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rider World Tour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부루마불

컴퓨터도 피씨방도 없었던 어린 시절, 부루마불은 쉬운 규칙과 알찬 내용물로 딱지먹기, 구슬치기, 다방구 같은 놀이들과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보드게임’이라는 용어조차도 몰랐던 시절이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 코펜하겐, 이스탄불 등의 다양한 세계지명과 호텔을 한곳에 몰아지어 친구들을 거덜 냈던 추억은 지금도 떠올리면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게 합니다.

우주선만 타면 세상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부루마불은 원작인 모노폴리와 비교해도 시스템과 재미 면에서 더욱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모방작임에도 불구하고 원작 게임의 핵심인 '독점'의 개념을 빼버렸고, 그런 점이 오히려 게임의 번거로움을 없애면서 단순하고 명쾌한 부동산 게임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지요. 그래서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부루마불의 명성에 가려져 모노폴리가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못하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알지만 워해머는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스타크래프트의 마린과 워해머의 스페이스 마린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부루마불은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그저 우려먹기만 하려할 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규칙은 바뀌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용물의 디자인은 바꿔야 했지 않을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예전의 구닥다리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그저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어쩌면...... 제작사는 디자인이 촌스럽긴 해도 아직 잘 팔리고 있으니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작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요?


강적 카트라이더 세계여행의 등장

그러던 와중에 이러한 정체된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하나 발매되었는데, 바로 넥슨에서 카트라이더의 라이센스를 얻어 제작된 '카트라이더 세계여행'입니다.

코너를 돌고 있는 대두 라이더스

카트라이더의 캐릭터들이 카트를 타고 세계의 문화유적을 탐사하며, 각 지역에 상점을 세워 서로 경쟁하는 내용으로, 원작 온라인 게임의 디자인이 워낙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지라 컨버젼된 보드게임 역시 수준 이상의 아트웍을 보여줍니다.

어찌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특히 카트라이더의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진 플레이어 말들은 보는 순간 갖고싶다고 느낄 만큼 미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보드게임 자체보다도 플레이어 말에 오히려 더 많은 점수를 주고싶을 정도입니다. (확장판으로 다른 캐릭터 말들도 따로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만약 제작사에서 따로 제작해준다면 바로 구입할 예정입니다.)


신나는 세계여행

게임 규칙의 베이스는 부루마불과 같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이동하여, 땅을 삽니다.

인도, 이집트, 영국, 대한민국 등27개의 나라가 정사각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주사위 2개를 굴려서 주사위 눈의 합만큼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합니다.

또한 특수 지역이 곳곳에 존재하는데 이벤트카드를 보는 지역, 돈을 받거나 내는 지역, 쉬는 지역, 기념품을 구입하는 지역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광 증서가 있어야 상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무도 소유하고 있지 않는 나라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증서를 구입할 수 있으며, 자신이 소유한 나라에 도착하면 상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상점을 지으면 이때부터 기념품을 판매하게 되는데, 다른 플레이어가 상점에 도착하였을 때 큰 금액을 뜯어낼 수 있습니다.

맵을 한바퀴 돌 때마다 보너스 금액을 받으며, 다른 플레이어의 상점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주사위 신의 가호가 필요합니다.


후발 주자의 강력함

또한, 버전업 된 게임이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인 규칙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충돌이 발생하면 한 번 쉬어야 합니다.

같은 나라에 여러 플레이어의 말이 도착하면 충돌이 발생하고, 먼저 있던 플레이어가 충격을 받아 한 라운드동안 쉬게 됩니다.(말을 옆으로 뉘어서 휴식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의 상점에 걸려서 땅값을 지불할 때에 추가로 그 나라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기념품을 다양하게 모아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의 나라에 일부러 찾아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자신의 상점을 세울 때에도 기념품을 받습니다.

부루마불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모두 파산시켜야 승리하기 때문에 게임시간이 주구장창 길어져서 후반이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카트라이더 세계여행은 기념품을 모으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전환하였고, 이로써 전략적인 게임 진행과 한시간 정도의 쾌적한 게임시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었습니다.


내일을 기대하며......

세계에서 제일가는 보드게임 제작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카트라이더라는 이름값 만으로도 대형 마트에서는 충분히 잘 팔릴 듯 합니다. 부루마불이나 할리갈리 같은 가벼운 게임들이 많이 플레이 되는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꼭 필요한 게임인 것 같고요. 카트라이더 세계여행이 많이 판매되어 다양한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제작사인 비저너리도 크게 성장하여 보다 좋은 게임들을 많이 제작해주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