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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2006/11/3] 아지트 철야 게임 모임 후기
  • 2006-11-08 15: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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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아지트 철야 게임 모임 후기 (2006. 11. 3.)

역시 모처럼의 금요모임이라, 섭외들이 어렵더군요. 결국 전심님 한 분만 모시고, 조촐한 3인 게임의 향연으로 이 날 모임을 꾸려나갔습니다. 물론 전심님 도착 즉시 게임이 시작된 것은 아니고, 잠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외무성 장/차관의 회담이 있었습니다. 타국 외무담당관들께서는 Twinkrystal을 잘 섭외해보시기 바랍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외무성 장/차관 회담 내용을 전부 들었으니까, spy로서 활용가치가 꽤 높을 겁니다. 핫핫~

1. 사막을 지나서

아주 오래 전에 장만했던 게임인데, 이제서야 돌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새로운 게임을 익힐 정신적 여유가 없는데, 전심님 덕분에 새로운 게임을 하나 익혔습니다. (well-done으로… 쿨럭~)

게임 시작 전 초기설정 모습(3인 게임)

목마른 자들이여 다 이리로 오라 (오아시스)

아직 바둑을 익혀보지는 못했지만, 바둑과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하기는 바둑처럼 단순한 체계이면서도 깊이 있는 추상전략 게임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지요. 어쨌거나 바둑의 체계를 멋지게 소화한 R.Knizia의 또 다른 수작(秀作)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저 널부러진 수많은 낙타들. 조만간 사막을 누비겠지~

사막을 누비는 저 대상(caravan)들

게임에서 처음으로 큰 영토(?)를 먹으려고 한 건 저였습니다만, 저에게 모든 견제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정작 가장 큰 영토들을 차지한 건 전심님과 크리스탈, 두 사람이었습니다. (무서운 사람들….) 결국 크리스탈이 1등 전심님이 2등을 차지하더군요. 저는 3등인데, 전문용어로 꼴찌라고도 하더군요.

제가 획득한 점수들

아기자기한 구성물과 적당한 깊이의 수싸움이 들어있는 게임이라 앞으로도 종종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크리스탈이 마음에 들어하니… -_-;)

2. 새 놀이(fowl play)

아주 적게 출판하는 걸로 악명 높은 R.브리즈의 신작입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키세드랄, 리프 인카운터와 키덤의 재판인 알라딘의 용 정도를 해보았는데, 모두 좋은 인상을 받은 게임입니다만, 그 밖의 게임을 구하려면 돈은 물론이고, 상당한 정도의 노력을 퍼부어야 구할 수 있는 것들이더군요. 이 게임 역시 전 세계 500카피 밖에 존재하지 않는 소량 생산 제품이랍니다. (그런데 왜 제 주변에는 이게 널려있는 걸까요? -_-;;;)

게임 시작 전 초기 설정 모습

[파울 플레이]라고 발음되는 이 게임 제목은, 약간의 언어유희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Fowl이 닭 또는 가금(家禽)류를 일컫는 말이지만, foul과도 발음이 같거든요. 약간은 비열한 플레이를 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중의적인 표현이 아닐까요? 핫핫~

게임은 간단합니다. 카드 플레이를 통해 새 떼를 움직이고, 자신의 여우를 움직여서 새들을 먹어치우는 것이지요. 너무나 당연하지만, 내 여우는 많이 먹어야 하고, 남의 여우는 최대한 못 먹게 방해해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냥 이렇게만 설정된 게임이면 너무 심심하지요? 게임 시작할 때 지켜야 하는 새가 지정됩니다. 카드 한 장씩을 숨겨두고 시작하는데, 이 카드가 지시하는 그 새가 지켜야 하는 새이며, 그 카드에 있는 요소(도형, 내부 색깔, 외부색깔, 새 종류 등)들도 많이 생존시킬수록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그 카드를 게임 내내 수시로 들춰보아야 했습니다.

목장을 누비게 될 여우 세 마리

열심히 여우를 피해 다녀야 할 새들(닭, 칠면조, 오리, 거위)

닭장 속에는 여우 굴을 뚫어서 여기저기 출몰하는 세 마리(3인 게임이므로)의 여우들. 그 여우들을 피해 이리저리 흩어지는 새떼들. 마치 한 편의 우화를 보는 듯한 광경이 게임 내내 펼쳐집니다. 내가 지켜야 하는 새들을 상대방의 여우 앞에서 멀리 도망치게 하는 반면, 내 여우들이 포식할 수 있도록 새 떼들 앞에 가져다 놔야 하는 상황. 제 경우, 한 때 뷔페라고 불릴 정도로 구석에 많은 새 떼들을 몰아넣었고, 골라먹는 재미를 만끽하려던 찰나였는데, 전심님과 크리스탈의 분탕질(?)로 식탁(?)은 난장판이 되고, 겨우 두 마리를 잡아먹는데 그쳤습니다. 흑흑~ 그 나마도 한 마리는 구석까지 따라가서 잡아먹은 것이었는데, 먹고 나니 여우굴로 귀환하는 길이 막막하더군요. -_-;

뭘 먹을지 고민중인 전심님의 흑여우

뷔페 앞에서 입맛 다시는 백여시(Josh Beckett)

자칫하면 이번에 굶주리게 될 것 같은 위기의 갈색 여우(Twinkrystal)

그런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사정이었던 지라, 결국 게임은 세 번 굶주리는 종료조건을 통해 끝이 납니다. 사실 잔존 새 떼의 수로 따지는 종료조건도 비슷하게 끝날 시점이었기 때문에, 종료조건들의 균형은 잘 맞았다고 봅니다.


각자가 지켜야 할 새들. 전심님과 본인은 너무 많이 닮아있어서리, Twinkrystal이 약간 불리

본인이 취식(?)한 새들

재미있는 게임이었고, 또 언제라도 다시 하자고 하면 하고 싶은 게임이긴 하지만, 워낙 구하기 힘들고, 고가품이기 때문에 소장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좋은 게임 할 수 있게 해준 전심님께 감사~.

최종결과, 전심님의 스코어가 잘못 계산되어 다시 수정했으나, 사진은 이미 찍어버린 상태. ^^;

3. 가위질의 공포(shear panic)

이 날, 이 게임의 참가자들은 이 게임의 구매와 인연이 좀 있습니다. 때는 이 게임이 모 사이트에 공동구매로 올라온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개 정도의 물량에 4명이 이미 신청을 한 상태라 딱 한 개만 남은 상태였지요. 마침 모 님의 멋진 다시보기(review)도 있어서 마음이 동하던 차였으나, WAF(wife acceptable factor: 아내 동의 요인. 윈도스님 블로그 참조)가 높지 않으면 구매가 불가능한 저희 집 소비구조 상, 갈등과 방황은 필수.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쩔 수 없이 크리스탈을 불렀습니다.

Josh Beckett: 음~ 이 게임 한 번 볼래요?
Twinkrystal: 뭘 또 지르려는 거지? (찌릿)
Josh Beckett: (뜨끔) 아니, 그냥 한번 보라고… 귀엽잖아. 이 양떼들을 봐~. 여기 꽃을 들고 있는 로저도 그렇고, 가위질 하는 이 녀석 좀 봐.
Twinkrystal: 음….
Josh Beckett: 게임성도 좋다는군. 지금 인기가 폭발적이라, 한 개 남은 물량도 언제 끝날지 몰라.
Twinkrystal: (돌변) 당장 질러!

WAF이 꽤 높은 게임이었나 봅니다. 망설이지 않고 재빨리 결재를 했지요. 결재를 마친 후 약 5분이 지나자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전심님이었습니다.

전심: (흐느끼며) 좀 전에 shear panic 구매하셨지요?
Josh Beckett: 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전심: 제가 오늘 아침부터 그걸 구매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그 사이트의 결재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는 바람에 계속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찰나에 베켓님이 가져가버리셨다구요.
Josh Beckett: 오호~. 이걸 어쩌면 좋습니까? 그냥 저희 집에서 하시면 되겠군요.
전심: 크흑~ 어쩔 수 없지요. 잘 보관하고 계십시오. 나중에 그 게임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드리고 찾아오겠습니다.

저 빨간 양은 제작사의 실수로 등에 빨간 점이 안 찍힌 관계로 저렇게 토큰을 얹어서~

어쨌거나, 이런 배경을 가진 게임이기에, 전심님의 강력한 요청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구성물을 가진 게임 치고는 꽤 게임성이 좋았습니다. 적절하게 상대방에게 태클도 걸어줘야 하고, 자기 밥그릇도 열심히 챙겨야 하고, 상대방과 나에게 남은 액션을 살펴보면서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야 하거든요.

모든 양들이 가까이 가기를 꺼려하는 저 양은 과연 무엇이길래...

그것은 바로 가위질하는 양~!!

게임 방식이야, 월하연서(킨)님의 멋진 후기가 있으니 참고하시고, 저희 게임에서는 1, 2라운드에서 제가 적당히 좀 치고 나가나 싶었는데, 4라운드 시작하면서 너무 좋은 위치(가위를 든 양에서 가장 먼 위치)를 선점한 나머지,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4라운드 중간 점검에서 저만 혼자 가위질을 당한 것이지요.

"흑흑~ 나 가위질 당했어."/"괜찮아~ 꽃미남 로저가 있잖아"

덕분에 꽤 앞서던 점수였는데, 근소한 차이로 뒤로 밀려버렸습니다. 전심님과 크리스탈의 공동 우승.

최종 결과

4. 그 밖에(케일러스, 푸에르토 리코)

하도 많이 해서 사진도 안 찍은 게임입니다. -_-; 케일러스는 전심님이 승률이 안 좋다고 하셨고, 저는 유독 승률이 좋은 게임인데, 역시 결과도 기존의 승률대로 나왔습니다. 초반에 독주하는 크리스탈을 잡기 위해 25점짜리 명성건물에 주력한 덕분에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크리스탈은 14점짜리 명성건물 등으로 방어막을 쳤지만, 아깝게 2위가 되었네요. 전심님은 승점 총애에 주력했고, 건물 임대료 등으로 게임 중간에 2등을 차지하였지만, 결국 서민의 비애를 외치며 3등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케일러스가 인원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는 해도, 아무래도 적은 인원으로는 보좌관을 통한 견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소 느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아무래도 4~5인 정도 되어야, 보좌관 태클이 두려워서라도 빡빡한 플레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케일러스까지 이르면서 단 한 게임도 1위를 못하셔서 도저히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하신 전심님의 주장으로 선택된 게임, 바로 푸에르토 리코입니다. 3순위로 게임을 시작하시면서 강력하게 콘 러쉬의 야심(?)을 드러내시길래, 견제 차원에서 옥수수 농장을 건설했건만 덕분에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좌악~ 말렸습니다. -_-;

상점에 주력했지만, 다른 두 사람의 견제에 말리면서 별로 재미도 보지 못했고, 이리저리 3등으로 마쳤습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전심님이 크리스탈을 제치더군요.

결국 소원성취하신 전심님은 한층 밝아진 얼굴로 귀가길에 나서셨습니다. 모임을 마무리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전심님이 처음으로 차를 몰고 찾아오신터라, 초행길 졸음운전까지 겹치면 곤란하시다며 조금 서두르셨지요.

오래간만에 3인 게임의 조촐한 모임이었는데, 나름대로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역시 소수 인원이다보니 전심님은 먹을 복이 터졌습니다. 크하하~

언제 다시 열릴지는 몰라도 아지트의 게임 모임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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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6-11-08 16:14:49

    야~!!
    신작 게임만 플레이 하셨군요.
    특히 구하기 어려운 것들만요..ㅋㅋ
    부럽습니다.^^
    • 2006-11-08 16:36:49

    저는 3등인데, 전문용어로 꼴찌라고도 하더군요.
    와하하 재미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런 모임 후기를 쓰는 날이 오기를......
    • Lv.2 비형 스라블
    • 2006-11-08 16:48:36

    호호. 저희 집에 있는 게임이 다 댁에도 있네요. :)

    저는 지금 Fowl Play! 하나 더 사야하나 목하 갈등중인데 말입니다. ^^a 아무튼 다음 주에 거사(!)가 끝나면 한 번 달려드리러 가겠습니다. :) 방바닥 잘 닦아두고 기둘려주세요. 히히.
    • 2006-11-08 16:57:01

    500개 한정인데 우리나라에만 50개는 들어온 거 같습니다..
    ㅎㅎㅎ
    • Lv.1 좋은미교
    • 2006-11-08 18:57:21

    1. 기본적으로 모임 글을 올려주셔야 가지요... 그러시면서 사람없다고 하시면 슬퍼요... 가깝다면 저도 금요일 밤샘 생각있습니다요.

    2. 쉬어 패닉의 빨간 토큰 얹어 놓으신 사진은 정말 엽기로군요. 후후후

    3. fowl play
    이제는 슬슬 그냥 단순히 악명 높은 단계에서 끝날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구할 수 있는 게임은 아무 것도 없을 듯 하네요. 뭐.. 간단하게 '포기'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4. 후기를 종합해보니, 꽤나 멀 것 같네요. 어디 다른 분 차에 묻어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
    • 2006-11-08 23:37:03

    헉 fowl play...
    • 2006-11-09 02:07:50

    오우 다양한 겜들 잘 봤습니다^^
    푸코나 케일러스가 헌신짝 취급을 받게 되는 군요 꺼이꺼이;;
    • 2006-11-09 11:04:44

    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게임하시는 것 같아 보이십니다.
    요즘 바쁜일들을 잘 끝나셨는지..^^
    • 2006-11-09 12:55:50

    독어판 사막을 지나서의 물웅덩이 타일은 너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양이 짊어진 빨간 짐짝도 매우 매력적이네요 :)
    • Lv.1 귀여운소년
    • 2006-11-10 09:53:27

    재미있는게임들 많이 하셨네요 ^^:;
    • Lv.1 월하연서(킨)
    • 2006-11-11 09:18:53

    잘보았습니다. 양에 토큰..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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