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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2007/04/07] 안티크(Antike) 후기
  • 2007-04-12 02:41:58

  • 0

  • 2,112

Lv.12 Equinox

간만의 후기군요. 하긴 퍼다 나른 것도 후기니가 간만이 아닐지도….

Twinkrystal이 모처럼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토요일 저녁에 급작스럽게 번개를 쳤습니다. 무슨 제우스도 아닌데 어째 요새 아지트에서는 번개만이 모임의 유형이 되어버렸네요. 간신히 민샤님, 민마님, 전심님을 소집(?)해서 5인 게임의 향연을 벌였습니다. 일단 첫 시작인 안티크부터 그날의 기억을 되새겨보겠습니다.

지난번 트레샴의 [문명(civilization)]을 7인 게임으로 하셨다고 하신 것에 자극을 받아서 초장부터 문명 관련 게임을 꺼내봤습니다. 장중하기로는 문명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어쨌거나, 문명의 향기는 좀 맡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일단 자유 선택에 따라 각 나라를 선택한 결과….

빨간색 - 페르시아 - 민샤
파란색 - 아라비아 - 민마
연회색 - 이집트 - Twinkrystal
노란색 - 포에니시안 - 전심
초록색 - 그리스 - Josh Beckett

위와 같이 진영을 잡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지중해의 약소국(!) 둘이서 심각하게 치고 받는 사이, 아시아의 페르시아가 잔뜩 군세를 확장해서 뭔가 해보려는 찰나에 게임이 끝났습니다.

일단 아테네를 기점으로 발칸반도에서 느긋하게 세력확장과 문명 발전을 시켜보려던 저는, 초반부터 아테네를 향해 화살표 돌진을 하는 전심님 때문에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맨 처음, 아틸라로 영토확장을 할 때만 하더라도,

“아~ 서쪽으로 가는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여기만 먹고 나는 동쪽으로 갈테야.”

라고 말씀하셨던 전심님은 바로 다음 차례에 아테네의 코앞인 에페소스로 진격하는 것도 모자라, 그곳에 신전을 지어버립니다. 신전을 지으면, 방어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군대 생산 능력이 3배로 증가하게 됩니다. 명백하게 발칸반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신 셈이지요.

“난 그리스가 마음의 고향인가봐요. 자꾸 아테네로 발길이 가네.”

갑자기 바뀐 전심님의 코멘트. 느긋하게 문명발전을 시키려던 저는 급히 계획을 바꿔서 군비 증강으로 국가전략을 선회합니다. 아울러, 발칸반도보다 먼저 지중해와 흑해에 해군을 급파하여 포에니시안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려고 했지요.

그 결과 가장 먼저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곳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그리스와 포에니시안이 대치한 곳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완충지역을 가지고 있던 세 나라는 아직 충돌보다는 영토확장과 자원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요.

최종 승점 상황. 숫자는 영웅카드의 획득 수

일단 전심님이 선제 공격을 가해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군비증강에 들어가지 못했던 저로서는 시노프에서 벌어진 서전에서 피해를 입고, 후퇴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양군의 충돌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군세를 확장하고 있던 붉은 군대, 아니 페르시아 대군에 의해 공멸할 뿐이라며 전심님을 설득하려 했고, 화해의 악수를 청했습니다. 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지요. 한 때 PBEM 외교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외무성 장관과 차관은 오월동주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냉담한 사이였던 것입니다. ^^;;;;

각 기술의 진보 상황

하는 수 없이 악수의 손길을 페르시아를 향해 돌렸습니다. 등 뒤에서 적당히 찔러주지 않으면 포스포루스의 전운은 가시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요. 저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쿨럭~. 하지만, 서로 치고 받아주길 바라는 페르시아로서는 그리스의 사신조차 외면해버렸습니다.

이집트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이집트의 여왕은 Twinkrystal, 저의 영원한 백태클이지요. 서 지중해로 진출해서 제 뒤통수만 안쳐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자력구제에 힘썼습니다. 다행히 이집트는 언제든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북 아프리카보다, 시나이반도를 넘어 아라비아로 진출하려고 하더군요.

결국 그리스-포에니시안 양국은 군비경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스는 해군력 위주로 군비증강을 했고, 포에니시안은 육군력 위주로 군비증강을 했기 때문에, 이들이 비잔티움에서 충돌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곳을 포에니시안에게 허락할 경우, 막강한 육군력이 바로 발칸반도로 진출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지요.

게임이 끝난 상황의 중근동 상황

제2의 격돌 역시 전심님이 막을 열었습니다. 에페소스에 집결해 있던 육군력 모두를 쏟아 부어서 비잔티움을 손에 넣고 맙니다. 비잔티움의 전략적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리스로서는 반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테네의 해군이 총동원 되었습니다. 심지어 발칸지역 신도시 건설에 여념이 없던 펠라의 육군 부대까지 동원하여 비잔티움을 탈환했습니다.

직후에 바로 전심님의 카운터 펀치가 들어왔고, 곧바로 제가 수복하는 형식으로 일진일퇴를 거듭한 결과, 발칸 유역에는 군사력 공백 상태가 생겨버렸습니다. 그리스는 오직 갤리 한 척이 군사력의 전부였고, 전심님의 포에니시안 역시 페르시아와의 국경지대에 육군 부대 몇 개만이 남아있었으니까요.

동지중해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다시 전운은 소아시아로 향합니다. 막강한 기세로 군세를 확장해 나간 페르시아와, 그 앞에서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아라비아, 이제 막 소아시아에 발을 디딘 이집트가 충돌의 기미를 보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군세가 약했던 이집트가 칼을 먼저 뽑았습니다. 가장 군세가 강했던 페르시아가 먼저 공세를 취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평온한 게임은 지루하다던 Twinkrystal이 평소 게임에서 잘 드러났던 공격적 선택을 합니다. 쿨럭~ 선제 공격에 노출된 국가는 아라비아였습니다.

전운이 감도는 소아시아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랑이 앞에서 두 마리 여우가 서로 싸웠다면, 누가 승자가 될지 뻔하지 않습니까. 두 마리 여우가 손을 잡고 호랑이에게 대적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말이지요. 소아시아에서 아라비아와 이집트의 세력은 급격하게 사그라듭니다. 기껏해야 홍해를 사이에 서로 일진일퇴만 거듭할 뿐이었지요.

소아시아에서 소규모 충돌이 반복될 무렵, 다시금 군세를 회복한 그리스와 포에니시안이 다시금 대규모 전투를 준비합니다. 거의 태평양전쟁에서의 일본군 카미카제를 연상시키는 전심님의 무지막지한 자살테러에, 한때 10여개 지역에 깃발을 꽂았던 그리스는 서서히 위축되어갑니다. 열심히 건설한 신전들도 숱하게 부서졌지요.

하지만, 저 옛날 함무라비가 남긴 명언이 있지 않습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카미카제는 카미카제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쿨럭~ 그리스가 전원 반격에 나선 발칸 유역에는 다시 군사력 공백 상태가 찾아옵니다. (이게 뭐냐고요~!)

오죽하면, 이집트가 그러한 군사력 공백을 틈타, 크레타 섬을 딸랑 갤리 두 척으로 삼켜버립니다. 이집트가 마음만 먹었으면, 지중해 전역을 손에 넣어버릴 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이었지요.

국가의 기세가 크게 꺾이고 나니까, 문득 게임의 승리조건이 떠오르더군요. 안티크는 땅 많고, 군대 많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국가의 영웅들을 많이 배출한 국가가 이기는 것이지요.

그 때부터 저는 국가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자원생산을 통한 문명 발전으로 말이지요. 전심님이 다시 군비증강을 해서 침략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영토 몇 개는 빼앗기겠지만, 둘 다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라, 재차 침략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더군요. 게다가 페르시아가 전쟁없이 군세 확장만 하는 게 지루했었는지, 점차 전심님의 영토로 군대를 밀고 들어왔으니까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플레이하던 방향에서 바라본 지도

졸지에 가장 불쌍해진 것은 전심님의 포에니시안이었습니다. 국가의 활로를 그리스 점령에 걸었는데, 그리스가 옥쇄를 각오하고 필사 항전을 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니 말이지요. 군사력은 바닥났지, 페르시아는 수도로 짓이겨 들어오지. 이제와서 그리스와 손잡는 것도 우스우니까 말이죠.

어쨌거나 전심님의 불행은 나의 행복, 아니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소간의 여유…. 마지막 남은 신규 발명을 획득하여 이제 게임 종료까지는 단 한 명의 영웅만 획득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쓰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전 3개 건설 시 주어지는 영웅입니다. 제가 하도 신전을 많이 건설해서, 이 영웅은 당연히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신전을 짓는 족족 부서지는 바람에 단 한번도 3개의 신전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게임의 후반부에는 소유하고 있는 신전이 고작 한 개였으니까 말이지요.

결국 대리석 획득에 집중하고, 마지막 차례에 신전을 두 채 지음으로써, 게임을 끝냈습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려던 페르시아가 허탈해 하더군요. 핫핫~

많은 수의 문명 게임들이 특정 국가가 급격하게 커나갈 경우, 게임의 향배가 한쪽으로 심하게 쏠려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안티크의 경우, 다앙ㅤㅎㅑㄴ 승점 획득 경로를 두고, 이를 통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넓은 영토를 소유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겠지만, 이 게임에서는 절대적일 수 없더군요.

론델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둔 것도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수의 문명게임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해본 게임에서 상대의 다음 선택에 전전긍긍하던 기억이 많었거든요.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지도 않은 문명 게임. 처음 하는 게임이라 시간은 제법 걸렸지만, 그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물론 제가 1등을 해서 더욱 그런 것이겠지만, 게임 내내 가장 힘겨운 투쟁을 해온 국가였기 때문에 그 즐거움이 배가되더군요.

이날 다른 게임도 돌렸는데, 그 후기는 올릴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반응 봐서 올릴만 하면 올리지요. 뭐~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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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7-04-12 02:47:27

    베켓님. 다른 게임 후기도 올려주시는게 어떠십니까?? ^^
    • Lv.12 Equinox
    • 2007-04-12 02:49:13

    아니... 이 시간에... @_@;;;;
    사실 다른 게임은.... 다빈치 코드와 아베시저, 그리고 엘 그란데를 돌렸는데, 이 가운데 엘 그란데만 사진을 찍었거든요. 엘 그란데야 워낙 유명한 게임이니 좀 새삼스럽기도 하고.... (긁적)
    • Lv.1 뉴멘
    • 2007-04-12 10:49:20

    ^^ 후기 잘보았습니다.

    보아하니 영토확장보다는 기술개발로 점수를 많이 얻으신듯하네요 ^^ 저도 좋아하는 게임인데 후기를 보니 더욱 하고 싶은데요 ㅎㅎ

    아 참고로, 게임 안에 들어있는 규칙서에는 없는 추가룰를 온라인메뉴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모든 기술을 개발했다면 1점 획득 & 자원 2:1 트래이드가능 이런 룰이 추가 됬답니다.
    http://www.boardgamegeek.com/fileinfo.php?fileid=19753
    • Lv.12 Equinox
    • 2007-04-12 15:55:41

    흠~ 안 그래도 에거트 슈필에서 영문규칙서를 읽어보려고 받았는데, 다시 개정된 모양이군요. 한번 정독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2007-04-12 16:32:27

    아............ 이러시면 안됩니다....T________T
    패스했던 게임이 리뷰 한번에 이렇게 새롭게 뽐뿌질을 해대다니...
    베켓님 글솜씨는 정말 감칠맛 나는군요~! ^^
    다른 후기도 올려주셔야죠~~~
    • Lv.18 하이텔슈리
    • 2007-04-12 18:38:5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보드게임 BEST 2로 꼽는 물건.

    *.제작사 홈 가보니 확실히 그런 룰 있네요. 언제 개정된건지...
    • Lv.12 빛바램
    • 2008-03-27 11:42:47

    정말 감사합니다. 리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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