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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보드게임 이야기] 12. 취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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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5 12: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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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신나요
보드게임이라고 그 어떤 사람과도 다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어쨌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놀 만한 보드게임이 있을 거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에도 카테고리가 나뉩니다. 테마게이머냐 유로게이머냐와 같이 말입니다(레츠 콤바인!) .
빌런 썰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빌런을 그다지 만난 것 같지도 않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진 않지만 기억이란 과장과 편협의 복합체이니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 그보다 적당한 표현으로 '취향 차이'라고 할게요. 사람을 가려서 만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부터 풀어가는 이야기는 저와 같이 게임을 했던 사람이 단편적으로 보인 적 있는 면모 내지는 상상에 좀 더 가깝습니다.
1 잘하는 티 내는 사람
이쪽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저와 매우 가까운 친구가 했던 말을 예로 들어볼 수 있겠네요. 자기 주변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좀 해봤다는데, 자기는 게임을 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전략이 다 보이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같이 게임을 한 번 해보니 그 친구가 의외로 미끄럼틀을 많이 타는 걸 보고 안도했습니다만(?), 그 친구처럼 말하는 사람이 실재하고 정말 게임도 잘 해 버린다면 같이 게임하기 참 피곤하겠습니다.
"거기서 그걸 하면 어떡해요~~" "이때는 이렇게 해야 최선이죠" 따위의 말을 듣는 순간 게임할 맛이 뚝 떨어진달까요. (물론 깐족 말투 탑재되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게임은 사람과 교류하는 수단이지 자기 개발 도구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자신의 전략게임 적응도와 우월함을 과시하기까지 한다면 보드게임은 앞으로 영영 같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본인 전략 차근차근 쌓아 잘 하는 사람은 훌륭한 게이머이겠지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이야기는 완전 아니군요……
2 집중을 "안" 하는 사람
생각보다 흔히 보이고, 같이 잘 놀던 사람이라도 언제 그럴지 모를 만한 모습 중 하나가, 자기 차례 끝나고 나서 폰 보는 사람들 있죠? 그거 보면 기분이 좋질 않습니다. 본인의 사교성이 몹시 뛰어나고 대인 관계가 넓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같이 있는 그 상황이 즐겁지 않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하달까요. 같이 앉아 대화하는 자리에서 시계를 자꾸 쳐다보는 모습을 보는 기분 있잖습니까.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그냥 폰을 안 볼 수 있을 때 게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색다른 경우로 그 짬시간에 폰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그렇게 급했으면 미리 하지 그랬슈" 싶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심한 유형도 있었어요. 규칙을 설명할 때 제대로 안 듣고, "일단 시작합시다"라고 말하더니, 정작 게임 시작하고 나서는 계속 엉뚱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 사람을 상대하는 에너지 소모가 커서 도저히 반겨줄 수가 없더라구요.
규칙 설명을 잘 이해 못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런 사람과는 게임하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함께하는 상황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인 거죠.
3 테마 과몰입?
저는 테마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테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걸 유치해 하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기묘한 이야기' 주인공들이 D&D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정도의 몰입도 아주 친한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낯가림이 좀 있다 보니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보통 테마 거부자들과는 게임을 같이 할 일이 없기는 합니다. 그건 호불호의 영역을 떠나 있는 거죠. 그런데 테마 과몰입인 사람과 같이 게임하는 건 어떨까 상상해 보면 그것도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흥이 나면 저도 오버하면서 연기를 하는 일이 종종 생기지만, 너무 진지하게 몰입하는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경우는(특히 그 사람과 면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상상했을 때 편할 거 같진 않네요.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좀 특이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컴파일즈 게임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소개를 해 줬더니, 크툴루신화 광팬인 사람을 데려와도 되겠냐고 지인이 물어보더라고요. 당연히 괜찮다고 데려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오신 분이 좋아해도 과하게 좋아하더라는 겁니다. 괴물이 나올 때마다 지식열전이 쏟아지고, 별의 자손 피규어를 보고 귀엽다고 하고… 이런 류의 테마 과몰입은 게임의 흐름을 끊더군요.
떠올려보건대 페스타에서 <Marvel 챔피언스 카드게임>을 시연할 때 오셨던 분들 가운데 인상적인 팀이 있었어요. 블팬으로 '와칸다 포에버' 카드를 쓰는 순간 네 명이 다 같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는 멤버들이었는데요, 보기 좋더라구요. 그 정도 흥을 지닌 사람들과 같이 게임하면 딱 좋겠습니다.
++++++++++
저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했는데요. 아무래도 같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 확실히 다수이긴 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잘 안 맞는 사람' 유형도 게임 성향이 아닌 다른 것에서는 얼마든지 잘 맞을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물론 이것저것 다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긴 하지만요.
사람을 평가하는 글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가급적 이 코너에서는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이 다음 글에서는 보드게임 모임을 통해 만났던 흥미로운 관계들을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빌런 썰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빌런을 그다지 만난 것 같지도 않고, 떠오르는 사람이 없진 않지만 기억이란 과장과 편협의 복합체이니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 그보다 적당한 표현으로 '취향 차이'라고 할게요. 사람을 가려서 만나는 성격이다 보니, 지금부터 풀어가는 이야기는 저와 같이 게임을 했던 사람이 단편적으로 보인 적 있는 면모 내지는 상상에 좀 더 가깝습니다.
1 잘하는 티 내는 사람
이쪽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저와 매우 가까운 친구가 했던 말을 예로 들어볼 수 있겠네요. 자기 주변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좀 해봤다는데, 자기는 게임을 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전략이 다 보이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같이 게임을 한 번 해보니 그 친구가 의외로 미끄럼틀을 많이 타는 걸 보고 안도했습니다만(?), 그 친구처럼 말하는 사람이 실재하고 정말 게임도 잘 해 버린다면 같이 게임하기 참 피곤하겠습니다.
"거기서 그걸 하면 어떡해요~~" "이때는 이렇게 해야 최선이죠" 따위의 말을 듣는 순간 게임할 맛이 뚝 떨어진달까요. (물론 깐족 말투 탑재되어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게임은 사람과 교류하는 수단이지 자기 개발 도구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자신의 전략게임 적응도와 우월함을 과시하기까지 한다면 보드게임은 앞으로 영영 같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본인 전략 차근차근 쌓아 잘 하는 사람은 훌륭한 게이머이겠지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이야기는 완전 아니군요……
2 집중을 "안" 하는 사람
생각보다 흔히 보이고, 같이 잘 놀던 사람이라도 언제 그럴지 모를 만한 모습 중 하나가, 자기 차례 끝나고 나서 폰 보는 사람들 있죠? 그거 보면 기분이 좋질 않습니다. 본인의 사교성이 몹시 뛰어나고 대인 관계가 넓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같이 있는 그 상황이 즐겁지 않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하달까요. 같이 앉아 대화하는 자리에서 시계를 자꾸 쳐다보는 모습을 보는 기분 있잖습니까.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그냥 폰을 안 볼 수 있을 때 게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색다른 경우로 그 짬시간에 폰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크게 다르진 않네요. "그렇게 급했으면 미리 하지 그랬슈" 싶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심한 유형도 있었어요. 규칙을 설명할 때 제대로 안 듣고, "일단 시작합시다"라고 말하더니, 정작 게임 시작하고 나서는 계속 엉뚱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 사람을 상대하는 에너지 소모가 커서 도저히 반겨줄 수가 없더라구요.
규칙 설명을 잘 이해 못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런 사람과는 게임하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함께하는 상황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인 거죠.
3 테마 과몰입?
저는 테마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테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걸 유치해 하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기묘한 이야기' 주인공들이 D&D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정도의 몰입도 아주 친한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낯가림이 좀 있다 보니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보통 테마 거부자들과는 게임을 같이 할 일이 없기는 합니다. 그건 호불호의 영역을 떠나 있는 거죠. 그런데 테마 과몰입인 사람과 같이 게임하는 건 어떨까 상상해 보면 그것도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흥이 나면 저도 오버하면서 연기를 하는 일이 종종 생기지만, 너무 진지하게 몰입하는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경우는(특히 그 사람과 면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상상했을 때 편할 거 같진 않네요.
사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좀 특이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컴파일즈 게임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소개를 해 줬더니, 크툴루신화 광팬인 사람을 데려와도 되겠냐고 지인이 물어보더라고요. 당연히 괜찮다고 데려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오신 분이 좋아해도 과하게 좋아하더라는 겁니다. 괴물이 나올 때마다 지식열전이 쏟아지고, 별의 자손 피규어를 보고 귀엽다고 하고… 이런 류의 테마 과몰입은 게임의 흐름을 끊더군요.
떠올려보건대 페스타에서 <Marvel 챔피언스 카드게임>을 시연할 때 오셨던 분들 가운데 인상적인 팀이 있었어요. 블팬으로 '와칸다 포에버' 카드를 쓰는 순간 네 명이 다 같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는 멤버들이었는데요, 보기 좋더라구요. 그 정도 흥을 지닌 사람들과 같이 게임하면 딱 좋겠습니다.
++++++++++
저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했는데요. 아무래도 같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 확실히 다수이긴 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잘 안 맞는 사람' 유형도 게임 성향이 아닌 다른 것에서는 얼마든지 잘 맞을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물론 이것저것 다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긴 하지만요.
사람을 평가하는 글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가급적 이 코너에서는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이 다음 글에서는 보드게임 모임을 통해 만났던 흥미로운 관계들을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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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은 저랑 비슷하시군요
3번은 적당할 정도의 몰입이 좋을 거 같아요 ㅎㅎ
와칸다 포에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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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 콤바인이라니! 초전지요~요~..쿨럭 1,2번은 저도 싫을 것 같아요..오 3번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유형이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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