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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로스트 시티
  • 2008-09-10 21:34:24

  • 0

  • 1,578

저번에 다다에서 구입한 로스트 시티를 플레이해 봤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보드게임은 2 인 플레이에서 최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보다는 3 인에서 4 인 이상이 모여야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고... 저 역시 2 인 플레이 게임 보다는 다수의 플레이어와
즐길 수 있는 전략적인 게임을 선호하기에, 로스트 시티의 구매는
약간 즉흥적이라고 해야 하나.. 뭐 솔직히 말해서 크니지아 박사님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손도 안 댔을 듯....

[Ra] 이후로 크니지아 박사의 게임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어서,
이것저것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메모 선장님이 언제나 얘기하듯이
크니지아 박사의 점수 계산법은 상당히 특이하더군요...

물론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크니지아 박사의 게임에 대한 컨셉은 항상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 & 리턴]

예를 들어, 자신이 많은 부분에서 한꺼번에 점수를 먹으려고 하면,
손해를 보는 부분이 생기고,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물론
그 부분에서는 이기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패배...

즉, [싸움에는 이겼지만, 승부에서는 진] 그런 상황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크니지아 박사의 게임을 몇 개 못 해 봤지만, 이런 식의
점수 계산방식은 크니지아 박사님 특유의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로스트 시티는 2인플 전용의 게임이며,
단 두 사람이서 서로 [리스크 & 리턴]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라는 것은
역시 게임 밸런스상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자작 게임을 만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게임이 바로 [2 인 전용]게임입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앞으로 진행하는 뱀주사위 게임 같은 거 말고,
모든 2 인용 게임은 [정확한 밸런스] 가 생명이 됩니다.

3 인용, 4 인용 게임에서는 한 쪽이 유리해도 다른쪽이 견제한다.
라는 구도가 성립하며, 따라서 한 사람이 너무 앞서가면 다른 2 사람이
그것을 방해하는 구조 (카탄이 대표적이지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카탄을 2 인용으로 해보셨습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밸런스가 맞으실 거라고 생각하세요? 카탄이 2 인용 게임이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뭐 카탄 2 인용 게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예가 없어서;;)

그런 점에 있어서, 이 로스트 시티의 밸런스는 나름 훌륭합니다.

솔직히 뚜껑을 열었을 때의 컴포넌트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죠.

카드 60 장이랑 얄팍한 게임보드 한 장 뿐이라니!

이런 게 무슨 2 만원도 넘어! 라고 생각했지만, 컴포넌트 이퀄 게임성은
아니기에 일단 룰북을 숙지하고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게임 구조는 매우 단순합니다.

5 종류의 유적을 탐사하는데, 각자 유적 카드 8 장을 손에 쥐고,
오름차순 (낮은 숫자부터 높은 숫자로) 으로 같은 종류의
유적 카드끼리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 뿐이죠. 카드를 한 장 내려놓으면, 다시 쌓여있는 카드 더미에서
새 카드를 한 장 받으면 됩니다.

유적 카드 숫자는 2부터 10 까지 있고, 자신이 내려놓은 숫자보다
적은 숫자의 카드는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려놓은 카드의 점수가 자신의 점수가 됩니다.

여기서 단순히 카드를 내려놓는 것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라고 한다면, 자신이 높은 숫자의 카드를 뽑기만 하면 자신이
유리해질 뿐이겠지요.

그런데. 아까 제가 얘기한 [리스크 & 리턴] 의
얘기를 기억하시나요?

로스트 시티에서도, 크니지아 박사는 플레이어에게 이
[리스크 & 리턴] 을 강요합니다.

즉, 유적 탐사를 시작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마이너스 20 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아무생각없이 유적 탐사를 시작하겠다고 2 나 3 카드를
내려놓는 순간, 그 유적의 점수는 -18 점이나, -17 점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나요? 곧, 제가 유적 탐사를 위해 카드를 내려놓게
되면, 최소 유적 카드의 점수 합계가 20 이상은 되어야 마이너스
점수를 먹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언제나 한 종류의 2 부터 10까지
숫자를 골고루 들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지요. 또 여기서 크니지아
박사에게 선택을 강요당하게 됩니다. 먹을래? 아니면 말래?

시작해서 카드를 8 장 뽑아보니, 죄다 7,8,9... 뭐 이런 카드만
들고 있다면, 물론 손해야 안 보겠지만 내려놓기가 매우 까탈스러운
거죠. 7,8,9 를 내려놓는다고 하면 고작 24 점. 여기서 20점을 빼면
4 점의 점수만을 얻을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버리자니, 내가 버린 카드는 상대방이
집어갈 수도 있기에 또 곤혹스럽습니다. 이걸 버려? 말어?
아니면 그냥 깔아?

무조건 1 장을 내 놓아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플레이어는
또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선택만이 가득하군요)

- 투자 카드 -

로스트 시티를 하다보면 또 사람을 미치게 하는 카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투자 카드입니다. 이 투자 카드는 각 유적 종류마다 3 장씩
있는데, 오직 숫자 카드를 내려놓기 전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투자 카드의 역할은 바로 [점수 뻥튀기] 입니다.

만약 유적 탐사 (숫자카드를 내려놓기 전에) 투자 카드를 한 장 내려놓으면,
그 유적의 최종 점수는 x 2 가 됩니다.

즉, 제가 투자 카드를 한 장 내려놓고, 유적 카드를 2,4,5,8,9,10....
이렇게 내려놓았다면, ( 38 - 20 ) x 2 = 36 점이나 되는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투자 카드가 2 장이면 x 3... 투자 카드가 3
장이면 x 4 ... 이렇게 점수는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갑니다.
2 부터 10까지의 모든 유적 카드를 다 내려놓는다고 해도 고작
54 - 20 = 34 점입니다. (물론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러나 투자 카드만
적당히 사용하면 20, 30 점 넘기기는 쉽죠.

그.러.나.

문제는 이 투자 카드는 마이너스 점수 또한 뻥튀기를 합니다.
따라서 여기서 또 [리스크 & 리턴] 그리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투자 카드를 내려놓고, 최종 점수가 20 점을
넘지 못할 경우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곱해줍니다. 아주 욕 나옵니다.

제가 로스트 시티에서 감탄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어요. 그것도
자신이 꼼짝달싹도 못하게끔 말이죠. 플레이어는 거절도 못합니다.
음. 이런 느낌이에요. 10 억 먹을래? 아니면 고자 될래?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카드를 단 1 장 밖에는
내려놓을 수가 없다는 것.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점수를 깎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자초한다는 것.

후반에 가면, 내려놓을 카드가 더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 더미의
카드가 떨어지는 바람에 미처 못 내려놓은 카드를 보고 아쉬워하게
되지요. "이 카드만 내려놨어도 마이너스 점수는 안되는 건데!"

같은 시츄에이션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크니지아 박사가 뒤에서
응큼하게 웃고 있는 듯합니다. "거 보게나, 내가 그럴거라고 했지?"

결론. 로스트 시티는 2 인플 게임으로서는 상당한 계산력과
전략을 필요로 합니다. 처음에는 웃고 즐길 수도 있겠지만,
수를 읽는 법과 상대방의 카드와 나의 카드를 비교해서 어떤 카드를
먹고 어떤 카드를 버려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위에 쓴 내용에 더해, 사실 상대방의 카드를 보고 다음에
나올 카드를 예측하거나, 혹은 일부러 상대방이 모으는 카드를
내지 않아서 상대방이 카드가 나오길 기대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숨은 전략도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좀 유감이군요.

과연 크니지아 박사의 작품답게, 매 턴 마다 내가 뭘 내려놔야
잘했다는 소릴 들을까. 이거 고민하게 시키는 게 한 편으로는
골머리를 쌓게 만들면서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사람 숫자가 모자라서 언제나 두 명이서 "뭘 하지?" 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게임이 아닐까요.

로스트 시티 2 셋트로 4 사람까지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뭐 그렇게 까지 할 만한 게임은 아닌 듯합니다.

모임 있을 때 먼저 도착한 2 사람이 다른 사람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좋은 게임. 로스트 시티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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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08-09-10 13:29:13

    점수가 부족해서 남아있는 덱을 봐가면서
    새로운 탐험시작 할때의 조심스러움이란 ㅋㅋ
    두셋트 사는것보단 켈티스!!
    • Lv.30 가이오트
    • 2008-09-10 17:44:31

    저도 입문 때 이 게임 3.2만원에 사고 가격 대비 내용물 후지다는 생각에 경시했었습니다만 할수록 훌륭한 게임이더라고요... 한두판 해봤을 때는 그냥 좋은 카드 잘 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해볼수록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 2008-09-10 18:31:45

    명품은 명차를 알아봅니다. (응? 뭔소리?)
    • 2008-09-10 18:47:42

    함 해보고 싶어요^^
    • 2008-09-10 21:47:45

    같은 이유로 켈티스도 기대 중입니다.
    • Lv.2 bbbbbbbbbbb
    • 2008-09-10 22:08:34

    예전에 보드겜방에서 첨 배웠는데 알바생이 에러플로 가르쳐줘서 엄청 재미 없었던 게임 -_-;; 첫인상이 안좋아서 왠지 다시 시도해보기가 그렇더군요....(라고 말을하며 지름신을 외면한다)
    • Lv.4 ☆Felix★
    • 2008-09-11 09:06:12

    얼마전에 생각보다 싸게 신품이 나왔길래(1.6) 생각없이 지른게 때맞춰 리뷰 올라왔네요 ㅋ
    웬지 잘 샀다고 느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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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코보게 응원합니다. 모든 혐오와 편견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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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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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2

  • [자유] 게이머스 게이머들이 전부 매도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한마디 올립니다.
    • Lv.11

      꿀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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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3

  • [자유] 축하합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
    • Lv.27

      WALL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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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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