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딸 둘(초5, 초1)과 가끔 보드겜을 합니다.
지금까지 10여개 정도의 게임을 같이 해보았고,
최근엔 푸코까지 가르쳐서 대형건물 빼고 어느정도 진행이 되는 수준입니다.
또 뭘 해보나 고민하다가 반지의 제왕 협력이 잼있을것 같더군요.
중고장터에서 한글화 된 것 하나 구입했습니다.
첫째날은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고(아주 흥미진진하게 듣더군요), 이런 보드게임이 있다고 하니까 "아빠, 빨리 해보고 싶어!" ㅎㅎㅎ
둘째날(어제 저녁이죠) 드디어 게임판을 펼치고, 매뉴얼 보아가면서 셋이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나름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나는 카드 내기 힘드니까 아빠 그냥 주사위 굴려'하고 고집도 부리면서, 할만했습니다.
40분만에 모리아 시나리오까지 마치고나자 일단 현 상태를 저장하고 다음에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새벽 1시,
갑자기 딸 방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가보니 둘째딸이 울고 있는데, '자다가 깨보니 너무나 무서워서' 울었답니다.
"혹시, 너 아까 게임한 것 때문에 무서운거야?"
"응. 골룸이 생각나서."
순간 좌절스런 마음이 밀려오더군요.
'에구, 게임 한번 해보겠다고 이런 애들을 울리다니..'
'자다 운 것 아내가 알면 당장 게임 버리라고 하겠군..'
'바로 중고로 내다팔아야 하나..'
어쨌든 제 잘못이라서 꼭 껴안아주고 옆에 데리고 잤습니다.

게임하기 참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