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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사적인 보드게임 이야기] 09. 굿럭 배드럭
  • 2022-05-26 17: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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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듣자마자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말로 이번 글을 시작합니다 : 저는 똥손입니다.

<패스파인더>를 할 때 8면체 10면체 12면체 주사위를 골고루 7개 굴려서 1 1 1 2 2 3 3이 나온 적도 있고요, <아컴호러 카드게임>에서 촉수(테스트에 자동 실패) 토큰을 한 시나리오에 무려 여섯 번이나 뽑기도 했습니다(잘 모르시더라도, 그냥 "너무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 저는 어디 가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운빨이 안 받쳐 줍니다. 주사위면 주사위, 카드면 카드, 토큰이면 토큰까지… 매번 저의 보드게임 패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놈의 뽑기(불)운 때문에 매 게임이 나 자신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네요. 어린 시절 그놈의 치토스 한 봉지 더를 받아먹는 데에 너무 많은 운을 써 버렸다는 자조 아닌 자조를 해왔습니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넋을 놓을 만한 경우들을 종종 겪곤 한 것도 사실이구요.

보통 저 같은 사람들은 주사위 게임이라면 질색을 하는 듯하던데 저는 사실 주사위 게임을 즐깁니다. 게임에서 이런 무작위성이 조성하는 극적인 분위기를 곧잘 즐기는 쪽이거든요. 사실 글 분위기를 위해서 조금 과장되게 썼을 뿐(정말…?) 실제로는 굿럭이 아예 없지는 않았고요(비율은 쉿). 

제 불운도 게임의 일부분이 되면 게임이 한층 더 즐거워집니다. <엘드리치 호러>를 하는 데 6면체 주사위 일곱 개 굴려서 1 다섯 개 3 두 개 나오면 분위기가 심각해지기보다 사실 웃음이 터지지 않겠습니까? 저도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ㅠㅠ) 방금 봤냐고 웃어 넘기고 나면 이걸로 두고두고 또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옛말에 이르길 "이것 또한 레전드리라"라고 했던가요(그런 말 없다).

그런데, 제 예전 모임 멤버 중엔 저와 반대인 사람이 있습니다. 행운 수치만 최대치인 캐릭터 시트로 만들어진 거 같은 L의 운이 어느 정도냐면, <티츄>를 하면 대충 기분 내키는 대로 라지 티츄를 부르는데 매번 성공합니다? 같이 <티츄>를 하던 애들이 뭔가 기운 빠진다고 말할 정도예요.

주사위를 굴려도 뭔가 이상한 타이밍에 기적같은 눈이 나오고 카드도 본인이 필요한 게 척척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L은 협력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게임은 경쟁을 해야 맛이지!"라고 하며, "남을 못 이기게 하면 내가 이기는 거다"라는 지론으로 이상한 딴지 플레이를 하는데 그렇게 해서 이기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51번째 주>에서 이거 저거 다 뺏기고 결국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 정도로 뛰어난 급이라면 운 요소가 아예 배제된 게임을 할 때라도 승기를 잡을 거 같은데, 그러고 보면 그런 게임을 한 경험이 적은 듯합니다. 우리가 그런 게임을 잘 하지 않았다기보다도, 운 요소가 극도로 배제된 게임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카드를 뽑든 주사위를 굴리든 타일을 섞어서 배치하든, 운 요소가 없는 게임을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죠. 어떤 게임이든 "무작위"나 "섞기"라는 말이 쓰이는 순간 게임은 확률의 요정의 놀이터가 됩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우리의 호불호는 그 운이 얼마나 작용한다고 "체감되는가"에 달려 있긴 하지만요.

'이니셜 D'에서는 길바닥에 깔린 낙엽 때문에 승패가 좌우되기도 했으니, 운 또한 실력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L은 실력파라고 정리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실력자입니다. 즐겜의 실력자죠. "방금 촉수 3연타 봤냐? 내가 이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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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7 폭풍먼지
    • 2022-05-26 17:30:00

    촉수 삼연타.. (엘드리치..이야기도...);;;남일같지 않습니다;;;;
    근대 저도 비슷하게 운없음을 즐...KIN...kl~...
    • 관리자 신나요
    • 2022-05-27 08:20:45

    불운한 사람들끼리 서로 뭉쳐야 하는 거죠. (사실 같이 게임하면 "내가 더 주사위빨 더럽다" 경쟁하는 이상한 심리가 생깁니다만... ㅋㅋㅋ)
    • Lv.47 폭풍먼지
    • 2022-05-27 09:52:26

    저만 더럽....ㅋ;;;
    • Lv.47 채소밭
    • 2022-05-26 18:46:17

    촉수 여섯 번은... 불운하다고 말할 지경을 넘어서... 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
    이번 글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이랑 게임 할 때는 운 요소가 너무도 필요하고 또 고맙더라고요. 실력 차이 나는 두 아이를 같이 앉혀 놓을 수 있는 주사위에게 감사를 보내며..!
    • 관리자 신나요
    • 2022-05-27 08:21:35

    맞아요. 이런 운 요소가 중요한 건 초심자와 숙련자 사이의 격차를 줄여준다는 점을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 Lv.51 유유아빠
    • 2022-05-26 19:40:47

    가능한 운인가요...
    제 운을 한 스푼 드립죠..
    • 관리자 신나요
    • 2022-05-27 08:22:31

    "으아아아"하고 쏟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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