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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콘텐츠 [11] 무역과 주식을 한 박스에 담아드려요. 동인도회사
  • 2023-09-08 13: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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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1. HERE COMES NEW GAME

2023년 9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화제의 작품 하나를 다시 발매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바로 그 녀석, 동인도회사입니다.

 

 

0. East India Company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테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1336년, 포르투갈 왕국의 카나리아 제도 탐험을 시작으로 유럽의 각국은 유럽 대륙 밖으로의 해양 탐험을 개시합니다.

이 탐험으로 인한 새로운 지역의 발견은 유럽 사람들에게 어쩌면 축복이었을겁니다. 바로 옆에 붙어있던 열강들에게서 벗어나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그리고 뒤이어 마데이라, 아조레스 제도, 보자도르 곶 등 아프리카 대륙을 차례로 넘어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며 그 흐름은 점차 가속화되었고,

이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항로를 개척, 그리고 마젤란이 이후 세계를 일주하며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냅니다.

 

이렇게 유럽의 해양탐험에 의한 세계의 확장은 무역과 경제발전, 생물학적 교환까지 세계 전반에 거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이 15세기 ~ 17세기의 흐름을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 라고 하죠.

▲ 이미 수많은 동명의 게임으로 더 익숙한 그 이름입니다.
 

저 대항해시대는 동명의 게임으로도 유명한 용어죠?

새로운 대륙으로의 탐험,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헤어짐.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일확천금의 기회 등 많은 사람들은 "대항해시대" 라는 단어에서 그 어떤 "로망"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로망이 넘치는 이름 뒤에는 어두운 일면들도 가득하다는 것, 알고계신가요?

 

이 시대의 유럽 각국은 그 누구보다도 신대륙을 빠르게 개척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접촉이 야기한 전염병의 창궐, 철저히 이익을 위한 지나친 정복 등으로 인한 신대륙 주민들의 인구감소와 대규모 노예무역 등

그래서 누군가는 저 이름 대신에 이렇게 이야기하곤 해요. "식민주의 시대Age of Colonialism" 이라고요.

 

그 흐름에는 국가적 움직임도 있었지만, 국가의 허락 하의 기업적인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대항해시대, 누군가는 식민주의 시대라고 부르는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유럽대륙의 동쪽, 즉 아시아의 무역 패권을 휘어잡기 위한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바로 각국의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의 수장이 되어서 말이죠.

 

▲ 물론 실제 역사와는 달리 게임에서는 무역만 합니다.

 

 

 

 

1. 어떤 게임인가?

동인도회사는 일꾼놓기를 기본으로 하는 전략게임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차례로 돌아가며 세 개의 일꾼을 행동보드 위에 배치합니다. 개중 몇몇은 바로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요, 몇몇은 일단은 배치만 하죠. 

그리고 모든 사람의 일꾼배치가 완료되었다면, 라운드 흐름에 따라 해당 단계의 액션칸에 배치한 일꾼들이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라운드 흐름에는 배를 목적지까지 보내는 단계와, 배에 물건을 싣는 단계, 싣고 온 물건을 판매하는 단계가 있어요.

판매까지 마친 후 한 라운드가 끝나고, 이렇게 5라운드가 종료되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 게임에는 승점 요소는 없고요, 게임이 끝난 시점에 보유중인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여 가장 돈이 많은 회사가 아시아의 무역패권다툼의 승자가 됩니다.

 

▲ 3개씩 5라운드, 총 15개의 액션만으로 끝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출처 : BGG)

 

 

 

2. 게임의 특징
자. 자. 동인도회사 한글판은 지난 다다콘과 보드게임 페스타, 그리고 이번 8월 크리에이터데이까지 세 번 정도 체험의 기회가 있었는데요, 저는 크리에이터데이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트웍이나 테마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고, 비슷한 시기에 다윈의 여정이나 오토배틀 챌린저스 등 괜찮은 게임이 우르르 나오는 바람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딱히 체험의 의지가 부족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넋을 잃고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도대체 이 게임의 마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동인도회사를 크게 세 단어로 요약하자면 <일꾼놓기>, <무역>, <주식>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 해 볼게요.

 


▲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일꾼놓기 게임이 여기있습니다.

 

먼저 일꾼놓기. 동인도회사의 일꾼놓기는 매우 평화롭습니다. 다른사람이 들어간 칸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고요, 이 때 1원만 상대에게 주면 됩니다.

그 액션들 자체도 "매 턴 먹여야 하는 밥 조달"과 같이 필수적인 액션은 없고, 대부분은 이후 이어질 무역단계에 조금 박차를 가해주는 정도의 액션입니다.

그러니 누가 들어있으면 안하면 돼요. 꼭 하고싶다면 돈을 내면 되고요, 심지어 그 돈도 주식매도가 대부분의 타이밍에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일꾼놓기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한데요, 대신에 전체적인 액션의 회수를 적게 제공하여 전략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합니다. 

1~5라운드로 진행되는데 각 라운드에 사용가능한 일꾼의 수가 3개씩밖에 되지 않으니 총 15개 액션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해요. 그래서 이걸 적절하게 배분하는게 이 게임의 키포인트죠.

익숙한 일꾼놓기 게임들은 메인 스코어링 자체를 일꾼배치를 통한 액션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이 꽤 신선했습니다. 쫓기는 듯한 느낌이 좀 덜들었어요.

 

다음으로 무역요소. 동인도회사는 굉장히 눈치싸움이 심한 편인데요, 대부분의 눈치싸움이 이 무역에서 벌어집니다. 일단 무역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1) 항해단계가 되면 우선권 순서대로 보유중인 배를 한 척씩 출항시키는데요, 이 때 배 토큰을 뒷면으로(즉 비공개로) 보냅니다.

    그래서 어느 항구에 누가 갔는지는 알지만, 어느 능력치를 가진 배가 왔는지는 알 수 없어요.

2) 구매 단계가 되면 이미 공개되어있는 주사위정보 + 지금 공개되는 카드정보 에 의해 시장에 물건이 공급됩니다.

 

재미있는건 구매시장의 구조에요. 브래스 시리즈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운데요, 시장의 물건은 위쪽으로 갈 수록 가격이 저렴하고, 아래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당연히 모두가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하죠. 그럼 누가 물품을 먼저 구매하느냐, 바로 빠른 배가 먼저 구매합니다. 우선권은 속도가 동률일 때  순위를 가를 뿐이에요.

여기서 왜 배를 비공개로 배치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다른사람이 배를 보낸 시점에 후발주자는  "저 배가 빠르고 적재량이 낮은 배인가, 아니면 느린 대신 적재량이 큰 배인가".를 판단해야 하거든요.

만약 상대가 빠른 배를 보내왔다면 본인은 느린 배를 가는게 이득입니다. 어차피 빠를 수 없다면 한 개라도 더 싣고 오는게 나으니까요.

하지만 상대가 느린 배라면? 당연히 이 때에는 빠른 배를 보내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보다 빠르게 가면 상대가 구매할 가격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사고방식은 거의 유사한 형태로 "판매시"에도 적용됩니다.

남들보다 <싸게 소량으로 매입해서 비싸게 소량으로 매각할 것인가>, 아니면 <비싸게 대량으로 매입해서 싸게 대량으로 매각할 것인가> 의 선택을 해야하는거죠.

여기에 1-1 경쟁이 아니라 1-다 경쟁이 되고, 무역선을 정박을 시킬 수 있다는 선택지에 남은 잔여물량, 공급을 확보한 플레이어 등 여러 요소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피말리는 심리전이 됩니다.

 

마지막, 주식입니다. 동인도회사의 주식공급시장에는 각 회사의 주식이 있는데요, 이 주식은 크게 세 가지의 연유로 변동합니다.

 

1) 누군가가 한 회사의 주식을 하나 사고 팔 때마다 주가가 하나 오르거나 떨어지고요

2) 이번 라운드 무역으로 수익을 얼마나 올렸냐의 순위에 따라 주가가 +2, +1, 0, -1 만큼 변동이 되고요

3) 지난 라운드의 수익과 비교하여 10원의 차이마다 주가가 +-1씩 변동이 됩니다.

 

▲ 무역시장에서 무역보다 재미있는 주식시장.

 

이러한 주식은 어찌보면 몇 원 단위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보조기구...라고 볼 수 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공격적인 액션임을 알 수 있어요. 바로 배당금 시스템 때문이죠.

플레이어들은 각각 자사 주식의 가격에 따라 자사 주식을 보유한 플레이어들에게 주식당 배당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예를들어 배당금 2원짜리 주식을 3장 보유중이라면 6원을 받는 식이에요.

그런데 무역과는 달리 이건 플레이어에게서 직접적으로 빼앗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이 두 배라서 이걸 감안하면 적잖은 수치란 말이죠.

여기에 더불어 더욱 재미있는 부분은 이 주식은 주식구매 타이밍에만 구매할 수 있지만, 주식구매를 제외한다면 언제든 매각은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주식의 매각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신경쓸게 안그래도 많은데, 나보다 선순위의 플레이어가 주식을 털어버리고 나가는 것 까지 고려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상대에게 판매 기회를 넘긴다거나, 반대로 배당금이 낮아질 것 같으면주식을 털고 나가버리는 등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3. 우리에게 이 게임은

간만에 이렇게 인터액션이 찐한 게임이 나온 것 같아요. 일꾼놓기를 제외한 무역이나 주식파트에서는 굉장히 공격적인 인터액션이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강점은 앞서 말했듯 이렇게 빡빡하게 굴더라도 일단 "하고 싶은걸 못하는 일은 없다" 라는 점이에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간 액션칸도 들어갈 수가 있고요, 유일한 자원인 금화는 주식을 팔아 언제든 충당 가능하니 "얘 때문에 할 수 있는게 없어" 라는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그래서 상호간섭이 심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숨통도 터주고, 인터액션이 공격적이더라도 간접적으로 발생하다보니 생각보다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경우는 잘 없었습니다.

이런건 많은 분들에게 플러스 어필을 할 수 있는 좋은 요소인 것 같아요.

 

분위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공격적인 인터액션의 게임 치고 주식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유쾌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어요.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고계신 분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애초에 주식이 뭔지 모르는 플레이어들과도 게임을 두루두루 해봤는데요,

너나 할 것 없이 개미와 작전세력, 영차영차와 손절, 가즈아와 XX층을 외치며 일종의 유사경험을 하며 깔깔거리며 플레이했습니다. 플레이 후 광대가 저려올 정도로요.

내가 떡상하면 그거대로 재미있고요, 내가 떡락한다해도 남은기간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물론 순위권에선 멀어지겠지만요.

더불어 라운드 자체도 5라운드로 적은 편이고, 각 단계별 호흡 역시 짧습니다. 그리고 초반 라운드에는 무역위주로 흘러가다가 후반 라운드에서는 주식위주로 흘러가서 게임에 변주가 있어요.

이런 특성들이 어우러져서 게임이 굉장히 스피디하게 팍팍팍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 아 한 턴 전에 주식 처분했어야 하는데...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동인도회사는 전략게이머들의 파티게임입니다. 쉴새없이 드립을 쏟아내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전략게임이에요.

운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주식시장의 일부분으로 승화할 수 있고요, 누군가가 판읽기와 원단위의 마이크로컨트롤에 능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사람이 치고 올라갈 여지가 충분합니다.

같은 시기에 발매한 본파이어가 고요한 분위기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정적인 게임이라면, 동인도회사는 스낵과 음료를 곁들이며 시끌시끌하게 즐길 때 그 빛을 발하는 게임이에요.

더불어 파티게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칙 자체도 꽤나 간소해서 전략게임에 익숙치 않은 분들도 충분히 그 매력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느끼실 수 있으셨겠지만, 이 게임은 큰 그림을 그리기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교역소를 지어 미세하게 이득을 챙길 순 있겠지만 대부분은 항상 그 순간의 시장을 읽고, 시장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나가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우욱 그림 그려놓고 그 그림을 완성시키는 플레이를 즐겨하시는 분들은 아마 큰 매력을 못느끼실 수도 있을거에요.

그런 부분은 게임 외적 환경, 즉 드립과 환희, 좌절로 메꾸셔야 그 시간이 즐거우실겁니다. 저는 충분히 즐거웠고요.

 

 

 

 

 

 

4. 마치며

동인도회사는 테마에 대해서 이슈가 굉장히 많은 게임이에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적잖이 비판받고 있고, 그 영향인지 평가 자체도 높은 편이라곤 할 수 없죠.

제작사에서도 규칙서에 공식적으로 "이 게임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며, 테마는 단순히 게임 시스템을 담기 가장 좋은 그릇이라 선택했을 뿐이다" 라고 명시하고 있고요.

저도 플레이 할 때마다 테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설명을 곁들이는 편입니다. 가치판단이야 하시는 분들의 몫이니까요. 

 

이런 부분을 논외로 치고 시스템적으로 본다면 동인도회사는 꽤 괜찮은 게임입니다. 가벼운 규칙 속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동치는 무역시장과 주식시장의 변화를 아주 잘 담아둔 게임이에요.

이런 장르의 좋은 게임은 더러 있지만, 이정도 난이도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은 흔치 않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죠.

한 그룹에서 십수회 돌릴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반대로 십수개의 그룹에서 한 번씩 돌리기에는 충분히 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할게요 :) 그럼 다음 게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저에게 2023 가장 웃기게 즐긴 게임이 뭐냐면 저는 뒤도 안보고 이 게임을 고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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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드게임

  • 동인도회사
    East India Companies (2022)
    • Guillaume Tavernier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47 채소밭
    • 2023-09-08 18:23:15

    좋은 신작들이 참 많군요 ㅎㅎㅎ 다인원이어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는 못 했지만... 호평이 꾸준히 들려오네요 ㅋㅋ
    • Lv.31 [개굴이]
    • 2023-09-08 20:46:13

    저도 의외의 게임을 발견해서 놀랐습니다. 재밌더라고요...... 기회 되면 함께 한 겜 하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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