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오랜만이예요, 고누씨.

고누: 정말 오래간만이예요, 사위씨. 5개월쯤 됐네요?

주사위: 뭐, 이게 다 반응이 안좋다고 작가가 우리를 내팽개친 덕 아니겠어요?

고누: 사실 그렇죠. 그나저나 그거, 새로 산 거예요?

주사위: 아, 이번에 싸게 구했어요. 보기 드문 일본인 디자이너 Susumu Kawasaki 의 작품 R-eco죠. 그의 출세작이라고들 하는데, R-eco말고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고 싶으면 링크를 따라가봐요.

고누: 시간나면 한번 가볼게요. 그런데 일러스트도 그렇고, 제목도 독특한데요?

주사위: 그것 뿐만이 아니예요. 박스도 맨질맨질하지 않고 빤닥빤닥하죠. 그리고 겁나게 튼튼해요.

고누: 정말이네요. 못도 박겠어요. 그런데 뜯어봐도 돼요?

주사위: 이미 뜯어놨죠. 테플이나 해볼까 해서요.


고누: 내용물은 굉장히 단졸하네요. 트레이도 심심하고.

주사위: 하지만 카드를 한번 만져봐요. 굉장하죠?

고누: 어머, 이런 카드 재질은 처음 봐요. 세겹쯤 겹치면 타일게임하고 맞먹겠는데요?

주사위: 하하, 그럴 것 같네요. 그리고 사이즈는 어떤 것 같아요?

고누: 음... 보난자 보다는 크고... 매직 보다는 작은 것 같은데요?

주사위: 맞아요.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유희왕' 정도죠. 독일을 대표하는 카드 사이즈가 보난자고 미국을 대표하는 사이즈가 매직이라면 일본은 유희왕이 아닐까 싶어요. 일본 게임을 더 접해보면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고누: 그럼 나중에 일본에 가면 게임을 몇 개 사봐요.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게임이예요?



주사위: 일단 구분 카드 네개를 깔고 그 위에 정해진 순서대로 점수 토큰을 쌓아놔요. 마이너스 점수도 있다는 데 주목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밑에 카드를 한장씩 깔고 플레이어들은 세장씩..

노울렛: 호... R-eco 아닌가? 재미있는 걸 하고 있구만.

고누: 앗, 노사장님! 어쩐일로 아직 회사에...

노울렛: 자네들처럼 회사에 남아 나쁜 짓을 하는 사원들이 있을까봐 순찰을 돌고 있었지.

고누: 나, 나, 나쁜 짓이라뇨, 저희는!

노울렛: 하하, 농담이야. 그럼 나는 한판만 하고 가겠네.

주사위: 좋아요. 사장님, 룰은 알고 계시죠?

노울렛: 물론이지.


주사위: 자, 카드의 색은 4종류고, 각각 아이콘이 한개나 두개 그려져 있어요.



플레이어는 색이 맞는 공장쪽에 같은 종류의 카드를 원하는 만큼 내려놓을 수 있죠.



그리고 그 결과 공장에 있는 아이콘 수가 3개 이하라면 아래쪽 쓰레기장의 카드를 가져가요. 공장은 재활용 공장이고, 플레이어는 재활용 자재를 가져가는 셈이죠.



그리고 공장에 있는 아이콘 수보다 하나 많은 장 수의 카드를 쓰레기장에 채워넣어요.




고누: 그럼 공장에 카드를 내려놓은 결과 아이콘이 4개 이상이 될 경우는요?


주사위: 같은 자재가 많으면 재활용 하기가 쉽겠죠? 이 게임은 재활용을 테마로 했으니까, 그럴 경우 공장에 모인 자재를 다 디스카드하고 해당 공장 맨위의 점수 토큰을 가져가죠. 그리고 쓰레기장의 카드들을 다 가져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요.


고누: 근데 0점인 건... 무슨 역할을 하기 때문이겠죠?

노울렛: 허허, 게임을 이만저만 해본 눈치가 아니구만.

주사위: 맞아요. 이 게임도 독특한 점수 체계를 갖고 있어요. 어느 색의 토큰이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는데, 그때 플레이어들은 토큰을 색별로 정리해서 1개밖에 모으지 못한 색은 버리고 계산을 하거든요.

고누: 아, 그럼 사무라이나 티그리스 유프라테스처럼 종합적인 점수 관리가 필요한 거군요?

노울렛: 크니지아 박사가 좋아하는 시스템이지. 인지니어스도 마찬가지였네. 하지만 여기선 기본 2개만 모으면 되니까 부담이 크진 않아.

주사위: 그렇죠. 하지만 불법 폐기 시스템을 고려하면 그리 만만한 것도 아니예요.

고누: 불법 폐기...?


주사위: 불법 폐기란 손의 제한 5장을 넘어간 카드를 버리는 것을 뜻해요. 자기가 버린 카드는 엎어서 점수 토큰과 함께 놓아두었다가 게임이 끝나면 한 장당 1점을 감점하죠. 반면에 불법폐기를 한 적이 없는 플레이어는 불법폐기를 한 플레이어의 수만큼 점수를 받아요.


고누: 불법 폐기.. 테마를 정말 잘 살린 것 같네요! 그런데... 이거 너무 고민되는데요?



노울렛: 쓰레기장의 카드는 많아지기 마련이고, 손은 금방 5장이 되지. 결국 한장을 내고 두장을 먹느냐, 두장을 내고 세장을 먹느냐, 이런 식의 고민이 시작되네. 낸 만큼 받아서 본전치기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

주사위: 게다가 마이너스 점수와 차례, 어느 공장의 점수를 획득하려면 어느 자재를 가져와야 하나 고려해야하니 생각이 적잖이 길어지죠.

고누: 정말 그러네요.. 쉽고 간단하고 플레이는 짧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는 많은 게임이라니, 멋져요!


노울렛: 자, 그럼 이걸로 초록색 토큰이 다 떨어졌군. 게임은 끝났네.





주사위: 그럼 점수를 한 번 계산 해 볼까요? 위부터 고누씨, 나, 사장님. 아, 뭐야 이게!

노울렛: 주주임, 자네 설명하느라 생각을 제대로 못했구만? 색깔별로 하나 뿐이니 다 버려야되지 않나. 불법처리를 하지 않았으니 명예처리반 점수 2점 뿐이군.

고누: 어머, 정말이네요? (사위씨... 설마 날 위해서?)

주사위: 아, 어쩐지 제가 산 게임은 꼭 진다니까요? (이걸 팔아버릴 수도 없고...) 그럼 불법처리까지 가감해서 두분 점수를 계산해보죠.




노울렛: 7대 2대 8로 내 승리군. 허허.

고누: 아, 아깝다. 불법 처리 한장만 덜 했어도 동점인데요.

주사위: 고누씨 처음인데도 잘하는데요?

고누: 아, 사위씨가 설명을 잘해줘서...

노울렛: 어흠, 그럼 내가 이겼으니 명령을 내리겠네.

주사위, 고누: 예?!!!! 그런 말씀은...

노울렛: 잔말이 많다! 다이사니아 사장 노울렛이 명한다, 자네들은 간단한 워게임을 찾아오게!

주사위, 고누: Yes, my president!

노울렛: 좋아, 이걸로 다음주 할인 상품은 결정이다. 우흐흐하하하하하!!!

주사위, 고누: (왜 이따위 전개가!!!!)









..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졸문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만에 신의 주사위에 사진을 첨부해서 써봤습니다. 참고로 노울렛 사장의 이름은 원래 '루울렛'이었습니다만 루씨가 없는지라 부득이하게 노씨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코드기어스 패러디를 사용했습니다만 사장이 기어스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소감과 후기 게시판에서 신의 주사위로 검색하시면 이전 편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