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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말을 장식할 게임, 딥 씨 크루 & 인사이드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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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22: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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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트릭테이킹, 좋아하세요?
매 해마다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날이 갈 수록 취미생활 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해외에 발매된 게임을 직구를 통해 구매한 후, 이걸 한 땀 한 땀 한글화해서 즐기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미처 다 즐기지도 못할 속도로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나아가 올해는 인디 보드게임마켓부터 가을 페스타의 개인작가존까지 개인제작자의 약진이 눈에 띄는 해 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쏟아져나오는 게임의 홍수에서, 최근 들어서 돌아서면 발매되고, 돌아서면 발매되는, 돌발돌발 게임 장르가 있습니다.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클라이밍과 트릭테이킹이에요.
아무래도 둘 다 그 중심이 되는 구성물이 카드로 구성되어 제작차원의 접근성이 좋고, 메인이 되는 규칙이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당장 2023년 11월만 해도 12칩 트릭스, 인사이드 잡, 딥 씨 크루까지 굵직한 괜찮은 트릭테이킹 게임이 무려 세개나 발매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요즘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마이티 열풍이 불고있어서 그런가 트릭테이킹의 대세를 지근거리에서 뜨겁게 느끼고 있어요.
하여 오늘은, 코리아보드게임즈로부터 제품 지원도 받았겠다 비슷한 듯 다른 두 가지 게임, 인사이드 잡과 딥 씨 크루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해요.
글을 어떻게 쓸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아무리 쥐어짜내도 마음에 드는 글이 안나오기도 하고, 이리저리 생업에 시달리다보니 요즘 꽤나 싱싱미역 상태거든요?
일년에 한 번쯤 오는 것 같습니다. 퇴고 없이 쓰는 글 타임이에요. 아시죠? 이런 날 유난히 정신 사나운거. 다들 안전벨트 단디 매시라구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1. 딥 씨 크루가 뭔데!
전 보드게임을 취미로 삼으며 트릭테이킹이란 장르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이 세 번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받은 충격은 숲 속의 여우 였어요.
동화같은 배경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삽화와 개성있는 카드 능력, 높은 수준의 수읽기와 카드 카운팅, 너무 많이 먹어도 너무 적게 먹어서도 안되는 줄타기까지
2인 전용 트릭테이킹이란 것도 상상도 못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거든요.
▲ 여담이지만 숲속의 여우 듀엣은 무려 2인 협력 트릭테이킹입니다. 이것도 꽤 재밌었어요. (사진출처 : BGG)
두 번째로 놀란게 바로 딥 씨 크루의 전작 스페이스 크루였습니다. 2인 트릭테이킹도 충격이었는데 이젠 협력형 트릭테이킹이라니 상상도 안되었었거든요.
물론 결과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이것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얻습니다. 실제로 2023.12 시점에 BGG 66위에 당당하게 랭크되어있는걸 보면 알 수 있듯이요.
스페이스 크루는 의사소통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내가 던진 미약한 신호를 우리 편이 정확하게 캐치해서 미션을 성공했을 때, 그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스페이스 크루의 후속작이 나왔는데, 이게 바로 얼마전 발매된 딥 씨 크루입니다.
▲ 그리고 이 친구는 무려 36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 있는 게임들만 해도 투매니본즈, 푸드체인, 팍스파미르, 마챔, 프로스트헤이븐 등이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스페이스 크루와 딥 씨 크루의 가장 큰 차이라면 미션의 구성 방식입니다.
스페이스 크루의 경우 플레잉 카드와 1:1로 매칭되는 임무 카드들이 있었고, 이 임무카드 몇 장을 <어느 타이밍에> <누가> <어떤 순서로> 먹느냐가 미션의 구성방식이었죠?
하지만 딥 씨 크루의 경우 미션카드가 무려 96개로 늘었습니다.
물론 이 중에 몇 장 정도는 스페이스 크루와 비슷한 형태의 미션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트릭 하나만 따기, 신선한 형태의 미션 방식이에요.
2. 인사이드 잡은 뭔데?
아까 세 번 놀랐다고 했죠? 세 번째는 "샤먼"이라는 게임입니다. 작년에 모임분이 구매하셔서 플레이 해 본 게임인데, 무려 트릭테이킹으로 하는 마피아 게임이었거든요.
규칙 따라 중간의 마커가 움직이는데, 이 마커가 어느 지점을 돌파하면 마피아 팀이 승리합니다. 그걸 저지하면 일반 팀의 승리고요.
그래서 노골적으로 이걸 당겨대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합심해서 그 사람을 골로 보내버린다거나 뭐 이런 게임이에요.
이 마커를 너무 노골적으로 앞으로 당기면 마피아라는 의심을 받고 척살당하는 구조가 꽤 인상깊었거든요.
아무튼, 올해 크리에이터데이에서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하는 마피아...라는 말로 인사이드 잡을 소개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샤먼이 떠올랐던 것은 무리도 아니었을거에요.
▲ 전 이쯤에서 트릭테이킹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어요. 이쯤이면 아마 언젠간 트릭테이킹으로 하는 유로전략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본적으론 선 플레이어가 두 장 중 한장의 미션(보다는 조건에 가깝습니다)을 정하는데요, 이걸 한 트릭동안 모든 플레이어가 합심하여 이뤄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손에 있는 모든 카드로 트릭을 돌리기 전 까지 정해진 수 만큼의 미션을 성공하면 요원의 승리입니다. 간단하죠?
배신자의 경우 본인이 정해진 수 이상의 트릭을 먹거나, 요원의 승리를 틀어막은 상태에서 본인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으면 승리고요.
3. 언뜻 보니 배다른 형제... 막 이래
두 게임은 협력과 협잡으로 매우 다를 것 같지만 의외로 그 뿌리는 가까운, 그리고 같은 곳에서 두고 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 크루에요.
딥 씨 크루야 스페이스 크루의 후속작이니 스페이스 크루를 담은 것은 당연지사죠? 반면에 인사이드잡은 갸우뚱 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사실 인사이드 잡은 마피아게임이라곤 하지만 협력을 기반으로 그 가운데에서 암약하는 스파이가 있는 구조입니다. 이 때 협력구조가 스페이스 크루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꽤 있어요.
그 밖에도 달성해야 하는 임무카드가 있는것 하며, 자신의 손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것 하며 꽤 익숙한 맛이 있습니다.
플레이에서도 꽤 유사한 감각이 있는데, 스페이스 크루를 하며 "저 친구가 저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하는 플레이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잖아요?
인사이드 잡에서도 "이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선 어느 미션을 골라야 하는가"도 고려해야 하고요.
▲ 시작 전 우리의 모습. 물론 시작하면 서로 헐뜯기 바쁩니다.
4.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이 두 게임이 또 스페이스 크루와 스페이스 크루 마피아 버전이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사실 첫 판 했을 땐 그런가 싶긴 했지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전체적인 게임의 단위에서 오는 기승전결을 들고 싶어요.
딥 씨 크루는 호흡이 꽤 긴 게임이에요. 시작 전 정해진 미션 카드를 다 함께 나눠갖게 되므로 딥 씨 크루의 경우 미션 배분 단계부터 긴장이 오릅니다.
이 미션카드를 가져가면서 "저 친구가 저걸 가져간 상황, 그리고 내 손패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미션카드는?" << 이런 고민을 하게 되죠.
그리고 모든 사람이 미션 카드를 가져갔다면 그 다음에는 그 미션을 정해진 라운드동안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면서 깨 나가게 됩니다.
▲ 상대의 카드 하나, 신호 하나로 두뇌 풀가동을 해 큰 그림을 이해해야합니다.
반대로 인사이드 잡은 그렇지 않아요. 요원 입장에선 인사이드 잡은 후반으로 가면 곤란한 게임이거든요.
손패가 줄어드니 미션 자체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워지고요, 실패하는게 배신자의 분탕 때문인지, 손패부족으로 인한 울며 겨자먹기로 토해낸 요원 때문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워져요.
그러니 요원은 최대한 빠른 타이밍에 정해진 수 만큼의 미션을 달성해야합니다. 그래서 큰 그림 자체가 불가능해요. "현재 라운드"를 어떻게든 잘 넘길 수 있는 수를 짧게 짧게 쳐야 하는 게임에 가까워요.
더불어 플레이의 감각 자체도 달랐어요.
딥 씨 크루의 경우 "우리가 이걸 해야 하니까 다 같이 도와줘!!" 쪽입니다. 이야...이거 성공하면 쾌감이 훌륭하죠? 아마 소름돋는 경험도 여러번 하실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인사이드 잡의 경우는 저거 보다는 시작 플레이어가 "...너네들이 아무리 겜못이어도 이건 할 수 있지??" 쪽이에요 그러고 실패했다? 셋 중 하납니다.
시작 플레이어가 겜못이라 불가능한 미션을 선택한 배신자이거나, 배신자가 일부러 실패 버튼을 눌렀거나, 일반 요원이 억울하게 실패버튼을 눌렀거나.
저런 셋 중 둘이 생사람 잡ㅋㅋㅋ는ㅋㅋㅋ군요ㅋㅋㅋㅋㅋ
▲ "너냐?" "너야?" "너지!"
그래서 둘을 직접 해보면 비슷함 보다는 다른 부분을 많이 느낄거에요.
저 같은 경우는 딥 씨 크루는 아슬아슬하게 <다 함께> 잘해서 깰 때의 쾌감이 멋진 게임이었고,
반대로 인사이드 잡의 경우는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내가> 최적의 임무카드를 제시해서 임무를 성공하거나 배신자를 뽑아낼 때의 짜릿함이 좋은 게임이었어요.
배신자 입장에서는 중간에 당당하게 정체를 오픈하고 서류토큰 쓸어가면서 "내가 배신자인거 알면 늬들이 어쩔건데" 하는 맛이 좋았구요.
5. 교과서 위주로 예습을 하면 됩니다.
이건 트릭테이킹에 변주를 준 대부분의 게임에 해당되는 이야기인데요, 게임의 (물리적) 무게에 비해 두 게임 모두 허들이 좀 높은 편입니다.
왜 예를들어 론델은 규칙이지만 장르로 부르지는 않잖아요 보통? 드래프트도 규칙이지만 어떤 게임을 소개할 때 "드래프트 게임입니다"로 소개하지는 않구요.
하지만 트릭테이킹은 그 자체로 규칙이자 장르입니다. 그에 걸맞게 그 시스템 자체가 게임 전반적으로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요, 모든 플레이를 이 위에서 쌓아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니 적어도 트릭테이킹 게임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 특히 인사이드 잡의 경우 리드수트와 트럼프수트에 따른 게임 흐름까지 이해가 된 상태에서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은 단점입니다.
▲ 구성원 모두 최소한 스컬킹, 되도록 위저드 정도는 교양으로 이수해야 합니다.
그럼 만약 구성원들이 마이티 정도는 재미있게 한다면, 이 두 게임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요?
딥 씨 크루의 경우는 저 같은 경우는 솔직히 말해서 스페이스 크루를 했건 안했건 트릭테이킹과 협력게임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스페이스 크루를 재미있게 하셨다면, 아주 훌륭한 확장판 느낌으로 즐기실 수 있구요, 스페이스 크루를 안해보셨다면 딥 씨 크루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반대로 딥 씨 크루를 한 다음 스페이스 크루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중간쯤 가면 현타가 씨게 오실거에요.
▲ 스페이스 크루를 재밌게 하셨다면, 이 미션카드만 봐도 가슴이 바운스 바운스 하실 것.
인사이드 잡의 경우도 꽤 괜찮았습니다....만 이쪽은 조금 더 상황을 타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시작플레이어의 역량이 꽤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실제로 돌려본 파티 중 반응이 미적지근 했던 파티는 예외없이 시작플레이어가 성공률이 높은 미션을 파악하는데 어두운 쪽이었어요
상술했듯 게임이 후반으로 가면 무엇 하나 쉽게 풀리는 것 없이 어영부영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시작플레이어가 미션을 잘 가져오는게 꽤 중요한데,
그걸 위해선 리드수트와 트럼프수트의 컨트롤이나 카운팅을 요구하거든요. 이게 안되면 진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 아, 카운팅 했다 한들 만약 중요 국면에서 이도저도 아닌 미션카드가 두 장 떠버려서 국면이 꼬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게임의 일부분이니까 재미있었지만요.
물론 이게 갖춰진 경우라면, 트릭테이킹으로 이정도 수준의 마피아 게임이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상황이 자주 나왔어요.
특히나 소셜디덕션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에겐 특유의 그 버벌 플레이를 부담스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변호는 패로 할 뿐" 이라며 부담없이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6. 내가 아닌 우리가 하는 게임
세상에는 재미있고 좋은 게임들이 너무 많아요.
하루가 24시간이고, 그 중 여덟시간은 수면에, 다시 여덟시간은 직장에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통탄스러울 수가 없을 정도로 하고싶은 게임들이 줄을 서있죠. 아마 여러분도 그러시겠죠?
하지만 최근에 지속적으로 하고있는 생각인데, 이 씬에서 좋은 게임만큼이나 중요한게 하나 더 있더라고요.
네. 바로 좋은 플레이어입니다. 게임은 캔버스와 재료만 준비해줄 뿐, 그걸로 그림을 그려서 경험을 완성시키는 것은 나, 그리고 내 옆의 플레이어들이니까요.
그런겁니다. 사실 무슨 게임을 하느냐 만큼 중요한게 누구랑 하느냐...라는거죠. 뭐.
오늘의 두 게임은 더욱이 그래요. 둘 다 혼자서 막 잘하는 것 보다는 여러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짜릿한 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한 게임들이에요.
숨막힐듯한 정적 속에서 모두의 생각이 합치되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션을 성공한 순간의 환호와 하이파이브,
배신자를 맡아 철저한 계산속에 모두를 따돌리고 승리를 쟁취한 후, 다른사람들의 리벤지 콜이 쏟아지는 순간의 희열까지.
이녀석들은 최근 발매된 그 어떤 게임보다 "사람들"과 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머릿속으로 잠시 떠올려보세요. 함께 했을 때 쉴새 없이 웃고 떠들고, 즐거운 순간을 함께 해 준 고마운 플레이어분들 계시죠?
그리고 그 분들과 이번 주말에 만나서, 당당하게 도전해보세요. 아마 2023 마지막에 새로운 "올해의 순간"을 써주기에 충분할테니까요.
오늘 이야기는 요기까지!
정말로 퇴고 없이 한 줄로 주르륵 쓰다보니 두서가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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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마무리까지 멋지네요!! ㅎㅎ
플레이어들이 '나는 이거 약한데' 하는 게임의 어떤 요소를 해결하는 시스템들은 늘 확고한 장점을 쥐게 되는 거 같아요. 인사이드 잡이 거짓말하기의 부담감을 덜어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
부담없이 거짓말 할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이라니...!! 진실의 남자라고 불리우는 저도 즐길 수 있는 께임이에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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