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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족스러운 마침표, 프로젝트 L : 고스트 & 피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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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3 15: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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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Project L : Ghost Piece & Finesse
2023년 초 우리에게 "폴리오미노 엔진빌딩" 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다가온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젝트 L이죠.
솔직히 재미있었죠? 알록달록한 색상의 블록들로 눈길을 끄는 동시에 나머지는 검은색과 흰색으로 최대한 절제하여 색상을 사용한 아트웍도 그렇고,
달그락거리며 반짝거리는 컴포하며, 그걸 최적화시키는 지적 희열까지 꽤 괜찮은 영업용 게임이었습니다. 저도 아직도 모임 처음 오는 분들이 계시다면 어지간하면 가방에 넣어가는 게임이기도 하구요.
이 프로젝트 L은 한국 발매 당시 이미 해외에는 확장이 발매되어있는 상태였는데요, 2023년 다이브다이스콘에서 확장 발매를 예고하고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죠?
드디어 한국에서도 프로젝트 L의 확장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오늘 이야기 할 게임은 폴리오미노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 게임, 프로젝트 L의 고스트 확장과 피네스 확장입니다.
▲ 오랜시간 여러분들을 애태웠던 그 확장들이 찾아옵니다.
1. 프로젝트 L의 한계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프로젝트 L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 보고 넘어갈까해요.
프로젝트 L은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쉬운 규칙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득점을 내기 위한 브레인버닝도 잘 녹여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는 게임입니다.
보통 이런 게임을 좋은 게임이라고 하죠? 그런데 여러분, 정작 이렇게 좋은 프로젝트 L을 스플렌더처럼 꾸준히 플레이했냐고 묻는다면 끄덕이는 분이 많진 않을겁니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다회플을 망설이게 만드는 프로젝트 L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플레이의 경직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 L에서 각 플레이어는 단 세 개의 액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이 액션은 퍼즐획득+퍼즐획득+마스터, 혹은 퍼즐획득 + 퍼즐배치 + 마스터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전에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세 개~네 개의 퍼즐을 유지하면서 마스터로 한 개~두 개의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퍼즐을 가져오고, 다음라운드에 마스터로 그 중 두개를 또 비우고,
이 플레이를 반복하도록 게임이 의도적으로 구성되어있거든요. 그걸 위한 세 개 액션 제한이고, 그걸 위한 마스터 액션이에요.
▲ 가운데 퍼즐에 트리미노를 넣고, 퍼즐 하나 가져온 후 마스터로 두개를 완성시키며 가운데에서 얻는 모노미노를 다음턴 마스터로 3번째거에 넣으면 됩니다.
나아가 인터액션은 퍼즐을 가져가는 것 정도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L은 누구랑 언제 하느냐에 따라 플레이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게 있다면 효율낮은 모노미노와 도미노를 언제 끊고 트리미노와 테트리미노 그리고 검은색 퍼즐 위주로 넘어가느냐, 그 타이밍을 판단하는 플레이어의 역량 정도죠.
그렇기때문에 이 게임은 다회플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보드게임 카페라면 이 게임을 돌리기 가장 좋은 환경일거다" 라는 이야기도 했던거고요.
다음으로 할 이야긴, 과연 고스트와 피네스 확장이 이 경직된 플레이를 어떻게 시원하게 풀어주느냐겠죠?
2. 고스트 피스 확장 - 더 강한 액션을!
고스트 확장에서는 새로운 퍼즐조각과 새로운 블록조각이 생깁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이야기 해 볼게요.
▲ 5칸짜리 퍼즐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고스트 블록의 위엄
고스트 확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펜토미노 블록, 즉 고스트블록의 등장이에요. 모든 유형의 펜토미노가 나오는건 아니고, 세 종류의 조각이 열개씩 추가됩니다.
이 고스트 블록은 당연히 1행동으로 5칸을 채워주는 좋은 효율의 블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해당 블록을 반환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고스트 행동"의 추가입니다.
플레이어는 고스트 행동을 선언하며 보유중인 고스트블록 하나를 공급처로 반환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한다면 해당 고스트블록을 1~4레벨 블록으로 쪼개서 받을 수 있어요.
더불어 받는 즉시 원한다면, 쪼개어 받은 블록을 퍼즐당 하나씩 마스터 행동처럼 추가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한 차례당 한 번만 할 수 있는 마스터 행동을 제한적으로나마 여러번 할 수 있으며, 그 때 그 때 필요한 조각을 맞춰서 사용할 수 있다는건 굉장히 큰 메리트였어요.
특히 프로젝트 L 기본판의 경우 마지막 라운드 때 조각은 있어도 액션이 부족해서 퍼즐을 못채우게 되니, 끝나기 2~3바퀴 전부터는 퍼즐조각 계산하면서 날 선 플레이를 했었잖아요?
여기서 이 고스트행동이 끝내주는 역할을 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저 부분은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장고요소라고 생각했는데, 그 괴로움을 말끔히 씻어내려줬어요.
▲ 이런 경우 마스터 액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스트 블록을 사진처럼 쪼개서 두 타일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새로운 퍼즐조각. 위에서 말한 고스트 블록은 굉장히 강력하지만, 퍼즐의 보상으로만 획득이 가능합니다.
먼저 몇 몇 퍼즐조각의 경우 보상으로 고스트 블록을 그냥 주고요, 그보다 많은 조각의 경우 새로 생긴 업그레이드 보상을 통해 4레벨 블록을 고스트 블록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이 업그레이드 보상이 재미있었어요. 위이서 이야기 했듯 일반적으로 1 ~ 2레벨 블록의 경우 후반엔 빈칸을 채우는 용도 외에는 그 쓰임새가 애매해지잖아요?
그런 잉여 블록들을 더 상위 레벨의 블록으로 올려줍니다. 그렇다고 블록을 획득하는 흰색 퍼즐의 가치가 줄어든건 아닌데, 확실히 적은 블록으로도 어느정도 운용이 가능해져서 좋았어요.
2단 업그레이드의 경우 쪼개어서 쓸 수 있다거나, 업그레이드 보상을 받는 퍼즐에서 회수하는 블록도 업이 가능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제한도 여유있게 둬서 굉장히 시원시원하게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 고스트 블록 생성부터 필요없는 쪼렙 타일 업그레이드까지 효용성이 다양한 업그레이드 보상
3. 피네스 확장 - 더 많은 액션을!
고스트 확장이 고스트 블록을 통해 액션의 효율을 높여줘서 플레이의 쾌적함을 보장해주는 이른바 종적으로 플레이를 확대해준다면, 피네스는 그 반대입니다.
▲ 이 중 열장을 규칙에 따라 뽑아서 적용합니다.
피네스 확장에서는 피네스 타일이 추가되는데, 이 피네스 타일은 일종의 공용 미션 타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라운드마다 맨 왼쪽의 피네스 타일만 활성화되어서 게임 내내 8종의 피네스 타일을 사용하는데요, 각각의 타일에는 일종의 미션이 있어서 그 조건을 달성하면 크레딧이라는 재화를 줍니다.
그리고 이 재화로 뭘 하느냐, 두 개를 쓰면 무려 1액션을 더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와우!
공개되는 피네스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노리고 플레이하면 꽤 높은 확률로 1액션으로 2개 이상의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어요.
그 얘기인 즉슨, 잘만 하면 매 라운드 4개의 행동을 할 수 있단 얘기가 됩니다. 4개의 액션으로 크레딧 두개를 따온다면 다음턴도 4개의 액션을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 차례를 마칠 때 1 ~ 3레벨 블록의 종류만큼 크레딧을 주는 피네스와 마스터 액션을 통해 놓는 블록 수 만큼 크레딧을 주는 피네스
이 추가점은 게임에 큰변화를 주는데요, 프로젝트 L이 규칙이 쉽다곤 하지만, 무턱대고 플레이했다가는 퍼즐이 빡빡하게 돌아가서 숨통이 막히는 경우가 있었잖아요?
그렇다보니 프로젝트 L은 지속적으로 최적화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게임이 엔진빌딩이라고 구분된다면, 그 엔진은 블록조각으로 만드는 엔진이 아니라 블록을 순환시키는 엔진에 가깝거든요.
피네스 확장은 액션의 절대적인 수 자체를 늘려줘서 플레이를 횡적으로 확대해줍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직관적인데, 그 크레딧을 획득하는 방법 자체도 한 라운드에 하나의 피네스만 활성화시켜서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다시말해 굳이 최적화 퍼즐에 매달릴 필요 없이, 피네스 보상을 보고 그쪽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면 그 다음에는 넉넉한 액션을 통해 한층 숨통이 트이게 되어서 부담이 덜했어요.
이런 부분 덕분에 초보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것을 대부분 할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을 주죠. 확실히 본판에서는 느끼기 힘든 맛이었잖아요?
4. 남은 이야기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프로젝트 L을 이미 즐겼던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두 확장을 들이밀었을 때, 플레이 후 다 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 할 게임이다" 라고요.
말했지만 프로젝트 L은 접근성이 좋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빡빡함 때문에 플레이어를 옭아맨 채로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 있어 지속성은 좋지 않은 게임이에요.
하지만 피네스와 고스트를 포함한다면 게임이 전반적으로 너그러워집니다. 액션 수도 여유있어지고, 한 액션의 효율성도 높아지고요. 조금은 옆을 볼 여유가 생깁니다.
또 막상 이러면 너무 초보자를 배려한 게임이 되어버리니 숙련자 입장에서는 맛이 없어지는게 아니냐...라는 걱정이 들 수도 있는데,
오히려 숙련자 입장에서는 퍼즐-퍼즐-놓기-마스터 이렇게 네 개의 액션으로 2퍼즐완성의 허들이 조금 낮아져서 머리를 불태워 점수를 더 뽑아내는 맛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면, 이제는 쥐어짜내면 가능하더라고요. 고스트 액션도 꽤 밸류가 높으니까요.
더군다나 피네스 확장의 경우 30개의 타일중 10개를 뽑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세팅마다 조금씩 맛이 달랐어요. 많이는 아니고 조금씩이지만요.
이정도만 해도 프로젝트 L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다회플에 대한 동기부여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레이가 끝난 후 바로 한 판 더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이 확장들의 목적성은 분명한 편이에요.
만약에 여러분들이 프로젝트 L을 조금 더 여러번 즐기고 싶으시다면, 고민없이 구매하시고, 후회없이 플레이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초보자들 대상으로 한 번 정도만 즐기는포지션에 만족하신다면 본판만으로도 괜찮을거에요.
전 첫 플레이부터 풀확 장착하는걸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게임도 첫 플레이 정도는 본판 규칙으로만 해도 충분히 즐겁거든요
게임에 확장을 내는건 문장 끝에 점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미 좋은 마침표로 끝난 문장에 점을 더 찍어서 말줄임표가 되어 괜히 개운치 못한 뒷 맛만 주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프로젝트 L의 고스트와 피네스 확장은 프로젝트 L이라는 문장이 좋게 끝맺을 수 있는 마침표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시고 다음 글로 찾아뵙도록 할게요!
▲ 당신의 프로젝트 L을 더욱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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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엘 재밌게 한게임
확장 무조건 입니다 ㅎ -
아닛 글 세 개에 모두 답글을..... 관심 감사합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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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이야기면 웬만하면 댓글을 다는지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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