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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다시보기] Conquest of the fallen lands
  • 2007-03-14 22:23:25

  • 0

  • 1,473

Lv.12 Equinox

Conquest of the fallen lands

사실 이 글은 [다시보기(review)]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원래 목적은 그냥 하소연입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사진 한 컷을 올리려고 하는데, 그 배경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보기가 되는 것이지요.

이 게임은 제가 소장한 게임이 아닙니다. 이 글의 주인공이신 "비X 스X블"님이 가져오신 게임이지요. 그러니까, 이날 직접 들고 오셔서 설명하시고, 이 처절한 광경을 연출까지 하신 것이죠.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게임 인생 최고의 한 수였다."

도대체 어떤 일이길래…? 지금부터 들어갑니다.

[개요]

"추락한 땅들의 정복"이라고 제목을 번역하면 적당할 이 게임은 아시다시피 보드게임입니다. 하지만, 일견 PC게임의 느낌도 주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MMORPG같은 느낌이랄까요. 적을 때려잡고,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해서 더 강한 적을 때려잡아 단수(level)도 올리는 게임. 전혀 다른 테마를 띄고 있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PC게임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왠지 친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땅따먹기 게임입니다. 6각형의 땅조각에는 숫자가 쓰여져 있습니다. 이 땅조각이 PC게임의 적이라면, 땅에 적힌 숫자는 적의 체력이자 경험치입니다. 이 땅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해당 위치에 올려놓고, "내 땅이야!"라고 알리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해야합니다. 너무 원초적이라 힘든가요? 문명인답게 등기라고 합시다. 내 땅이 생긴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등기소까지 달려갈 요즘 한국인들을 '어엿삐 너겨' 이 게임에서는 예쁜 유리돌을 넣어두었습니다. 자기가 내려놓은 카드 위에 살포시 얹어주면 됩니다.

각종 사기와 속임수가 횡행하는 현실에서는, 땅문서 들고 있다고 그게 언제까지나 자기 땅이라는 보장이 없지만, 이 게임은 그래도 참 착하게도, 한번 등기한 땅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소유권을 보장받게 됩니다. 아아~ 땅에 한 맺히신 분들의 눈빛이 번쩍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군요.

[게임 진행 - 세 가지 카드]

이렇게 무주공산인 빈 땅을 내 땅으로 둔갑시키는 등기를 가능케 한 카드는 기본적으로 3종류가 있습니다. 부대 찌개… 아니 카드, 요새 카드, 그리고 마법 카드.

일단 부대카드가 기본입니다. 부대카드만이 빈 땅에 올라갈 수 있거든요. 부대 카드에는 숫자가 2개 적혀있습니다. 공격수치와 지원수치. 공격수치는 지금 점령하러 들어가는 땅에 적용이 되는 것이고, 지원수치는 일단 들어가고 나면 인접한 땅에 자기 부대가 진입을 하려고 할 때 적용이 되는 수치입니다. (기본 게임에서는 자기 부대만 지원, 고급 게임에서는 상대방 부대까지 지원) 그러니까, 일단 자기 부대가 점령한 땅에 인접해서 부대카드를 놓을 때는, 해당 카드의 공격수치와 이미 놓여있는 카드의 지원수치를 합해서 땅의 숫자 이상이 된다면 점령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게임 내의 카드가 가진 공격수치의 최대는 4, 하지만, 땅의 가치는 12까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강남의 알토란같은 고가치 땅에는 등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땅조각이 육각형이라 인접한 땅이 총 6개까지 된다고는 해도, 그 땅조각 하나를 위해 여섯 방면을 다 포위한다는 것은 쉽지도 않거니와, 인접한 카드들이 모두 높은 지원수치를 가지고 있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단순하게 부대 카드의 지원수치만으로 타워팰리스 사들이는 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요새 카드와 마법 카드입니다.

요새 카드는 일단 자기 부대가 점령한 곳에만 들어갑니다. 따라서, 요새 카드만 혼자서 땅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신다면…? 예! 바로 오류게임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요새카드에는 공격수치가 아예 없고, 지원수치만 있습니다. 이미 점령한 땅에 강력한 요새를 지어서 인접 지역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지요. 이 요새카드를 적절하게 잘 활용한다면 한 땅덩이에서 인접 지역을 지원해줄 수 있는 수치를 최대 8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부대 카드의 지원수치 최대 4 + 요새 카드의 지원수치 최대 4)

그래도 불안하다 싶을 때 쓰는 카드가 바로 마법 카드입니다. 마법 카드는 대개 일회적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면 게임 끝날 때까지 궁둥이 붙이고 절대 안 떨어지는 부대 및 요새 카드와는 달리 좀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적혀있는 효과들을 보면, 절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막강한 카드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격력을 올려주는 카드들이 가장 많지만, 그 밖에도 "지금 당장 내가 차지할 수는 없지만, 다음 차례에는 차지할테니까 그동안 아무도 건들지 마!"라고 선언하는 카드(Claim)도 있고, 마법사를 기사나 기술자로 잠깐 탈바꿈하는 카드, 부대를 갑자기 두 배로 늘려주는 카드 등 다종다양한 카드들이 게임 내에 있습니다.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바로 이 마법 카드 때문에 제가 피눈물을 흩뿌리며 석양을 향해 마구 달리게 됩니다. 쿨럭~. 마법카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게임 시작하면서 모든 카드의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거든요. 게다가 게임 내에 딱 한 장만 존재하는 카드가 있어서,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카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생깁니다.

[게임 진행 - 세 가지 고용자]

그리고 이 카드들은 무조건 손에 들고 있다고 다 내려칠 수 있는 화투짝같은 존재가 아니고, 이들에 대한 비용이 있습니다. 고용비용 내지는 건설비용이 되겠군요. 고용자에는 역시 세 가지 종류의 직업군이 있습니다. 기사, 기술자, 마법사. 이들이 어떻게 필요한지는 카드에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특징이 잘 살아있습니다. 예컨대, 궁수의 경우에는 기술자가 2명 필요하고, 마법전사의 경우 마법사 1명, 기사 2명이 필요합니다. 공성병기의 경우에는 기술자가 꽤 많이 필요하겠지요.

이들은 자기 차례에 딱 한 명만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 4명 따위를 요구하는 고급 부대 카드는 초반에 사용할 수가 없겠지요. 카드 사용에 소모된 고용자들은 일단 해당 차례에는 드러눕지만, 다음 차례가 되면 모두 돌아옵니다. 주말에 집에서 쉬고 나면 다시 직장에서 볼 수 있는 셀러리맨과 같은 신세군요.

자기 손에 들고 있는 카드들의 종류와 향후 자신의 진로를 잘 설계하여, 필요한 일꾼들을 직업소개소로부터 잘 사들이는 것이 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겁니다. 물론 데려온 이들을 놀리지 않고 최대한 잘 부려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으음~ 왠지 말투가 악덕 CEO같군요….)

[문제의 장면]

때는 바야흐로 저의 첫 게임으로 거슬러 갑니다. (그래봐야 지금까지 딱 세 번 해봤습니다만…) 주인공이신 비X 스X블님(이거 타이핑하는 거 꽤나 고역인데요. 영/한 전환키를 몇 번씩 눌러줘야 하니까 말이죠. 다음번에 다시 한번 존함을 언급하게 된다면 확~ 실명을 쓰는 것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흐흠~)과 저는 중원에서 서로 살포시 마주보는 형태로 초기배치를 했고, 나머지 세 사람은 마치 솥단지같은 모습으로 저희를 남쪽에서 에워싸고, 따뜻한 남부의 대농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남쪽으로의 진출로가 모두 막힌 저와 비형 스라블님(아싸! 실명!)은 이제 고급 주택가가 즐비한 북쪽으로의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게 되었지요.

첫 타는 비형 스라블님(으음… 두 번이나 실명을…?)이 날리셨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작업해놓은, 다시 말해서 주변에 지원카드를 차곡차곡 쌓고 있던 곳을 선점하시더군요. 강남 주택가로 들어가려면 일단 수도권에 발부터 들여놔야 하는데, 경부고속도로에 바리케이트 쳐놓은 꼴이지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건너뛰는 방법으로 수도권에 간신히 발을 들여놓습니다. 게임의 특성상 자신의 땅에 인접하지 않은 곳에 부대를 집어넣는 것은 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임은 이제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비형 스라블님(에라! 모르겠다~!)은 자기 땅이라고 침바르기 수법(Claim)까지 동원해가며 처절한 태클을 걸어오셨지만, 결국 승기는 제가 잡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쪽으로 진입해온 제 동생과 비형 스라블님(룰루~)이 충돌을 했는데, 그 틈을 타서 제가 아예 길목을 모조리 차단해버렸거든요.

영화 타짜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못난 놈 밟고, 잘난 놈 제치고…"

참으로 선량한 삶을 살고 있는 필자이지만, 이런 게임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보다 잘난 분들은 저렇게 제쳐줘야 제가 살 수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완전히 갇혀버린 비형 스라블님(음…)은 결국 동북부의 황무지 개간으로 근근히 입에 풀칠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고, 저는 차분히 베벌리 힐즈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꿈에도 그리던 궁극의 12짜리 저택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주변의 지원 수치가 이미 13을 넘어갔기 때문에 칼 든 부대가 아니라 그냥 젓가락만 들고 들어가도 점령이 가능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두둥!

갑자기 그 땅에 카드 하나가 놓여지더군요.

[Flood(홍수)]

홍수? 홍수가 났다는 말인데, 어떤 효력인지 궁금해서 읽어보았더니, 이 땅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훗~ 그거야 뭐 이미 Claim이라는 카드로 이미 맛을 본 상태니까, 한 차례만 쉬면 다시 제 땅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땅은 저 아니면 감히 손을 댈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땅이었으니까요.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저도 그 땅을 위해 엄청나게 공을 들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는데….

for the rest of the game!

for the rest of the game!

for the rest of the game!

쿵!

게임 끝날 때까지 그 땅은 아무도 못 들어가는 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숨이 턱 막히더군요.

바로 그 홍수라는 카드가 게임 내에 딱 한 장만 들어있는 카드였고, 그 카드로 인해 저는 그 북쪽에 있는 11짜리 땅 두 개와 10짜리 땅 하나도 허공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12짜리 땅에 지원 능력이 빵빵한 녀석이 들어갈 예정이었거든요. 그 자리가 그린벨트로 묶여버리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군요.

저 역시 저 한 장의 카드로 인해 [게임 끝날 때까지] 황무지 개간이나 하는 처지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 때문에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서 사진을 좀 찍어두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비형 스라블님(흥!)이 사진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스스로가 평하셨듯이 "게임 인생 최고의 수"를 자랑하려고 하신 것이겠지요. 하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자랑은 커녕 코빼기도 안 보이시길래 제가 대신 올려봅니다.

비형 스라블님이 참 까칠한 게이머라는 사실, 이제 모두 아시겠지요?

p.s. 그런데 제 주변에는 더욱 까칠한 분들이 즐비하답니다. 게임 환경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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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 도검
    • 2007-03-14 23:43:31

    허허 비형님이 그런분이셨군요..^^;
    • 2007-03-14 23:46:52

    이 게임 재밌어 보이네요.
    물론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그런 놈이겠죠? ^^
    • 2007-03-15 00:16:02

    아, 이게임이 바로 그 유명한...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플레이 사진은 처음보네요^^;
    • Lv.14 펑그리얌
    • 2007-03-15 08:33:33

    저와 공동 1등한 게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으시다니...울먹;;
    ilvin님, 플레이 사진은 예전에 제가 누추한 제 블로그에 올려놓았습니다. ㅎㅎ;
    • Lv.1 5thBeatles
    • 2007-03-15 09:32:16

    결론이랑 PS가 참 그러네요.

    X 묻은 X가 X 묻은 X를 나무란다고...
    • 2007-03-15 10:15:23

    펑그리얌/후훗, 지금 가서 보니까 본기억은 나는데 그때는 그 게임이 이 게임인지 몰랐어요^^
    • Lv.2 비형 스라블
    • 2007-03-15 10:38:19

    ... 거 웬만하면 다다에 댓글 안 달려고 했는데...

    다섯째비틀즈 님, 사실을 왜곡하심 안되죠. 가장 까칠하다고 소문난 두 분 중의 한 분께서... 이런 식으로 진실을 비트시다니... ㅋㅋㅋ 정말 골룸이십니다. ㅋㅋ

    베켓 님/ 후기 잘 보았습니다. 신의 한 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구케하는 멋진 수로군요... (자찬모드-)
    • Lv.6 민샤~^^*
    • 2007-03-15 13:25:31

    아흑 정말 게임을 하기가 힘드러요... 주변분들이 점점 내공이 올라가시는게 T^T 저야뭐 워낙에 무난하게 게임을하니.... 그나저나 저게임 구하고싶은데말이죠 ㅋㅋ
    • 2007-03-16 15:28:04

    제대로된 알박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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