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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두 함께 하는 버스 게임, 모두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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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0: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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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게임 이야기하는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버스 노선을 만들자" 라는 플립 앤 라이트 게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et on board"가 머지 않아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모두의 버스"라는 이름으로 발매됩니다.
하여, 오늘은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볼까해요.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그냥 평소의 잡담글의 연장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제목이 Get on board라서 구글에서 검색하려면 "Get on board board game"이라고 써야하는게 재미있습니다. 겟온보드보드게임!
시작하기 전, 이 글은 코리아보드게임즈로부터 제품을 지원받은 뒤 작성하는 글임을 밝히며, 그럼 가볼까요 :)
#1
저는 곧 40을 바라보는 국입초졸 아조씨입니다. 경기 남부의 한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요.
막 이렇다할정도로 번화했던 동네도 아니었다보니 놀이문화라고 해도 주로 밖에서 몸을 쓰며 노는게 대다수였습니다.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한다거나, 팽이치기를 한다거나, 두꺼비집을 짓는다거나 뭐 그런것들이요.
작은 동네긴 했지만 그래도 읍내(...)에 나가면 작은 오락실이 있었고, 저는 거기서 "비디오 게임"이라는 신문물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화면 내에서 공룡이 왔다갔다 하면서 방울을 쏜다거나, 눈사람들이 눈덩이로 적을 얼린다거나 이런 마법같은 일이 버튼 몇 개로 동작하다니,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어머니 몰래 오락실에서 오십원, 백원씩 탕진하던 삶을 살던 국딩에게 또 다시 신문물이 하나 등장하게 됩니다.
▲ 그리고 모자 갈등의 서막을 알린 그 께임기. (출처 : 구글검색)
바로 가정용 콘솔 게임기였어요.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과 비슷한걸 집에서 즐길 수 있다니 진짜 굉장했죠.
그렇게 집에 앉아서 남극을 탐험하고, 부메랑을 던지면서 정글을 뛰어놀고 외계인에게 납치된 우주선을 구출해내는 모험을 하며
어렸던 양서류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그렇게 이런거 저런거 즐겨보던 어린이였지만, 정작 RPG 장르는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당시에도 젤다의 전설이니 드래곤 퀘스트니 파이널 판타지니 하는 유명한 RPG들이 있었겠지만, 다 일본어로 되어있기도 했거니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장시간 대 서사시를 즐기는 게임보다는 바로바로 아웃풋이 나오는 게임을 선호하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RPG라고 하면 여러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지금 저는 "캐릭터를 성장시켜 스펙업을 꾀하여 최종 보스를 무찌르는 여정"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아무튼 RPG, 다시 말해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기믹 자체에 문외한이었던 저였지만, 신기하게 교실에서 친구들하고 이런 놀이를 즐긴 기억이 있는데요,
▲ 라떼는...이러고 놀았는데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검과 방패를 캐릭터에 장착시키며 멋지게 꾸미던 어린이 시절의 저 놀이가
저의 롤 앤 라이트의 원점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이 이야기 하려고 빌드업을 좀 해봤어요.
#3
옛날 얘기는 이쯤 하고, 여러분이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를 시작 하고 처음 접한 롤 앤 라이트는 뭐였나요?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분이라면 큐윅스나 야찌를, 비교적 최근에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영리한 여우 시리즈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저의 첫 롤앤라이트 게임은 롤 쓰루 디 에이지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갑자기 다 건너뛰고 롤 쓰루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이 게임을 접하기 전에는 보통 주사위 게임이라고 하면 클루나 부루마불 처럼 그 결과에 따라 메인보드에서 기물을 움직여서 행동을 취한다...라는 개념이 강했었는데,
주사위를 굴려서 그 결과값으로 개인 기록지에 체크해가며 자원을 쌓고 문명을 발달시킨다는 기믹에 당시에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 쓰루 디 에이지스 이름을 달고있긴 하지만, 의외로 빠르고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출처 : 구글검색)
그러다 몇 년 쯤 후에, 큐윅스와 영리한 여우를 비슷한 시기에 접하며 롤앤라이트라는 장르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저 게임들은 딱히 테마랄 것이 없는 "로직으로만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었지만,
게임을 하며 주어지는 선택지를 잘 골라서, 여러가지 시너지를 일으키며 게임을 풀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특히 영리한 여우 시리즈는 어플로도 구매해서 짬 날때마다 아직도 간간히 즐기고 있죠.
#4
좀 더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요?
많은 장르에서 차용하고 있는 단어이자, 롤 앤 라이트에서 더욱 메인으로 삼는 장치는 바로 "선택"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선택지에 강제성이 적은 편이죠? 여러분들 앞에 여러개의 버튼이 있고, 그 중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되는 개념이에요.
하지만 몇몇 게임들은 그 선택지에 강제성을 부여합니다. 예를들어 패치워크라는 게임은 가져올 수 있는 타일을 마커로부터 세 칸 이내로 제한하고 있듯이요.
이런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보드게임의 경우 그러한 제한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전략적인 사고와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편이에요.
롤 앤 라이트 장르도 다른 게임들과 비슷하게 선택지를 제한합니다.
다만 이 장르는 좀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주사위를 굴려서 그 결과에 따라 액션을 정해주니, 선택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롤 앤 라이트 게임의 경우 큰 그림을 그리는 경우 보다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추어 효율적인 선택을 강제당하는 게임이 많습니다.
이런 작은 결정 하나하나를 모아 콤보를 터뜨리고, 점수를 쏟아내는 것이 이 장르의 묘미라고 할 수 있죠.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요, 일반적인 게임들은 개인기록지가 아니라 개인보드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 위에 무엇인가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즉 개인보드의 변화가 대부분은 가역적이에요.
그에 반해 롤 앤 라이트 장르의 대부분은 개인 보드가 아니라 개인 기록지를 나눠주고, 그 위에 필기구로 기록하며 비가역적인 기록을 해 나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이런 게임은 이기든 지든 도취된다고요. (출처 : 구글검색)
그러니까 롤 앤 라이트를 요약하면 이런거에요. "무작위로 나오는 선택지를 대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게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들의 도파민 분출을 책임지는 많은 게임들이 이런 구조를 메인으로 삼고 있거든요.
이 재미있는 구조에 "라이트"요소를 통한 컴포의 최소화로 가격도 적잖이 저렴한 편이니 롤 앤 라이트는 어느정도 성공을 보장하는 편이에요.
#5
하지만 이런 롤 앤 라이트 장르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뚜렷한데요, 바로 전체적인 인터액션이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롤 앤 라이트 장르의 인터액션의 형태는 대부분 선택지의 선점 정도밖에 없고요, 이 주사위를 활용하는 영역은 대부분 개인기록지에요.
그러다보니 주사위를 선택하고 남은 시간은 개인기록지랑 씨름을 하게 됩니다.
롤앤라이트의 장점 중 하나가 "1인플을 해도 다인플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인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다인플을 해도 1인플과 큰 차이가 없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6
이 쯤에서 오늘의 주인공, 모두의 버스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모두의 버스는 중앙 게임판이 존재하는 플립 앤 라이트 게임입니다.
기존에도 세 자매나 코린트 처럼 중앙 게임판이 있는 롤 앤 라이트 게임이 있긴 했지만, 이 경우 중앙판의 의미는 어떤 액션을 할 수 있는지 표시하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저런 게임들도 중앙 보드의 어떤 주사위를 가져가냐 까지가 인터액션의 대부분이었고, 가져간 이후엔 역시나 개인기록지에 코를 박고 씨름을 하게 되는 편이에요.
모두의 버스는 버스 회사를 맡아 도시에서 버스 노선을 만드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버스 노선을 중앙에 있는 지도에 목재 컴포를 배치하며 만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이 노선이란게 자유자재로 막 만들 수 있는게 아니라, 이산수학의 해밀턴 경로 성질을 따른다는 점입니다. 다들 해밀턴 경로 아시죠?
다만 다행히 모든 교차점을 다 지날 필요는 없고, 해밀턴 경로의 특징을 지녀 한 교차점을 두 번 지날 수 없다...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교차점 지나가면 탈락이에요 탈락. 여러분, 남은 시간동안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야 합니다.
▲ 보시다시피 수학과 보드게임은 뗄 래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출처 : 구글검색)
그러다 보니 게임 후반으로 갈 수록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사라지니 상대방의 노선과 겹치게 되는 일이 생깅 수 밖에 없는데요,
이 경우 교통체증을 일으키게 되어 감점이 생겨버립니다. 심지어 간선당 1회가 아니라 노선당 1회라서 여러 사람이 이용중인 간선에 노선 배치하시면 감점이 똬돠돻!!
거기에 기본적으로 비공개인 개인목표카드를 공개로 돌려놓고 하시면, 내가 갈 길을 방해받고 남이 갈 길을 방해하는 보복운전의 게임을 즐길 수가 있죠.
▲ 남들 앞에 노선 놓으면서 외쳐주세요. "히히히 못가!" (출처 : 구글검색)
#7
어쩌다보니 인터액션 얘기를 먼저 했는데, 게임 자체는 기존의 장르의 공식을 잘 따르는 플립 앤 라이트 게임입니다.
억지로 쥐어준 노선 모양을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배치해야 하고요, 거기서 나오는 보상들로 여러가지 득점을 챙겨야 하는 게임이에요.
영리한 여우 시리즈 처럼 보상들끼리 엮여가며 연속된 콤보를 터뜨리는 맛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노선놓기를 통한 상대방에게 감점 안기기 등 네트워크 연결류 게임의 맛은 낭낭하죠.
열 두번의 노선만 배치하면 종료라 게임 자체도 빠른 템포로 진행되고, 정 어렵다 싶으면 개인목표지를 지표 삼아 연결해도 되니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물론 제가 그렇게 하다가 꼴찌를 한건 자랑이 아니지만요.
▲ 어느 부분에서는 루트를 선택하며 점수를 획득하는 고전게임 팩맨을 보는 느낌도 납니다. (출처 : 구글검색)
#8
모두의 버스는 2018년 발매된 버스 노선을 만들자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노선 변경권의 사용 방법 등의 소소한 규칙 변경점도 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건 메인보드일텐데요,
기존의 버스 노선을 만들자는 개인기록지에 체크한 노선을 메인보드에 색깔펜으로 직접 그려넣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연히 게임이 끝나면 티슈 등으로 지워야했고요.
▲ 기존의 게임은 코팅보드에 색깔마커로 노선을 <그려>나가게 됩니다. (출처 : BGG)
이번에 발매된 모두의 버스는 메인보드에 노선을 그려넣는 대신, 각자 자신의 노선 마커를 직접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판을 엎어버린(...)다면 게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험에 노출되어있지만, 힘들게 박박 지워야 할 필요가 없어졌죠.
▲ 하지만 이제는 마커를 놓아서 표시하게 됩죠. (출처 : BGG)
더불어 버스 노선을 만들자의 개인기록지는 개인기록<지> 보다는 코팅된 종이에 가까웠습니다. 픽토매니아의 그 느낌 아시죠? 그래서 여기에도 마커로 체크하고 나중에 물티슈로 박박 지워야했습니다.
모두의 버스는 이 부분이 보드가 아니라 종이 형태로 바뀌어서 연필이나 볼펜으로 대충 슥슥 쓰고 버리면 됩니다.
물론 이 기록지를 다 써버렸다면 추가 구매를 하거나, 새로 인쇄를 하거나, 기존에 미리 몇 장쯤 빼 두어서 코팅을 하거나....해야겠지만...
....그 정도로 이 게임을 돌리셨다면 부러울 것 같네요. 내 책장 게임들 귀 닫아 너네는 잘못 없어.
#9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장르의 장점은 이 정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게임 치고, 입문의 허들은 낮고 재미의 저점은 높다는 부분입니다.
롤 앤 라이트에 대해 불호를 느끼는 분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플레이어 그룹에 쉽게 들이밀고, "오, 재밌네" 정도의 평은 무난히 들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공식을 잘 가져와서 만든 모두의 버스 역시 그런 역할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정신 없이 써 내려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버스" 게임이 곧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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