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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이 게임을 돌려보고 싶다!] "혁명(Revolution)" 리뷰
  • 2007-03-22 11: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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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ANN입니다. 꾸벅 (_ _)

다른 분들의 게임 리뷰 보기를 즐겨왔는데, 제가 좋아하는 게임들 중에는 아직 한국어 리뷰가 없거나 적은 게임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리뷰를 써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데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거나 별로 안 돌아가는 게임들을 위주로 꾸준히 리뷰를 써 볼까합니다. 리뷰를 보고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를 가지고 말이지요. ^^

그 첫 리뷰 대상은 바로ㅡ트레샴의 "혁명"입니다!

혁명: 네덜란드 반란 1568-1648 (Revolution: Dutch Revolt 1568-1648)
디자이너: 프랜시스 트레샴(Francis Tresham)
제작사: 팔랑크스(Phanlanx)
제작년도: 2004
게임 인원: 2~5명
게임 시간: 4~8시간
나이: 12세 이상

"혁명"은 "문명", "1830" 등 굵직한 작품 몇 편을 만들어냈던 거장 트레샴이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게임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메이저 유통사를 통해 배급이 안 되어서 그런지, 4~8시간이라는 게임시간 때문인지, 가격 때문인지 아직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BGG에 따르면 가진 사람이 446명이고, 소유자 수 순위로 보면 717위로군요. 하지만 평점은 7.75로 굉장히 높습니다. (평점 매긴 사람이 230명밖에 안 되긴 하지만요. 아마 사 놓고 안 돌리거나 못 돌린 분들도 많겠지요? ^^;)

## 게임의 배경 ##


"혁명"은 1568년부터 1648년까지 벌어진 80년간의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칼뱅의 신교를 믿으며 왕성하게 상업 활동을 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이 신교에 대한 에스파냐의 탄압에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지요. 이 전쟁은 단순히 네덜란드와 에스파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상업적 이권 다툼, 신교와 구교의 대립, 합스부르크 왕가와 신성로마제국의 지위 등 전 유럽의 문제가 이 전쟁과 얽혀 있었지요. 이 전쟁은 독일에서의 30년 전쟁을 촉발했고, 30년 전쟁을 종결지은 1648년의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네덜란드의 독립은 보장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네덜란드 지방의 북부에만 해당되는 것이었고, 남부지방(현재의 벨기에)는 19세기에야 독립하게 되었지요.

이것이 80년 전쟁의 개요입니다만... 이 게임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의 전개를 재현하거나 모사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당시 중요했던 여러 세력들 간의 관계지요. "혁명"에서 대변되는 세력은 모두 다섯입니다.

1. 가톨릭: 가톨릭 세력은 신교를 탄압하려 합니다. 네덜란드인들이 구교를 믿는 에스파냐의 지배 아래에 계속 있기를 바라지요.
2. 합스부르크 왕가: 당시 에스파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가톨릭을 믿었고, 물론 네덜란드를 계속 지배하기 원했지요.
3. 귀족: 네덜란드 귀족들은 기본적으로는 합스부르크에 의해 자신들의 지위, 권력, 재산을 얻었고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토착 네덜란드인으로서 지역적인 이권에 동조하는 바가 있었고, 가톨릭이나 합스부르크에 대한 충성보다도 현재의 지위와 재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지요.
4. 부르주아: 부르주아들은 과도한 세금과 중앙집권에 반대하고 상업을 발전시키려 했습니다. 대개 신교를 믿었고요.
5. 종교개혁파: 이들은 종교의 자유를 원했습니다.

서로 대립되기도, 겹치기도 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 다섯 세력이 합종연횡하면서 네덜란드에서 벌이는 지배권 다툼! 이것이 바로 "혁명"의 내용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 소개로 들어가 볼까요?

## 다섯 당파 ##


"혁명"에서 각 플레이어는 위에 설명된 당파 중 하나를 맡습니다. 이 다섯 당파를 설명하다 보면 게임의 중요한 요소들은 다 설명하게 될 것 같네요.

왼쪽부터 차례대로 가톨릭, 합스부르크, 귀족, 부르주아, 종교개혁파입니다. 위의 당파카드는 당파 간의 플레이 순서를 표시할 때 쓰이는 카드이고, 아래의 표식은 "자원표식"입니다. 앞면으로 보드에 올라가면 가용 자원이나 인구 역할을 하고, 뒤집어서 금고에 놓게 되면 돈 역할을 하는 표식이지요. 여기선 “표식”이라고만 부르겠습니다. 그 아래의 표식은 군대표식입니다.

위의 다섯 표식은 각 당파의 승점 표식입니다. 아래 왼쪽에 있는 것은 턴 표식이고, 아래 오른쪽의 회색 표식은 중립세력를 나타냅니다. 어느 당파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죠. 중립표식은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게 아니라, 게임의 룰을 따라 배치되게 됩니다.

각 당파는 기본적으로 도시와 주(州, province)를 지배해야 합니다. 도시는 승점 1점, 주는 크기와 중요도에 따라 승점 0.22점~1점이지요.

근사한 보드입니다만... 사진을 못 찍어서 안습이군요 ㅠ_ㅜ 실력을 좀 더 키워서 사진은 업뎃해야겠습니다; 암튼, 여기에서 같은 색으로 되어 있는 영역은 "지역(region)"입니다. 군사활동은 지역 단위로 이뤄집니다. 한 지역 내에서도 색조에 의해 구분되는 영역들이 있는데, 이들이 "주"입니다. 사각형이 겹쳐져 있는 것은 도시, 사각형 하나로 표시된 것이 마을이지요. (안타깝게도... 이 사진으로는 잘 구분이 안 되는군요;) 지배권은 머릿수 싸움입니다. 그 주/도시에서 표식이 과반수를 차지해야 그 주/도시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중립표식도 계산되기 때문에, 때로 플레이어는 중립표식에 대항해서 머릿수를 불려야 하기도 합니다. 마을에는 표식 하나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밖에 각 당파는 서로 다른 조건에 따라 추가 점수를 받습니다!

1. 가톨릭: 신교를 억누르고 가톨릭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려 하는 가톨릭은 가톨릭을 믿는 교구마다 1점씩 받습니다. 교구는 총 6개.
2. 합스부르크: 군사적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합스부르크는 자신의 군대가 있는 지역마다 1점씩 받습니다.
3. 귀족: 토지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고 농민을 장악하려 하는 귀족은 도시와 지원표 이외의 영역에 있는 표식 수에 따라 점수를 받습니다. 3인플의 경우 표식수/5, 5인플의 경우 표식수/3.
4. 부르주아: 상업을 진흥시키려는 부르주아는 지배하는 상업마을(이름이 흰색인 마을)마다 1점씩 받습니다. 상업마을은 총 7개.
5. 종교개혁파: 종교개혁파는 대학을 세우고, 기존의 대학을 신교로 바꾸려 합니다. 세워진 대학이나 구교에서 신교로 바뀐 대학마다 1점씩 받지요. 대학은 총 7개.

또, "혁명"에는 "지원(Support)"이라는 독특한 장치가 있습니다.

이 지원표는 80년 전쟁에 연루된 네덜란드 바깥의 여러 세력들로부터 각 당파에 주어지는 지원을 나타냅니다. 이것도 모든 당파가 다릅니다. 가톨릭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예수회(에스파냐의 반(反)종교개혁운동 집단), 에스파냐로부터, 합스부르크는 에스파냐, 오스트리아로부터, 귀족들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런던 상인과 프랑스로부터, 부르주아들은 런던상인과 위그노(프랑스의 신교도)로부터, 종교개혁파는 칼뱅주의자들과 위그노로부터 지원을 받습니다. 어떤 곳은 돈을, 어떤 곳은 사람을 지원해 주지요. 또, 시민과 종교개혁파는 바다거지(이 게임엔 water beggar라고 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sea beggar라고 한다더군요. 해적이었다고 합니다.)를 용병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섯 당파는 각자의 처지가 다릅니다. 기본 세팅은 가톨릭-합스부르크-귀족-부르주아-종교개혁파 순으로 강합니다.

이게 기본 세팅인데...(역시 사진이 안습이군요 ㅠ_ㅜ) 노랑(가톨릭)은 표식이 지도에 8개가 올라 있는데다 돈도 4개나 갖고 시작합니다. 반면에 종교개혁은 고작 표식 4개밖에 없지요. 이 게임은 독특하게도 0턴을 가지고 있는데, 0턴에서도 위와 같은 순서로 표식을 많이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톨릭이 강하지요. 그러나 군사 유지에 드는 비용도 위와 같은 순서로 큽니다! 그래서 가톨릭, 합스부르크는 뒤로 갈수록 쪼들리게 됩니다.

다섯 당파간의 비대칭적 능력의 마지막 요소로, 도시 충성도를 봅시다.

각 도시는 신교나 구교에 대한 충성도를 갖습니다. 위 사진은 것은 기본 세팅이고요. 각 턴마다 각 당파는 도시에 돈을 뿌려서(!) 환심을 살 수 있습니다. 가톨릭, 합스부르크가 뿌린 돈은 충성도를 가톨릭쪽으로 움직이게 하고, 시민, 종교개혁파가 뿌린 돈은 종교개혁쪽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귀족이 뿌린 돈은 충성도를 가운데로 향하게 하고요. 이 충성도가 왼쪽이나 오른쪽 끝의 두 칸 중 하나에 이르게 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도시가 "가톨릭적"이 되면 그 도시의 반가톨릭적인 표식 하나가 없어지고, "아주 가톨릭적"이 되면 그 도시에서 반가톨릭적 표식 하나가 없어지고 가톨릭적 표식 하나가 추가됩니다. 반대로 도시가 "종교개혁적"이 되면 종교개혁적 표식 하나가 추가되고, "아주 종교개혁적"이 되면... 혁명이 일어납니다. 그 도시에 있던 모든 표식이 종교개혁파 표식으로 바뀌고, 더불어 종교개혁적 표식 하나가 추가 됩니다.

당파별 목표, 당파별 지원, 당파들의 처지의 차등, 도시 충성도... 이런 요소들로 인해서 게임은 상당히 복잡하고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게 하고, 리플레이성도 보장하지요 ^^

## 게임의 진행 ##


이제 구체적으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봅시다. 게임은 0턴과 1~5턴으로 되어 있습니다. 0턴은 8페이즈로 되어 있고, 세력들의 기본적인 위치를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약간의 세팅도 겸합니다. 1~5턴은 0턴의 페이즈들을 포함해서 20페이즈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1~5턴의 진행만 설명하지요. 각 턴은 크게는 군대의 활동, 표식의 활동, 할당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우선 사전 작업으로 각 당파는 세금을 걷습니다. 세금은 지배하는 주와 도시에서 걷을 수 있고요. 다음으로 각 당파는 지원을 받습니다. 즉, 지원표에 있는 표식을 돈으로 가져오거나 게임판에 놓을 수 있지요. 지원표의 표식은 어디서 나오냐고요? 그건 뒤에서 설명합지요.

***


이제 군대의 활동으로 들어갑니다. 우선 있는 군대에 대한 유지비를 내야하고(내지 않으면 군대는 버려집니다), 다음으로 새 군대를 만듭니다. 각 당파 간에 군대를 만드는 돈이 차이가 꽤 커서, 가톨릭은 최대한 군대를 만들지 않고 버텨야 하는 반면, 종교개혁파는 싼값에 군대를 부릴 수 있지요. 군대표식은 "군사표(Command Block)"에 배치됩니다.

여러 당파의 군대가 모여 있으면 싸움이 일어나겠지요? 위 사진처럼 군사표에 여러 당파의 군대가 모여있으면 가장 적대적인 당파들끼리 싸워서 없어져 버립니다. 이 경우엔 가톨릭과 종교개혁파 군대가 싸워 없어지고 합스부르크 군대만 남겠네요. 단, 두 당파가 각자 딱 하나의 표식만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휴전입니다. 싸우지 않아요.

군대 간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군대는 이처럼 도시를 포위할 수 있습니다. 포위에 성공하면 그 도시를 장악할 수 있게 되지요.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도시 바깥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다른 당파의 표식을 자기 당파의 표식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단, 포위나 영향력 행사를 하려면 그 지역에 그 당파의 군대만 있어야 합니다.

부르주아나 종교개혁파는 북부지방에 바다거지를 고용하여 군대처럼 쓸 수 있습니다. 가톨릭/합스부르크/귀족의 군대를 없애거나, 포위를 풀거나, 이동을 막거나, 영향력 행사를 막을 수 있지요. 물론 돈이 듭니다;

다른 당파가 장악한 지역으로 침입하려면 군대가 필요한데... 군대는 우선 자기 표식이나 군사가 이미 있는 지역에만 만들 수 있는데다 군대가 활동을 하려면 우선 그 지역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 포위나 영향력 행사를 하려면 그 지역에 한 당파의 군대만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군사활동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다른 당파의 군대가 스르륵 이동해 와서 서로 아무 것도 못하는 대치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북부에는 바다거지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톨릭, 합스부르크, 귀족에는 더 제약이 많지요. 이 게임은 스펙터클한 전쟁게임이 아닙니다.

***


이제 표식의 활동으로 넘어갑니다. 우선 현재의 지배력만큼 많은 표식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표식은 이미 자신의 표식이 있는 지역에만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 표식을 지원표에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지원표에 둔 표식은 이번 턴엔 도움이 안 되지만 다음 턴 시작할 때 지도에 놓거나 돈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미래를 준비하는 거지요 ^^

각 주에 있을 수 있는 표식의 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당파가 있으면서 그 한계를 넘는 수의 표식이 있는 지역에는 분쟁이 일어나, 그 지역에서 수가 적은 표식부터 차례차례 제거됩니다. 여기에는 중립표식도 참가하죠. 위 사진의 Brabant 같은 경우, 표식수 한계가 6인 지역에 10개의 표식이 있으니까 4개가 제거되어야 합니다. 표식이 가장 적은 중립부터 시작해서 귀족, 가톨릭, 종교개혁순으로 하나씩 표식이 제거되고 분쟁이 종료되겠네요.

다음으로 표식이 더 추가될 수 있는 주에는 중립표식이 추가되고, 또 잉여 인구의 이동도 생깁니다. 한 지역에 한 당파만 남으면 분쟁이 종료되기 때문에, 잉여 인구가 생길 수도 있지요. 그후 각 주에서 표식들을 재배치합니다. 표식의 재배치는 그 주에서 표식이 많은 당파부터 시작해서, 원하는 곳에 자기 표식을 두면 됩니다.

표식의 활동에서도 침입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표식이 이미 있는 지역에만 표식을 둘 수 있으니까요. 또, 그 주를 지배하지 않는 당파는 그 주에 이미 있는 표식 수만큼만 추가할 수 있는 반면에 그 주를 지배하는 당파는 마음껏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어하기도 쉽습니다.

***

앞에 군사활동에서 했던 포위는 이제야 해결됩니다. 포위된 도시에 있던 다른 당파의 표식 2개는 포위를 한 당파의 표식으로 바뀌게 되지요. 그 다음, 앞에서 설명드린대로 돈을 뿌려서 각 도시의 충성도를 삽니다.

이제 할당과 점수계산이 남았습니다. 우선 주와 도시를 지배한 사람들에게 주 카드와 도시 카드를 분배합니다.

위는 주 카드. 그 지역의 세금, 승점, 표식한계치가 적혀 있습니다.

아래는 도시카드. 연관된 도시/마을이 적혀 있고, 십자가는 교구,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그림은 대학을 나타냅니다.

다음으로, 교구의 상태를 조절합니다.

교구는 농민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주를 어느 당파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상태가 바뀝니다. 가톨릭, 합스부르크가 지배하는 주의 교구는 가톨릭쪽으로, 부르주아, 종교개혁파가 지배하는 주의 교구는 종교개혁 쪽으로 이동하지요. 누구도 지배하지 않으면? "가톨릭적"이 됩니다.

맨 위의 두 대학은 쾰른 대학과 뢰벤 대학입니다. 이 두 대학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런 만큼 가톨릭적이죠. 이들 도시를 종교개혁파나 시민이 지배하면 이들 대학은 신교로 바뀝니다. 아래의 대학들은, 그 마을/도시를 종교개혁파가 지배할 때에만 생깁니다. 지배권을 잃어도 일단 생긴 대학은 없어지지 않습니다만... 합스부르크나 가톨릭이 지배하면 신교 대학은 없어집니다.

이제 맨 앞에 말씀드린 방식대로 점수계산을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각 턴의 점수가 합산되지 않습니다. 0~4턴의 점수는 플레이 순서를 정하는 데에만 쓰이고, 다시 0으로 돌아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 계속 점수 합산을 하면 언제나 가톨릭이 승리할 거거든요 ^^; 그래서 이 게임은 마무리를 잘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턴의 플레이 순서를 정합니다. 현재 턴의 승점 순서대로, 우선 1등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2등은 1등보다 앞에 할지 뒤에 할지 선택합니다. 3등은 1, 2등보다 앞에 할지, 뒤에 할지, 아니면 저들 사이에 할지 선택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합니다. 그래서 결정된 순서대로 플레이 순서표에 당파 카드를 놓지요.

점수표와 플레이 순서표

뒤지는 사람에게 플레이 순서를 결정할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0~4턴은 앞서는 게 별로 유리하지 않은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방어는 쉽고 공격은 힘들기 때문에 앞서가는 사람이 자신의 점수를 포기하기도 어렵지요.

## 총평 ##


너무 길었나요? 사실 나름 세부사항은 다 빼고 이야기한 건데, 그런데도 분량이 이렇게 되는군요 -_-a
이제는 이 게임에 대한 총평을 해야겠네요.

우선 이 게임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깊습니다. 그런 만큼 배우고 익숙해지는 데 노력이 좀 필요하지만, 그 노력을 보상해줄 만큼 풍부한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 플레이어의 행동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상호작용도 활발합니다. 더불어, 게임 진행을 통한 상호작용만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직접적 상호작용도 가능합니다. 많이 해 보질 못해서 협상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테플을 하면서 협상의 필요성을 많이 느겼지요. 게임 규칙상 협박, 뇌물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한 협상이 허락됩니다 :) 각 당파의 전략이 모두 다르고, 인원수에 따라서 또 전략이 바뀌니 리플레이성도 훌륭하죠. 3, 4, 5인 어떤 인원으로 해도 괜찮습니다. (4인이 부르주아나 가톨릭에게 약간 유리한 것 같긴 한데... 크게 문제가 될 만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2인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테마가 잘 살아 있기 때문에 역사적 향취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요. 게다가 보드와 구성물들의 훌륭한 아트웍도 플러스 요소.

물론 이 게임은 자주 하기엔 깁니다. 5시간 이상 걸린다고 봐야죠. 하지만 이만한 게임에는 이 정도 시간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또, 조금 불편하기도 합니다. 어떤 주는 표식들을 모두 놓기엔 좁고, 도시나 주의 이름이 다 별로 들어보지 못한 네덜란드와 그 인근 지역의 이름인데다 필기체로 쓰여 있어서 알아보기 힘듭니다...만 이건 게임에 조금 익숙해지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두 번만 플레이해 보면 어느 정도 주와 도시 이름에 익숙해질 겁니다. (음, 한 번 플레이 하기도 힘든 게 문제긴 하지만요 ^^;)

이 게임에 화끈한 맛은 없습니다. 침입이 힘들고 방어는 비교적 쉬워서, 역동적인 지위의 변화와 극적인 역전 같은 것은 찾기 힘듭니다. 각 당파 간의 차이도 눈에 확 드러나는 능력의 차이 같은 게 아니라 게임의 작동방식에 녹아있는 미묘한 차이고요. 그런 만큼 조금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킬 것은 지키고 줄 것은 주면서 약점을 파고들려고 애쓰는 데에서 나오는 치열한 수싸움과 긴장이 있지요. 이 게임은 급진적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눈에 보이는 경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더 많습니다. 트레샴의 전작 “문명”처럼 말이지요. 이런 건 취향문제라고밖에 할 수가 없겠네요 ^^;

또, 이 게임에는 운의 요소가 전혀 없고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건 좋아할 이유도, 싫어할 이유도 되겠네요.

## 팁 ##


이제 “혁명”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요? ^^; 그런데 이 게임은 처음 시작할 때 참 막막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지요. 저도 몇 번 못 해보긴 했지만... 해본 걸 토대로 약간의 팁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자기 표식이 없는 주에 어떻게 들어가나?


* 지원표를 이용한다: 각 지원표에는 그 지원표의 표식이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 런던 상인 지원표의 표식은 Holland, Flanders, Generality로, 아래의 귀족 표식은 Cleve, Koeln, Juelich, Trier로 이동할 수 있지요. 이를 이용하면 자신의 표식이 없는 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지원표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다르고, 이동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으니 잘 계산해서 해야 합니다.

* 포위를 한다: 도시 하나가 자기 당파를 지지하도록 할 수 있지요.
*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시 바깥의 표식을 바꿀 수 있지요.
단 이들 군대의 활동은 다른 당파의 군대에 의해 막히기 쉽습니다.

* 잉여인구 이동을 한다: 잉여인구 이동은 중립표식가 있는 지역으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3인플에선 쓸 데가 많을 것이고, 4인플에서도 초반에는 쓸 수 있을 겁니다.

* 도시 충성도를 옮긴다: 이건 가톨릭과 종교개혁만 쓸 수 있는 전술이지요.

2) 플레이 순서, 앞에 하는 게 좋은가? 뒤에 하는 게 좋은가?


대체로는 선이 좀 불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방어는 쉬운 편이기 때문에, 뒤에 플레이하는 당파는 선의 플레이를 보고 눈치를 봐서 방어할 수가 있지요. 주의 머릿수 싸움이라든가, 군대의 이동이라든가, 도시의 충성도 매수에서 결정권은 뒤에 플레이하는 당파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선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지역의 군사적 영향력을 장악할 필요가 있을 때 그렇습니다. 각 지역에 놓을 수 있는 군사표식의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많이 만들면 우위를 점할 수 있지요.

3) 지원표는 언제 활용하나?


이번 턴에 올릴 수 있는 만큼의 표식을 굳이 지역에 놓을 필요가 없을 때, 또는 딱히 놓을만한 곳이 마뜩찮을 때 + 지원표를 통해 이동해서 차지할 만한 주가 있을 때, 또는 다음 턴의 군사활동이나 도시 충성도 매수를 위해 돈을 비축해 두고 싶을 때.

4) 당파별 전략


(제목은 거창하지만... 그저 제가 플레이해 보고 느낀 바를 좀 적어 본 것 뿐입니다 ^^;)


가톨릭은 상당히 방어적이고 정적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가톨릭은 지원표의 상황이나 군대의 비용 때문에 다른 지역에 진출하기가 힘들고, 처음의 유리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죠. 군대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니까 군대는 가능한 한 적게 만드는 게 좋겠네요.


반대로 종교개혁파는 가장 유동적인 당파입니다.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불가피합니다. 칼뱅주의자 지원표를 활용해서 대학이 있는 지역에 팍팍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 충성도도 잘 매수해두면 도시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당파를 위협할 순 있겠지요.


합스부르크는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의외로 기본 세팅도 그리 강하지가 않고, 합스부르크는 군대표식을 여기저기 뿌려야 하는데 군대는 곧잘 싸움이 벌어져서 제거되곤 하고, 지원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은 이미 가톨릭이 있는 지역이고... 좀 더 해 봐야 알겠지만, 최대한 군대의 싸움은 피하고, 결국은 가톨릭의 지역에 끼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부르주아랑 귀족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별 특징이 없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글쎄요, 눈치를 잘 봐야 한다는 정도? 이건 좀 더 해봐야 알겠네요 ^^;

## 맺음 ##


이거 뭐, 쓰다보니 엄청 길어 졌네요 -_-;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혁명”, 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분들을 만들고 싶어서 쓴 리뷰인데, 해 보기도 전에 질리게 만드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습니다 ^^;
암튼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혁명” 해 보고 싶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셔요~ 꾸벅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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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7-03-22 11:15:50

    관심이 많은 게임이라 구입해놓은지는 벌써 꽤 되었는데, 제가 가진 게임들이 다 그렇듯 그저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뚜껑열고 훑어보는 정도일뿐 플레이 기회를 얻기 쉽지 않더군요.

    제가 취향이 좀 기괴해서 음악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사회과학 서적이든 어떤 분야든지 revolution이라는 제목이 들어가면 심하게 집착하고, 또 그런 제목의 작품들이 없는지 검색하는 악취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임도 도대체 뭔게임인지, 트레샴이 누군지조차 모르던 아주 초창기에 구입한, 우리집에 있는 게임들 중에서는 꽤 고참급에 속하는 게임인데 여태 한번 돌려볼 염두가 안나네요^^;;;
    이렇게 글로나마 접해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하여간, 참 '혁명, 해보고 싶다!' 입니다^^
    • Lv.2 비형 스라블
    • 2007-03-22 11:20:30

    최고 관심작입니다. :) 읽어보고 나니까 더 해보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유럽의 운명을 결정지은 시기가 그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테마로 옮겨놓으니까 더욱더 끌리기도 하구요. 하하.
    • 2007-03-22 11:43:57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사회주의 혁명을 테마로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이 게임의 시스템이 꽤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단순대결구도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서로 중첩되는 복수의 집단간의 '이념'을 내건 사실상의 이권다툼^^ 재미있겠는데요^^
    • 2007-03-22 11:58:07

    ilvin님// 기괴하긴요. 아주 바람직한 취향이네요 ㅋ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 게임이라, 끌리는 테마네요. 서로 대립되는 면도 있지만 협상의 여지도 있는, 각자의 목표와 처지를 갖는 집단 간의 다툼ㅡ하지만 한국의 실제상황에 충실하게 게임을 만들면 사회주의 세력이 너무 약해질 것 같아요 ^^;

    ilvin님, 하리야님// 자자, 날을 잡는 겁니다. -_-)b 3인 이상만 모이면 됩니다 ㅋ
    • 2007-03-22 12:14:41

    MANN/그러니까 가상이지요^^
    그나저나 제가 시간이 가능한 때는 금요일 밤샘밖에 없어서요.
    서울지역 금요일 밤에 모이는 거라면 저는 언제든 콜입니다.
    • Lv.14 펑그리얌
    • 2007-03-22 12:40:12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집에 시간걸리는 게임들이 꽤나 있어서 관심 끊어버린 게임인데...하나 구매하고 싶어지네요. (쿨럭;)

    MANN님, 저같은 까막눈도 돌릴 수 있게 매녈 번역하시는거죠? (히죽;;)
    • 2007-03-22 12:57:12

    이 아저씨 게임은 너무 오래걸립니다. 잔손도 많이 가고, 장고하려면 얼마든지 할만한 게임이라 시간도 잘 가고... 1830같은 경우는 pc게임으로도 만들어져서 쾌적하게 게임했는데 말이죠.
    • Lv.2 파페포포
    • 2007-03-22 14:42:11

    멋지네요..다다 리뷰에 올려놓으셔도 좋겠는데요..^^
    • 2007-03-22 16:28:18

    ilvin님// 금요일 밤샘... 언제 이 게임 들고 가야겠군요 :)

    펑그리얌님// 자자, 구매하시는 겁니다 -_-)b
    그나저니... "매녈 번역하면 그래픽 작업 해 주시는 거죠? 히죽;"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게임을 안 갖고 계시다니... ^^;

    Augustine님// 사실 길기도 길고 불편한 점도 있죠. 장고파가 끼어 있으면 게임이 엄청 길어질 것 같긴 하네요;;
    그래도 5~8시간 정도면, 트레샴의 게임 치곤 괜찮은 시간 아닐까요? "문명"에서 좁은 지역에 더 좁은 표식을 겹겹이 빼곡하게 쌓아놓던 걸 생각하면, 게임 하기도 (그에 비하면) 편해요 ^^;

    파페포포님// 감사합니다. 첫 리뷰라 기합이 좀 들어갔어요;
    • Lv.2 비형 스라블
    • 2007-03-22 16:35:45

    MANN 님/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 긱에 영문매녈 PDF판으로 공개되어있거든요. 하하. 펑- 님이 좀 공수표가 많아서 그렇지 - Fallen Land;;; - 아마 번역만 하시면 해주실겁니다. (씨익)
    • 2007-03-22 20:54:39

    하리야님// 아, 그렇네요. 그럼 안심해도 되겠군요 ^^;
    • Lv.1 에스텔
    • 2007-03-22 23:13:24

    조금 맛만 봤던 기억이 있는 게임이네요.

    정말이지 시작할땐 막막한 느낌이 팍팍 드는 게임이긴 한데...

    필기체가 아름답긴 하지만 마을 이름 찾을땐 좀 힘든감이 있었습니다.
    • 2007-03-23 08:14:34

    에스텔님// 처음엔 좀 힘들었습니다. 영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마을/도시 이름이 필기체로 쓰여 있으니...
    게임 좀 돌려보고 지도 자주 들여다 보고 그러다보니 좀 익숙해 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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