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는 모카님의 사진을 참조하시고...ㅡㅡ 3번에 걸친 로마 공화국의 플레이 결과 소감을 새로 나오실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위해 적어보겠습니다.

1. 로마 공화국은 협력게임이다.

맞습니다. 그것도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협력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가 일치 단결만 한다면 로마는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마가 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의 공동승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공동의 패배를 면할 뿐입니다. 이 점에서부터 로마 공화국은 극악의 난이도의 협력게임이 됩니다.

2. 국익과 사익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이야 말로 로마를 구원할 적임자라고 외치고 나섭니다. 다들 관직에 임명되고자 하는 욕망과 전쟁의 승리로 돌아올 보상이 탐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치열한 투표와 협상의 결과 정작 전쟁에 나가가 되는 것은 최적의 인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의원의 특수능력이나 전투능력보다는 가문의 이익과 한 의원이 너무 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또 일단 전쟁에 나갈 의원이 선택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전쟁에 나갈 의원은 최대한의 병력을 원하고 다른 의원들은 아슬아슬한 병력만을 지원해주길 원합니다. 물론 병력을 더 많이 보낸다고 해서 로마에 돈이 더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반란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가문에 완벽한 승리를 안겨주기 싫은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치열한 투표와 협상의 결과 전쟁에는 일정수준의 병력만이 보내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원로원에서는 10여분에 걸친 격론과 표결이 이어지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여하튼 결국 그 장군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쟁의 일정상 그 장군은 로마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입니다. 그러나 그 장군은 영향력이 너무 높다거나, 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기소나 암살의 대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선택에서 국가에 대한 최선의 안은 선택되지 않습니다. 이걸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국회가 왜 그런 짓들을 하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3. 공멸로 가는 길

이 게임의 대원칙은 모두가 패배하는 것은 가장 나쁜 패배이다.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하다보면 드는 생각은 어차피 이기기 힘들다면 남들도 이기게 할 수 없다라는 생각입니다. 갑자기 카멜롯의 그림자처럼 엑스맨이 생기게 됩니다. 그럼 난이도는 다시 상승. 다른 가문의 몰락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만 정작 국가에는 치명적 피해입니다. 그 가문들 하나하나가 로마를 지탱하는 기둥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어느 순간이 되면 각 플레이어들에게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 희생은 본인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것을 묵과하라는 것은 참기가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내가 0원을 받고 다른 사람이 20원을 받는 것 보다는 서로 -5원씩 손해보는게 공평한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20 vs. -10인데도 말이죠.

결과적으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이 게임 분위기가 정말 즐겁다거나 최고로 재미있다거나 머리를 엄청나게 써야하는 게임이라고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게임을 하다보면 인생과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아 이런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게임이 그러하듯이 게임이 끝난 뒤에는 꽤 긴 여운이 남습니다.

로마 공화국: 국익과 사익, 협력과 배신,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에서 어느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