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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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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0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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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카잣-둠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 리뷰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FFG)에서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기대감에 온몸을 떨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스타 보드게임 영문판이 먼저 세상에 나왔고, 이걸 구입한 친구 덕택에 저는 영문판을 먼저 해볼 수 있었습니다.
# 첫 만남
첫 만남은 4인 플레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를 뺀 세 명은 수 년 간의 보드게임 플레이로 단련된, 말하자면 보드게임 플레이의 달인, 괴수들이었지요. 무시무시한 멤버들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게임을, 영문판으로, 무시무시한 멤버들과 했더니만 너무 힘들더군요. 재미는 있었지만, '이 힘든 게임을 또 할 수 있을까?',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이 힘듦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입 계획에서 후순위로 밀려있었지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 한글판으로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밀리언셀러 정도 되어야 겨우 한글판이 나올까말까 하는 보드게임계의 상황에서, 스타 보드게임의 한글판 출시 소식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죠.
▲ 한 행성에 두 넥서스가 공존하고 있다.
# 한글판 플레이
포모스의 하루나기님이 한글판을 사셨다는 말을 듣고, 저는 덥썩 '제가 가르쳐드릴께요'라며 약속을 잡았습니다. 한 번 해본 게임이니 설명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한글판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번 해본 게임을, 한글판으로, 보드게임에 익숙치 않은 멤버들과 했던 이 두 번째 플레이는 너무 편안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영문판과 한글판의 체감 난이도는 아무래도 확 다르더군요. 저 외의 다른 세 분도 게임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게임이 끝나자, 다들 다음에 다시 하자고 하셔서 기뻤구요.
이후 한 번은 4인플, 한 번은 6인플로 설명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멤버들은 전략게임으로 분류되는 보드게임을 거의 안 해본 초심자들이었지만, 스타리그 매니아들이라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에는 익숙한 분들이었지요. 이거 어려워서 못해먹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들 게임에 쉽게 적응하고 재미있어하시는 걸 보니 확실히 한글판의 위력이 생각 외로 엄청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카웃 두 기가 지키고 있는 넥서스에 히드라 세 기로 공격을 감행한다.
# 스타크래프트 PC게임 팬들에게 어필하는 점
스타크래프트 PC게임은 재미있긴 한데, 실력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컴퓨터도 못 이기겠어요'하는 사람부터, 배틀넷 공방 하수, 공방 고수, 사설래더 실력자, 프로게이머까지 다양한 층위가 있죠. 이 실력차는 대개 게임에 투자한 시간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오래,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기 때문에, 별로 안 했던 사람은 고수를 죽어도 못 이긴다는 거죠.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고수를 죽어도 못 이기는 일은 없습니다.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서 출발하고, 손빠르기 같은 신체적인 요소도 없지요. 전략 잘 짜고 외교 잘 하면 누구라도 승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보드게임의 매력이 아닌가 하네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유닛들이 플라스틱 피규어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 화려한 것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게임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입니다. 보드게임의 매력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니터만 보며 게임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며 게임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더라구요.
# 보드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점
이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라는 테마를 차용해서 날로 팔아먹겠다는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도 쓸만한 점을 몇 가지 꼽을 수 있지요.
첫 번째는 명령토큰 시스템입니다. 한 라운드는 계획-실행-재편성 단계로 구분되는데요. 계획 단계에 명령토큰을 이용해서 비공개로 4개의 명령을 내리고, 모든 플레이어가 계획을 마치면 실행 단계로 넘어가서 명령토큰들을 하나하나 실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입니다.
이런 것은 사실 발렌슈타인(쇼군)이나 게임 오브 쓰론, 디플로머시처럼 여러 게임에서 널리 쓰이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의 시스템이 더 발전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명령 스택(stack)'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성에 명령토큰을 쌓은 것을 명령 스택이라고 부르는데요. 명령을 내릴 때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내리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꼭 그 순서대로 실행되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욱 전략적인 게임이 되었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먼저 내린 명령은 밑에 깔리고 나중에 내린 명령은 위에 쌓이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 뭘 할지 잘 생각해서 역순으로 명령토큰을 놓아야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오죽하면 6인플을 할 때 사람들이 농담삼아 '앞 사람 얼굴에 "거꾸로" 라고 써붙여놓고 싶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 테란은 커맨드를 띄워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본진이 털릴 것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미리 '이동 토큰'을 깔아놓으면 커맨드가 터지기 전에 아군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사실 이럴 때 말고는 커맨드 띄우기 능력을 쓸 일이 없다-_-
두 번째는 자원 시스템입니다. 워크래프트 보드게임 등 여타의 보드게임에서는 자원을 캐면, 자원토큰을 가져다가 쌓아놓고 쓰게 됩니다. 꽤나 헷갈리고 귀찮은 일이었지요.
▲ 워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맵의 자원지역에 금과 나무 잔량을 쌓아놓고 플레이한다. 자원을 캐려면 일꾼을 데려가서 붙여놓아야 하고, 자원토큰을 가져와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전투유닛까지 맵에 뒤엉켜있다. 그래서 '좁아ㅠㅠ'를 연발할 수 밖에 없다. 워크래프트 보드게임도 좋아하는 게임이지만, 자원 시스템은 확실히 불편하다.
반면에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자원토큰이라는 게 없습니다. 미네랄과 가스 모두 라운드마다 축적해서 쓰는 개념이 아니죠.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 자원이란 '이번 라운드에 쓸 수 있는 자원의 총량'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라운드에 쓰지 않은 자원은 그대로 떠내려가버립니다. 그 결과 일꾼 숫자가 굉장히 중요해졌죠. 다른 행성에 확장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자신의 자원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자원을 쌓아놓고 쓰는 게 아니라서, 귀찮은 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일꾼을 미네랄 또는 가스에 붙이기만 하면 되고, 라운드가 끝날 때 그 일꾼들이 돌아오는 식이니 계산하기도 편하죠. PC게임처럼 컴퓨터가 계산해주는 게 아니라서, 보드게임에서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계산을 단순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투를 카드로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전쟁게임들이 전투를 주사위로 처리하는데, 주사위라는 게 워낙 랜덤성이 강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죠.
이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전투를 카드로 처리했습니다. 카드에도 물론 뽑기 운이 따르긴 하죠. 하지만 이미 뽑은 카드 중에서는 자신이 보고 선택할 수 있으니, 주사위와 비교하면 체감상 운이 딸려서 졌다는 느낌은 잘 안 들게 됩니다. 게다가 '금색 연구명령'을 이용하면 연구한 기술을 바로 손으로 가져올 수도 있죠.
# 아쉬운 점
매뉴얼이 처음 공개됐을 때 제가 실망했던 것은, '왜 육각형 맵이 아니고 행성 맵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스타 PC게임은 헌터니 로스트템플이니 하는 맵에서 하게 되지, 행성 간의 우주전쟁을 하게 되지는 않으니까요. 테마를 약간 잘못 적용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행성 맵은 제가 칭찬했던 '명령토큰 시스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명령토큰 시스템 덕분에 전략성이 높아진 덕분에, 육각형 맵을 포기한 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유닛의 이동속도나 사거리가 거의 무시된 것 같아서 아쉽긴 하죠. 그런데 그 점 또한 보드게임으로 컨버전하면서 단순화하느라 그렇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으니 이해는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확장팩 브루드 워의 유닛이 하나도 없다는 건데, 보드게임 역시 확장팩이 나오겠죠. 이 바닥의 오랜 상술(?)이니 뭐 어쩌겠습니까-_-
# 글을 닫으며
최대한 분석적으로 쓰려고 노력한 리뷰라서 게임 양상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군요. 사실 재미있는 빌드(?)도 많이 짜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원게이트 트리플넥도 가능하고, 4드론스럽게 저글링만 달리는 것도 가능하고, 패스트 가디언도 가능하고, 패스트 핵도 가능할 정도로 전략에 자유도가 있죠. 전장의 안개가 없어서 상대의 상황이 거의 다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번 라운드에 상대가 무슨 명령을 내렸는지, 저게 훼이크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서 전략이 맞물리는 재미있는 상황도 자주 나오는 게임이구요.
스타크래프트 PC게임 팬들에게는 익숙한 테마에, 그리 어렵지 않게 배워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포모스의 스덕후들과 함께 하면서 제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지요 :)
보드게이머들에게도 시스템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전쟁/외교 게임이라고 봅니다. 플레이 시간도 전쟁게임 치고는 적당한 편이죠. 익숙해지면 4인플에 3시간 정도로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재미있습니다. 테마도 완전 먹어주고, 게임성도 좋죠. 사람 모아서 자주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대작이었던 스타크래프트 PC게임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보드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FFG)에서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기대감에 온몸을 떨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스타 보드게임 영문판이 먼저 세상에 나왔고, 이걸 구입한 친구 덕택에 저는 영문판을 먼저 해볼 수 있었습니다.
# 첫 만남
첫 만남은 4인 플레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를 뺀 세 명은 수 년 간의 보드게임 플레이로 단련된, 말하자면 보드게임 플레이의 달인, 괴수들이었지요. 무시무시한 멤버들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게임을, 영문판으로, 무시무시한 멤버들과 했더니만 너무 힘들더군요. 재미는 있었지만, '이 힘든 게임을 또 할 수 있을까?',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이 힘듦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입 계획에서 후순위로 밀려있었지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이 한글판으로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밀리언셀러 정도 되어야 겨우 한글판이 나올까말까 하는 보드게임계의 상황에서, 스타 보드게임의 한글판 출시 소식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죠.
▲ 한 행성에 두 넥서스가 공존하고 있다.
# 한글판 플레이
포모스의 하루나기님이 한글판을 사셨다는 말을 듣고, 저는 덥썩 '제가 가르쳐드릴께요'라며 약속을 잡았습니다. 한 번 해본 게임이니 설명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한글판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번 해본 게임을, 한글판으로, 보드게임에 익숙치 않은 멤버들과 했던 이 두 번째 플레이는 너무 편안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영문판과 한글판의 체감 난이도는 아무래도 확 다르더군요. 저 외의 다른 세 분도 게임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게임이 끝나자, 다들 다음에 다시 하자고 하셔서 기뻤구요.
이후 한 번은 4인플, 한 번은 6인플로 설명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멤버들은 전략게임으로 분류되는 보드게임을 거의 안 해본 초심자들이었지만, 스타리그 매니아들이라 스타크래프트의 세계관에는 익숙한 분들이었지요. 이거 어려워서 못해먹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들 게임에 쉽게 적응하고 재미있어하시는 걸 보니 확실히 한글판의 위력이 생각 외로 엄청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카웃 두 기가 지키고 있는 넥서스에 히드라 세 기로 공격을 감행한다.
# 스타크래프트 PC게임 팬들에게 어필하는 점
스타크래프트 PC게임은 재미있긴 한데, 실력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컴퓨터도 못 이기겠어요'하는 사람부터, 배틀넷 공방 하수, 공방 고수, 사설래더 실력자, 프로게이머까지 다양한 층위가 있죠. 이 실력차는 대개 게임에 투자한 시간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오래,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기 때문에, 별로 안 했던 사람은 고수를 죽어도 못 이긴다는 거죠.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고수를 죽어도 못 이기는 일은 없습니다.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서 출발하고, 손빠르기 같은 신체적인 요소도 없지요. 전략 잘 짜고 외교 잘 하면 누구라도 승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보드게임의 매력이 아닌가 하네요.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유닛들이 플라스틱 피규어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 화려한 것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게임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입니다. 보드게임의 매력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니터만 보며 게임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며 게임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더라구요.
# 보드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점
이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라는 테마를 차용해서 날로 팔아먹겠다는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도 쓸만한 점을 몇 가지 꼽을 수 있지요.
첫 번째는 명령토큰 시스템입니다. 한 라운드는 계획-실행-재편성 단계로 구분되는데요. 계획 단계에 명령토큰을 이용해서 비공개로 4개의 명령을 내리고, 모든 플레이어가 계획을 마치면 실행 단계로 넘어가서 명령토큰들을 하나하나 실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시스템입니다.
이런 것은 사실 발렌슈타인(쇼군)이나 게임 오브 쓰론, 디플로머시처럼 여러 게임에서 널리 쓰이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의 시스템이 더 발전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명령 스택(stack)'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성에 명령토큰을 쌓은 것을 명령 스택이라고 부르는데요. 명령을 내릴 때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내리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꼭 그 순서대로 실행되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욱 전략적인 게임이 되었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먼저 내린 명령은 밑에 깔리고 나중에 내린 명령은 위에 쌓이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 뭘 할지 잘 생각해서 역순으로 명령토큰을 놓아야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오죽하면 6인플을 할 때 사람들이 농담삼아 '앞 사람 얼굴에 "거꾸로" 라고 써붙여놓고 싶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 테란은 커맨드를 띄워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본진이 털릴 것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미리 '이동 토큰'을 깔아놓으면 커맨드가 터지기 전에 아군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사실 이럴 때 말고는 커맨드 띄우기 능력을 쓸 일이 없다-_-
두 번째는 자원 시스템입니다. 워크래프트 보드게임 등 여타의 보드게임에서는 자원을 캐면, 자원토큰을 가져다가 쌓아놓고 쓰게 됩니다. 꽤나 헷갈리고 귀찮은 일이었지요.
▲ 워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맵의 자원지역에 금과 나무 잔량을 쌓아놓고 플레이한다. 자원을 캐려면 일꾼을 데려가서 붙여놓아야 하고, 자원토큰을 가져와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전투유닛까지 맵에 뒤엉켜있다. 그래서 '좁아ㅠㅠ'를 연발할 수 밖에 없다. 워크래프트 보드게임도 좋아하는 게임이지만, 자원 시스템은 확실히 불편하다.
반면에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자원토큰이라는 게 없습니다. 미네랄과 가스 모두 라운드마다 축적해서 쓰는 개념이 아니죠.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 자원이란 '이번 라운드에 쓸 수 있는 자원의 총량'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라운드에 쓰지 않은 자원은 그대로 떠내려가버립니다. 그 결과 일꾼 숫자가 굉장히 중요해졌죠. 다른 행성에 확장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에서는 자신의 자원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자원을 쌓아놓고 쓰는 게 아니라서, 귀찮은 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일꾼을 미네랄 또는 가스에 붙이기만 하면 되고, 라운드가 끝날 때 그 일꾼들이 돌아오는 식이니 계산하기도 편하죠. PC게임처럼 컴퓨터가 계산해주는 게 아니라서, 보드게임에서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계산을 단순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투를 카드로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전쟁게임들이 전투를 주사위로 처리하는데, 주사위라는 게 워낙 랜덤성이 강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죠.
이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전투를 카드로 처리했습니다. 카드에도 물론 뽑기 운이 따르긴 하죠. 하지만 이미 뽑은 카드 중에서는 자신이 보고 선택할 수 있으니, 주사위와 비교하면 체감상 운이 딸려서 졌다는 느낌은 잘 안 들게 됩니다. 게다가 '금색 연구명령'을 이용하면 연구한 기술을 바로 손으로 가져올 수도 있죠.
# 아쉬운 점
매뉴얼이 처음 공개됐을 때 제가 실망했던 것은, '왜 육각형 맵이 아니고 행성 맵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스타 PC게임은 헌터니 로스트템플이니 하는 맵에서 하게 되지, 행성 간의 우주전쟁을 하게 되지는 않으니까요. 테마를 약간 잘못 적용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해보니 행성 맵은 제가 칭찬했던 '명령토큰 시스템'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명령토큰 시스템 덕분에 전략성이 높아진 덕분에, 육각형 맵을 포기한 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유닛의 이동속도나 사거리가 거의 무시된 것 같아서 아쉽긴 하죠. 그런데 그 점 또한 보드게임으로 컨버전하면서 단순화하느라 그렇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으니 이해는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확장팩 브루드 워의 유닛이 하나도 없다는 건데, 보드게임 역시 확장팩이 나오겠죠. 이 바닥의 오랜 상술(?)이니 뭐 어쩌겠습니까-_-
# 글을 닫으며
최대한 분석적으로 쓰려고 노력한 리뷰라서 게임 양상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군요. 사실 재미있는 빌드(?)도 많이 짜낼 수 있는 게임입니다. 원게이트 트리플넥도 가능하고, 4드론스럽게 저글링만 달리는 것도 가능하고, 패스트 가디언도 가능하고, 패스트 핵도 가능할 정도로 전략에 자유도가 있죠. 전장의 안개가 없어서 상대의 상황이 거의 다 보인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번 라운드에 상대가 무슨 명령을 내렸는지, 저게 훼이크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어서 전략이 맞물리는 재미있는 상황도 자주 나오는 게임이구요.
스타크래프트 PC게임 팬들에게는 익숙한 테마에, 그리 어렵지 않게 배워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포모스의 스덕후들과 함께 하면서 제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지요 :)
보드게이머들에게도 시스템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전쟁/외교 게임이라고 봅니다. 플레이 시간도 전쟁게임 치고는 적당한 편이죠. 익숙해지면 4인플에 3시간 정도로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은 재미있습니다. 테마도 완전 먹어주고, 게임성도 좋죠. 사람 모아서 자주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대작이었던 스타크래프트 PC게임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보드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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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라는 테마를 차용해서 날로 팔아먹겠다는 게임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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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스타크 구매를 군침돌게하는 리뷰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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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욕을 좀더 생기게 하자면...~^^재미있습니다 ㅋㅋㅋ...
구매욕을 좀더 줄이게 하자면... 정말 비쌉니다 ㅋㅋㅋ^^;;; -
네이버 블로그 펌질해 갑니다^.^
손빠르기 같은 신체적인 요소도 없지요. -
Jade님// 넵. 같이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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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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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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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리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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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움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전 리뷰같은거 정말 못쓰겠던데요..;; ㅎㅎㅎ -
이히힣ㅎ힣 퍼가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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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샀는데.. 진짜 어렵다.. 먼내용인주도 모르겟구.ㅠㅠㅋㅋ
언젠가 배워지겟지.. 진짜 배울사람없나?? 전 전주!!! -
이거어디에서살수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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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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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제 해보고 싶지만.. 나이가 어린 학생인지라 감히 껴들지 못하겠네용.. 에휴.. 구매를 할려고 하면 어렵다고 해서 못사겠네용.. 누구 하나 가르쳐 줄사람 없나 고민이네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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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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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진짜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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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 한글판 입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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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 한글판 입고..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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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확장판은 정녕 입고 되지 않는 건가...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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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어쩜 아는 분일수도 ㅎㅎㅎ. 포모스 정모 에서 결승전 열리는날 24시간 커피숍에서 접해봤는데 혹시 그때 가지고 오셨던분인가요? 그립내요 신천의 그때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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