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AG 전세계 관광회사를 지배하는 자!

1998년 Ravensburger에 매수되기까지 정말 수많은 작품들을 쏟아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FX Schmid. 세련된 클로버의 마크가 멋진 그 들이 만든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재판의 재판을 거듭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Adel Verpflichtet, Basari, Intrige, Elfer Raus, Confusion, Hexentanz, Kuhhandel, Take it easy 등등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물론, 재판되지 못하고 안타깝게 정말 사라져버린 게임들도 많지만요.

오늘 소개하는 홀리데이AG역시 재판되지 못하고, 여적 절판된 상태로 남아있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되겠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Ravensburger의 마크를 달고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FX Schmid의 마크와 친숙한 화폐그림 ^^

절판이 된 작품이 오랬동안 기억되기 위해서는 역시 훌륭한 게임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무언가 특이성이 있어야 하겠죠. 그 중 하나는 바로 누가!만들었냐는 것일 겁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거장 Wolfgang Kramer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디선가 많이 보았음직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주식을 가져간다. 작은 회사가 모여서 큰 회사가 된다... 바로 Wolfgang Kramer의 우상인 Sid Sackson의 Acquire에서 나온 시스템을 비슷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더라구요. ^^

카드에 쓰여있는 곳에 가방을 놓고, 원하는 주식을 2개를 가져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방이 연결되면 회사가 커지고 주식에 비례해서 점수계산이 되는 방식입니다. 일정 크기 이상이 되는 회사가 등장하면 게임이 끝나고, 게임을 조절하기 위한 특수 카드들이 존재하죠. 이 처럼 단순하기에 처음에 시작할 때는 별다른 압박도 없고, 감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그저 하나 놓고, 주식을 가져오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게임의 후반은 눈치싸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서로 연결의 고리가 되는 카드들은 쉽게 내려놓지 않고, 자신이 노리는 것을 상대가 모르도록 주식을 가져오게 되구요.

이 시점에 이르면, 특수카드들이 슬슬 위력을 발휘하게 되죠. 2개의 가방을 놓거나 주식을 교환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됩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축구로 따지면, 후반 35분 경부터 나온다고 하겠습니다. 좋은 카드가 뜨기를 바라면서, 카드를 가져오고 다른 사람과의 주식수를 끊없이 비교하고, 회사의 크기를 재어보는 즐거움. Acquire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더 단순화시킨 재미가 있죠.

사실 처음 구매(물론 중고)하고 가장 놀란 것은 가방 미니어쳐에서 느껴지는 얄딱꾸리한 향기였습니다. 무언가 한약에 이상한 것을 섞어 놓은 듯한 향기에는 아직도 넌덜머리가 납니다. 누가 제가 산 것에만 약품을 타 놓은 것일까요? ^^

보드판이나 카드는 그냥 디자인이 조금 썰렁한.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특이한 것이 겉 케이스에 많이 보던, 퇴계 이황선생님이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반갑고, 신기할 뿐이죠.

홀리데이AG에는 돈이나 시세가 변하는 복잡함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카드를 사용하고 주식을 가져올 뿐입니다. 중반까지는 이렇게 조금은 의미없는 행동이 이어지기에 조금은 처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처지는 중반은 치열한 후반에는 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초반, 중반, 후반의 느낌이 너무나 첨예하게 다른, 깔끔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그렇지만, 뭔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베어있는 작품입니다. 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상을 받은 적도 없었겠지요. 그렇지만, 정말 개인적으로 무지무지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