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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마터(Alma Mater) 자동 기술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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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4 00: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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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알마 마터(Alma Mater) 자동기술 리뷰
1.
제목에서 일단 위화감이 든다. 급한 용무가 생겨서 잠시 친구에게 나의 ‘알바’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듯한 어감을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영어 단어란다.
하긴 불어인 ‘아빠르몽’도, 영어인 ‘어파트먼트’를 지나, 현대 한국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있는 한국어 ‘아파트’가 되는 세상이니, 이 말의 어원이 라틴어인들, 그리스어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국어로 번역하면 ‘모교’라는데, 이건 한국어가 맞는 것이겠지? 삼국지를 ‘짱개문학’으로 멸칭하는 세대들에게 과연 ‘알마 마터’와 ‘모교’는 어떤 차이일까?
번역, 특히 제목 번역에서 한글의 역할이 이두 혹은 향찰처럼 단순 음차 수준이 되어버린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적룡객잔 The Red Dragon Inn’처럼 운치있는 보드게임 제목 번역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
모교! 그것도 대학 모교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아름다운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파스텔톤의 보드판과,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전공서적들!!! 그리고 약간은 꼰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교수 카드와, 파릇파릇(?)한 얼굴의 학생 타일들. (특히 예술학부 여학생들!!)
이들 게임 구성물을 보고 있노라면, 양방언 씨의 ‘Mint Academy’를 배경음악 삼아, 세상에 지식을 전파하려는 숭고한 이상의 지식인들이, 칸트가 말했던 ‘지식인들의 놀이터’에서 자유로이 학문의 나래를 펼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고고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3.
여기에 규칙서 첫 장의 게임 소개글은 가슴에 불을 지핀다.
“새로운 시대가 유럽 대륙에 밝아옵니다. 15세기 초, 종교의 영향력에 대응하여 유럽 곳곳에 새로운 대학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 대학들이 문화적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르네상스의 첫 불꽃이 될 거라는 사실을요.
여러분은 유럽의 르네상스를 선도할 신흥 대학들의 총장이 됩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여러분의 대학을 유럽 최고의 명문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교수진을 유치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며, 다른 대학과 교류하여 교육 수준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럼 총장 여러분의 첫 학기를 시작해볼까요?”
비록 학사 경고와 비싼 등록금으로 허리가 새우등이 되었던 아픈 추억을 가진 사람일지라도(필자 아님!), 이런 문구에는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이제 고고한 학문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게임을 시작해볼까!
4.
하지만, 게임 설명을 시작한지 1분만에 깨닫게 된다. “그런 거 없다.”
사실 게임 소개글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 그저 진흙탕 경쟁일 뿐이다.
5.
게임은 일꾼놓기 유로 게임이다. 주어진 교원(!!!)들을 이용해서, 교수도 채용해야 하며, 우수한 학생도 열심히 비위를 맞춰가며 꼬셔와야 한다. 게다가 이 놈의 대학교는 정원 관리도 빡빡해서, 명망 높은 교수, 유능한 학생이라고 모두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부별 정원 균형도 맞춰줘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예술학부로 채우고 싶…)
6.
전공서적도 모교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생물들이 유성생식을 선택한 이유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 것처럼, 학문에 있어서도 순혈주의는 위험한 법. 덕분에 다른 대학에서 발생하는 전공서적을 사와야 하는데, 공급은 충분하지 않고 다른 대학들도 모두 경쟁자인지라 돈만 있다고 다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긴 15세기 서적의 가치가 21세기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
7.
아직은 대학이 종교의 눈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기에, 돈줄을 쥐고 있는 주교 관저에 들러서 아부도 좀 떨어줘야 한다. 다행히(?) 여기는 그렇게 경쟁이 치열한 곳이 아니라서, 돈이 부족할 때마다 들러서 영혼을 담은 아부로 자금을 확보하면 된다.
8.
이 시기에도 강사와 교수의 차이는 현격하다. 강사는 그저 일회용 교원에 불과하다. 되려 정규직(!) 교원보다 더 하찮은 대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가. 15세기나, 21세기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구나.
9. 책도 사고, 선생도, 학생도 모셔왔으면, 열심히 연구를 해야겠지. 하지만, 모든 학문적 성취가 그렇듯이 이것도 속도전이다. 책으로 하는 F1 레이스가 펼쳐진다. 천천히 스노우볼을 굴리려는 자, 남들의 뒷꽁무니만 따라가게 될 것이다. (필자 이야기... 맞음)
10.
대학과 학문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이건 치열한 경영 관리 게임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말씀하신 바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서생의 능력은 1도 필요하지 않다. 철저하게 경영자의 현실 판단과 치열한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무관...할지도 모름)
11.
테마와 메커니즘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임이 매력적이다. 그럼 이 게임은 어떠한가. 적어도 라이너 크니치아처럼 잘 만든 메커니즘에 테마 한 꼬집을 뿌린 수준은 아니다. 기대했던 고고한(?) 게임은 분명 아니지만, 대학의 총장이라면, 모름지기 이런 고민과 결정을 해야할 것만 같다. 오히려 모르고 있었던 대학 경영의 현실을 살짝 엿본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으니, 제법 잘 조화를 이룬 게임이라 할 수도 있다.
12.
여담이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대학의 총장이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정점에 서있는 명망 높은 학자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 감각이 다소 결여된 서생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한 우물만 집중해서 파야 하는 학문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보통의 백면서생들도 그러할 터인데, 일가를 이룬 학자에게 치열한 기업 경영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13.
권력을 쟁취하는 능력과, 권력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능력은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서 서로 상반되는 이들 능력이 한 개인에게 모두 집중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를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전자의 능력에 특화된 사람의 손에 넘어간 권력은, 슬픈 역사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학자로서의 능력과 경영자로서의 능력. 그리고, 권력을 쟁취하는 능력과 권력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능력.
인사의 핵심은 적재적소라고 하는데…. 생각할 거리를 제법 던져주는 훌륭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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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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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 참 쨍하니 이쁘군요. 잘보았습니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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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들을 부려 실제 영업을 뛰게 만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군소 대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저는 놀랍도록 테마가 잘 정착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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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읽었습니다! 뭔가 지금의 대학과 비슷한 느낌들이 좀 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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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후기로 부분 부분 짚어 가며 보니까 테마가 훨씬 더 잘 느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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