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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푸코(3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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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2 00: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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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 도검
(1편부터 읽으시길...^^)
그날 밤 도검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다. 30년전 유행가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여흥구를 내면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집사람이 뛰어나오면서 혀를 끌끌찬다.
"아이구, 술도 못하는 양반이 왜 이렇게 술을 마셨담! 오늘 뭔일 있수?"
"뭔일? 뭔일 있지. 내가 오늘로서 보드게임방을 그만두게 되었단 말야...!"
"아니, 마누라보다 몇 백배는 더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왜 그만둬요?"
"이사람, 꺽~. 농담아니라니까..."
"아니, 그럼 이제는 뭐하실라우...?"
"뭐,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리든지...꺽. 모르겠네. 나도."
그날밤은 그렇게 시끄러운 듯 평온한 듯 정신이 없게 깊어갔다.
햇살이 어느덧 도검의 창틈으로 빨랫줄 처럼 쏟아진다. 도검은 눈을 찔끔 뜨고는 시계를 쳐다본다. 오전 8시 10분.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갑자기 머리 띵하고 아파온다. 도검은 어제 일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나 애쓸 필요도 없이 지워질래야 지워지지 않는 조각처럼 이미 그날의 일은 도검의 머리에 뚜렷이 박혀버린 것을 알아채는 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검은 밥도 잘 먹지 않고 9시쯤 해서 보드게임방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족쇄나 채워져 있는 것 처럼 무겁기 짝이 없었다. 담배를 태우면서 차후의 일을 생각해보나 역시 무신통이다.
곧이어 건물주의 얼굴이 보인다. 도검은 역한 모습을 보는 것 처럼 자연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런데.
"어이구! 도검님 아니십니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갑자기 친한 척을 한다.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 거짓된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근데 건물주는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참, 보드게임방은 계속 운영하십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라는 것은 이런 말을 두고 하는 것일게다.
"글쎄, 난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하하, 그러시겠지요. 어디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얘기 하죠. 제가 사겠습니다."
도검은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닫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에 마냥 기쁜 것은 사실이었다. 생명이 연장된 것 만큼이나 흡족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삼겹살 집에서 건물주가 들려준 얘기는 대충 이러했다.
어젯밤에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는데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더니 한 여학생이 들어왔던 것이다.
"학생. 응?"
건물주는 그 학생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질끈 묶은 긴 머리, 새 하얀 피부, 주홍빛 입술, 그리고 가늘고 긴 눈썹과 크지 않은 눈, 갸름한 턱...그래. 그 보드게임방 알바 아가씨군....
건물주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입던 옷을 마저 입는다. 보나마나 무슨 심부름왔겠거니 하고 힐끗 쳐다보는데 그 여학생은 묘한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사장님하고 내기 푸코 한 판 할까 하구요..."
이제 갓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아가씨가 내기 푸코라니. 그것도 자기와 같은 고수랑 내기 푸코를 이 늦은 시간에 하겠다는 이 학생은 도대체 뭔가 하고 이사장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구? 나랑 내기 푸코를 하자구?"
"네."
대답하는 모습이 매몰차다. 순간 건물주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하. 이거봐요. 학생 푸코는 실력차가 천차만별이라 나같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이길 수는 없어. 자자,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요. 가서 할리갈리 종치는 연습이라도 더 하는 것이 나을거야."
"다 알구 왔어요. 오전에 두었던 그 게임은 문래의 필패지세였다는 것. 그리구 내기 게임이었다는 것. 또 아저씨가 BSW 푸코 승률 1위라는 것두요...."
이사장은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얘기를 아무 관계없는 알바 학생에게 얘기할만큼 입이 싼 도검은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
이런 일개 여학생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그렇다구 내 실력을 얕본다구? 괘씸했다.
"좋아. 학생이 원한다면. 한 번 하지."
"단 조건이 있어요. 제가 이기면...보드게임방을 계속 운영하게 해주세요."
"좋아. 허나 내가 이기면?"
"...그런 일은 없을거예요."
건방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실력이 나은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소녀가 자기 스타일을 연구했다고 쳐도 그렇게 자신감 있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제가 지면 무료로 자원봉사를 한 달 해드릴게요. 저는 드릴 것이 그것 밖에 없는것 같네요..."
건물주도 그녀와의 승부가 웬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건물주는 응접실에 푸코를 놓았다. 후앙은 가만히 의자에 앉는다. 이원장은 돌연 몸이 굳는 것을 느낀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긴장감이다. 나이 어린 소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후앙이가 옥수수로 2nd 플레이어다. 건물주는 어딘지 모르게 처음부터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일까.
이사장은 스몰 마켓, 후앙이는 하시엔다로 오전에 있었던 푸코랑 똑같다. 이원장은 웬지 모르게 아까와 똑같이 전략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이긴 게임이니 꺼릴 이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에 두었던 게임과 똑같이 되었다. 이사장도 오기가 생겼다.
'그런 수준낮은 옥수수 전략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구?...'
이윽고 건물주가 커피를 생산할 때까지 똑같이 되었다. 다음 라운드 후앙이의 선플레이어다. 순간, 그녀는 조용히 생산을 선택한다.
'아니?'
건물주는 짐짓 놀랐다.
'설마?'
'더블 생산이다!'
건물주는 그 수의 오묘함에 감탄했다. 이제와서 선적을 하자니 배로 늘어난 옥수수가 부담이다.
이윽고 이사장은 팩토리에 오피스까지 지어가며 건물러쉬를 감행한다. 하지만 후앙도 생산하면 바로 선적을 해가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와프를 짓는다. 돈이 모자라서 고민하던 건물주에게 뜻밖의 트레이더 선택의 기회가 왔다.
'쉽게 돈을 벌 기회를 준다구? 다음 라운드에 대형건물이 올라가는데...'
약간 이상했지만 냅다 커피를 팔아서 스몰마켓, 대형마켓까지 합쳐서 8더블룬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이제 건물로로는 내가 유리하다, 하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생산이 된다.
'아뿔싸!'
이번에 옥수수가 실리게 되면 승점칩의 부족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종료인 것이다.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이내 체념할 수 밖에 없다.
'강하다! 이 아이는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건물주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 순간 학생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여학생이 옥수수를 와프에 우르르 쏟아내는 모습은 웬지 밤하늘에서 옥수수 더미가 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건물주는 흔쾌히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학생 정말 강하군. 감탄했어!..."
"감사합니다. 이제...보드게임방을 닫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 그런데 두어가지만 궁금한 것이 있는데..."
"예. 뭔데요?"
"왜 오전에 둔 게임이랑 똑같이 한 거지? 콘러쉬가 좋았다고 본건가?"
후앙은 약간 볼이 발그스름한 상태로 입을 연다.
"사실 콘 러쉬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돈 안되는 콘도 무섭다는 것을... 돈이 전부가 아닌 것을... 전 단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건물주는 얼마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건물 러쉬가 최고라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볍게 보았던 콘러쉬에 무너지다니.
"좋아.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하지. 그때는 내가 꼭 이길테니..."
"예...."
수줍게 대답하는 소녀의 얼굴이 마냥 귀엽다.
"참, 그리고 하나 더...학생 이름이 뭔가?"
"...산후앙...입니다."
건물주는 그 대답을 듣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에르토 리코의 도시 산후앙이라니. 그리고 그제서야 왜 그녀에게 질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건물주는 한편으로는 경외의 눈초리로 한편으로는 대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던 것이다....
<에필로그>
이사장은 전화를 받으려 몸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미스김에게 한마디 던진다.
"미스김. 혹시 '밤하늘에서 옥수수가 쏟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알어?"
이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같은 질문을 받은 미스김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입을 뗀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꽤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이겠군요."
"그렇지? 참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광경이겠지? 난 어제 그걸 봤어..."
"예?"
눈이 똥그래져서 되묻는 미스김 뒤로 하고 이사장은 휘적휘적 전화를 받으러 뛰어가는 것이었다.
- 끝 -
P.S) 재미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6살짜리 문래는 제가 좋아하는 '아문레'에서 따왔습니다.:)
그날 밤 도검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다. 30년전 유행가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여흥구를 내면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집사람이 뛰어나오면서 혀를 끌끌찬다.
"아이구, 술도 못하는 양반이 왜 이렇게 술을 마셨담! 오늘 뭔일 있수?"
"뭔일? 뭔일 있지. 내가 오늘로서 보드게임방을 그만두게 되었단 말야...!"
"아니, 마누라보다 몇 백배는 더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왜 그만둬요?"
"이사람, 꺽~. 농담아니라니까..."
"아니, 그럼 이제는 뭐하실라우...?"
"뭐,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리든지...꺽. 모르겠네. 나도."
그날밤은 그렇게 시끄러운 듯 평온한 듯 정신이 없게 깊어갔다.
햇살이 어느덧 도검의 창틈으로 빨랫줄 처럼 쏟아진다. 도검은 눈을 찔끔 뜨고는 시계를 쳐다본다. 오전 8시 10분.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갑자기 머리 띵하고 아파온다. 도검은 어제 일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러나 애쓸 필요도 없이 지워질래야 지워지지 않는 조각처럼 이미 그날의 일은 도검의 머리에 뚜렷이 박혀버린 것을 알아채는 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검은 밥도 잘 먹지 않고 9시쯤 해서 보드게임방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족쇄나 채워져 있는 것 처럼 무겁기 짝이 없었다. 담배를 태우면서 차후의 일을 생각해보나 역시 무신통이다.
곧이어 건물주의 얼굴이 보인다. 도검은 역한 모습을 보는 것 처럼 자연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런데.
"어이구! 도검님 아니십니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식사는 하셨나요?"
갑자기 친한 척을 한다.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 거짓된 연기는 아닌 것 같다. 근데 건물주는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참, 보드게임방은 계속 운영하십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라는 것은 이런 말을 두고 하는 것일게다.
"글쎄, 난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하하, 그러시겠지요. 어디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얘기 하죠. 제가 사겠습니다."
도검은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닫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에 마냥 기쁜 것은 사실이었다. 생명이 연장된 것 만큼이나 흡족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삼겹살 집에서 건물주가 들려준 얘기는 대충 이러했다.
어젯밤에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는데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더니 한 여학생이 들어왔던 것이다.
"학생. 응?"
건물주는 그 학생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질끈 묶은 긴 머리, 새 하얀 피부, 주홍빛 입술, 그리고 가늘고 긴 눈썹과 크지 않은 눈, 갸름한 턱...그래. 그 보드게임방 알바 아가씨군....
건물주는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입던 옷을 마저 입는다. 보나마나 무슨 심부름왔겠거니 하고 힐끗 쳐다보는데 그 여학생은 묘한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사장님하고 내기 푸코 한 판 할까 하구요..."
이제 갓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아가씨가 내기 푸코라니. 그것도 자기와 같은 고수랑 내기 푸코를 이 늦은 시간에 하겠다는 이 학생은 도대체 뭔가 하고 이사장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구? 나랑 내기 푸코를 하자구?"
"네."
대답하는 모습이 매몰차다. 순간 건물주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하. 이거봐요. 학생 푸코는 실력차가 천차만별이라 나같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이길 수는 없어. 자자,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요. 가서 할리갈리 종치는 연습이라도 더 하는 것이 나을거야."
"다 알구 왔어요. 오전에 두었던 그 게임은 문래의 필패지세였다는 것. 그리구 내기 게임이었다는 것. 또 아저씨가 BSW 푸코 승률 1위라는 것두요...."
이사장은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얘기를 아무 관계없는 알바 학생에게 얘기할만큼 입이 싼 도검은 아닐텐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
이런 일개 여학생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을까. 그렇다구 내 실력을 얕본다구? 괘씸했다.
"좋아. 학생이 원한다면. 한 번 하지."
"단 조건이 있어요. 제가 이기면...보드게임방을 계속 운영하게 해주세요."
"좋아. 허나 내가 이기면?"
"...그런 일은 없을거예요."
건방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실력이 나은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소녀가 자기 스타일을 연구했다고 쳐도 그렇게 자신감 있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제가 지면 무료로 자원봉사를 한 달 해드릴게요. 저는 드릴 것이 그것 밖에 없는것 같네요..."
건물주도 그녀와의 승부가 웬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건물주는 응접실에 푸코를 놓았다. 후앙은 가만히 의자에 앉는다. 이원장은 돌연 몸이 굳는 것을 느낀다.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긴장감이다. 나이 어린 소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후앙이가 옥수수로 2nd 플레이어다. 건물주는 어딘지 모르게 처음부터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일까.
이사장은 스몰 마켓, 후앙이는 하시엔다로 오전에 있었던 푸코랑 똑같다. 이원장은 웬지 모르게 아까와 똑같이 전략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이긴 게임이니 꺼릴 이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에 두었던 게임과 똑같이 되었다. 이사장도 오기가 생겼다.
'그런 수준낮은 옥수수 전략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구?...'
이윽고 건물주가 커피를 생산할 때까지 똑같이 되었다. 다음 라운드 후앙이의 선플레이어다. 순간, 그녀는 조용히 생산을 선택한다.
'아니?'
건물주는 짐짓 놀랐다.
'설마?'
'더블 생산이다!'
건물주는 그 수의 오묘함에 감탄했다. 이제와서 선적을 하자니 배로 늘어난 옥수수가 부담이다.
이윽고 이사장은 팩토리에 오피스까지 지어가며 건물러쉬를 감행한다. 하지만 후앙도 생산하면 바로 선적을 해가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와프를 짓는다. 돈이 모자라서 고민하던 건물주에게 뜻밖의 트레이더 선택의 기회가 왔다.
'쉽게 돈을 벌 기회를 준다구? 다음 라운드에 대형건물이 올라가는데...'
약간 이상했지만 냅다 커피를 팔아서 스몰마켓, 대형마켓까지 합쳐서 8더블룬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이제 건물로로는 내가 유리하다, 하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번 생산이 된다.
'아뿔싸!'
이번에 옥수수가 실리게 되면 승점칩의 부족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종료인 것이다.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이내 체념할 수 밖에 없다.
'강하다! 이 아이는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건물주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 순간 학생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 여학생이 옥수수를 와프에 우르르 쏟아내는 모습은 웬지 밤하늘에서 옥수수 더미가 비가 되어 내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건물주는 흔쾌히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학생 정말 강하군. 감탄했어!..."
"감사합니다. 이제...보드게임방을 닫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 그런데 두어가지만 궁금한 것이 있는데..."
"예. 뭔데요?"
"왜 오전에 둔 게임이랑 똑같이 한 거지? 콘러쉬가 좋았다고 본건가?"
후앙은 약간 볼이 발그스름한 상태로 입을 연다.
"사실 콘 러쉬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돈 안되는 콘도 무섭다는 것을... 돈이 전부가 아닌 것을... 전 단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건물주는 얼마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건물 러쉬가 최고라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볍게 보았던 콘러쉬에 무너지다니.
"좋아.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하지. 그때는 내가 꼭 이길테니..."
"예...."
수줍게 대답하는 소녀의 얼굴이 마냥 귀엽다.
"참, 그리고 하나 더...학생 이름이 뭔가?"
"...산후앙...입니다."
건물주는 그 대답을 듣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푸에르토 리코의 도시 산후앙이라니. 그리고 그제서야 왜 그녀에게 질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건물주는 한편으로는 경외의 눈초리로 한편으로는 대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던 것이다....
<에필로그>
이사장은 전화를 받으려 몸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미스김에게 한마디 던진다.
"미스김. 혹시 '밤하늘에서 옥수수가 쏟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알어?"
이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같은 질문을 받은 미스김은 입을 삐죽 내밀면서 입을 뗀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지만 꽤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이겠군요."
"그렇지? 참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광경이겠지? 난 어제 그걸 봤어..."
"예?"
눈이 똥그래져서 되묻는 미스김 뒤로 하고 이사장은 휘적휘적 전화를 받으러 뛰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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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재미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6살짜리 문래는 제가 좋아하는 '아문레'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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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대단하시군요.. 대박입니다~~
감탄에 감탄을 하며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연재 부탁드립니다.. ^^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원래는 제가 오래전에 알던 분이 쓴 소설이 있는데 좀 각색했을 뿐입니다.^^ -
오오.... 문장력이 대단하십니다...
흥미진진하게 보았네요.. ^^ 푸코를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읽게해주면 흥미를 가질듯 보이네요.. ^^
혹시 블로그로 펌질(출저남길게요) 해도 괜찮을런지요? ^^ -
위에.. 출저가 아니라.. 출처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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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천사님// 감사합니다.^^ 펌은 좋으실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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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님 감사합니다. ^^
제 블로그로 펌질중입니다. ^^ -
정말 재밌네요ㅋㅋ이런 소설 어디 또 없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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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후앙이...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이름도 이뽀~ -
요즘 온라인 푸코에서 콘러쉬만 하다가 많이 졌는데요.ㅜㅜ 이 단편을 통해서...
사실 콘 러쉬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 단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슈퍼 울트라 최적화 콘러쉬 화이링~~! --; -
잼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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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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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나는 군요..
콘러쉬는 최강입니다.... -
문래...나와서 문래동 사시는 분인가....착각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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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후앙이가 뭔가 한건 할거 같았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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쨈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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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_*//
글 정말 잘쓰시는 듯~ -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추천글 하나 더 링크 걸어봅니다. 이것도 참 재밌어요...
http://www.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free&mode=view&n=1094&p=1&q=32&ss=2&key=%B0%B5%B4%DE%C7%C1&act=search -
캬~ 대박입니다!! 왜이리 문장력 좋으신분들이 많으십니까! 정말 다재다능!!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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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 재미있었구요. 요즘 온라인푸코 서버에서 많이 하다보니 그상황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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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님/한참 온라인 푸코 잼있게 했는데 요즘 바빠서 들어가질 못했네요..ㅎㅎ 언제 한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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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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