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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보톡스(Boardgame Talks) 제109회 게임 대 게임 - 지구를 떠나는 개척자들
  • 2016-03-28 03:58:34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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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드디어 장대한 우주 대 서사시 특집~! 이름하여, [지구를 떠나는 개척자들]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를 다루는 지구탈출기(Leaving Earth)와, 

아직은 상상의 영역인, 그러나 곧 도래할 것 같은 우주 개발 시대를 다룬, 고도 개척자(High Frontier), 

이 두 게임을 비교합니다.

탈조선이 아니라 탈지구를 경험하는 보톡스 시즌 3의 서른번째 에피소드입니다. 

BoardgameGeek.com의 보톡스 페이지: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podcast/33850/boardgame-talks

팟빵으로 들으실 수 있는 곳:http://www.podbbang.com/ch/6067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ardtalks

고 이메일: boardtalk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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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 완소아빠
    • 2016-03-28 22:27:12

     
    방송과 하등 관계없는 썰 댓글.
     
     
    제목: 1991년도 여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미팅이야기.
    (부제: 모쏠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고찰)
     

     중고등학교때 <니체>를 읽고, <회심곡>을 즐겨 들으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던 심각한 중2병 환자인 내게, 미팅이란 시덥잖은 인간들이 만나 아무 의미도 없는 썰이나 푸는 한심한 작태로 치부되었다.
     

     그러던 중, 수원여대 모 학과와의 단체미팅(한 7~8명쯤?)이 있었는데 인원이 모자란다고 여차저차 땜빵을 가게 되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미팅에 대한 호기심도 전혀 없는 건 아니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따라나섰고, 나름 예의상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용돈도 한 오만 원 쯤-당시 꽤 큰 돈이었다- 챙겨서 밥이나 먹고 차 한잔, 또는 영화나 한 편 볼 요량으로 수원역 근처 약속장소로 갔다.
     

     역시나 테이블 양쪽에 각각 남여 7~8명씩 앉고, 남자들이 뭔가 물건들을 끄집어내놓고 여자들이 고르는 방식으로 파트너가 정해졌고, 자리를 바꿔 앉자 나는 자그마한 키에 나름 고만고만한 썩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는 수수한 여학생과 마주 앉게 되었다.
     

     어차피 미팅 따위에서 만난 여학생이 내 안의 근원적 고독함을 어찌 알랴 싶고,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그런 자리에서 얘기해 본 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드니, 막상 할 얘기가 아무 것도 없었다.
     

     옆 자리 남학생들은 연신 ‘썰’을 풀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집이 어디에요?” 라고 묻고 나서 어디라고 대답하면, 거기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어쩌고 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과 답들을 서로 해 대고 있었다.
     
     ‘집이 어디면 어쩔텐가.’ 맞은 편에 앉은 여학생의 집이 어디라는 게 뭐가 중요하다는 건가. 이런 대화들로 서로의 존재의 고독함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을 텐데 말이다.
     

     내 앞의 여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내가 뭔가 말을 꺼내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이런 상황에 말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고독했다.

     
     우리 둘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미팅에 나오면서 들었던 불길한 예상이었던 건 맞지만, 결코 의도적이지는 않았던 분위기가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고 나는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묘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내 옆에 앉은 나보다 한 살 많은 형, 그 형은 나보다 더 심한 중2병 환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나는 ‘예의’라는 게 있어서 나 혼자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 형은 파트너인 짝달막하고 아주 앳되 보이는 여학생에게 대놓고 핀잔과 개똥철학을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왜 나왔느냐, 이런 데 와서 뭘 원하고 왔느냐, 여기서 시시덕대고 있는 게 한심하지 않냐 하는 질문을 쏘아대자 맞은 편의 앳된 여학생은 얼굴이 하얘져서 아무 말 못하고 앉아만 있었다. (그 따위 말을 할 거면 차라리 나오지를 말던가! ㅡ.ㅡ;;)
     

     나는 어서 이 불편한 자리를 벗어나서 파트너랑 둘이 밥이나 먹고, 영화를 보던가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고, 내 파트너와 그 옆자리의 여학생 두 명은 줄곳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윽고, 긴 고문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각자 하나둘씩 파트너와 함께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고 나도 파트너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하며 일어섰다. 그런데 미팅을 처음 해봐서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학생들은 쥬스 값을 내지 않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남학생들이 계산을 하고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함께 미팅에 나갔던 남학생들 대부분이 단 돈 5천원도 안들고 나온 게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이 있지만 없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남녀 양 쪽 학생들 모두의 음료값이 3만원쯤 됐는데 나를 뺀 남학생 모두가 모은 돈이 달랑 만원쯤 됐던 거다. 계산대 앞의 뻘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못해 나머지 금액을 채워서 계산하고 나오면서 내가 뭔가 물정모르는 바보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더러웠다.
     

     그때였다.
     카페 계단을 올라가 입구로 나오자마자 여학생 쪽 미팅주선자가 대뜸 내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네? 뭐가요?”
     

     나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채 어리둥절해 물었다.
     

    “뭐라고 했길래 애를 울리냐구요!”
     

     주선자의 목소리에 다른 여학생들도 우루루 모여들어 내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는 여전히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한 쪽 구석 전봇대 옆에 내 파트너였던 여학생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고, 내 옆에 있던 형의 파트너였던 여학생이 내 파트너를 위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뭔일이람.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나는 용돈도 준비해 와서 쥬스값도 바가지 쓰고, 그래도 파트너 밥이라도 사 줄라고 하던 참이었다고.’
     ‘운다면 그 옆에 있던 형의 파트너 여학생이 울어야지 왜 내 파트너가 우냐고.’
     ‘나는 그래도 최소한의 미팅에 대한 예의와 준비를 하고 나온 건데, 내가 파트너에게 무례했다니, 난 억울하다고.’
     

     그 이후의 일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뭐 대충 집에 간다는 파트너 여학생을 억지로 데리고 커피숍을 가서, 연신 사과를 하고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궁금한 게 없어서 말을 안 한거다,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그런 거다, 나는 무례한 인간이 아니다 하며 변명을 하고 보니 더 이상했다.
     

     지금쯤 시집가서 아줌마가 됐을 그녀는 어쩌면 최악의 미팅 파트너로 나를 꼽을 지도 모른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여학생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되짚어 보고 나서, 나는 모태솔로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위험하고, 어떤 식으로 이성에게 해악을 끼치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스무 살에 겪은 첫 미팅사건 이후, 그 여학생이 왜 울었을까를 이해하는데 10여년이 걸렸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 10여년 동안을 더 솔로로 지내야만 했다.
     

     가끔 스무살 때를 돌이켜 보면서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오곤 한다.
     천박한 철학적 깊이에 대한 낯 뜨거움과 시건방진 열정과 자신감에 대한 부러움. 중2병의 그 시린 멜랑콜리함 같은 것들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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