상을 떠올리며 고찰해 나간다.
타츠노미야의 수에 대한 대응은 대강 생각을 마쳤지만, 결론이 났다기 보다 손패를 모으는 게 끝났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했다. 공격 수단, 수비 수단 쌍방 모두 꺼내 들고 피아의 상태를 고려한 다음 한 번 더 머리 속에서 굴려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생각이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여전히 승산은 한없이 낮았다.
하지만 유리나는 그 객관적인 고찰을 조리듯이 시간이 허용하는 한 끝없이 생각을 반복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낮은 승률은 중요하지 않다. 이기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대답 그 자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유리나는 지금까지 특별히 힘 들이지 않아도 손에 들어오던 그것을 스스로 찾아야만 하게 됐음에도 무감정했다.
승리를 위해, 유리나는 한결같이 타츠노미야의 환영을 베어나간다.
여전히 호탕하게 웃는 대장부에 대한 확실한 느낌은 없었다.
인연이 겹겹이 얽히게 되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반면, 견디지 못하고 닳아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
그것이 인연 뿐이라면 아직 괜찮은 편이지. 하지만 인연은 사람과 사람이 엮이며 만들어지기에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이렇게 각자가 맞이한 운명의 밤, 이 후 영웅담의 흐름은 결정적으로 변하게 돼.
뒤틀린 채 완성된 인연의 매듭이 삐걱거리며 다른 곳을 깎아버리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가 되는 건 곧 다가올 이야기에서.
화자 : 카나에
*
원문 小徳利. 이렇게 생긴 술병. 그대로 읽으면 소덕리라는 어딘가 구수한 이름이다.
관련 보드게임
- 관련 보드게임이 없습니다.
베스트게시물
-
[자유]
엄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일어나는 일
-
Lv.10
뽀뽀뚜뚜
-
7
-
580
-
2024-11-18
-
Lv.10
-
[자유]
기업 이미지가 중립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Lv.7
플리페
-
8
-
451
-
2024-11-14
-
Lv.7
-
[자유]
왜 충성 보드게이머를 폐륜아으로 몰고 가신 거죠?
-
Lv.11
vallentine
-
8
-
386
-
2024-11-14
-
Lv.11
-
[자유]
뒤늦게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코보게에게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
Lv.3
두이니
-
9
-
354
-
2024-11-16
-
Lv.3
-
[자유]
묻고 싶습니다. 특정 단어가 게임 디자이너의 의견인가요?
-
Lv.18
닥터M
-
19
-
606
-
2024-11-13
-
Lv.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