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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도전자의 품격, 월드 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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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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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World Wonders
안녕하세요, 오늘은 게임 이야기하는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2023년 에센 현장을 뜨겁게 달군 게임이 있었어요. 그 이후 해외판으로 구매한 분 들의 후기를 보며 많은 분들이 입맛만 다시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이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네요.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문명 테마의 타일놓기 게임, <월드 원더스>입니다.
이 이야기는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지원을 받아 사전에 즐겨보고 작성한 글이고요, 앉은 자리에서 퇴고 없이 주욱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그럼 시작할까요?
▲ 이 사진에만 에러플이 두 개나 있다는거(...)
1. 무슨게임이냐면요,
월드 원더스는 타일놓기 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7원의 금화를 매 라운드 사용할 수 있고요, 이 금화를 이용해 이런 저런 기물들을 구매해와 자신의 지도보드에 배치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돈을 다 쓴 플레이어는 라운드에서 잠시 빠지게 되고, 모든 플레이어가 라운드에서 빠졌다면 정리 후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죠
종료조건을 만족하면 해당 라운드가 끝나고 종료, 그 후 승점이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적당히 평범한 흐름이죠?
2. 잠깐 옆길로 빠져보자면요,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 볼까요?
전통적으로 폴리오미노 타일놓기 게임은 "추상 퍼즐"의 성향이 강했습니다. 우봉고, 핏츠, 카타미노, 블로커스등 많은 게임들이 그랬죠.
이런 녀석들을 "블록"이라는 대상을 "평면"에 채워나가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에요. 전체적으로 드라이하고, 일종의 "공간지각력 승부"의 맛이 낭낭한게 특징이죠.
그러던 폴리오미노 씬에 2014년 혜성같이 등장한 게임이 바로 우베 로젠버그의 <패치워크>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스테판 펠트의 <아메리고>같이 전략게임에 폴리오미노 퍼즐 요소를 도입한 게임들은 있었지만, 패치워크는 반대였어요. 폴리오미노 퍼즐에 전략요소를 끼얹었거든요
이 패치워크는 기본적인 규칙 자체는 꽤 간단한 편이라 배우기가 쉬운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구매하는 타일에 따라 턴오더와 다음 타일시장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2인 전용이라는 요소와 긍정적 시너지를 내 생각 외로 깊은 맛도 있어요.
이런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발매된지 10년이 지난 아직도 추상전략 부문에서 당당히 5위권을 지키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받는 게임이죠.
▲ 폴리오미노 퍼즐 게임은 패치워크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사진출처 : BGG)
이 패치워크 이후로 폴리오미노 퍼즐을 베이스로 테마와 전략을 입힌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패치워크는 2인이라는 한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게임이었거든요. 이 재미있는 게임을 고작 두명이서밖에 못한다니 너무하잖아요.
그래서 우베로젠버그의 코티지가든, 인디안서머, 스프링메도우 3연작부터 배런파크, 야옹섬 등 다양한 폴리오미노 게임들이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월드원더스도 이런 "포스트 패치워크 전쟁"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게임입니다.
3. 그럼 이 게임의 매력이 뭐냐면요,
당연히 월드원더스도 무엇인가를 무기로 삼고 나왔겠죠? 어떤 매력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 용도는 화폐로 하겠습니다...근데 이제 행동기회를 곁들인
먼저 재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월드 원더스의 각 라운드당 플레이어들은 7원의 금화를 얻습니다.
이 금화는 각종 기물을 구매하는데 사용되는데요, 당연히 재화마다 가격이 다릅니다. 가장 저렴한 도로는 세트당 1원이고요, 가장 비싼 도시타일은 개당 5원의 가치가 있어요.
재미있는 부분은 이 돈을 다 쓰면 라운드에서 빠지게 된다는 부분입니다. 즉 큰 단위의 돈을 쓰면 그만큼 라운드에서 빨리 빠지게 되죠.
사실 이 시스템은 막 신선한 시스템은 아니에요. 사실 다 걷어내고 보면 7AP를 갖고 게임하는 AP기반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하지만 한 차례에 정해진 AP를 전부 소모하는 일반적인 AP게임과는 달리 AP를 돌아가면서 소모한다는 점,
그리고 액션의 종류에 따라 AP사용량이 달라져서 차례를 갖는 횟수가 플레이어마다 다르다는 점이 게임 월드원더스 게임 전반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어요.
▲ 건물마다 모양도 다르고, 타입도 다르고, 제공하는 아이콘도 다릅니다.
이쯤에서 점수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월드원더스에서 주로 배치하게 되는 "건물타일"은 플레이어에게 3종 자원의 생산량을 조금씩 부여해줍니다.
이 생산량이란게 실제로 자원을 생산하거나 하는건 아니고요, 트랙의 전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일종의 아이콘 컬렉션 요소에요.
재미있는 부분은 세 개의 트랙중 가장 낮은 트랙만큼 게임이 끝나고 점수를 부여한다는 부분입니다. 즉 세 개의 트랙을 고루 올리는 것이 점수 가중치가 높단 얘기죠.
따라서 자연스럽게 모든 플레이어들이 모든 건물을 다 탐내게 됩니다. 요즘 게임들이 과도한 개별화를 통해 상호 견제의 요소를 줄이는 것의 정확히 반대에요.
더불어 이 게임의 제목이자 아이덴티티인 "원더"는 세 장씩 상시공개인데요, 요녀석들을 배치하려면 주변에 특정 유형의 건물을 올려두거나 해야하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1점(심볼 세개의 가치), 거기에 자원이나 인구, 혹은 승점 정도를 하나 얹어주는데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빈 칸을 메꿔나가면서 추가점수를 얻을 수 있어요.
따라서 가능하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원더를 가져가려고 하고, 자연스럽게 사전작업인 건물경쟁에 조금 더 붙을 붙여줍니다.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수싸움과 지도를 메워나가는 시각적 즐거움이 매우 좋았어요.
패치워크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턴오더 및 시장공개 에서의 수싸움과 타일로 보드를 메워나가는 고민, 두 군데에서 오는것을 생각한다면
월드 원더스는 이러한 재미를 정통으로 계승하고 있고, 거의 유사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게임을 사기 전에 고려할게 있다면요,
먼저 이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목재 컴포넌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겠죠?
많은 게임에서 유니크한 모양의 목재 컴포에 스탠실 인쇄 방법은 디럭스 에디션의 상징같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정도로 미려한 컴포넌트들이 세상에, 무려, 기본제공입니다. 아니 디럭스판이 따로 없으니 기본제공이란 말도 웃기지만요.
이런 덩어리가 큰 구성물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는데요, 먼저 시각적으로 포만감을 준다는 점을 들고싶어요.
월드원더스의 그것은 게임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만듭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표현하고 있으니 이야깃거리도 생기고요.
나머지 하나는 게임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월드원더스는 게임의 규칙 자체도 심플한 편이죠.
보통 초심자들에게 어렵다고 평가를 받는 게임들이 "행동에 대한 아웃풋이 직관적이지가 않다"는 부분이 문제인데 월드원더스는 그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돈내고 타일 구매해와서 놓는게 끝이니까 관리해야 할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복잡하게 꼬여있는 연쇄작용도 없죠.
박스를 열면서 쏟아지는 구성물을 보면서 끌어당기고, 직관적인 규칙을 통해 붙잡아둡니다. 이 모든것이 초심자들을 끌어들여 한 탕 해먹기에 아주 차고 넘치는 조건들이에요.
▲ 게임 끝나고 모두의 개인판을 모아서 찍는 맛이 또 일품입니다.
타일놓기 부분에 대한 얘기도 안할 수 없네요.
보통의 폴리오미노 퍼즐게임은 "빈칸을 채운다"라는 결과를 중시합니다.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죠?
하지만 월드원더스는 점수를 잘 내기위해서는 타일을 배치함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사항이 조금 많은 편이에요.
▲ 일단 건물은 평지 외의 지형으로 완전히 둘러싸면 좋아요. 승점을 추가로 주거든요. 이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른 건물로 건물의 주변을 채워나가는거에요. 모양도 다양하고 크기도 크니까요.
하지만 건물 옆에는 같은 색상의 건물이나 타워, 원더밖에 오지 못합니다. 그러니 구석구석에 도로를 지어서 다른 색상의 건물도 배치할 수 있도록 확장을 해 나가야해요.
하지만 정작 도로는 다른 도로 옆이나 지도 최하단부에 인접해서만 지을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건물을 배치하면서 도로를 막으면 타워 등을 통해 새로운 경로를 뚫어야 해요.
근데 타워 가격이 2원이나 되는 반면 크기는 1칸밖에 되지 않으니 그다지 좋은 선택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행동, 다시말해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도로계획을 잘 해야하죠.
그러면서도 지도 중간중간에 있는 천연자원은 인접하면 1점을 주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해야 할 칸도 생깁니다.
이런 모든것들이 맞물려서 단순히 빈칸을 채워넣기보다는 하나를 넣을때에도 앞으로의 연결성을 고려해가면서 넣어야하는데, 이런 부분에있어서의 고민도 좋았어요.
이런 부분은 상술했던 "빈칸을 채운 결과"에만 치중한 게임에 비해 큰 매력입니다. 개인적으로 월드 원더스가 다른 폴리오미노 게임에 비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상호작용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요? 이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건 역시 원하는 기물을 원하는 타이밍에 가져올 수 있느냐...라는 부분일거에요.
따라서 턴오더 싸움이란게 필연적으로 생기는데, 월드원더스는 이 턴오더를 조절하는 부분이 조금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구(게임 종료 조건이자 점수)가 적은 플레이어, 즉 게임에서 뒤쳐져있는 플레이어가 앞쪽 차례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인구를 한 템포 늦게 올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턴오더 눈치싸움이 좀 있습니다. 과장 한 스푼 보태면 브라스에서 돈써가면서 턴오더 조절하는 맛의 축소규모 느낌이랄까요.
근데 재미있는건 새치기 기물을 구매하면 그런것과 상관없이 앞쪽 순서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지가 꽤 많아요. 시장이 맛이 없고 다음턴 내 순서가 뒤쪽이라면 첫시장으로 순서타워를 가져가는걸 고려한다거나,
인구조절하며 다음턴 선을 맞춰놓은 상태에서 시작하며 건물하나 땡겨오며 원더를 날치기하는 각을 본다거나..
좀 더 날것으로는 상대가 원더 각을 보지 못하도록 상대에게 필요한 건물을 하나 떼어온다거나, 돈이 많은 상태에서 억지로 원더를 뜯어온다거나.
이런식으로 다소 직접적인 형태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플레이어 인원수에 따라 조금은 너울이 있어요.
그도 그럴것이 2인이라면 내 차례가 지난 후 다시 내 차례가 올 때 까지 하나의 기물만 빠지기 때문에 다음 차례가 오면 대부분은 노리던 수가 남아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5인플의 경우 내 차례가 다시 오기까지 무려 4개의 기물이 빠지죠? 당연히 대부분의 경우 내가 노리던게 남아있으리란 보장은 없더라고요.
그렇다보니 2인은 넉넉잡아 두 세 턴정도의 예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게 꼭 좋은것만은 아니에요. 달리 말한다면 상호작용이 줄어든다는 뜻이거든요.
워낙에 기물이 많이 남으니 굳이 턴오더 경쟁을 할 필요도 못느꼈고요. 1원이 남는게 아니라면 굳이 새치기를 살 필요가 없죠. 아니, 애초에 1원을 남기는 상황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는게 낫습니다.
그렇다고 박터지게 싸우는 5인이 좋냐, 그것도 아닙니다. 말씀드렸듯 다음에 가져가려고 마음먹은 타일을 남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 말은 뭐다? 모든 사람이 내 턴이 와야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턴이 가고 다시 내 턴이 올때까지 한세월이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의도한 맛을 느끼려면 3인, 아무리 많아도 4인정도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5.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요
10년전 폴리오미노 타일 배치 게임에 패치워크라는 강자가 나타났고 10년간 많은 게임들이 그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모든 도전자들이 결국 <챔피언의 관록>만 증명한 채로 그 도전을 마쳤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같은 배에서 나온 3종 역시 형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했죠.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지난 2024년, 월드원더스는 그동안의 도전자들과 달리 <도전자의 품격>을 갖추고 그 링 위에 올라왔습니다.
아직 2인이라는 영역에서는 챔피언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을거에요.
하지만 챔피언이 참전하지 못했던 3~4인 영역에서 이 도전자는 여러분들을 매료시켰던 챔피언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러분들 앞에 선보일거에요.
▲ 어서 테이블 앞으로 모이세요. 아름다운 기념물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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