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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도슨트 <동인도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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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15: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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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 임요
①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줄 좋은 러닝화
② 물건 잔뜩 쓸어담을 수 있게 해줄 넉넉한 가방
③ 내일 나를 가장 앞자리에 있게 해줄 1번 대기석과 기다림의 미학
재미와 게임성을 믿고 소신껏 미는 <동인도회사>입니다. 개인적으로 2023년 올해의 게임 중 하나로 꼽고, 어쩌면 다른 분들의 올해의 게임 후보에도 오르지 않을까 싶은 게임이네요. 유명한 거장급 작가 + 화려한 구성물 + 제작사 파워라는 수저를 물고 태어난 <다윈의 여정>과는 달리, 이 게임은 취향이 갈릴 수 있는 테마인 데다가 명성은 커녕 생소하기까지 할 수 있을 텐데요. 당최 어떤 마성의 매력이길래 그만한 반열에 올리게끔 한 것인지, 일부 순간을 포착하여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2원에 사서 9원에 파는 상상.
간략하게 예시를 들어 수익 계산부터 해볼까요? 비단은 중국에서만 생산됩니다. 그런데 (사전에 대리인을 선장에게 보내서 지도 제작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중국으로 선박 한 척을 보낼 때마다 운송료로 2원씩 들어요 .다행히 올 때는 비용을 물지 않습니다(
항해 비용 = 2원(중국) x 선박 2척 = 4원
이번 시대에는 풍년인 덕에 비단이 많이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생산되는 상품은 시장판의 아래에서부터 채워지고요. 그림에서 보다시피 비단이 3원짜리 2개를 채우고도 더 많이 생산될 경우, 가격이 더 떨어져서 초과량 2개는 개당 2원이 됩니다. 선박을 2척이나 보냈지만, 우리 선박의 적재량이 모자라서 비단 3개만 사 봅시다.
구입 비용 = (2원 x 비단 2개) + (3원 x 비단 1개) = 7원
이제 만선의 꿈을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 팔 시간입니다. 사실 사전에 교역상에게 대리인을 보내 둔 상황이라, 우리는 비단을 팔 때마다 1원 더 비싸게 팔 수 있답니다.
하지만 본국에 돌아와 보니 이게 웬걸, 모종의 이유로 우리보다 더 빠르게 비단을 팔아버린 사람들이 있었군요! 비단 가격이 갑작스럽게 7원 선까지 떨어집니다. 만약 이대로 판매한다면,
매출 = (7원 x 비단 1개) + (6원 x 비단 2개) + (교역상 보너스 x 비단 3개) = 22원
만약 비단 3개를 전부 9원의 시세로 팔았더라면 추가로 8원을 더 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거의 비단 1개 값…!). 눈물을 머금고 후려친 가격으로 팔아 봅니다. 매출 22원.
만약 우리에게 부두가 최대로 확장되어 있었다면, 팔지 않기로 할 수도 있답니다. 본국 창고에 잠시 묵혀 두었다가, 다음 시대에 선박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올 때 그들보다 먼저 시장에 팔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빨라도 문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을 못 이기는 법. 바로 이것이 아까 모종의 이유로 우리보다 먼저 비단이 판매된 이유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창고에서 판매할 때에도 비단 가격이 치솟을지는…
매출이 22원이었으니, 매출 기록 마커를 20+ 칸으로 옮깁니다. 이전 시대에는 매출이 10원도 안 되었다고 가정하고(
마커가 2칸 전진했으니, 주식 가치도 덩달아 2칸 전진합니다. 9만전자에서 11만전자가 되는 기쁨이 이런 것일까요.
당장 수중에 있는 돈으로만 따져도, 11원 투자해서 22원을 벌었고, 자사주 가치가 2원이 올랐으니 적어도 4원어치는 더 이득을 보았군요(게임 시작 시 각자 자사 주식 타일 2개씩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주식이 있는 게임이면 으레 배당도 있다는 것. 주가가 11~15원인 구역에는 배당금이 2원입니다. 예시 그림처럼 우리도 남들에게 우리 주식 타일 1개당 2원씩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증권가 못지않은 정보전
이 게임은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측을 못하겠다면 수요나 공급을 직접 창출할 수도 있고요. 거의 시장을 조작하는 수준의 게임 요소이니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거예요.
유럽의 시장 판입니다. 주사위와 카드에 그려진 상품 개수의 합만큼 상품이 소비됩니다. 주사위까지는 공개 정보라 모두가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카드는? 선택된 자만 볼 수 있답니다.
주사위만 보면 비단의 수요는 1개입니다. 1개가 소비되어도 비단의 시세는 여전히 6원이지요. 하지만 카드의 정보까지 알고 있다면, 비단이 총 5개가 소비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시세가 6원이 아니라 8원이 된다는 점을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안다는 것만큼 강력한 것이 더 있을까요?
사전에 투자자에게 대리인을 보내 두었다면 수요량의 정보를 시장 카드에서 확인할 수 있고, 총독에게 대리인을 보냈다면 공급량을 카드에서 확인할 수 있지요. 심지어 가장 먼저 이곳에 대리인을 보낸 사람은 카드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카드를 놓일지 직접 고르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시세 조작!
누가 빠르고 누가 많이 담는가
앞선 예시에서 선박을 중국에 보냈지요? 사실 이 과정은 선박을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보낼 뿐더러, 각자 비공개로 선박을 보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적재량/속력의 선박을 어디로 보냈는지는 선적이 시작되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오픈런 하자마자 제일 앞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큰 가방 든 사람과 발 빠른 사람이 앞서 가서 모두 쓸어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집니다. 공급량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인도로 달려갔다? 그렇다는 것은 인도에서만 파는 향신료 생산이 풍년일 것인가? 그로 인해 향신료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저 배는 그럼 적재량과 속력이 어느 정도일 것인가? 내가 카레 코인을 타면 얼마 정도 익절할 수 있을 것인가?
게임 밸런스 상 대체로 빠른 배는 적재량이 작고, 많이 싣는 배는 속력이 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대의 의중을 파악한다면 비록 생산/공급 정보를 손에 쥐고 있지 않더라도 눈치만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거예요.
대주주가 되어 보기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주식 배당의 현장. 결코 캡쳐가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주식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 신나요님이 즐겨 하는 플레이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 운영은 뒷전으로 하고 주식 투자에 몰두하기. <동인도회사>도 그런 로망을 실현시켜 줄 여지가 있더라고요. 자기 회사 운영은 주식을 구매할 정도로 최소한으로만 한 다음, 그 매출로 번 돈으로 남의 우량주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운과 무작위 요소가 생산/공급 주사위 정도뿐일 정도로 소위 실력 게임이 될 뻔했지만, 급등하는 주식을 사 두어서 신흥 주식 부자가 될 수 있는 요행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큰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실력의 격차가 있더라도 투자의 꿈이 있는 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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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두종류 스펙만 가지고 펼치는 배 배치 심리전~ 리뷰에 쓸려고 했는데 까먹은 부분이네요 ㅋㅋㅋ 진짜 기대 1도 안했다가 체험하고나서 인상이 많이 바뀐 게임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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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반부에 이르면 서로의 수를 읽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서, 오히려 일꾼을 어디에 배치할지가 더 고민되기도 하더라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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