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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거 리뷰공모] 르네거로 살펴보는 유로 게임의 인터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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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9 14: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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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 미숫가루
안녕하세요, 보드게임 이것저것 파고들기 좋아하고 뻘생각하기 좋아하는 미숫가루입니다.
평소 왜 보드게임은 재미있을까, 인터랙션은 어디서 나올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마침 코보게에서 불판을 깔아주셨길래 몇 자 적어봅니다.
부족한 글 솜씨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읽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의견 댓글 달아주시면 더 좋구요.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보드게임에서의 인터랙션
보드게임에서 인터랙션(상호작용)이라는 부분만큼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느끼고 정의하는 부분도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는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 뜯고 주먹을 날려대는 정도는 되어야 참된 인터랙션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구는 자기 앞길을 슬쩍 막기만 해도 인터랙션이 너무 세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죠.
거기에 더해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누구랑 플레이하는지, 또 그날 어떤 상황이 나왔는지에 따라 느끼는 인터랙션의 갭도 꽤 큽니다.
이처럼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긴 해도, 인터랙션은 보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보드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이죠.
보드 앞에 둘러 앉아, 서로 웃고 열을 내며 무언가에 함께 몰두한다는 점이 다른 영역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보드 게임이라는 취미의 큰 매력입니다.
또 그 과정에서 서로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행동이 변화하고, 왜 그랬니 저랬니 아웅다웅하는 과정에서 스토리도 생기죠.
인터랙션은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인터랙션의 추세
추세를 보면, 과거에는 서로 간에 영향을 강하게 주는 게임이 많았죠. 특히 고전 명작인 푸코를 보면, 한 플레이어가 선택한 액션을 모두가 따라가게 하면서 서로 타이밍에 따라 상대방이 손해보는 행동을 강제하게끔 디자인해 두었습니다.
근대 유로 게임의 효시인 카탄 역시 플레이어 간 협상 요소를 두어 인터랙션을 크게 높여두었구요.
게임 도중에 플레이어를 탈락시키는 플레이어 엘리미네이션 요소도 많았고, 직접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해는 요소도 많이 있었죠.
벽겜의 등장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유로 게임들의 추세는 게임 자체의 퍼즐적인 재미를 높이고 플레이어 간 인터랙션을 점점 줄여나가는 추세입니다.
그러다보니 옆에 사람을 두고 게임하는 것이나, 벽을 세워놓고 게임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이렇게 인터랙션이 약한 게임들을 들어 '벽겜'이라며 낮추어 평가하는 용어도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벽겜이라는 용어보단 Multiplayer - solitaire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긴 하는데, 입에 착 달라붙는 건 벽겜이긴 하네요;
문제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인터랙션이 다르고 체감하는 수준이 다르다보니 같은 게임을 두고서도 누구는 '벽겜'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구는 꽤 인터랙션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해서 혼선이 발생하곤 합니다.
그러면 게임의 어떤 요소가 인터랙션을 유발하는 걸까요?
유로 게임에서 자주 쓰이는 메커니즘 별로 나누어 한번 살펴 봤습니다.
테이크 댓(Take that)
넣을까 말까 하다가 넣은 요소인데, 사실 유로 게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메커니즘이긴 합니다. 말 그대로 이거나 먹어라! 하면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손해를 주는 걸 일컫는 메커니즘입니다.
유로 게임에서는 만약 넣더라도 위력을 대폭 낮추거나,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등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만 그래도 사실 잘 안 쓰이죠.
의외로 최신작인 아크 노바에서 이 메커니즘을 채택해서 놀라웠었습니다. 물론 싫으면 빼고 할 수 있는 룰도 같이 넣긴 했었지만요.
영향력(Area majority, Area influence)
테이크 댓을 제외하곤 가장 인터랙션이 큰 메커니즘입니다. 한 지역 내에서 플레이어 간 영향력 수치를 비교해서 그에 따른 보상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경쟁을 노골적으로 유발시키는 메커니즘이라 플레이어 간 인터랙션이 상당히 셉니다. K.K 콤비 할아버지들이 특히 좋아하고 잘 활용하시는 메커니즘이기도 하죠.
선점
유로 게임에서 제일 폭넓게 채택되는 방식입니다. 보통 일꾼 놓기(Worker placement), 드래프트(Draft)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원래라면 일꾼 놓기랑 드래프트를 별도 메커니즘 항목으로 뒀어야 하겠지만 일꾼 놓기도 크게 보면 액션 드래프트에 해당하기에 함께 포함시켰습니다.
선점은 그 자체가 인터랙션을 유발한다기보단 선택 가능한 개수와 선택지의 대체 가능성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해서, 빡빡한 선택지에서의 선점과 널널한 선택지에서의 선점은 서로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내가 먹어야하는 카드의 비용, 효과가 전체 게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데 그걸 누가 채어갔을 때의 느낌과, 응 아니야~ 그거 못 먹으면 다른 거 먹으면 돼~ 하는 상황에서 누가 가져갔을 때의 느낌은 차이가 엄청납니다.
선점 당한 뒤에 복구가 손쉽게 가능하면 큰 타격이 없지만, 만약 계획 자체를 뒤바꿔야하는 정도로 타격이 있으면 그에 따라 느껴지는 인터랙션의 정도도 당연히 크겠죠.
그래서 같은 선점이라도 주변 선택지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인터랙션의 강도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레이싱(Racing)
게임 종료가 누가 먼저 조건을 달성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메커니즘입니다. 게임 종료 시점을 플레이어가 결정짓게 되니까 필연적으로 인터랙션이 유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레이싱 역시 서로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인터랙션이 매우 희박한 게임에서 그나마 인터랙션을 보강하기 위해 넣는 경우가 있고(코덱스 내츄럴리스, 판타스틱 팩토리 등), 인터랙션이 센 가운데 거기에 한번 더 끼얹는 경우가 있습니다.(레이스 포더 갤럭시)
그래서 사실 레이싱이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는 인터랙션의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고, 주변 다른 요소랑 어떻게 어우러지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르네상스의 거장들
그 외에 액션 팔로잉(Following)이나 다른 요소들이 더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르네상스의 거장들 이야기로 넘어가려 합니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원제는 Masters of Renaissance : Lorenzo il Magnifico - The card game입니다.
한마디로 로렌초 카드게임이란 소린데(어딜 봐서 카드 게임인지;) 게임 성격도 그렇고 원작인 로렌초랑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로렌초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주사위 일꾼 부분이 사라지고, 보다 컴팩트해진 자원 관리 및 치환 게임이 되었죠.
대신 자원 획득을 구슬 슬라이딩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했고, 거기에 더해 1-2-3칸 제한의 창고로 인해 퍼즐적인 요소를 더했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라이트 유로 포지션의 게임들이 꽤 많아졌지만, 2년전만 해도 유로 게임 입문작으로 추천 요청을 받으면 르네거는 항상 리스트에 오르내리던 상당한 수작입니다.
르네거의 인터랙션
르네거에서 인터랙션이 생기는 부분은 크게 구슬 자원 획득, 카드 선점, 교황 트랙 레이싱 3가지 입니다.
각 부분에서 어떻게 인터랙션이 생기는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1. 구슬 자원 획득
구슬 자원 획득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선택지가 수시로 바뀌는 시스템입니다.
르네거는 특유의 창고 제약 때문에 구슬로 자원을 가져갈 때 신경써서 해줘야 합니다. 창고에 못 넣을 정도로 가져가면 다른 플레이어가 이득을 보고, 원하는 것만 가져가기엔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들죠.
게임하다보면 여기저기서 '아, 자원 잘못 가져왔다' 탄식이 꼭 들립니다.
이 구슬 배치가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 휙휙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될 쯤이면 완전히 다른 구조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견제라던가 수싸움이 크게 동반되는 인터랙션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자기의 행동이 상당히 영향을 받는 정도의 인터랙션입니다.
2. 카드 선점
주요 인터랙션이 발생하는 카드 선점입니다. 사실 이 부분만 봐서도 르네거는 벽겜이랑은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선점의 강도를 살펴보면, 르네거는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습니다.
각 카드의 효과 는 서로 겹치거나 상위 호환/하위 호환이 있어 대체 가능한 반면, 카드의 비용은 조금씩 다 달라서 누가 앞서서 자기가 원하는 카드를 끊어가면 한 차례 턴을 날리는 경우가 제법 생깁니다.
카드 선점을 하나 당한다 하더라도 복구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세웠던 계획에 약간 브레이크가 걸리는 정도의 인터랙션입니다.
다만 간혹 몇몇 카드들 간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경우가 있어서(서로 인풋-아웃풋 자원이 순환되며 교황청 트랙만 계속 밀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건 반드시 끊어줘야 합니다.
또 종료 조건 중 하나가 카드 7장 획득 레이싱이기에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항상 다른 사람이 카드를 얼마나 들고 갔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왜 벌써 끝나? 소리가 나올 수 있죠.
3. 교황청 트랙 레이싱
교황청 트랙은 자체로도 게임 종료 트리거 역할을 하긴 하지만, 구간별로 목표 지점을 두어 1등 플레이어를 따라가지 않으면 추가 승점을 잃도록 해 두었습니다.
누군가가 교황청 트랙을 치고 올라가면 최대한 따라 잡던가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카드 7장 획득을 가던가 선택해야 합니다.
포기해버리면 그 이후부턴 자기 계획따라 진행하면 되지만, 따라 잡을 것을 선택하면 계속 상대방의 행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죠.
거기에 더해 트랙의 사이사이에 점수 획득 구간을 마련해 두어서 지속적인 인터랙션과 선택이 일어나게끔 만들어둔 디자인입니다.
정리하며
정리하자면 르네거의 인터랙션은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체감 지수는 10점 만점에 6점 정도일 것 같네요.
구슬 자원 획득, 카드 선점, 교황청 트랙 레이싱 등 하나 하나가 매우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모아뒀을 때 적정한 수준의 인터랙션을 보여줍니다.
르네거 자체가 라이트 유로로서의 포지션을 지닌 만큼, 적당한 수준의 인터랙션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좋아하는 수준의 인터랙션입니다. 일단 벽겜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까지 르네거와 인터랙션에 대한 생각을 남겨봤습니다.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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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Yeet는 제가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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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과는 상관 없지만, 다키스트 던전 키보드 샷건 영상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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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주 강력한 상호작용만이 상호작용이라고 인정받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로게임의 역사는 간접 상호작용을 발전시켜온 역사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여러 메커니즘을 언급해 주신 것을 그런 맥락에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커뮤니티에서 계속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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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직접적인 상대 때리기보단 간접적인 상호작용이 좀 더 상대방을 정성스럽게 물먹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좋아합니다ㅋㅋ 틈틈이 다른 잡생각들도 써서 같이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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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읽으니까 생각보다 인터렉션이 있는 게임이었네요ㅎㅎ정작 실제로 할 때는 쎄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 유로게임 추세랑 카탄 같은 게임을 비교하다 보니까 그렇게 느꼈나 싶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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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게임들을 놓고 보면 인터랙션이 그렇게 세다고 하긴 힘들지만 유로 게임 쪽에서는 나름 인터랙션의 구색은 다 갖춘 게임이라 느꼈습니다ㅎ 인터랙션이라는게 워낙 개인차도 크고 함께 하는 사람들 간의 영향도 받다보니 다르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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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르네거의 이야기 뿐 아니라 시작부분의 인터액션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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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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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보았습니다 ㅋㅋ 재밌게 보았어요! 인터액션은 정말 사람따라 다르게 강도를 느끼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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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게임 해놓고도 인터랙션 체감도는 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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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많은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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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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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리뷰 쓴 이후에 제대로 읽어보았는데 저보다 인터랙션에 대해서 깊이 있게 써주셨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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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진 리뷰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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