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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광주 아지트 게임 모임 후기 - 바방크, 보석과 부, 데모크레이지편
  • 2005-12-12 15: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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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6. Tea Time 2

시간은 바야흐로 4시를 향해 가고, 우리는 자리를 식탁으로 옮겨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목과 같은 tea time은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고, 다른 사람들은 라면 타임이었지요. 거만이님은 컵라면은 싫다면서 계속 차만 마셨습니다.

차와 라면의 앙상블 속에서 가벼운 신변잡기가 오갔습니다. 가장 민감할 듯한 나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삑사리님 내외분은 4살 터울이시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잠깐의 놀라움 속에 빠져있을 때, (어떤 의미의 놀라움이었을까나? ^^;) 삑사리 부인님이 신혼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더군요. 나이에 얽힌 약간의 억울함이 담긴 사연이었다나요. 핫핫~ 동갑내기 연인을 두고 있는 저로서는 살짝 부럽~ (퍼억~!!!)

신혼여행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직 싱글이신 거만이님의 여자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자세한 것은 후기에서 말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그의 연애관(?)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게 되더군요. 따라서(!) 곧 저처럼 좋은 연인을 만나시게 될 거라 믿습니다. 크핫핫~

다음 게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견해들이 오갔습니다. 일단 장중한 게임을 한 직후였기 때문에 가벼운 게임을 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플로렌스의 제후], [푸에르토 리코] 등이 거론되었으니까 말이지요. 무서운 분들….

결국 이어지는 게임으로 레오 콜로비니와 부르노 파이두티의 [바방크]가 선택되었습니다.

7. 바방크

바방크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블러핑 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간단히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해본 블러핑 게임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부분 [가볍게 시간 때우기 좋은 게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블러핑이 사실상 전부인 게임(바퀴벌레 포커, 차오차오 등)의 경우 한 자리에서 여러 번 돌릴 만큼 깊은 재미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모임 이전의 모임(보더님, 츙님과 함께 한)에서 차오차오를 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심리전의 대가들과 마주 앉아서 블러핑 게임을 하면 그 어떤 게임보다도 깊은 몰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전략게임 못지 않은 두뇌싸움과 더불어, 웃음 바다와 엔도르핀의 홍수 속에서 가슴 속 깊은 곳의 근심까지도 녹아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정작 저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잘 들키면서도, 그 과정의 두뇌 싸움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바방크 역시 블러핑이 주된 소재입니다.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 내가 노리는 수를 상대에게 들키지 않아야 함과 동시에, 상대에게 거짓을 참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진행 과정에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면 재미가 반감합니다. 적절하게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최상의 게임이 되더군요.

게임의 규칙은 다이브다이스의 리뷰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언급했으므로 생략합니다. 이 날 게임은 3라운드에서 꼴찌를 달리다가, 결국 마지막 라운드에서 ⅹ2를 두 번이나 먹은 제가 승리했습니다. 1~3라운드에서 1등이었던 삑사리님은 대추락을 면치 못하셨지요. 거만이님과 제 연인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 게임의 백미였습니다. 교묘한 유혹으로 자신의 치트 카드 자리에 거만이님의 말을 끌어다 놓은 제 연인의 승리였지만 말이지요. 핫핫~!

8. 보석과 부(Edel, Stein & Reich)

연이어서 달린 게임은 알레아 작은 박스의 [보석과 부(富)]입니다. 혹자는 가위바위보 시스템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사실 가위바위보만큼 간단히 승패를 겨룰 수 있으면서도 묘한 심리전이 흐르는 게임이 또 있겠습니까? 아무 생각 없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람에게 ‘심리전’이라는 표현은 우습기 짝이 없겠지만, 통계에 근거(?)하여 상대의 수를 예측해야만 하는, 더 나아가 블러핑을 쓰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가위바위보는 아주 훌륭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보석과 부는 이러한 가위바위보의 특징을 더욱 구체화시킨 게임입니다. 각자의 앞에, 자기 수에 따른 이득을 보여주고 나서 수싸움을 해야 하니까 말이지요. 게임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매 라운드 시작 시 각자의 앞에 카드를 한 장씩 펼쳐줍니다. 카드에는 보석그림과 돈의 액수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이벤트 카드를 펼칩니다. 참가자들은 돈, 보석, 이벤트 카드 가운데 한 가지를 정하고 동시에 공개합니다. 만일 뭔가(돈, 보석, 이벤트 카드)를 노리는 사람이 딱 한 명인 경우, 그건 그의 차지가 됩니다. 3명 이상 같은 걸 노리면 아무도 갖지 못하지요. 2명이 같은 걸 노린다면, 이제 협상이 시작됩니다. 쉽게 말해, “이거 먹고 떨어져라.”라는 내용의 협상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각자가 노릴 수 있는 결과물이 테이블 위에 펼쳐지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가위바위보를 심리전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겐 정말 재미있는 순간이지요.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각자의 스타일이 드러납니다. 우선 삑사리님은 뚝심형 스타일이더군요. 다른 사람이 뭘 선택하든 개의치 않고, 우직하게 밀어부치는 스타일. 덕분에 최종 라운드 때 가장 많은 보석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삑사리 부인님은 신중형입니다. 상대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가지로 골똘히 많이 생각하시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충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아무런 충돌이 생기지 않는 [자유선택]을 꽤 많이 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연인은 과감형입니다. 역시 골똘히 많이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안정지향적인 카드를 내시는 삑사리 부인님과는 달리, 충돌이 생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피하지 않더군요. 덕분에 꽤 많이 잃어야만 했습니다. 왜냐구요? 거만이님의 스타일 때문이지요.

거만이님은 배짱형입니다. 자신이 카드를 통해서 얻게 되는 것보다, 타인이 간절히 원하는 것에 같이 따라감으로써, 왕창 뜯어내는 스타일이더군요. 뭐 북한의 외교방식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지만, 게임의 정체와 타인의 심리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덕분에 게임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원래 적당히 딴지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 때 게임은 제대로 타오르는 법이니까요.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게이머들 덕분에 이 게임은 제대로 된 심리전 게임이 되었습니다. 제가 3번 정도 해봤지만, 이 날처럼 즐겁게 돌렸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9. 데모크레이지(Democarzy)

서서히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 되었지만, 아직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우리들은 다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졸음을 호소하시면서도, 계속 “한 게임 더~”를 외치신 삑사리님의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아무래도 신중한 전략게임은 시간상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떠들썩하게 웃을 수 있는 파티 게임인 데모크레이지(Democrazy)를 꺼내들었습니다.

블루 박스 시리즈들이 대부분 언어의 압박이 있지만, 데모크레이지는 유독 심합니다. 카드에 쓰여진 내용을 100% 이해하지 않으면, 아예 게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나 할까요. 카드에 쓰여진 내용이 곧 게임의 규칙입니다. ^^;

사실 게임에서 정해진 규칙은 딱 2가지입니다. 진행방식과 종료조건. 그 밖의 모든 것들은 게임 진행과정에서 투표를 통해 정해야만 합니다. 심지어는 종료 후 점수 계산 방식까지 말이지요. 그리고 그 내용은 모두 카드에 쓰여있습니다.

규칙의 가변성이 너무나 독특했고, 그 방식이 투표라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저는, 이 게임을 돌리기 위해 한글화 자료를 찾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없더군요. 직접 번역과 편집을 시도했습니다. 뭐 날림 번역에 허접한 한글화지만, 그럭저럭 게임을 돌릴 수 있을 정도는 되더군요. 처음 분당에서 돌려보고, 만족스러웠기에, 이날 다시 꺼내봤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모두들 규칙의 이해도가 매우 높았고, 특히 조금 골치가 아플 법한 대세규칙을 의외로 쉽게 이해하시더군요. 대세규칙이란, 투표 결과에 따라, 찬성/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각각 칩을 얻거나 잃는 규칙을 말합니다. 대세 순응 규칙이 적용되고 있으면, 가결시 찬성표를, 부결시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칩을 얻게 되는 것이고, 대세 역행 규칙이 적용되고 있으면, 반대로 가결시 반대표를, 부결시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칩을 얻게 됩니다. 이 규칙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거만이님의 경우가 그러했었습니다. 새로 표결에 부쳐진 규칙이 가결될 경우, 거만이님 혼자만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없었던 규칙이므로, 대세는 당연히 찬성이었습니다. 거만이님은 고심끝에 자기 살을 깎는 규칙에 찬성표를 던지시더군요. 대세에 역행해서 추가로 칩을 잃는 것만은 피해보려는 눈물 겨운 선택이었던 것이지요. 이래저래 골치아프다고 생각한 거만이님이 [모든 규칙 폐기]를 투표에 상정하셨지만, 무참히 부결되었었습니다. 핫핫~. 너무 독주를 하셨기에 모두의 견재 대상이 되셨었던게지요.

그렇게 게임 내내 선두를 달리셨지만, 이 게임의 제목이 뭡니까? 민주주의(Democracy)와 광기(crazy)의 합성어 아닙니까? 막판에 소유 칩을 2개만 남기고 다 버린다는 규칙이 가결되면서, 게임은 도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핫핫~. 원래 대중(大衆)의 마음은 갈대와 같은 것이고, 그 갈대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민주주의는 어쩔 수 없이 광기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디자이너인 부르노 파이두티씨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그런 내용이 아니었을까요? 실컷 웃고 떠들면서 진행된 게임은 단 한 사람만이 마이너스 점수가 아닌 상황이 벌어지면서 끝이 났습니다.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모두가 만든 규칙에 따른 결과인걸~. ^^;

10. 마치며…

데모크레이지를 끝으로, 모임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미 날은 환하게 밝은 상태였고, 다들 피곤한 상황에서도 귀가를 재촉하시더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던 탓에, 방에서 눈 좀 붙이셨다가 출발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을 잊었답니다. 밤샘 후 운전이 얼마나 힘드는지 잘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다음에는 피곤하시면 눈 좀 붙이셨다가 가세요. 특히 운전하셔야 하는 경우에는 말이지요.

후기를 거의 한 달여에 걸쳐서 작성하는 바람에 몇 가지 빼놓고 언급하지 않은 게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여 개의 게임을 돌렸지만, 그 중 재미있지 않았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기존의 선입관을 확 바꾼 게임들도 있었으니, 역시 보드게임은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많이 변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요.

모처럼 마음껏 웃으며 즐거웠던 시간. 욕심 같아서는 매주 모시고 싶지만,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어렵겠지요. 다시 기회가 되면, 더 멋진 게임을 찾아내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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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2 Equinox
    • 2005-12-12 15:51:21

    사실 혼자만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쓰다가 접었었는데, 엊그제 보드게임 체험 박람회에 갔다가, "왜 후기 나머지 안 쓰느냐?"라는 말을 꽤 많이 들어서 다시 올려봅니다.

    게임 모임 가졌던 게 아득한 옛날인데, 아직도 후기를 올리는가 싶어서, 이번 후기는 사진을 빼고 나머지 게임들을 싹 묶었습니다. 핫핫~
    • 2005-12-12 16:03:54

    가고 싶은데.. 가고싶은데.. 어른분들 끼리 노는데 어린애가 끼면..(...)
    • Lv.12 Equinox
    • 2005-12-12 16:05:12

    밤샘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평화군? ^^;
    • Lv.1 청바지
    • 2005-12-12 16:18:10

    데모 크레이지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글이었습니다. 감사!
    • Lv.2 비형 스라블
    • 2005-12-12 20:54:04

    씨익; 이번 주면 면허 따고 다음 주면 면허증 받습니다. 이제 차만 생기면;; (쿨럭)
    • Lv.12 Equinox
    • 2005-12-12 21:08:00

    열쇠 줍었으니, 차만 줍으면 된다는 논리? ^^;
    • 2005-12-13 12:00:42

    후기를 이렇게 열심히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 2005-12-13 14:23:42

    역쉬 ~*
    베켓님의 게임 사랑은 솔직히 제가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랍니다 !
    진정한 고수는 바로 베켓님 같은 분들이시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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