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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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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0 1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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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Van.D.Z
안녕하세요, 팀 서스펙트의 직원1, Van(lv.1, 월급도적)입니다.
업무시간에 게시판에 글을 써도 사장실에 불려가지 않는지도 궁금하고, 직원 아이디도 받았겠다 뭐라도 좀 써볼까 하다가, 아는 게 도적질이라고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에 대해 써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글이니만큼, 미스터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정착하였는가, 정확히는 오늘날 미스터리의 하부 장르로 일컬어지는 탐정 소설(Detective Fiction)의 역사를 수박겉핥기로 훑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수박이 좀 클 수는 있습니다.
최초의 현대적 탐정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가 1841년에 발표한 ‘모르그 거리의 살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물론 미스터리의 원형을 따져 올라가다 보면 그리스나 히브리 신화까지도 올라가곤 합니다만,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을 비롯한 오귀스트 뒤팽 3부작이 후대작가들이 두고두고 답습한 미스터리와 탐정의 규칙을 완성했기 때문에 이 단편들을 미스터리, 혹은 탐정소설의 시작으로 부릅니다. 자, 그런데 이보다 조금 더 전에, ‘최초의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 영향을 끼친 또 한 명의 탐정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명탐정보다 이전의 탐정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이유는 이 사람은 창작물 속의 탐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
프랑스의 유명한 탐정 비도크는 원래 범죄자였습니다. 1809년경부터 다양한 범죄 경력과 범죄에 대한 지식, 뒷골목 연줄과 정보통 등의 능력을 역으로 활용하여 18년간 경찰 수사에 조력했죠. 범죄의 분류와 기록, 잠복수사 등 초기 형사 수사방식을 도입한 것도 이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1820년대에 탐정사무소를 열고 독립하면서 ‘회고록’이란 책을 발행했는데요, 이 책은 많은 사람, 특히 소설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회고록에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수많은 범죄에 대한 기록들이 들어차 있었는데요, 이 시기까지만 해도 그런 기록들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거든요. 유명한 소설가들이 그의 회고록을 자기 작품을 위해 참고하고, 때로는 비도크에게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소설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파리의 뒷골목 거리 묘사도 비도크에게 자문을 얻어 쓰였다고 하죠. 그리고 이 회고록은 영국과 미국에서도 각각 번역되어 출판됩니다.
이 회고록의 등장은 출판계만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 시기가 우연찮게도, 현대 경찰제도가 만들어져가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전에는 대체 수사를 뭐 어떻게 했느냐, 간단합니다. 고문입니다. ‘믿을만한 고발’을 받으면 일단 잡아다 고문합니다. 어지간하면 죄를 스스로 고백할 때까지 고문을 하는데요,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다고 반드시 풀려나는 것도 아닙니다.(물론 대개는 고문받다 죽죠.) 1761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한 재판을 예로 들어보죠. 장남 마르크 앙투안을 살해한 혐의로 고발된 64세의 아버지가 2심에 걸친 재판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고문을 견뎌내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사형을 당하고 말았는데요, 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2심 재판에 출두한 60명의 증인이었습니다. 증인이 60명이나 되면 나름 합리적인 판결 아닌가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증인이 아닙니다. 저 60명 중에 실제 현장을 보았거나, 사건의 정황과 관련된 무언가를 목격했거나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 증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죠. ‘딱 보니까 저 사람이 범인 같이 생겼네’말입니다. 그야말로 명탐정과는 극과 극이 수사가 이루어지던 시대였던 셈이죠. 18세기 말~19세기 초를 경과하며 고문 제도들이 폐지되면서 ‘멀쩡한 경찰제도’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은 수사기법이랄 것도 없는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그러니 기록과 목격, 증거 등에 의존하는 비도크식 수사법의 등장은 굉장히 획기적인 것이었겠죠. 곧 유럽에는 서서히 물증주의의 도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직 과학수사 기법이랄 것이 없던 시기니만큼 범인의 생체 흔적이나 검출되지 않는 독 등 여러 골치 아픈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논리’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 논리의 공식을 제안한 한 탐정이 등장합니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이쪽은 가상의 탐정, 바로 오귀스트 뒤팽이죠.
에드거 앨런 포 역시 비도크 회고록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인물입니다. 그 영향은 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도 어느 정도 드러나죠. 경찰이 아닌 민간인 신분의 탐정이라는 점, 미국 소설인데도 프랑스인 주인공이라는 점 등. 이 탐정은 첫 사건인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탐정이 가져야 할 하나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바로 소거법이죠. 탐정 소설에서의 소거법은 “불가능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진실이다.”라는 셜록 홈즈의 말로 유명하지만, 이 논리 자체는 이미 오귀스트 뒤팽이 제시했습니다. 뒤팽 이후의 클래식 탐정들은 대부분 이 명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명제는 훗날 엘러리 퀸 시대에 이르러 찬란하게 꽃피우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포를 탐정 소설의 규칙을 만들어낸 인물로 평하기도 하는데요, 포가 뒤팽 시리즈를 통해 만들어낸 ‘규칙’은 이 탐정의 추리 방식에 대한 것만이 아닙니다. 민간인 사설탐정 주인공과 그 곁에서 지켜보는 1인칭 화자, 밀실 살인, 그리고 마지막에 탐정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추리 등 그야말로 탐정 소설 자체의 규칙을 세워버린 셈입니다. 후대의 추리작가 엘러리 퀸은 “이 대단찮은 행성에 온 세계 최초로 완벽한 자격을 가진 탐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자, 그런데 그 작가인 에드가 앨런 포는 가난하게 죽었습니다. 뭐 술값에 돈을 쓰고 그런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리 부자는 아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 당시 미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는 말이죠. 탐정소설에서부터 호러,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이후 ‘미국식 현대소설’ 작가들에게 수많은 영향을 끼쳤지만(심지어는 크툴루 신화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어쨌건 당시 미국에선 그 정도로 대가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이 실린 소설집은 당시에는 2쇄조차 찍지 못했고, 훗날에 이르러서야 초판의 몇 배에 달하는 가짜 사인본들이 암시장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자, 미국에서 그런저런 작가였던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세계는 영국에 뿌리를 내립니다. 프랑스에서 미국, 다시 영국으로 세계를 떠돌아다녔군요. 그 사이 영국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런던 광역 경찰청의 설립입니다. 런던 광역 경찰청은 최초의 현대적 경찰기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관은 정문에 화이트홀(익숙하시죠?), 후문에 스코틀랜드야드(익숙하시죠?2)가 있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스코틀랜드야드라는 별명으로 주로 불렸습니다. 이 경찰청에 1842년 ‘Detective’ 분과라는 것이 생기고 6명의 직원이 배치되면서 ‘디텍티브 폴리스맨’이라는 직종이 생겼습니다! 만세! 이제 디텍티브 픽션이 성립할 조건이 대부분 갖춰졌습니다!
그리고 런던은 포에 근간을 둔 탐정소설들과 디텍티브 폴리스맨을 주제로 한 반 픽션 르포, 이런저런 범죄에 대한 가짜 회고록 등 범죄 문학과 탐정소설 팬을 위한 양식이 무슨 여름철 날벌레 마냥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는 도시가 됩니다. 그리고 1887년에 이르러 이 도시에 매머드급 폭탄이 떨어지는 데 그게 바로 셜…
아쉽지만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되었네요. 제가 오늘 오후 반차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목차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1 [현재 게시글]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2 [링크]
-번외: 19세기말~20세기초의 원시적 추리 게임 규칙 소개 [링크]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3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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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야드
Scotland Yard (1983)- Erika Binz-Blanke, Rene Habermacher, Thomas Haubold, Henry M. Linder, Projekt Team III, Michael Schacht, Franz Vohwinkel, Thomas Weiss, Torsten Wolber, Ugurcan Yü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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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에 불려 가셨다면 다음 글은 못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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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휴가중이기 때문에 부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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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대는 유럽의 살인역사에서 분수령이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문의 복수가 부분합법이었기 때문에 살인률이 어마무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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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드게임에... 시티체이스를....-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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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추적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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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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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성추 먼저 넣고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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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잘 읽었습니다! 서스펙트 게임 2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1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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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보게의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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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훔친 걸 나눠주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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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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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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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봐도 오후반차 자랑하시려고 글 쓰신거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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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폭탄은 셜록..? 다음 편이 궁금해지네요~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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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쯤 기다려보고 사장실에서 걸려온 전화가 없으면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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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순식간에 읽었네요. 다음글도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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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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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추리물의 시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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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교양글이네요ㅎ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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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은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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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엉덩이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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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
월급루팡이 지식을 이롭게도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ㅎㅎ -
- Lv.12 프로젝트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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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6:31:37
비공개로 등록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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