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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겨우 반 뿐인 게임, 테라 피라미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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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21: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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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0. 테라 피라미드
안녕하세요! 오늘은 게임이야기하는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토레스부터 시작해서 티칼, 멕시카, 쿠스코 등으로 익숙한 미하엘 키슬링과 볼프강 크라머, 이른바 KK콤비가 있죠?
지난 11월 열린 2023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코리아 보드게임즈와 KK콤비의 신작, 테라 피라미드가 발매되었습니다.
발매된지는 조금 되었는데 후기가 뜸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할 게임은 바로 이 테라 피라미드입니다.
장문의 리뷰는 아니고,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제품 지원을 바탕으로 기본판 및 모듈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감상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럼 서론은 이만 줄이고, 준비되셨으면 출바알!
▲ 이번 행선지는 이집트, 이집트입니다. 여러분들의 앞의 광활한 보드를 채워나가보자구요.
1. 테라피라미드 기본 규칙 - 피라미드 맛
테라피라미드를 짧게 표현하자면 "퍼즐 요소가 있는 간단한 전략게임"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가 오면 타일을 배치하고, 보너스를 얻고, 그 보너스로 피라미드를 올리고, 타일을 보충받는것을 돌아가면서 반복하게 됩니다. 이 흐름이 게임의 전부에요.
그렇다면 이 평범한 흐름에서 자신만의 <킥>이 무엇이냐가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가르는 척도겠죠?
테라 피라미드는 타일을 배치하며 해당 타일과 연결된 가로, 세로, 대각선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해당 라인에 배치된 다른 타일들의 혜택도 모두 받을 수 있어요.
다시 말해 타일들이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받을 수 있는 보너스의 양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에요.
재미있는건 피라미드를 올릴 수 있는 "토대" 영역은 건너뛸 수 없기에 보너스는 최대4칸까지만 받을 수 있고,
양 옆이 막혀버리기에 누군가 4칸짜리 보너스를 받은 줄은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 오목을 생각하면 되지만, 게임판에 기본 배치되어있는 토대들로 인해 다섯줄 이상을 만들 순 없습니다.
이 장치 때문에 테라피라미드는 기묘한 인터액션을 지니게 됩니다.
바로 "내가 4칸을 만들어서 이득을 보는 게임" 가 아니라 "내가 3칸을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4칸의 기회를 줄 순 없는 게임"이 되어간다는 부분이에요.
여기에 기본판의 추가규칙으로 일종의 <타일 지정좌석제>가 등장하는데요 테라피라미드는 타일분배기가 두개 있습니다.
이 둘 중 어느쪽에서 타일을 보충받느냐에 따라 그 타일을 놓아야 할 사이드가 정해지는 간단한 제한규칙입니다.
본인이 놓아야 할 타일의 위치가 지정되어서 골머리를 썩히는 쪽 보다는, 남의 지정좌석이 어디인지 확인해서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로 쓰이더라고요.
나머지는 일반적인 보드게임에서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당연히 자원을 몇갠가 지불하면 다른 자원으로 교환할 수 있고, 당연히 돈으로 추가적인 프리액션을 할 수 있고, 당연히 피라미드를 고티어로 올릴수록 점수가 크지만 소모해야 할 자원량이 증가하고요.
2. 테라피라미드 부장품 확장 - 피라미드 바깥의 맛
테라피라미드는 부장품과 나일강, 두 개의 확장이 포함되어있는데, 그 중 처음으로 적용할 녀석은 부장품 확장입니다. 부장품 확장에선 두 가지 요소가 추가되고 한 가지 요소가 변화합니다.
먼저 타일 보너스 중 부장품을 받을 수 있는 보너스가 있는데 이 부장품을 받으면 부장품 트랙에서 그만큼 전진하게 되고, 게임 종료시 점수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피라미드 주변이 모든 칸이 뒤덮이게 되면 해당 피라미드의 주인은 둘러싼 타일의 부장품, 호루스의 눈, 금화 혜택을 모두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돈을 주던 호루스의 눈 마크가 이제는 메인보드 외곽의 트랙을 순회하는 "점수"로 변하고요 그 대신에 5점 단위를 지날 때 마다 돈을 2원씩 줍니다.
중요한건 이 요소들이 게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냐를 볼까요?
기존의 테라 피라미드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하나, 피라미드를 올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장품을 끼워넣으면 점수의 획득방법이 다양해져요.
▲ 이렇게 되는 순간 7점(최대 금화 4개)+부장품 다섯개. 군침이 싹 돌지 않습니까?
가장 직관적인 득점이라면 호루스의 눈 타일을 배치하면서 돈 대신 점수를 획득하게 되는 부분이겠죠.
그러면 자원과 일꾼 대신에 이 보너스를 먹을 필요가 있는가...의 차원이 될텐데, "피라미드 주변을 뒤덮으면 근처의 혜택을 받게 된다"라는 신규규칙이 점수 타일의 밸류를 높여주는 토대가 되어줍니다.
내 피라미드 근처에 영리하게 점수타일을 배치하면 실질적으로 타일의 점수효과가 두 배가 되는데 이게 의외로 쏠쏠하거든요.
게다가 상대적으로 밸류가 높아진 자원인 금화를 획득할 기회도 되고요.실제로 부장품 확장에 추가되는 타일들은 호루스의 눈 타일 위주로 구성되어있어서 이런 쪽을 적극 장려하고 있죠.
게다가 이 장치는 "상대의 피라미드 근처에 타일을 배치하는 것"에 대한 저울질을 유도하게 되어 새로운 인터액션도 발생하게 되고, 둘러싸기 쉬운 맵 바깥쪽의 토대에 대한 매력을 제공해주더라고요.
▲ 이대로 게임이 끝나면 보라색(14)는 주황색(2)와의 격차인 12점 + 파란색(0)과의 격차인 14점 = 26점을 먹게됩니다.
주황색은 파란색과의 격차인 2점을 먹게되고요.
여기에 부장품 타일보너스를 받을 때 마다 부장품 트랙에서 전진하게 되고, 이 전진한 결과에 따라 게임 종료시 후순위 플레이어 모두와 비교해서 점수를 획득하게 됩니다.
저게 구석에서 얌전히 있어서 그렇지 꽤 가치가 있는 점수 루트였어요. 누군가 한 명이 치고 나간다면 어찌되었든 엉금엉금 쫓아가야지, 넋놓고 있다가 막판에 역전당하더라고요.
3. 테라피라미드 나일강 확장 - 다시 피라미드의 맛
부장품 확장을 추가하면서 피라미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의 빛을 바래게 됩니다.
솔직히 그렇죠? 피라미드 1층에서 2층으로 올리려면 자원을 세 개, 일꾼을 두 개 소모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론 고작 10점에서 20점으로 10점 뛸 뿐입니다.
2층에서 3층으로 가면 자원을 네개, 일꾼을 두개를 다시 소모해야 하는데 그러고 받는 점수는 이번엔 20점에서 35점으로 15점이죠.
그럴 바엔 영역을 주장하면서 근처를 채워나가는 플레이를 하며 점수타일과 부장품으로 점수를 얻어가는 쪽이 경제적이에요. 하지만 나일강 확장을 포함시킨다면 다시 피라미드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 맵을 가로지르는 나일강이 생기면서, 토대가 묘하게 어그러져서 5칸 이상의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나일강의 추가요소는 세 가지인데요, 먼저 지도가 바뀌면서 지도를 가로지르는 나일강이 생깁니다.
이 나일강이 그려진 스퀘어를 포함하여 보너스를 받게 되면 나일강 상류에 배치된 배가 앞쪽으로 쭉쭉 치고 나가게 되죠.
그리고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치고 나간 거리(정확히는 야자수)에 피라미드 개수를 곱해서 점수를 득점하게 됩니다.
▲ 챙길것이 자꾸 늘어만 간다.
또 하나의 추가점수 요소는 오아시스타일.
기본판 및 부장품 확장에서는 그저 금화를 주는 칸이었을 뿐인 칸이었지만, 나일강 확장에서 오아시스타일의 보너스를 받으면 오아시스트랙에서 마커를 전진시킵니다.
아까 나일강의 경우 "피라미드의 개수"를 곱해 점수를 받는다고 했죠? 오아시스 트랙의 경우 "피라미드의 높이"를 곱해 점수를 받습니다.
전 이 <높이에 추가적인 밸류를 부여했다는 점>을 좀 높이 사고 싶어요. 사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피라미드를 높이 올리는건 들이는 품에 비해 소득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거든요.
여기에 추가 점수를 준다면 당연히 한 층 더 올릴만한 동기부여가 되죠. 실제로 나일강 확장을 끼면 어떻게든 꼭대기층을 빠득빠득 올라가는 플레이어가 생깁니다.
▲ 내 얘길 남 얘기같이 하는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마지막은 왠지 당연히 있을 것 같은 목표달성 점수. 여기에서도 피라미드 층수 목표가 있어서 역시 피라미드에 힘을 몰아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4. 의외로 실패가 잘 없는 게임
테라 피라미드는 모듈에 따라 변화의 폭이 큰 게임입니다.
모듈을 포함하고 있는 게임은 많지만, 그런 게임들 중의 대다수가 100을 110으로, 120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게임이에요.
하지만 테라피라미드의 경우 이른바 기본이 50, 부장품과 나일강이 100이라고 해야할까요?
기본판도 재미있긴 하지만, 저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그렇고 그 재미가 2회차를 위한 재미는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규칙도 어느정도 플레이 경험을 확보하면 타일 쌓이는거 보면서 어느색의 피라미드를 올릴건지, 어느 위치에 토대를 올릴건지 등의 요소들이 보이며 더 깊은 수싸움을 즐길 수 있겠지만
그정도의 실력을 쌓기까지 이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있냐면 글쎄요... 그렇기엔 조금 더 직관적이고 빠르게 재미의 게이지를 올려주는 게임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이 기본규칙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게임에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들을 위한 일종의 "튜토리얼"쪽에 가까웠어요. 실제로 기본규칙은 초등학생도 큰 어려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 시작의 그 넓은 보드가 끝날땐 이렇게 채워집니다. 이런 부분 역시 초심자에게 어필할만한 요소죠.
그럼 이 게임은 우리(!)가 하라고 만든 게임은 아닌거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에요. 확장이 있잖아요.
여러 보드게임을 접해본 분들을 대상으로 돌려본 결과, 초플에 부장품까지 끼워넣는 것은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 찬성이에요.
언급했듯 테라피라미드의 기본적인 수싸움은 상대에게 4목의 각을 내어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손발이 묶여있는 느낌이라 오히려 플레이가 늘어져요.
하지만 부장품이 들어간 순간 부장품 타일의 위치와 본인의 피라미드의 입지가 선택지의 하나로 당당히 올라오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다채로워지고, 플레이의 차별성이 어느정도 확보되는 느낌이었어요.
나일강 확장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규칙을 추가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달성하는 조건들에 대한 보상점수를 부여하는 개념이라 부담없이 게임의 숨통을 터주는 인상이었고요.
솔직히 나일강까지 포함시켰을 때야 게임 도중의 즐거움도, 게임 종료 후 받는 점수도 커졌습니다 ㅋㅋㅋㅋ
5. 기본판만 해보셨다고요? 아이고야... 여기 앉아서 한 판만 더 해보시죠
제 보드게임 책장은 두 장소에 분리되어있는데, 제 방과 방의 베란다(...)입니다.
보통 자주 돌리는 게임은 방으로 들어오고요 자주 돌리지 않는, 이를테면 행사용 게임이나 학교에서 활용할 게임의 보조카피는 대부분 베란다로 뺍니다.
어찌보면 베란다는 제 게임들의 유배지 같은 곳이에요.
올해의 저는 신작위주로 취미생활을 꾸려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역시 첫인상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해야 할 게임이 책장에 줄을 서있어서 재미있는 게임도 5번 이상 돌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1회플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 게임은 상대적으로 2회차로 가기 위한 추진력이 부족하다보니 자꾸 베란다로 빠지게 되는 경향이 있죠.
▲ 예뻐요.
그 와중에 테라피라미드는 유배지에서 다시 메인룸으로 들어온 몇 안되는 케이스입니다.
최근에 모임에 새로 유입되신 분이 많은데 모듈의 조절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을 커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예상이 들어맞아 쉬운 규칙과 손맛좋은 타일, 그럭저럭 괜찮은 플레이타임을 앞세워 최근 제 주변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활약 덕분에 당분간은 유배지로 돌아갈 일이 없어보이네요.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학기말이라 바쁘다 보니 글을 쓸 시간이 없네요. 쫌쫌따리 찾아오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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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세일중에 봤더라면 구매 했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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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분의 지갑을 주님 곁으로 보낼 기회를 놓치는군요...크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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