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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168 - 브레인 스톰 리뷰 : 넌 틀리지만 난 옳다.
  • 2017-07-13 03:18:29

  • 0

  • 8,107


 
 
 
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연상, 카드게임
 
플레이 타임 : 15분
 
플레이 인원 : 2-10인
 
 
 
=====
 
시작하며
 
=====
 
최근 문제적 남자에 할리갈리로 유명한 하임 샤피르 디자이너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죠. 방송에서 출연진과 함께 즐긴 게임. 브레인 스톰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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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
 

 
카드를 하나로 섞은 뒤 3×3 모양으로 깔아둡니다.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카드를 확인하고 2장 이상의 카드를 연결하여 하나로 묶어낼 아이디어를 찾아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사물, 생물, 표현, 속담, 영화, 음악, 역사, 직업, 감정 등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정답을 외치고 사용할 카드와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모든 플레이어가 정답으로 인정하면 해당 카드를 모두 획득합니다.
 
빈 칸은 새로운 카드로 채운 뒤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덱과 중앙의 카드가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나고, 가장 카드를 많이 모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
 
감상
 
=====
 
1. 창의력 최대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아주 유명한 학습 도구이자 회의 기법입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떠올린 뒤 다양한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쳐내거나 가다듬으며 쓸모있는 것만을 골라내는 방법이죠. 성인들은 프로젝트 회의에서, 어린 친구들은 모둠 발표시간 때 자주 접했을 겁니다. 브레인스톰은 이 기법을 주제로 만든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매번 바뀌는 9장의 카드를 보고 그 중 2장 이상의 카드를 엮을 수 있는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범위는 무한합니다. 사물, 생물, 표현, 속담, 영화, 음악, 역사, 직업, 감정 등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죠. 이렇게 아이디어의 범위가 넓다보니 사물을 창의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과를 보았을 때 ‘빨갛다, 달다, 과일, 동그랗다’ 에서 사고가 정지하는 사람과 ‘백설공주, 독사과, 로빈훗, 비타민, 의사(속담), 사과하다, 대구, 애플, 맥, 스티브잡스, 뇌물(사과상자), 파이’ 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쪽이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일까요? 답은 뻔하죠. 1차원적인 생각만 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치고 맙니다.
 
브레인스톰은 창의력의 뛰어난 사람들에겐 창의력을 몇 차원 더 폭발시켜 줄 수 있는 기회를,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두뇌를 훈련시켜주는 기회를 줍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좋아하는 제겐 그야말로 취향저격 게임이었어요.
 
 
 
 
 
2. 종종 터지는 놀라운 대답
 

 
모두의 손이 동시에 종으로 향하며 교통사고(?)가 나는 그 순간이 할리갈리의 하이라이트라면,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답이 튀어나오며 모두의 뒤통수를 때리는 지적 교통사고(?)의 순간이 브레인스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는 물리적인 충격이 오는 할리갈리보다 지적인 충격이 오는 브레인스톰이 제 취향에 훨씬 더 맞았습니다.
 
사람들은 솔직한 반응을 숨기지 못합니다. 상상도 못한 창의적인 대답이 나오는 순간 머리가 확 깨는 듯한 기분이 들며 입에서 “우와…”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왜 그걸 몰랐지?’ 하는 눈빛은 두말 할 것 없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답은 분위기를 묘하게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탄하며 나도 저런 답을 찾고 싶다는 자극을 받고, 다른 사람들을 또 한번 놀래키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만들죠. 이러한 자극과 욕심이 계속 반복되며 게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3. 게임 내내 물결치는 공감과 비공감의 파도
 

 
모두가 그렇게 멋진 정답만 외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브레인스톰의 대부분은 공감과 비공감의 파도 속에서 벌어지는 설득, 무시, 그리고 다툼(?)입니다. “여성 + 깃털 = 나” 라고 자신있게 외쳤다가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도 하며, “여성 + 깃털 = 생리대” 라고 외쳤다가 사람들의 눈총을 받거나, “돈 + 하트 = 김중배” 라고 말해서 모두의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반대에 부딪치게 됩니다.
 
모두가 “아ㅡ!!!” 하는 순간도 짜릿하고 즐겁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선보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내 정답에 호응하도록 설득하고 설명하는 과정 또한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반박 의견이 나오면 카드 몇 장 먹겠다고 필사적으로 왜 뛰어난 정답인지 설명해야 하죠.서로의 정신세계(…)를 합리화 하며 상대방이 외친 정답이 왜 구린지(…) 티격태격 다투는 과정를 보는건 아주 즐겁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는 빵빵 터지는 재미를 불러왔어요.
 
 
 
자, 이제 브레인스톰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느슨한 채점 방식
 

 
브레인스톰은 규칙 부분에서 한가지 결점을 안고 있습니다. 느슨한 채점 규칙이죠. 모두가 동의하면 점수를 얻게 되는데, 이게 테마적으론 말이 되지만 시스템적으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객관적 기준 없이 사람들의 기분 / 장소의 분위기 / 인원 수 / 정답자의 평소 이미지(?) 에 따라 정답 인정 유무가 갈리게 됩니다. 비슷한 게임인 세트(SET) 같은 경우 정답을 확인할 수 있는 절대적 규칙이 있으니 이견이 나올 수 없지만, 브레인 스톰은 모든 판단을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기 때문에 게임 내내 채점기준이 오락가락 바뀝니다. 마치 야구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처럼요. 무언가 확실한 규칙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불만사항으로 다가올 수 있죠.
 
또 하나의 문제점은 채점 방식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해당 정답은 무효가 됩니다. 5명 이하가 즐길 땐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인원이 많아질 수록 모두를 설득시키는건 기하급수로 힘들어집니다. 극단적인 예로 8명이 동의했는데 1명이 반대하면 그 정답은 무효가 되죠. 이렇게 정답이 나오기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브레인스토밍을 할 분위기까지 식어버립니다. 적당적당히 답을 인정해주는 센스가 중요한데… 승부욕 강한 사람들에겐 이게 어려울 수 있죠. 다인원이 게임을 즐길 때를 위한 다른 방식의 채점 시스템이 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게임의 태생적 특성상 채점을 플레이어들이 해야하다보니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불편함이 생기네요.
 
 
 
2. 정서의 문제
 

 
이것은 성격 / 사람 / 지역 / 문화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음을 먼저 밝힙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지만 저는 한국을 방문할 때면 아동센터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약 한달 간 아이들과 수 많은 게임을 즐기고 난 뒤 대부분 기부하고 캐나다로 돌아오길 7년간 반복했는데요. 이 오랜시간 한가지 느낀게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답이 있는 게임엔 강했지만 창의성과 적극성을 요구하는 게임엔 취약한 모습을 보였어요.
 
아이들이 어려워 했던 대표적인 게임으로 코드네임즈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2~4개의 힌트를 던져가며 그 과정을 즐기는 게임인데, 아이들은 게임 내내 1개 만을 외쳤습니다. 어른들보다 지식의 폭이 적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2개씩만 엮어보라고 격려해주었지만 역시 아무리 익숙해져도 1개의 늪을 벗어는건 힘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이들은 2개를 엮지 못한게 아니라  ‘내 생각이 틀리면 어쩌지’ 하는 사실에 겁을 냈어요.
 
우리나라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해결할 땐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수수께끼를 하나 내주면 끙끙대며 답을 기필코 찾으려 노력하죠. 그 근성은 정말 대단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 때, 특히 브레인스톰 처럼 자유로운 발상이 중요한 활동을 할 땐 상당히 소극적으로 변합니다. 분명히 머리 속에 무언가 떠오른게 있을텐데, ‘틀린 대답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내질 않는 인상을 줘요. 이 현상은 어른들에게서도 종종 보입니다. 세미나 직후 “질문 있습니까?” 하는 말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게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어렵다… 모르겠어…” 만 중얼거리다 게임이 끝나는 참담한 경험을 할 겁니다. 그건 달무티를 즐기는데 계급없이 즐기는것과 마찬가지예요. 이 게임이 내 취향에 맞는가를 알기 위해선 내가 평소에 어떠한 성격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즐긴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런 분야에 취약하다면 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 일부 카드가 다른 카드과 너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흔한 대답이 나오기 쉽다는 점과 이미 써먹은 정답을 다음에 또 써먹을 수 있다는 리플레이성 문제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자율적 채점을 통해 걸러내기 때문에( “너 말고도 다 똑같이 생각했어. 안돼!” / “그거 예전에 한거잖아. 안돼!” ) 큰 문제점은 되지 않을 듯 합니다.
 
전반적으로 저는 아주 재밌게 즐겼습니다. 일부 룰이 깔끔하지 않은데다 채점에 있어 직관적인 면이 부족한 감은 있지만, 독특한 발상을 좋아하는 제겐 취향저격 게임이었어요. 정서적인 문제로 인하여 할리갈리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압도적인 인기를 끌 순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비해 가성비는 훌륭하군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여러 아이들과 창의적인 게임을 하고 싶으신 보드게임 지도사 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동안 이 게임만 가방에 넣고 다닐 것 같네요.
 
 
 
+ 방송 당시 이걸 캐나다에서 2만원 가량 주고 샀는데, 뒤늦게 입고된 한국은 13,000 원이네요. 하임 샤피르에게 있어 한국은 VIP 게스트라서 훨씬 싼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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