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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리뷰 및 후기 펀딩중인 추리게임 '미싱링크' 리뷰
  • 2022-11-22 16:18:05

  • 7

  • 1,665

Lv.29 Van.D.Z
안녕하세요. 팀 서스펙트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Van입니다. 오늘은 텀블벅에서 한창 펀딩 중인 추리 게임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리디퍼’라는 처음 듣는 팀에서 만든 ‘미싱링크’라는 처음 듣는 이름의 게임입니다. 일단 저는 이 게임을 페스타에서 (업무시간에)구입하였고, 지난주에 이미 시나리오 2개를 다 플레이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플레이를 지켜보기도 했고요. 뭐 받아먹은 것은 없습니다만, 추천이냐 비추냐부터 물으신다면 일단 추천입니다. 우선 링크부터 드리겠습니다.

https://tumblbug.com/missinglink

아마도 이것은 제가 처음으로 쓰는 보드게임 리뷰 비슷한 것일 것 같습니다. 사실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남의 게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고, 언급을 하더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호평이든 악평이든 말입니다. 심지어 미스터리라는 같은 장르 안에서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물건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도 참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스터리 보드게임이라는 지뢰밭에서, 하나라도 더 나은 게임이 하나라도 더 팔렸으면 하니까요.

사진도 없이 글빽빽이고 평소에 보드게임 리뷰 같은 걸 써본 적이 없다보니 상궤에 맞지 않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어떻게 하는가

우선 간략하게 게임 방법부터 소개해드리면, 이 게임은 시나리오가 있는 경쟁형 추리 게임입니다. 2~4인까지 플레이할 수 있지만 저는 되도록 4인을 추천 드리며, 2인이라고 특별히 게임이 안 돌아갈 건 없지만 4인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게임의 목표는 당연히 여러가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이며, 각각의 플레이어에게는 5가지 질문이 주어집니다. 3가지는 “범인, 범행 방법, 동기”를 묻는 공통 질문이고 2가지는 시작할 때 각자가 무작위로 뽑은 개별질문인데, 정답을 맞힌 개수만큼 점수를 얻게 됩니다.

조사단계

한 게임은 2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는 조사단계인데, 각자가 돌아가며 원하는 물적 증거를 조사하거나 원하는 증인을 하나 골라 증언을 얻게 됩니다. 이 과정은 카드를 골라 가져가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내가 조사해서 가져간 카드는 내 소유가 되며, 다른 사람이 다시 조사할 수 없습니다. 대신 나는 내가 전에 조사한 내용을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죠. 경쟁게임이기에 자연히 남에게 단서를 주지 않으려 하기 마련이고 차례에 하는 행동도 원하는 카드를 자유롭게 가져가는 것뿐이라 이 과정이 소위 벽겜이 될 것 같지만, 물적 증거와 증언 분류가 명확히 나뉘어 있기 때문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사건에 대한 증언만 열심히 모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인물에 대한 증언을 다 쓸어간다거나, 나는 증언만 모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물적 증거에 집중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묘하게 불안해져서 대세를 따를지 계속 내 길을 걸을지 고민하게 되죠. 반대의 경우에도, 모두가 물적 증거를 모으고 있는데 누군가 증언만(심한 경우에는 증인 한 명의 증언만) 계속 파고 있으면 ‘혹시 저 사람 이미 사건의 윤곽을 깨달은 건가?’ 같은 의심이 들어 따라갈지 말지 고민하게 되죠. 대화는 없지만 심리적인 상호 갈등은 일어난다 이 말입니다. 물론 단서 카드를 어떻게 가져 갔느냐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이 조사단계에서 플레이어 한명이 가져가게 되는 카드는 전체 카드 40장 중에서 4인 플레이 기준 각각 9장으로(운이 좋으면 한 두 장 더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을 확신하기에는 모자란 수죠. 이 조사 단계는 본격적인 추리라기 보다는 ‘나만 아는 정보’를 구축하는 단계에 가깝습니다. 본격적인 추리는 공개단계에서 시작됩니다.

공개단계

공개 단계에서도 역시 각자 차례를 한번씩 가지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자기 차례에는 무엇을 하느냐, 다른 아무 플레이어가 가진 단서 중 하나를 골라 모두에게 공개합니다. 조사 단계가 나만 아는 정보를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공개 단계에서는 모두에게 새로운 단계가 하나씩 공개되며, 반대로 나만 아는 정보가 하나씩 사라집니다. 그리고 공개 단계 시작과 함께, 여러분은 차례와 관계없이 언제든 사건 해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도전을 선언했다면 비공개로 자기 답지에 정답을 적고, 결말 카드를 확인합니다. 이때 자기가 정답을 맞혔는지 아닌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도전을 한 플레이어는 결과와 상관없이 게임에서 일단 빠지고, 나머지 사람들끼리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때부터 게임에 시간 제한이 생깁니다. 남은 플레이어들은 20분 안에 게임을 끝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누군가 공개 단계를 시작하자마자 도전을 해버린다면 이 시간 제한이 많이 압박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느 경쟁게임처럼 이 게임에서도 먼저 도전한 사람에게 메리트가 있긴 합니다만 그 메리트라는 것이 승패를 결정하기엔 좀 모자란 보너스 점수(타이브레이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인 데다가, 그나마 5개 문항 중 3개 이상을 맞히지 못하면 보너스 점수도 무효가 되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 시간제한이라는 것이 사람을 허둥대게 만드는 장치라기보다는, 남은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더 불어넣어주는 장치에 가깝게 기능합니다. “헉, 시간 없다! 대충 찍자!”가 아니라 “좀더 깊이 생각에 몰두해보자”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게 된다는 말이죠.

뭣이 중한디

실제로 플레이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은 경쟁형 추리게임의 어떤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구석구석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해보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제가 느낀 것과 여러분이 느낀 것이 다를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이 게임을 눈여겨본 이유는 그런 규칙 때문은 아닙니다. 규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죠. 보드게임은 시스템이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내러티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은 규칙서에 쓰여있지 않습니다. 시나리오의 문맥 속에 있죠. 이 팀의 다른 추리 콘텐츠를 본적은 없지만, 이 게임 하나만으로 시나리오를 만드는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요즘 추리 게임 잘 나가는 것 같으니까(실제론 아닙니다) 우리도 해볼까?'같은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드게임에 아주 익숙하지는 않은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보드게임 영역에 도전했다는 느낌입니다. 추리라는 측면에서 정석적이고(이게 평범한 게 아닌 게, 이 바닥에서 정석적인 추리 시나리오 찾기 진짜 힘듭니다.),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정갈합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미스터리 보드게임 시장이라는 지뢰밭에서 이런 장점은 아주 중요하죠.
시나리오의 접근성도 좋습니다. 장르면으로는 퍼즐러 미스터리/본격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만 추리 과정이 그리 어렵지는 않고, 텍스트도 너무 많지 않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에 비하면 텍스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14세 정도의 청소년도 어렵지 않게 플레이에 동참할 수 있는 접근성에, 저연령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에는 주석을 달아 단어 해설까지 해주는 친절함까지 있죠. 스토리면에서도 자극적인 소재가 적은, 코지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청소년과 나이 많은 사람이 함께 플레이해도 특별한 거부감이나 기울기가 없을 거로 생각됩니다. 부담없이 꺼내기 좋고, 시나리오당 1시간 정도로 가볍습니다.

사실 저는 추리게임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경쟁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물론 그렇다고 경험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플레이도 일이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추리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정확한 말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탐정 소설을 읽는 것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같고, 세상에 탐정 소설만한 추리 게임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굳이 탐정소설 대신 추리 게임을 집어든다면,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아주 적으나마 탐정 소설의 향취가 느껴져야 합니다. 둘째로 탐정 소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뭐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될 수도 있겠고, 인터페이스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동안 경험한 추리게임들은 대부분 둘 다 없었습니다.(서스펙트 게임은 논외입니다. 저는 서스펙트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못했거든요.) 탐정 소설의 향취는 제쳐두고라도(이것은 사실 기준이 명확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왜 탐정 소설을 읽지 않고 이 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만족시켜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경쟁 게임의 경우는 특히 심해서, 소설을 읽는 것보다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상호작용은 고사하고 단 한마디도 안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심지어 한번 본 단서를 다시 확인할 수 없거나, 다시 확인하기 위해 행동을 소모하게 하거나 혹은 불이익을 주는 경우들은 탐정 소설의 팬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조리였습니다. 저는 탐정 놀이를 하고 싶고, 최소한 제가 아는 대부분의 명탐정들은 아주 작은 단서를 여러 번 다시 보고, 숙고하고, 함부로 넘겨 집지 않으며, 아주 작은 실오라기 하나를 더듬어 나가서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추리게임에서 이런 짓을 하면 집니다. 패배한 홈즈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왓슨에게 조롱당하면서 게임이 끝납니다. 그 조롱이 암시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바보야, 이건 추리게임이 아니라 추리게임이야”

물론 저는 납득합니다. 그것이 질서라면 말이죠. 순리와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추리게임을 원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규칙서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연구하고 싶고, 규칙서에서의 승패를 떠나 내가 탐정으로서 충분히 승리했는가를 고찰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런 게임들을요. 추리게임에 목 맬 일은 없으나, 그래도 더 좋은 추리게임, 더 정통파에 가까운 추리게임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언제나 있습니다. 본격 추리 게임에 열광한 누군가가 어느날 문득 탐정 소설 한권을 집어든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게임이 참으로 흡족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단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도, 모두가 싫어하는 게임도 있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핵심이 좋으면 서툴고 조악한 부분조차 매력으로 느껴지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그런 마음을 속이고 굳이 "이런 것은 단점"이라고 말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객관적인 글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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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5 폭풍먼지
    • 2022-11-22 17:54:34

    잘 읽었습니다 _ _)!
    • Lv.52 상후니
    • 2022-11-22 18:51:24

    오 추천이라니 관심이 가는군요!
    • Lv.1 리키에스
    • 2022-11-22 20:37:40

    한 번 해보고 싶어지네요~
    • Lv.2 무이
    • 2022-12-13 07:20:36

    글 쓰는 분의 리뷰라 역시 다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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