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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아컴호러에서 엘드리치 호러로
  • 2024-07-08 13:59:11

  • 13

  • 1,208

관리자 신나요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아스모디 산하로 들어가기 전 판타지플라이트게임즈에서는 상당히 매니악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고, 무한 확장이라는 말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확장을 쭉쭉 내는 시리즈를 여러 개 보유한 다작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멋진 일러스트를 내세워 강렬한 테마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 축이 크툴루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죠. 2010년 전까지 나온 게임들을 짚어본다면 2005년 출시된 1~8명용 협력 게임 <아컴호러 2판>, 2004년에 카드 게임의 형식으로 처음 나왔다가 2008년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해서 나온 2명용 대결 게임 <크툴루의 부름 카드게임>, 그리고 2011년에 출시된 작품으로 <디센트 2판>과 마찬가지의 1 대 다수 대결 형식을 지녔으며 TRPG스러운 느낌이 상당히 강했던 <광기의 저택 구판>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무한 확장을 언급했는데요. <크툴루의 부름 카드게임>, <반지의 제왕 카드게임>, <안드로이드 넷러너 카드게임> 같은 카드 게임들은 디럭스 확장 하나에 미니 확장 여섯 개를 7개월 동안 매달 1개씩 내는 사이클을 대여섯 사이클 이상 낼 정도였습니다. 반면 보드게임은 그보다는 나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은 건 아니어서, <아컴호러 2판>은 본판과 같은 크기의 확장 4종과 그보다 작은 크기의 확장 4종, 총 8종의 확장이 출시되었죠. 각 확장은 반년에서 1년 간격으로 출시되었고, 2011년 <미스캐토닉 호러>를 마지막으로 길었던 시리즈를 끝맺게 됩니다. 한 게임의 시리즈가 늘어갈수록 피로감을 느끼는 팬들도 같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이 시리즈도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순리였습니다. 하지만 <아컴호러 2판>은 크툴루 신화 테마의 보드게임들 가운데 가장 테마성과 RPG 스타일이 강한 게임이었던 만큼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소구도 분명했죠. 

 
[1987년 처음 나왔다는 아컴호러 1판. 옛날 게임의 느낌이 고스란히 풍깁니다.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이렇게 시리즈 종료 발표가 나고 2년이 지나, <엘드리치 호러>가 출시됩니다. 2007년 <스타크래프트 보드게임>, 2008년 <배틀스타 갤럭티카>, 2010년 <룬워즈>, 2011년 <광기의 저택 구판>과 같이 준수한 게임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이전부터 쭉쭉 뽑아준 코리 코니즈카 작가가 니키 발렌스 작가와 함께 낸 게임인데요. 니키 발렌스 작가는 이 작품이 필모그래피상 첫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로 낸 게임으로 2016년 <광기의 저택>, <아컴호러 3판>, <쿼키 서킷>, 그리고 <글룸헤이븐: 버튼 앤 버그> 등이 있네요. 색깔이 선명한 두 작가의 합작인 <엘드리치 호러>는 <아컴호러 3판> 이전에 나온 <아컴호러 2판>의 계승작입니다. 일반 박스 확장 4종에 소형 박스 확장 4종으로 마무리된 구성까지도 동일했죠. 

<아컴호러 2판> 애호가들은 결코 적지 않았으나, 어려운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규칙이 복잡하고 잔룰이 많아서 그랬다지만, 오늘날 비탈 라세르다 작가 게임 규칙서 같은 걸 읽고도 게임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그 당시 텍스트 비중이 과도해 가독성을 내다 버린 판타지플라이트게임즈의 규칙서가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도 생각됩니다. 아무튼 <아컴호러 2판>을 계승하려면 좀 더 익히기 쉬운 규칙이 나와야 했습니다. ‘아컴호러’라는 이름을 계승하지 않았기에 갖는 자기만의 매력도 필요했고요. 그래야 기존 팬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새로운 게임을 사랑해 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컴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을 다룬 <아컴호러 2판>.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일단 규칙은 확실히 쉬워졌습니다. 본래 <아컴호러 2판>은 자기 캐릭터를 키워 가는 RPG 스타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행동 점수 시스템이 아니라 조건부 격발 시스템이었습니다. 한 라운드가 5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단계별로 처리해야 하는 요소들과 그것들을 처리하는 동안 특정 캐릭터가 특정 위치에 있을 경우 발생하는 조건들이 세세하게 많아서 그 모든 항목의 숙지가 필수적이었죠.

<엘드리치 호러>는 단계가 3개로 줄었고 행동 점수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캐릭터가 2행동을 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되었고요, 행동 점수를 쓰는 행동 단계가 끝나고 나면 <아컴호러 2판>과 비슷하게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조우가 격발되는 조우 단계가 펼쳐집니다. 각자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조우들 가운데 하나의 조우를 처리하고 나면 신화 단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큰 틀을 한 번에 이해시킨 뒤에 세부 규칙은 게임을 시작해서 상황에 맞춰 설명해도 되는 수준으로 바뀐 것은 상당한 이점입니다.
 
[모험의 무대를 전 세계로 옮겨 놓은 <엘드리치 호러>.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게임의 배경을 아컴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전 세계로 확장했습니다. 그 스케일링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는데요. <아컴호러 2판>에서는 이동 단계에 캐릭터의 능력치 중 속도값만큼의 칸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6칸 치를 이동하면 되었는데, 이동력이 뛰어난 캐릭터는 속도 5까지가 가능했고 여기에 ‘모터사이클’ 카드처럼 이동력을 올려주는 카드가 있으면 한 차례에 지도 끝에서 끝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괴물은 거리로만 돌아다니며 원활한 이동을 방해하는 존재였죠. 조우를 하려면 특정 장소로 들어가야 하는데, 괴물과의 전투 때문에 거리에서 멈추면 그 라운드에는 아무런 조우도 못 하고 차례를 날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괴물과의 전투는 괴물과 조사자 중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반면 <엘드리치 호러>에서는 전 세계가 배경이 된 만큼 한 차례의 이동력이 지도 전체 크기를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기본 1칸, 최대 3칸 이동의 제약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러 가는 데에 기동성 문제에 발목잡혀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을 제법 잘 묘사했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목적을 해결하러 가는 동안에 여타 조우를 통해 빌드업을 하는 것이 권장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대신 괴물은 이동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괴물이 있는 칸에 들어가거나 그런 칸에서 나오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대신 괴물은 조사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인 조우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라운드에 괴물과의 전투는 한 번의 공방으로 끝납니다. 한 번에 괴물을 죽일 수 있다면야 다음 과정으로 편하게 넘어가지만, 괴물이 체력 일부만 잃은 채로 살아남아 라운드에 허탕을 치게 만드는 일이 생기게 된 겁니다.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한 가지 정도 달라진 점을 더 언급하자면, 확장의 방식이 있습니다. <아컴호러 2판>은 새로운 확장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메커니즘과 그에 따른 구성물이 다량 추가되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은 확장이 추가될수록 더 많은 메커니즘을 익혀야 하는 불편을 야기했죠. 기본판 규칙도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확장을 추가할 때마다 규칙이 더더욱 복잡해지는 겁니다. 여러 확장을 함께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엘드리치 호러>는 확장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기본판의 각종 구성물을 양적으로 늘리는 구성물들을 대폭 추가하고, 새로운 규칙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기본판 규칙에서 새로운 메커니즘 몇 가지만 익히고 나면 리플레이성이 방대하게 추가되게 된 것이죠. 그게 너무도 방대해진 나머지, 본판과 모든 확장 구성물을 섞어 버리면 상태 카드나 고유자산 카드 등이 한 더미로 쌓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큰 틀에서 변화된 부분들 몇 가지만 살펴봤는데, 그 외에도 응보 시스템처럼 참신한 요소도 등장했고, 테마적 매력은 유지하면서도 빡빡한 운용이 요구되는 유로 게임 같은 면모가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유저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엘드리치 호러> 역시 지금은 시리즈가 종료되었는데도 현재 긱 순위가 114위, 가장 높은 성적일 때가 무려 22위까지 육박했던 걸 보면 알 만합니다. 최고 성적이 49위, 무려 10년 이상 전에 단종되고도 현재 430위에 있는 <아컴호러 2판>에 비해서 확실히 더 뛰어난 평가를 받았죠.

<엘드리치 호러>도 이제 11살입니다. 이미 충분히 유명한 게임이기도 해서 글이 새삼스러운 감도 없지 않으나 아직도 잘 모르는 분들도 분명 적지는 않으리라 생각해, 확장 출시 발표에 맞춰 수다스러운 소개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글로는 아무래도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영 감이 오지 않으실 테지요. 그래서 확장 출시 전까지 게임 규칙을 알려드리는 글들을 하나씩 올려 보려 합니다. 그렇게 글로 배워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기본 규칙이 잘 정제되어 있으니까요. 말미에는 각 확장별 매력 포인트도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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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26 라모네기사
    • 2024-07-08 14:25:18

    와 너무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엘드리치 호러 2같은것도 미래에 나오겠죠?!
    • 관리자 신나요
    • 2024-07-09 07:41:50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아컴호러 2판인데요, 그런 팬의 심정으로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엘드리치 호러 신판이 나올 거란 생각은 안 듭니다. FFG의 게임 출시량이 예전만 못 한 걸 보면 개발 역량이 많지 않아 보여요... ㅠㅠ 더 정제된 이야기로 잘 다듬어진 새 시리즈가 나오면야 참 좋겠죠. ㅎㅎㅎ
    • Lv.54 상후니
    • 2024-07-08 18:49:03

    기대됩니다!!
    • 관리자 신나요
    • 2024-07-09 07:39:23

    저도요 ㅎㅎ
    • Lv.13 푸른이
    • 2024-07-10 11:38:39

    엘드리치 호러도 맛납니다, 여러분~~ 한 번 잡솨보셔요 : )
    - 엘드 풀확 보유자
    • Lv.24 최전기
    • 2024-07-12 10:57:09

    엘드리치 호러 - 광기의 저택 2판 - 아컴 카드로 이어지는 홈런 끝에 다소 프프지가 <아컴호러> 프랜차이즈에 무뎌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마 최근 게임인 언패더머블이 썩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고 아컴호러 3판의 확장 개발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앞으로 이 프랜차이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딱만 천년만년 낼 수는 없을 테니... 뭔가 새로운 게임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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