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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게임의 재발견 - 2. 메디치 대 스트로찌(Medici vs. Strozzi) 편
  • 2007-02-10 04: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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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게임의 재발견 ? 2. 메디치 대 스트로치 (Medici vs. Strozzi)

메디치?

경매 게임 가운데 메디치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다. 우선 경매가 전부인 게임이다. 사실 경매가 게임 내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경매가 게임의 전부인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크니치아 박사가 경매만으로 게임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는데, 메디치는 그런 크니치아 박사의 경매 게임 가운데서도 독특하다.

무엇이 그리 독특하냐 하면, 무엇보다 게임 인원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경매 게임이 5인이 적정인원 내지는 한계인원인데, 메디치는 6인이 한계인원이다. 따라서, 보드게임에서 마(魔)의 인원 6인이 될 경우,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임이 메디치이다.

또한, 게임에서 경매의 밑천이자 승점이 되는 자금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게임이라는 점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경매 게임에서는 소지금을 비공개로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가림막까지 하나씩 안겨주는데, 메디치는 소지금을 트랙에 표시하게 되어 있다. 경매에서 낙찰될 경우 트랙에서 자신의 말을 해당되는 만큼 감(減)함으로써 자금을 나타낸다.

아울러, 낙찰 받아 가져오는 물품이 즉시 돈이 되는 것이 아니고, 돈이 될 수 있는 요소의 일부가 된다. 즉, 가져오는 물품이 돈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경매의 대상이 되는 물품 역시 1~3개까지 정할 수 있는데, 한 장씩 공개하며 더할 것인지 그만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마치 고스톱처럼 경매물품을 늘리는 것이 때로는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독박(?)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독특한 특징 덕분에 크니치아의 대표적 경매 게임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전략성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부여받고 있다.

첫 느낌?

6인 경매게임인 메디치가 2인 게임으로 돌아왔다. 사람도 하나 더 물고 들어왔다. Medici와 더불어 이 게임의 표지모델이기도 한 Strozzi는 14세기 플로렌스에서 매우 유명한 가문의 이름이며, 한 때는 메디치와 손잡고 플로렌스의 비공식 지배자로 군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메디치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거창한 배경을 물고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권력투쟁이나 세력다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은 물건 많이 가져와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제 게임이다. 게다가 경매 게임이기도 하다.

규칙서를 찬찬히 읽어 본 후 필자는 다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1. 게임 시간 30분? 경매 외엔 생각할 것이 별로 없는데, 경매와 그로 인한 수익 계산이 고작인 3라운드짜리 게임이 무슨 30분씩이나 걸리지?
2. 은행에서 무제한으로 대출도 가능하고, 대출 상환 역시 무이자로 가능? 초기 자금으로 300이나 주는데다가, 배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20이고, 물품별로 10에서 최대 30밖에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과도한 경매가 될 것 같지도 않은데, 과연 대출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길까? 아니, 그보다 이 게임의 목적은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어”들이느냐가 아닌가? 6인 게임 메디치에서는 꼴찌조차 시작자금보다 더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데?
3. 타일을 꺼낸 사람이 액수를 부르고, 상대방은 그 가격에 살 것인지, 상대가 사도록 놓아둘 것인지를 결정한다? 조금 고민이 되겠군.
4. 상당부분 메디치를 연상케 하는군. 하지만, 6인 게임을 2인 게임으로 바꾸면 다소 전략과 견제의 맛이 줄어들 것 같은데…

하지만, 한 차례 게임을 끝내고 나서 그 느낌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Better than the original!!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글은 2005년 12월에 작성한 [게임의 재발견 1. 토레스편]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이다. 무려 1년이 넘도록 후속을 쓰지 않은 것은, 필자의 게으르고 부족한 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재발견이라는 말을 쓸 만큼 필자의 머리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게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필자가 게임을 접함에 있어 편견과 세평(世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필자가 규칙서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본 가상의 게임 결과와 실제의 게임 결과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감히 재발견이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만큼, 필자가 규칙서를 읽으면서 그려본 게임의 양상을 포테이토칩 부수듯 깨버렸다.

1. 30분이라는 게임 박스에 표시된 시간이 무색하게, 무려 2시간이 소요되었다. 단 한 차례의 경매조차 장고(長考)를 피해가지 못할 정도로 치밀한 계산과 전략적 사고를 요구했다.
2. 이 게임은 결코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돈을 적게 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누구도 초기자금 300보다 더 많이 번 사람은 없었다.

2라운드를 끝낸 시점의 필자의 소지금. 분명 300에서 시작했는데... -_-;;

3. 앞서 이야기했지만, 조금 고민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의 가치와 상대방에게 있어서의 가치를 끊임없이 저울질 한 결과가 바로 경매 가격이다. 단 한번의 입찰, 이것은 피말리는 계산과 심리전이다.
4. 전략성과 견제는 훨씬 강화되었다. 다인 경매 게임에서 과열 경쟁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입찰하지 않는 자가 이길 수 있다. 하지만, 2인 경매 게임에서는 내가 손해를 볼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입찰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나 이외엔 견제할 사람이 없지 않은가!

같은 시점, Twinkrystal의 소지금. 그녀의 입찰은 화려했다.

필자는 게임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2인 게임에서 이토록 멋진 경매가 가능하다니! 이건 지금껏 내가 해본 그 어떤 게임보다 더 치열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마치 15세기 플로렌스에서 있었던 권력투쟁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왔다고 해도 그리 과장된 느낌이 아니었으리라.

게임 파트너

사실 게임을 분류하는 여러 가지 기준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기준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인가, 게임 참가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참가해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라면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사람에 따라 게임 진행 양상이 판이해지는 게임이라면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는 잡식성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후자를 좋아한다.

경매 게임은 협상 게임과 더불어 전형적인 [게임 참가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메디치 대 스트로치] 이 게임이 필자에게 재발견의 기쁨을 안긴 이면에는 바로 필자의 게임 파트너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만일 이 게임을, 자기 앞길만 보는 사람과 함께 했다면 게임 양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경매 물품들이 나에게 10의 가치지만, 상대에겐 30의 가치가 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통은 10 전후의 비용으로 입찰금액을 부를 것이다. 당연히 상대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10의 금액으로 사가게 된다.

하지만, 나의 기쁨보다 상대의 고통이 더욱 큰 가치인 파트너라면, 입찰가격을 30전후로 부를 것이고, 때로는 아예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 40 이상의 가격을 부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는 그게 필요하다. “네가 잘 되는 꼴은 절대 못 본다.”는 불굴의 승부사 기질.

최종 결과: 파란 색의 메디치(필자)와 붉은 색의 스트로찌(Twinkrystal). 도대체 장사꾼이야, 자선사업가야?

그녀는 아예 초기자금을 반토막 내버렸다. -_-;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와 항상 함께 하고 있는 Twinkrystal이 그런 전형적인 승부사이다. 그녀의 게임 바깥의 삶이 항상 배려와 존중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게임 속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치밀함을 넘어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한 때는 그런 모습이 불만(?)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그녀처럼 거친 게임을 즐기는 사람만이 그 게임의 진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이제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Twinkrystal 덕분에 재발견하게 된 이 게임. [Medici vs. Strozzi]의 후기를 그녀에게 바치고 싶다.

에필로그

은행에 돈을 지불하다가 조금 더 굴러가서 내 쪽에 1원을 떨어뜨린 그녀...

길에 떨어진 현금은 점유자가 곧 소유자인 현행 법령에 따라 얼른 챙기는 필자...

필자: "고마워~." / Twinkrystal: "죽을래?"

...라며 그녀는 돈을 회수해 가는데...

그건 분명 1원이 아닌 50원짜리였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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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 월계수의꿈
    • 2007-02-10 15:02:16

    49원 흑자... +_+b
    • Lv.1 월계수의꿈
    • 2007-02-10 15:02:44

    흐음... 엄청 땡기는데...
    하지만 경매에는 좀 약해서... ㅡ.ㅜ
    • Lv.7 ★GT
    • 2007-02-11 00:28:42

    Josh님, 저와 상황이 비슷하신걸요... -_-
    • 2007-02-12 12:02:02

    ^^ 잘 보고 갑니다. 구매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되겠네요 ㅎㅎ
    • 2007-02-12 13:36:27

    49원은 목숨을 살려주는 댓가가 아닐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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